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 이 손이 나를 만지는 걸 (62/181)


#62. 이 손이 나를 만지는 걸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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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 하룻밤 묵으면서 서비스가 어떤지 좀 체크해줄래?

아버지인 레온에게 새로 인수하는 호텔에 하룻밤 묵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태하는 흔쾌히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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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버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실은 예전에도 같은 부탁을 받았는데, 그때는 하필이면 저녁 식사 중에 시현의 약혼자가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목격하는 바람에 화가 나서 숙박을 취소하고 나와 버렸다.

아버지가 모처럼 하는 부탁이니, 이번에는 꼭 들어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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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으면 시현이랑 같이 갈래? 제일 좋은 방으로 준비하라고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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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겠습니다.”

태하는 씁쓸하게 대꾸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같이 가주기야 하겠지만, 그냥 말 그대로 같이 가주는 것까지겠지. 기껏해야 저번처럼 옆에 누워서 잔다든가.

그날 밤을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났다. 당장이라도 껴안고 키스하고 싶은 것을 참느라 밤새 몇 번이나 허벅지를 꼬집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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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잠만 자는 거야. 엉뚱한 짓 하면 혼난다.]

그녀가 미리 그렇게 못 박아두지 않았더라면, 천 번도 더 키스했을 것이다.

그런 밤은 한 번이면 족했다.

그래서 태하는 시현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자칫 그랬다가 시현이 ‘나도 같이 갈래!’ 하고 나서면 큰일이니까.

손등에 키스하는 것도 싫어하는 여자와,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 짓도 안 하고 버틸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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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회사에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어쩌면 오늘 밤엔 집에 못 들어갈 수도 있고.]

그렇게 둘러대고 혼자 호텔에 와서도 결국은 시현의 생각뿐이었다. 레온이 마련해 준 방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한층 더 시현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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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고 왔으면 무척 좋아했을 텐데.’

좀 괴롭더라도 사실대로 말하고 같이 올걸 그랬나. 뒤늦게 후회스러웠다.

넓디넓은 객실에 덩그러니 혼자 있자니 점점 더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졌다. 하지만 지금쯤 시현은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할 테니 차마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참다못해 태하는 호텔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시현에게 줄 선물을 사면서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랬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한 시간도 못 되어 쇼핑을 끝내고 텅 빈 호텔방으로 돌아오자 또다시 충동이 밀려왔다. 지금이라도 와 달라고 전화하고 싶다.

그 뒤에 괴로워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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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일찌감치 잠이나 자자.’

결국 태하는 한숨을 지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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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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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 끝에야 시현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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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

욕실 문을 쾅 닫아버린 시현은 도망치듯 응접실로 나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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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왜 태하가 여기 있는 거지?’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뛰었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잠시 후 샤워 가운을 걸친 태하가 안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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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고 왔어?”

시현은 차마 태하의 얼굴도 마주 보지 못한 채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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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난, 그냥, 레온 아저씨가 하룻밤 자면서 서비스가 어떤지 체크해달라고 부탁해서…….”

태하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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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치신 모양이네,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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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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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은 부탁을 받았거든.”

그제야 시현은 사건의 전말을 이해했다. 처음부터 계획적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가슴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왜 태하는 굳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혼자 오려고 했을까. 사실대로 말하면 얼마든지 같이 와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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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랑 있기가 부담스러워서……?’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여기 있으면 태하가 불편하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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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그럼 난 이만 갈게. 푹 쉬어.”

얼른 가방을 집어 들고 일어서려는데, 태하가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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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 이왕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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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괜찮아. 굳이 둘 다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태하가 불쑥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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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불편해?”

조금 화난 듯한 눈빛에 시현은 당황했다. 뭐야, 불편해하는 건 네 쪽이잖아.

결국 영문도 모른 채 시현은 엉거주춤 도로 소파에 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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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룸서비스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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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별로 생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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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와인이나 마실까.”

태하가 시현의 옆에 조금 떨어져 앉았다.

테이블에는 와인과 함께 과일과 간단한 안주 따위가 세팅되어 있었다. 손을 뻗어 와인 병을 집어 드는 태하를 보고, 시현은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시선을 돌렸다.

느슨해진 샤워 가운 사이로 맨가슴이 들여다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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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와인을 따라 주는 태하를, 시현은 슬쩍 훔쳐보았다. 어쩌자고 저렇게 어깨도 가슴도 넓은 건지. 옷자락 사이로 슬쩍 들여다보이는 가슴은 왜 저렇게 탐스럽게 생긴 건지.

그러나 상대는 하다못해 키스도 안 하려 드는 남자였다. 즉, 그림의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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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줘.’

금방이라도 저 넓은 가슴에 뛰어들고 싶은 자신을 억누르느라, 시현은 잔에 반쯤 찬 와인을 들어 단숨에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도를 닦는 심정으로 빈 잔을 내려놓는 시현을, 태하가 조금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러 닦으며 시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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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오늘 취해서 뻗기라도 하지 않으면 늑대로 돌변할지도 몰라서 그런단다.’

