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잠시 얘기 좀 할까? (63/155)


63화. 잠시 얘기 좀 할까?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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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는 잘하셨어요?”

하녀장이 나가자 타냐가 궁금한 얼굴로 쪼르르 달려왔다.

하지만 아델은 한동안 멍한 얼굴로 찻잔을 들고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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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그녀의 표정으로 보건데 뭔가 좋지 못한 얘기를 들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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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임신하는 데 지장이라도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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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분 다 건강하시니까 금방…….”

순간 아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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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어디 가세요?”

머릿속에 조금 전 하녀 장과 나눈 얘기가 계속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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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서 나온 흔적을 보면 주인님은 아이를 원하시지 않는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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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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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것도 모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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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델이 정신없이 도착한 곳은 지하의 세탁실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나타나자 세탁물을 안고 가던 하녀들이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델은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다급한 얼굴로 세탁물을 이리저리 뒤져보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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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실의 세탁물은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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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가 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녀장은 그녀가 올 줄 알았는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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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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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시지요.”

잠시 후 하녀 장과 함께 사라졌던 아델이 다시 나타났다.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치만 살피자, 타냐가 얼른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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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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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핸리에게 마차를 준비하라고 해. 백작님을 만나야겠으니.”

그녀는 침착해 보였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걸 숨길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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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은 지금 안 계십니다.”

아델이 크리스틴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근위대원들이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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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돌아오시죠?”

그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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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비번이십니다만…….”

함께 사는 아델이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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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신 좀 봐. 오늘 일이 있다고 외출하셨는데 깜빡했네요.”

아델은 그제야 생각난 사람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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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짐머 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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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 부관님도 비번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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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짐머 경도 비번이라 같이 외출했죠. 알고 있는지 물어보려고요.”

순발력을 발휘해 대답한 아델은 가져온 간식 바구니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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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을 항상 보필해줘서 감사해요. 이건 별거 아니지만 나눠서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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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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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다녀간 건 대장님께 비밀로 해주세요. 정신없는 여자처럼 보이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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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 마십시오!”

아델은 끝까지 웃으며 돌아섰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하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혼란스러웠다.

바쁘다며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기에 당연히 근무를 서는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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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비번이었다고?’

물론 모처럼의 비번일이니 개인적인 볼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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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왜 숨긴 걸까?’

게다가 짐머까지 데리고 움직였다면 간단한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아델은 혼란스러웠다.

지금껏 그를 분신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생각과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고 받아주었으니까. 자신의 아픔을 자신보다 더 아파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델 역시 누구보다 그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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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은 아니었다는 건가?’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뭔가 숨기는 게 있었다.

그녀가 은빛 늑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도 싫어했다. 엄마를 죽인 그 늑대에게 얼마나 큰 증오를 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은빛 늑대가 경비병을 죽이던 그날 밤…… 정말 집무실에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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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슨 생각을!’

아델은 어이없어하며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틴과 은빛 늑대가 관련 있을 리 없잖은가?

그가 만일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해도 분명 자신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는 든든한 내 편, 내 남자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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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널 끝까지 믿을게, 크리스.’

아델은 그 믿음이 깨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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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쉬어야 합니다. 말들이 너무 지쳤어요!”

크리스틴을 뒤따라 달리던 짐머가 소리쳤다.

두 사람은 날이 밝기도 전에 수도 그린힐을 떠나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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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었다 간다.”

하는 수 없이 크리스틴은 말고삐를 당기며 멈춰 섰다.

아직 오전 10시.

하지만 정오까진 블루게일에 있는 오스월드가의 별장에 도착해야 했다. 해가 지기 전에 마블 궁에 돌아가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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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정이라고요. 블루게일까지 하루 만에 왕복이라니.”

짐머는 물가에 말들을 풀어놓으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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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밖에 시간이 없으니까.”

그는 오늘 비번이었다. 모처럼 시간이 생기자 스톤의 아내가 화재로 죽었다던 오스월드가의 별장에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하루 만에 왕복하는 건 빠듯했지만 황제에게도 아델에게도 숨기려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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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가 그렇게 무리를 해서 별장에 다녀오려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그곳에서 스톤의 아내가 화재로 죽었고, 전대 오스월드 후작이 그곳에 다녀오는 길에 습격을 받아 산송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톤의 아내와 전대 후작이 별장에 갔다가 사고를 당한 건 우연이었을까?

어쩌면 그곳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수도 그린힐 북부에 위치한 블루게일은 거대한 강줄기를 따라 펼쳐진 자작나무 숲이 장관이었다. 그로인해 권세가들의 별장이 많았다.

오스월드가의 별장 역시 자작나무 숲을 지나 한눈에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다.

