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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다른 사내의 표식 (36/155)


36화. 다른 사내의 표식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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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습니다, 아델 양.”

짐머의 목소리에 아델은 겨우 끔찍한 생각에서 깨어났다.

마차가 멈추며 짐머가 문을 열자, 환하게 불을 밝힌 남쪽 별궁이 눈에 들어왔다.

‘마블 궁’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황족들이 머물기 위해 지은 곳이라고 했다. 덕분에 황궁 안에 위치하면서도 출입구가 따로 있는 별개의 독립된 장소였다.

이름 그대로 대리석으로 지어진 작은 건물은 달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났다. 그 모습이 정면에 있는 고즈넉한 호수에 그대로 담겼다.

마법처럼 신비로운 광경에 아델이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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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습니까?”

언제나처럼 단정한 차림의 핸리가 공손히 그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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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리!”

핸리의 뒤로 타냐와 몇몇 아는 얼굴들도 보였다. 모두 아델의 저택에서 일했던 하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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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온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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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의 전갈을 받고 급한 대로 몇 명만 추려서 왔습니다. 조만간 저택에서 짐을 꾸려 모두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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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군요.”

크리스틴과 싸운 후 그들을 내보낸 게 계속 마음에 걸렸던 아델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정이 들었는지 매우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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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핸리의 안내를 받아 아델은 마블 궁 안으로 들어갔다.

고즈넉한 외관과 달리 마블 궁의 내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대리석 바닥에는 장미무늬 카펫이 깔렸고, 천정에는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흔들렸다.

고풍스러운 아치형의 창문마다 은은한 핑크색 커튼이 드리워졌고, 기둥과 모서리는 금장 조각으로 멋스럽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게다가 황실 근위대들이 마블 궁의 안팎으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척!

그들은 아델을 보더니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붙였다. 근위대만의 예법이었다.

그녀의 뒤를 짐머가 호위하듯 따랐고, 핸리와 하인들이 줄지어 걸어왔다.

이제 그 누구도 아델을 칼라임의 악녀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다.

바이스 백작의 약혼녀, 마블 궁의 안주인이었으니까.

***

풀썩!

침실로 들어오자마자 아델은 쓰러지듯 소파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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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최고였어요!”

얼른 침실 문을 닫으며 타냐가 상기된 얼굴로 뛰어왔다. 다들 돌려보내고 타냐만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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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최고로 피곤한 날이기도 했고.”

어제 병석에서 겨우 일어난 아델이었다. 오늘 일정을 무사히 소화한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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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물 받아 놨으니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쉬세요.”

타냐는 재빨리 그녀의 겉옷을 벗기고 머리에서 장신구들을 떼어냈다. 그러면서도 들떠서 계속 종알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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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백작님은 언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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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두어 시간쯤 지나서 오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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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럼 같이 목욕은 못 하시는 건가요?”

타냐가 엄청나게 실망해서 소리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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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같이 목욕이라니!”

아델은 머리를 빗기고 있는 그녀를 황당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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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하시는 줄 알고 욕조에 장미 꽃잎을 띄웠단 말이에요. 욕실 안에 양초도 전부 깔아놓고. 로맨틱한 무드를 위해서 재스민 향이 나는 입욕제도 넣었는데…….”

결국, 아델은 얼굴이 빨개져서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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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너까지 왜 그래. 약혼이라고, 결혼이 아니라.”

하지만 오히려 타냐는 음흉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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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순진하신 거예요? 순진한 척하시는 거예요? 폐하께서 별궁을 내어주신 게 무슨 뜻이겠어요? 두 분이 함께 사시라는 거잖아요. 이건 명목상 약혼일 뿐, 결혼이나 다름없죠.”

타냐의 해석에 아델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사실은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이 약혼식은 결혼식과 다름없다는 걸.

크리스틴은 그녀가 제 여자라는 걸 제국의 모든 사람에게 공표하기 위해 성대한 약혼식을 올렸으리라. 황제까지 거들며 그녀를 오스월드가에서 제명시키고, 별궁을 내어 준 것이다.

그러니 아델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스 백작의 여자.

물론 정식으로 부부가 되기 위해선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형식적 절차일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이 목욕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려서 아델은 손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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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소리 말고 너도 이제 돌아가서 쉬어. 오늘 고생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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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은 뭘요. 목욕시중만 들고 돌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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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목욕 시중은 무슨. 됐어.”

아델은 난색을 보였지만 타냐는 넉살 좋게 침실에 딸린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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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이제 칼라임 최고의 귀부인이시라고요. 당연히 하녀들에게 목욕 시중도 받으셔야죠. 제가 뭉친 어깨와 팔다리도 잘 주물러 드릴게요. 머리도 감겨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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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은 고맙지만, 목욕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보호받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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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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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존재감이 너무 커서 절대 그럴 수 없지.”

아델은 웃으면서도 완강하게 타냐를 밖으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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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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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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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탁!

얼른 문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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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겠다는 건지.’

아무리 가족 같은 타냐였지만 한번도 몸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것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

아델이 욕실로 들어가자 조개 모양의 커다란 욕조에 장미 꽃잎이 붉게 떠 있었다.

주변엔 양초가 하늘하늘 불을 밝혔고 재스민과 장미 향이 달큼하게 풍겼다.

욕조 전면 창으로는 호수가 보였다. 달빛에 일렁이는 호수는 고즈넉하고 정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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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까지 호사스럽네.”

씁쓸하게 웃으며 아델은 한겹 한겹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여신의 날개처럼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벗고, 몸을 잔뜩 조인 코르셋도 풀었다.