잠시 시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태하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어디선가 쇼핑백을 가지고 돌아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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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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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시간이 남길래, 잠깐 옆에 있는 백화점에 갔었어.”

상자를 풀어 보고 시현은 깜짝 놀랐다. 클로버 모양 목걸이였다.

문제는 상자가 한 개가 아니라는 거였다. 족히 열 개는 되어 보였다. 하나씩 풀어 볼 때마다 빨간색, 검정색, 진주색 등 각각 다른 색깔의 목걸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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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뭐야?”

생일도 아니고, 무슨 기념일도 아닌데. 얼떨떨해 있는 시현에게, 태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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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영화관 갔을 때, 이 목걸이 걸고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당신이 유심히 쳐다보는 것 같길래.”

시현은 놀랐다. 그걸 태하가 눈치채고 있었던 줄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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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매장에 있는 대로 하나씩 다 샀어.”

마지막 상자를 풀어 전체 골드로 된 목걸이를 꺼내며 태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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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없는 것들도 몇 가지 있다는데, 혹시 갖고 싶었던 게 이 안에 없으면 얘기해. 직접 주문할 테니까.”

샹들리에 불빛에 반짝이는 목걸이들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시현은 불쑥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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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어서 본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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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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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걸이, 우진 오빠가 화이트데이 때 보라한테 선물했던 거거든.”

시현은 사정을 이야기했다. 미주에게 미리 귀띔을 듣고, 프러포즈 받는 줄 알고 들떠서 나갔던 것. 그런데 정작 선물이라고 던져 준 게 핸드크림이었던 것.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목걸이는 보라에게 갔더라는 것까지.

듣는 내내 태하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때때로 얼굴에 격정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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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그 일이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쳐다봤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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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태하가 손짓했다. 다가앉자 태하가 목걸이를 꺼내서 시현의 목에 걸어 주고는 가까이서 눈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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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디서든 이 목걸이를 보면 그렇게 생각해. ‘어, 태하가 사준 목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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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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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생각은 할 필요 없어. 내 생각만 해.”

딱 잘라 말하고 나서야 태하는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목걸이를 한 시현을 새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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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그 짧은 말 한마디에 세상의 온갖 찬사가 다 들어 있어서, 시현은 용기가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토록 나를 사랑하는 남자가, 나를 여자로 보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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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같이 자자.”

마침 와인 잔을 들어 올리고 있던 태하의 손이 허공에 딱 멈췄다. 놀란 듯이 바라보는 태하를 향해, 시현은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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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하고 자고 싶어.”

잠시 시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태하는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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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필요 없어. 이젠 꿈이 아니라는 거 확실히 알았으니까.”

태하가 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걸 시현은 알았다. 저번처럼 그냥 옆에서 잠만 자자는 뜻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시현은 그에게 바싹 다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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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난…….”

가만히 어깨에 손을 가져가자 태하가 불에라도 덴 듯 흠칫하며 몸을 뒤로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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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그 안에서 단호함이 느껴졌다.

시현은 얼굴에 뜨거운 숯불이라도 끼얹힌 것 같았다. 아, 정말로 싫어하는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주책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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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다신 안 그럴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특급호텔의 스위트룸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달아오른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시현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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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그럼 난 저쪽 방에 가서 잘게. 너도 푹 쉬어.”

도망치듯 잰걸음으로 응접실을 가로질러 가는데, 등 뒤에 태하의 목소리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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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별생각 없이 그러는 거겠지만, 나는 잠을 자기도 힘들어.”

시현은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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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날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어.”

목소리에 괴로움이 역력했다. 반면에 시현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건,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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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까이에만 있어도 숨을 쉴 수가 없어. 나 혼자서 머릿속에서 별별 짓을 다 하고 있어. 내가 만지는 거, 당신이 싫어하는 거 아니까 참자고 생각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 돼.”

시현은 돌아섰다.

방금 제 마음을 토로한 남자가 반쯤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또 반쯤은 괜히 말했다는 듯 후회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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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시현이 묻자 당혹스러운 눈빛이 돌아왔다. 그는 머뭇거리다 결국은 속상한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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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등에 키스하는 것도 싫어하잖아, 당신은.”

무슨 소린가, 하고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태하가 손등에 키스했을 때……!

그제야 시현은 깨달았다. 여태껏 태하가 자신과의 스킨십을 피했던 이유를.

시현은 돌아가서 태하의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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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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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태하의 손을 꼭 붙잡고, 시현은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점심시간에 우연히, 다른 사람들이 제 거친 손에 대해서 입방아를 찧는 걸 들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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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은 내 손이 너무 부끄러워서, 너한테 보이기 싫었어. 그냥 그뿐이야.”

시현의 손을 한참 들여다보다, 태하가 불쑥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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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당신의 손을 볼 때마다 그저 마음이 아팠어. 내가 빨리 커서, 물 따위는 절대 만지지도 못하게 해주고 싶었어.”

시현의 손등을 엄지로 살며시 쓰다듬다, 태하는 가만히 손을 들어 올려 입술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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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커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상상하고 있었어.”

손등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으며, 동시에 애타게 갈구하는 눈빛이 시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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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이 내 몸을 만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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