한때는 그림처럼 아름다웠을 별장은 오래전 화재로 반은 불타고, 반은 흉물스럽게 그을려 있었다. 방치된 채로 시간이 흘러서 마을 사람들은 유령이 나온다며 얼씬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크리스틴과 짐머가 도착했을 때는 먹구름이 깔리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하늘에서 금방 뭐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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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자체가 유령 같군요.”

짐머가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바람이 불자 너덜너덜해진 커튼 자락이 흔들리고, 문짝들이 저마다 삐거덕거리는 게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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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을 살펴볼 테니, 너는 밖을 살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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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말씀인가요?”

크리스틴이 미간을 모으며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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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무서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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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무섭긴요! 전쟁터 짬밥이 몇 년인데!”

짐머가 칼을 빼 들고 사라지자 크리스틴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날이 어둑해서였는지 한낮인데도 빛 하나 들어오지 않은 그곳은 무덤처럼 어두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음산함을 더했다.

순간 크리스틴은 바람 소리에 섞인 인기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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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헉!”

걸음을 옮기던 남자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인적이라곤 없던 이 별장에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으니. 아니, 사람이 아닐지도 몰랐다. 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건가? 바람결에 나풀거리는 은빛 머리카락은 너무나 신비로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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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남자는 그제야 목에 칼이 겨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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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십시오! 저는 그냥 사…… 산책을…….”

칼날이 더 바싹 목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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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산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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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람들이 많은 곳은 다닐 수 없으니까요.”

남자는 고개를 들어 제 왼쪽 뺨을 가리켰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왼쪽 뺨이 화상으로 끔찍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크리스틴은 칼을 거두며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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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화재 때 그렇게 된 건가?”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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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표정으로 대답은 들었고. 그 화재에 대해서 아는 건 전부 말해. 스톤의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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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겁먹은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어느새 짐머가 그의 뒤를 막아섰다.

앞뒤를 막아선 청년들은 둘 다 단단한 체격과 칼을 차고 있었다.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남자는 쉽게 체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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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이제 와서 그 오래전 일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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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부터 대답. 스톤의 아내는 정말 사고로 죽은 건가?”

스톤의 아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남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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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도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원하시는 걸 알려드리면 스톤을 어떻게 할 겁니까?”

그 말은 남자가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뜻.

그리고 스톤에게 반감을 품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크리스틴의 눈동자가 흥미롭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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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 알려주든 말든 놈은 죽일 생각이다.”

남자의 얼굴에 격동이 스쳤다. 그러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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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죠셉. 스톤의 아내는 제 여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놈이 죽였습니다.”

뜻밖의 대답에 짐머는 크게 놀랐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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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비밀을 알았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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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어떻게?”

크리스틴의 붉은 입매가 가늘게 올라갔다.

힘들게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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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늦게 귀가한 크리스틴은 아델에게 작은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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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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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게일에서 생산하는 홍차래. 유명하다고 해서.”

상자를 풀어보던 아델은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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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최상급 홍차라서 구하기 힘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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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됐군.”

무심하게 대답하는 그를 보며 짐머는 뒤에서 소리 없이 웃고 말았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잠시 쉬는 틈에 아델에게 줄 선물을 고르던 크리스틴이었다. 홍차는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더니 어찌나 진지하게 상점 주인과 대화를 나누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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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크리스, 나랑 잠시 얘기 좀 해.”

웃던 짐머는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일어섰다. 오랫동안 전쟁터에서 살다 보니 살기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이제 보니 아델은 평소처럼 온화한 얼굴이었지만 두 눈에 냉랭한 한기가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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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요?”

크리스틴과 아델이 2층으로 올라가자 그는 타냐에게 물었다.

타냐는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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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두 분의 일이니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시겠죠.”

 

***

아델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온 크리스틴은 긴장했다.

그녀가 얘기하자는 말을 듣는 순간 살기를 느낀 건 짐머뿐만이 아니었다.

신체 감각이 필요 이상으로 발달한 그는 응접실에 들어서는 순간 적진의 한복판에 갇혀버린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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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의 선물은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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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중에 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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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네. 나중에 같이 가서 고르자.”

그는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아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했다. 최대의 무기인 사르르 눈웃음을 치기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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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선물은 타냐랑 가서 고르는 게 좋겠어. 아이를 원하지도 않는 당신에게는 그 일도 고역일 테니까.”

크리스틴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델은 이 문제만은 모른 채 넘어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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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 난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당분간 우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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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언제까지? 한 달? 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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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크리스틴이 할 말을 찾는 동안 아델은 기다리지도 않고 다음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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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날 속일 생각이었어? 소문이 나지 않게 하녀장이 따로 세탁물을 관리하고 있었더라? 난 바보같이 아무것도 몰랐어.”

그제야 크리스틴은 아델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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