아스라이 속살을 가린 슈미즈의 어깨끈도 하나씩 끌어내렸다.

차르르르…….

그녀의 몸을 가린 모든 것들이 발밑으로 떨어지고, 마침내 타원형의 거울에 눈부신 알몸이 비쳤다.

뽀얀 수증기 속에 드러난 새하얀 나신은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애처로울 정도로 가냘프고 섬세한 목선과 팔, 다리. 그러나 잘록한 허리를 중심으로 아찔하게 부풀어 오른 둔부와 소담스러운 가슴은 눈을 뗄 수 없도록 요염했다.

소녀 같은 청순한 얼굴 속에 숨겨진 유혹적인 요부의 몸. 그 어떤 사내라도 넋을 놓고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한.

하지만 아델은 제 몸에 끔찍한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두려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잊고 싶던 그 참담한 기억과 마주해야 했으니까.

흘러내린 머리를 하나로 모아쥔 채 천천히 거울을 등지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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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사라져 버렸으면…….’

지금껏 수천, 수만 번을 바라고 또 바랐던 일.

하지만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도 그것은 여전히 선명했다.

견갑골의 사이, 곧게 뻗은 척추뼈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그 끔찍한 표식.

S T

스톤의 머리글자가 검고 짙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물건에는 항상 이 머리글자를 새겨 넣었다.

손수건, 재킷, 필기구, 말이나 보트, 심지어는 속옷까지…….

병적일 정도로 제 물건에 표식을 남기고 그것에 집착하는 자였다.

이 표식은 아델 역시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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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과연 다른 사내의 표식을 가진 널 받아 줄 놈이 있을까? 어디 지울 수 있으면 지워봐.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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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스톤!”

비명처럼 소리치며 아델은 거울을 향해 양초를 집어 던졌다. 하얀 촛농이 거울에 흩뿌려지며 그녀의 모습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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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스톤이 남긴 이 표식을 몇 번이고 없애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등 한가운데라서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타인에게는 결코 도와달라고 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이 짐승 같은 표식을 보일 순 없었으니까.

아델은 차라리 잊고 사는 쪽을 택했다. 다행히 등 뒤였으니 원하면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일도 평생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장 크리스틴에게 이 표식을 들킬지 몰랐다.

하루종일 뜨겁던 그의 눈빛으로 봐선 돌아오는 대로 침실로 쳐들어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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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거부하면 억지로 안지는 않겠지.’

하지만 언제까지 그를 거부할 수 있을까?

그는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의 남자였다.

겉으로는 금욕적이리만큼 차가워 보였지만 키스했을 때 그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거친 숨을 쉬며 정신없이 달려드는 것이 난폭한 야수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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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굶주린 짐승 같았어…….’

아델은 진저리를 치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키스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왜 이렇게 가슴이 쿵쿵 뛰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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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말해버릴까?’

크리스틴이라면 이해해 줄지 몰랐다. 그녀가 원한 일이 아니라는 걸 믿어줄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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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 돼!’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크리스틴은 당장 스톤을 죽이겠다며 달려갈지도 몰랐다.

아무리 황제의 비호를 받는다고 해도 원로회 일원인 스톤과 싸우면 일이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아델은 그에게 이 끔찍한 표식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등을 볼 때마다 그가 스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갖는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와 그녀 사이에 스톤 따위는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선은 이것부터 없애야 해.

***

아델을 데려다준 후 짐머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크리스틴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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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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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셔다드렸습니다. 쉬시겠다며 하인들을 모두 물리는 걸 보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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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나도 곧 가지.”

이 정도 자리를 지켰으면 아델도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혼이 날까봐 이 지루한 연회장에서 꽤 인내심을 갖고 버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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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한 곡 추시겠어요, 백작님?”

그때 세이라가 요염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연회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다들 취해서 흥겹게 춤을 추는 분위기였다.

술을 마셨는지 세이라의 볼은 발그레한 장밋빛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유혹적인지 연회장 안의 사내들이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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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광은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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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면서 긴히 드릴 얘기가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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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정보원들이 가져오는 정보만 신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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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님의 정보원들이 약혼녀에 대해 얼마나 알까요?”

순간 크리스틴의 정중하던 얼굴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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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약혼녀에 대한 비방이라면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합니다, 세이라 오스월드 양.”

크리스틴이 철벽 방어를 하며 조금도 틈을 주지 않자 세이라는 당황했다. 그걸 감추기 위해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다시 한번 미끼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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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비방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그녀가 제 오라버니 스톤 오스월드와 특별한 사이였다는 건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러자 크리스틴이 나직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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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웃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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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본인 입으로 오스월드가가 얼마나 콩가루 집안이었는지 자백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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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델은 이제 오스월드가 사람이 아니었지만, 한때 그들은 새어머니와 아들이었다. 예전부터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돌자 가문에선 아델을 몹쓸 악녀로 만들어 버렸다.

남편을 독살하고, 아들까지 유혹하려던 악녀.

스톤은 단지 악녀의 꾐에 빠질뻔한 순진한 귀족 나리였을 뿐이다.

그런데 세이라가 다시 둘 사이를 언급한다면 제 손으로 가문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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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약혼녀가 기다려서 이만.”

크리스틴이 옆을 지나가는 순간 세이라는 저도 모르게 움찔 뒷걸음질 쳤다.

검이라도 뽑아 휘두를 것 같은 살기를 느낀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인지, 시기심인지 모를 감정으로 심장이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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