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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누구보다 혈기 왕성하신 늑대 (39/155)


39화. 누구보다 혈기 왕성하신 늑대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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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좀 어때? 나의 사랑스러운 피앙새.”

뭐, 뭔…… 새?

아델은 새가 아닌 닭이 되고 말았다.

동시에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도 일시 멈춤이 되었다.

저 사람이 정말 그 전쟁의 영웅 바이스 백작이라고?

화이트 고스트 기사단을 이끌며 무자비하고도 잔혹하게 싸운다던 그 남자?

세이라와 여인들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딸꾹!

핸리마저 딸꾹질을 해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사자인 크리스틴은 아델 옆에 있는 의자를 빼서 털썩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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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리, 아침을 가져오게. 둘이 해야 할 일이 많으니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거로.”

그는 양손으로 턱을 괸 채 여전히 아델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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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인님.”

그동안에도 크리스틴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두 눈엔 꿀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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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그토록 요염하더니, 아침에는 또 이렇게 사랑스럽다니. 아델 당신은 진정한 팔색조야.”

미치겠군, 피앙새에 이어 팔색조라니.

하지만 아델은 여전히 닭이 되어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세이라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순간 그의 애정 표현에 열렬히 호응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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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그런 말은 단둘이 있을 때만 하는 게 좋겠어.”

아델이 보란 듯 눈웃음을 치며 속삭이자, 크리스틴은 비로소 깨달은 것처럼 놀란 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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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도 손님들이 안 가셨나? 핸리 자네가 손님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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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손님들은 제가 배웅하겠습니다. 주인님, 주인마님.”

그런 핸리의 얼굴이 즐거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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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여기까지만.”

핸리가 손님들을 내쫓듯 식당에서 데리고 나가자 아델은 금방 차분한 얼굴이 되었다.

크리스틴도 꿀이 뚝뚝 떨어지던 눈빛을 순식간에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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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됐던 거 아닌가?”

식당 안의 상황을 눈치챈 그는 일부러 느끼하게 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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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도와줘서 고마워. 하지만 어젯밤 외박에 대해선 충분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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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쉬게 해주려고.”

충분한 설명 대신 어이없는 대답.

아델은 간신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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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도 앞으로 당신을 쉬게 해주려면 외박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까?”

크리스틴의 눈매가 금방 매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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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 돼!”

아델도 매서운 눈으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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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결국, 크리스틴이 한 걸음 물러나며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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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아델. 당신을 쉬게 해주려고 어쩔 수 없이 외박했던 거야.”

아델에겐 이번에도 충분한 설명이 되기는커녕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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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힘들 때 다시는 혼자 두지 않겠다고 해놓고…….”

원망 섞인 아델의 목소리에 크리스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 함께 해주지 못했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그녀가 가장 힘들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할 때에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해 놓고는.

하지만 어제는 정말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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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에게 그걸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크리스틴은 미안한 마음으로 아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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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일은 진심으로 미안해, 아델. 하지만 당신은 모를 거야.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함께 있었으면 아마 못 참고…….”

아델의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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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짐승도 아니고! 아픈 사람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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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이 맞아.”

아델은 기가 막혔다. 그의 말에 납득이 되면 안 될 것 같은데, 저 뜨거운 눈빛을 보면 왠지 납득이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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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밤새도록 어디서 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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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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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해!”

그는 금방 주인에게 혼나는 불쌍한 강아지 같은 눈빛이 되어서, 아델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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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을 곳이야 뻔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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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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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우면 확인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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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전부 당신 수하들이잖아. 잘도 당신에게 불리한 얘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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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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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번 한 번은 넘어갈게. 하지만 다음에도 이유 없이 외박하면, 나도 외박할 거야.”

뭐 외박한다고 해도 미아의 집 외에 달리 갈 곳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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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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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해, 크리스. 앞으로 다시는 이유 없이 외박하지 않겠습니다.”

아델은 맹세하라는 듯한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젓던 크리스틴은 아델은 매서운 표정과 마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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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농담이지?’

라는 표정을 지었고, 아델이 여전히 눈에 힘을 준 채 들어 올린 손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크리스틴은 못 이기듯 투덜대며 한 손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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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앞으로 외박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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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위대의 맹세는 원래 이렇게 절도가 없는 건가요? 백작님.”

하는 수 없이 크리스틴은 들어 올린 손에 바싹 힘을 주며 절도있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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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다시는 이유 없는 외박을 하지 않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그를 보고 있으니 아델은 웃음이 나왔다. 뚱해 있는 크리스틴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표정을 갈무리했지만 들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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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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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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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됐어. 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으니까.”

황당해서 쳐다보자 크리스틴은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겨 주며 사르르 눈웃음을 쳤다.

아델은 왠지 억울했다. 어젯밤 한숨도 못 자면서 별의별 고민을 다 해놓고, 저 눈웃음 하나에 이렇게 쉽게 용서된다니. 어젯밤의 일들이 전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게다가 결국 이런 실없는 짓까지 해버리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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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들었으니까 이건 상.”

초옥!

얼른 크리스틴의 뺨에 입을 맞추고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몸이 휘청하며 크리스틴의 단단한 가슴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가 아델을 끌어당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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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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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돼야 상이지.”

뒷머리를 감싸며 야릇하게 속삭이더니, 그대로 그의 입술이 아델을 뜨겁게 집어삼켰다.

당황한 아델이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낯선 숨결이 더 깊게 흘러들고 입맞춤이 짙어졌다.

여린 살갗들이 비벼지며 체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촉촉하게 얽혀드는 숨결에 아델의 정신이 점점 혼몽해졌다.

