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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어디 있어, 크리스? (59/155)


59화. 어디 있어, 크리스?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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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늑대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요염하고도 서늘한 푸른 눈으로.

그 눈빛은 그대로 자신을 삼키고 부서뜨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고 몸이 달아오르는지 몰랐다.

공포감 때문일까?

게다가 이 눈빛, 왜 이렇게 익숙한 거지?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그 순간 불쑥 들려온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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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니를 해친 그 은빛 늑대는 말이지, 아주 가까이에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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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아델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흐릿한 벽난로의 불빛. 익숙한 냄새와 촉감으로 자신의 침대 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아, 꿈이었구나.

안도하면서도 불안감이 밀려 왔다.

크리스…….

응석 부리듯 그를 찾으며 길게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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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어…… 크리스…….”

대답 대신 벽난로의 장작 타오르는 소리만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아델은 다시 수마에 삼켜지듯 혼곤한 잠 속에 빠져버렸다.

***

같은 시각.

오스월드 가문의 저택.

탁!

지붕 위의 검은 그림자가 가볍게 날아 창가의 발코니 위로 착지했다. 한 마리의 거대한 새처럼 보이던 그것은 크리스틴이었다.

그는 기척을 죽인 채 발코니의 창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스톤의 침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곳이 주인 없는 빈방이라는 걸 알았다. 놈의 냄새가 흐릿했으니까.

예상대로 가물거리는 벽난로의 불꽃만이 텅 빈 침실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발소리를 죽이고 스톤의 침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놈에 관한 비밀을 좀 더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아델의 일을 조사하면서 스톤에 관한 건 거의 다 알아봤다. 하지만 놈이 자신과 같은 늑대의 일족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그로 인해 오늘 큰 낭패를 겪은 것이다.

하지만 수확도 있었다. 놈이 늑대의 일족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동안 풀리지 않던 의문들이 쉽게 이해가 갔다.

놈에게서 그토록 피비린내가 나던 이유를.

스톤은 사냥을 즐기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놈이 아델에게 집착하면서도 안지 않았던 이유도.

그는 이미 십여 년 전에 결혼했기 때문이다.

조사한 바로는 결혼 후 몇 달 만에 별장의 화재로 아내를 잃었다고 했다. 평생 한 명의 배우자와 잠자리를 할 수 있는 일족의 특성상 아델을 쉽게 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몸에 자신의 표식을 새기거나 괴롭히는 방식으로 만족해야 했으리라.

그리고 중요한 또 한 가지.

오스월드 가문은 어쩌면 늑대 일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오래전 늑대 일족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배경에는 교황청과 귀족 원로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니 늑대 일족인 스톤이 오스월드가의 가주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늦은 시간에 오스월드가를 찾은 건 사실 그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톤의 침실은 물론이고, 응접실의 서재에서도 특별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역시 그 백지 문서에 답이 있는 걸까?’

아델의 말로는 죽은 오스월드 후작이 애지중지하던 문서라고 했다.

그리고 황제가 그토록 손에 넣어 불태우기를 원했던 것.

거기에 늑대 일족에 관련된 비밀이 적혀 있을 가능성이 제일 컸다.

하지만 문서는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으니 지금은 봉인을 풀 수 있는 최상급 마법사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미 수소문 중이었으나 금방 찾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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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단 돌아가야겠군.’

스톤의 방은 살펴봤으니 다음에 와서 다른 곳을 살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크리스틴은 들어왔던 흔적을 지우고 다시 발코니로 돌아섰다.

그 순간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에 시선이 머물렀다. 아까부터 이 그림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스톤의 방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머리글자를 새긴 최고급 물품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침대 옆에 걸린 저 그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싸구려 풍경화였다. 확실히 뭔가 부조화스러웠다.

결국, 액자를 떼어내고 그림을 꺼내던 크리스틴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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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그림 뒷면에는 여인의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초록빛 눈동자를 가진 여인.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녀가 아니었다.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한 다른 여인일 뿐.

그런데 초상화의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이 섬뜩한 낙서로 가득했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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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네 탓이야! 죽어!

그녀는 화재로 죽었다던 스톤의 아내인 것 같았다.

그의 아내는 어쩌면 스톤에게 죽임당한 게 아닐까? 그 이유는 혹시 그의 정체를 알게 되어서?

그래서 그는 아내를 닮은 아델에게 집착하는 걸지도 몰랐다.

평생 함께해야 할 자신의 배우자를 죽여버렸으니.

***

아델은 얼굴을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에 눈을 떴다.

어느새 화사한 햇살이 침실을 가득 채운 아침이었다.

그윽하게 바라보는 푸른 눈과 마주친 그녀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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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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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잠을 깨웠지?”

그는 언제 일어났는지 말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단정한 제복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창가에서 들이치는 아침 햇살에 은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가 청량하고 눈부셨다.

그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자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아델은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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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일어나야지.”

하지만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던 그녀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알몸이라는 걸 깜박 잊은 것이다. 게다가 어젯밤 뜨겁고 격렬한 운동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삐거덕거리며 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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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쪽으로 고개 좀 돌려줄래?”

얼른 침대 위의 시트를 끌어 올려 몸을 가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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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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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잖아.”