숨이 막혔다. 그가 그녀의 숨을 모두 가져가 버렸으니까.

심장은 왜 이렇게 미친 듯이 날뛰고, 온몸이 나른해지는 건지.

그럴수록 뭔가 애가 타서 아델은 크리스틴의 옷자락을 꼬옥 잡고 매달렸다. 팔다리에 힘이 풀려서 제대로 몸을 가눌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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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이제 괜찮아?”

살며시 입술을 뗀 크리스틴이 야릇한 목소리로 물었다.

유난히 붉고 촉촉해진 그의 입술이 요염하고 색정적이라서 아델은 갈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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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괜찮…….”

입맛을 다시며 얼른 고개를 끄덕이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의 물음에 숨겨진 속뜻을 깨달은 것이다. 저 음흉하고 야릇한 눈빛이 뭘 원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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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아니, 아직, 완전히 나은 건 아니고…… 의사가 보름 정도는 사랑을 나누는 일 같은 건 피하고 쉬는 게 좋겠다고…….”

그 순간 요염하게 휘어지던 크리스틴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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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잠깐 좀 나갔다가 올게.”

그는 아델을 밀어내듯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황당해서 쳐다보는 그녀에게 변명이랍시고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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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해. 외박은 안 할 거니까.”

쿵!

대신 식당 문을 거칠게 박차고 나가버렸다.

뭐? 지금은 아침이라고!

벌컥!

식당 문이 열리며 크리스틴이 나왔다.

문밖에 귀를 대고 서 있던 하인들이 허겁지겁 구석 벽에 붙었다. 아침 식사를 가져오다가 안쪽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다들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크리스틴은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모두 아델만큼이나 어리둥절했다.

어젯밤엔 둘 사이가 파탄 나는 게 아닌가 싶더니, 조금 전에는 다시 뜨거워져서 안심했던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틴이 다시 뛰쳐나와 버리니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영문은 단 한 사람, 짐머만이 알고 있었다.

***

식당에 혼자 남겨진 아델은 멍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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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상황은…….’

입술을 물어뜯을 것처럼 사납게 입맞춤을 하더니 이렇게 갑자기 뛰쳐나간다고?

아프다는 핑계로 자기를 거부한다고 생각해서 화가 난 건가?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아프다는데.

설마 약혼을 한 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였나?

그러지 못하니까 화를 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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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럴 리 없지!”

다른 사람도 아닌 크리스틴이었다. 서로에게 연인, 그 이상의 애정을 가졌다고 생각한 사람.

그런데 지금은 도저히 그를 모르겠다.

아델은 아직도 열감이 남아 있는 입술에 가만히 손을 대 보았다.

뭔가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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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니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잖아!”

머리를 감싸 쥐며 고개를 내젓다가 인기척에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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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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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짐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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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앉아도 될까요?”

아델은 민망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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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세요.”

짐머는 아델의 맞은편에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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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희 단장님의 행동을 이해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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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절대 주제넘게 듣지 않을게요. 그러니 그가 왜 저러는지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잠시 고민하던 짐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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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은 늑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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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델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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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늑대다…… 라는 말 들어보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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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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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리가 그러더군요. 어제 진료한 의사의 소견으론 아델 양이 보름 정도 요양을 해야 한다고, 충분히 쉬지 않으면 후유증으로 고생할 거라고 했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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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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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름 아델 양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겁니다, 단장님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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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노력을 한다기엔 너무 제멋대로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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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께선 누구보다 혈기 왕성하신 늑대니까요.”

짐머의 말에 아델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럼 끓어오른 혈기를 못 참아서 저렇게 정신없이 뛰쳐나간 거라고?

말도 안 돼. 정말 짐승도 아니고…….

그녀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성욕 앞에서 남자들이 얼마나 짐승이 될 수 있는지 익히 봐오지 않았던가?

크리스틴이 그런 남자라고 생각하긴 싫었지만, 한편으론 슬그머니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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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렇게 나간 후엔 그 혈기를 어떻게…….”

설마 다른 여자를 만나서 풀거나 그러진 않겠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혈기가 왕성하다면 또 모를 일이니…….

그녀의 걱정을 이해한다는 듯 짐머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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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쯤 근위대들에게 풀고 계시겠지요. 어제도 밤새도록 그들과 대련을 하셨답니다. 지금 숙소에 가면 뻗어 있는 병사들이 한둘 아닐 겁니다. 의심스러우면 확인해보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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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가 의심한다고요 했나요!”

아델은 뜨끔해서 괜히 발끈했다. 하지만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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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렇게 얘기 해줘서 고마워요, 짐머 경.”

짐머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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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에요.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레이디.”

 

짐머가 나가자 아델은 창가에 드리워진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았다.

넓게 펼쳐진 호숫가 주변에 사람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멀어서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손에 번쩍이는 검이 들려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에워싼 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몇 번 검을 부딪치는가 싶더니 나가떨어졌다.

그들의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사람은 은빛 머리카락의 키가 큰 남자.

크리스틴이 분명했다.

그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델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콩깍지가 씐 것인지 그의 주변에만 후광이 비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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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불행 중 다행이긴 했다.

짐머의 말대로라면 스톤에 대한 오해로 화를 내는 건 아닌 것 같았으니.

그나저나 하루라도 빨리 등에 있는 표식을 어떻게든 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틴을 계속 저대로 둘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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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간 틀림없이 근위대원들에게 미움받을 거야.”

그동안에도 크리스틴은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댔다. 그의 힘찬 기합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지치지도 않는지 동작의 흐트러짐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저 정도로 혈기가 왕성하면 침실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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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아델은 민망해서 달아오른 얼굴을 감쌌다.

미쳤어, 무슨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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