크리스틴은 오히려 고개를 더 가까이 들이대며 야릇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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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긴. 어젯밤 그렇게 저돌적이고 도발적으로 매달리면서 나를 잠 못 자게 만들던 게 누구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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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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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 나? 어제 당신이 이런저런 자세로, 내게 이런저런 걸 원하면서, 이런저런 짓까지 하게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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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당신이 이런저런 짓을 하려고 하니까, 나는 이런저런 게 더 좋다고 의견을 제시했던 거지. 그런데 당신은 이런저런 짓에서 그치지 않고 완전 야릇한 짓까지 해서…….”

그러자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그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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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으니 정확한 지시어로 설명을 부탁해. 이런저런 짓은 뭐고 완전 야릇한 짓이란 뭐지? 설마 내가 당신의 그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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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만!”

아델은 확 붉어진 얼굴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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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크리스틴이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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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침부터!”

화가 난 아델이 어깨를 세게 때리자, 그는 신음을 내지르며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하필 다친 왼쪽 어깨를 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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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미안! 많이 아파?”

화를 내던 아델은 금방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그게 재미있어서 크리스틴은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잔뜩 엄살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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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 상처가 다시 터진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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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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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아프긴 하지만 견딜만해. 본궁에 들어가면 어의에게 봐달라고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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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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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사실 그의 상처는 거의 다 나았다. 하지만 붕대는 며칠 더 감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쉽게 나을 상처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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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제대로 진료받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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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의 아델에게 크리스틴은 초옥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아델은 그게 살짝 아쉬워……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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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겠지만 어쩔 수 없어. 지금 키스하면 당신을 다시 침대에 눕히고 싶어질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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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니! 사람 모함하지마!”

크리스틴이 씩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왠지 아델의 속마음을 다 읽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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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준비하고 식당으로 내려와.”

탁!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아델은 살며시 흘겨보다가 엷게 웃고 말았다.

그와 함께 있으면 정말 10년 전 그 소녀가 된 것 같았다. 티격태격 싸우고 장난치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 시절. 아무 걱정도 없는 즐겁고 유쾌하던 나날들.

돌이켜보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어젯밤은 전부 꿈이었던 걸까?

은빛 늑대의 꿈을 꾸고 나서 아무리 그를 불렀지만 넓은 침대에는 덩그러니 혼자뿐이었다.

잠결에 그게 왜 그토록 서럽던지 조금 울었던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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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어리광쟁이가 돼 버렸네.’

그를 만나기 전에는 그 끔찍한 일들을 잘만 견뎌왔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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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델은 기분 전환을 위해 상큼한 피치 색상에 시폰 레이스가 덧대어진 드레스를 입었다.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퍼프 소매가 달린 화사한 드레스였다. 가지런히 빗질해서 풀어 내린 머리에는 크리스틴이 준 초록 리본을 둘렀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그가 기다리고 있다가 의자를 손수 빼주었다. 침실에서는 야한 말로 그녀를 놀리고 당황 시키기 일쑤던 그였다. 그러나 하인들이 있는 식당에서는 꽤 근엄하고 위엄있는 주인의 모습이었다.

아델도 품위 있는 레이디처럼 의자에 사뿐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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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백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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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에요, 아델 양.”

곧 핸리의 지시를 받은 하인들이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황금빛 호박 수프에 치즈가 들어간 감자 크로켓, 신선한 채소가 풍성하게 담긴 샐러드, 그리고 버터를 잔뜩 바른 칠면조 요리와 잘 구워진 스테이크, 딸기와 크림으로 장식한 타르트, 초콜릿 푸딩 등등이 쉴새 없이 나와 긴 식탁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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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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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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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침 식사로 좀 지나친 거 같은데요.”

핸리는 담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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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의 지시에 따랐을 뿐입니다. 아델 양의 영양 보충에 특별히 신경 쓰라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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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알겠으니 모두 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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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시키실 일이 있으면 종을 흔드십시오. 저희는 멀리 물러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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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멀리 있진 않아도 돼요. 둘이 잠시 할 말이 있는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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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주인님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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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아델이 그 뜻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안 크리스틴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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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일들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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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인님.”

핸리가 주방의 하인들을 모두 데리고 나가자 아델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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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보는 핸리와 하인들의 표정이 야릇한 것은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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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밤마다 하는 일들을 상상한 게 아닐까?”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크리스틴을 보며 아델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부끄러워하면 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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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우리가 밤마다 뭘 하는데요, 백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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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안 난다면 여기서 다시 재연을 해줄 수도 있는데요, 아델 양?”

아델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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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식사하시죠. 백작님!”

하지만 크리스틴은 턱을 괴며 사르르 눈웃음쳤다. 마치 유혹이라도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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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델 양이 더 고파지는데, 어쩌지?”

아델은 나이프를 번쩍 들어 올리며 살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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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칼을 들고 있답니다, 백작님. 식사에 집중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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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크리스틴이 금방 심통 난 표정으로 포크를 집어 들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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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먹어.”

아델은 어느 틈에 먹기 좋게 썬 칠면조와 스테이크를 담은 접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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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깨를 다쳐서 칼질이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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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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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도 먹어.”

이후에도 계속 이것저것 집어서 크리스틴의 접시에 놓아주었다. 이럴 때의 그녀는 정말 보호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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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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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가 잘라준 건데.”

두 사람은 이런저런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창가의 커튼을 통해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고, 달콤한 음식 냄새가 가득한 그들만의 식탁. 함께 나누는 모든 일상이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한 시간은 곧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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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악!”

어디선가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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