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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서로를 원하는 밤 (63/181)


#63. 서로를 원하는 밤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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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커서부터는 나도 모르게 상상하고 있었어.”

손등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으며, 동시에 애타게 갈구하는 눈빛이 시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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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이 내 몸을 만지는 걸.”

시현은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태하는 놓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꽉 잡고 입맞춤을 퍼부었다.

까칠해진 손등에, 조금 굵어진 손마디에, 눈에 띄지 않도록 짧게 다듬은 손톱에. 그는 경배하듯 세심하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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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한테 보이기 싫었다고?”

이윽고 손목 안쪽에 입술이 닿는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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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을 질끈 감는 시현의 귀에, 태하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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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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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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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줘. 당신도 나를 원한다고.”

시현은 눈을 떴다.

지그시 바라보는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에 쓰여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죽도록 나를 원한다고.

그 눈을 마주 보는 순간 부끄러움 따위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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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원해.”

시현은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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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키스하고 싶고, 만지고 싶었어.”

말이 떨어지자마자 태하가 샤워 가운의 끈을 풀었다.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가운을 벗어 던지고, 그는 가슴을 활짝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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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차마 손대지 못하고 있자 태하가 유혹하듯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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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야.”

시현은 조심조심 손을 갖다 댔다. 단순히 손끝이 닿은 것뿐인데, 아름다운 눈썹이 참기 힘들다는 듯 찌푸려졌다.

단단하고 매끄럽고 따스한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유혹적인 감촉이었다. 탐스러운 흉근을, 선명하게 형태를 드러내는 복근을, 시현은 덧그리듯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오래 가지 못해 태하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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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더는…… 못 참겠어.”

고개를 끄덕이자 태하가 시현을 번쩍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시현을 침대에 내려놓은 태하가, 심호흡을 하고 그녀의 블라우스에 손을 댔다. 단추를 푸는 손이 긴장한 듯 가늘게 떨리고 있어서, 시현은 그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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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게.”

잠시 후, 태하는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시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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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이 눈앞에 있대도 저런 눈으로 바라볼까.

그가 진심으로 황홀해하고 있는 게 느껴져서 웬만하면 참고 싶었지만, 그리스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남자에게 언제까지 자신을 내보이고 있자니 역시나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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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야?”

투정을 부리자 그제야 태하가 꿈에서 깬 듯 흠칫 놀라며 그녀를 안고 제 몸 아래 눕혔다.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입을 맞추고 세심하게 어루만졌다. 살갗에 닿는 숨결이 점점 거칠어져서, 시현은 그가 지금 지독하게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참 전부터, 그녀 역시 애타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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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고, 응?”

수줍게 조르자 그는 고맙게도 금세 알아들어 주었다.

태하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몸도 마음도 완벽하게 하나가 된 순간.

곧 몰아쳐 올 폭풍을 기대하며, 시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태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대로 동작을 멈추고 시현의 어깨에 가만히 이마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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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어깨가 가늘게 물결치고 있어서, 시현은 그제야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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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보여줘.”

다정하게 말하자 태하가 시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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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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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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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흉할 거야,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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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보고 싶어, 응?”

몇 번이나 조른 끝에야 태하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눈가가 빨갛게 젖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시현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그에게는 얼마나 오랫동안 꿈꿔 왔던 순간인지.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졌다. 아직도 네 마음을 따라가려면 멀었구나, 나는.

젖은 눈가에, 살짝 빨개진 코끝에, 울음을 참느라 파르르 떨리는 입술에. 시현은 달래듯 가만히 입을 맞췄다.

살며시 등줄기를 쓰다듬자 그제야 태하의 입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당황해서 얼른 입을 다무는 남자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으며 시현은 유혹하듯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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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울고만 있을래?”

태하가 응답하듯 천천히 몸을 일렁이기 시작했다. 금세 달콤한 파도가 밀려왔다. 처음부터, 눈앞이 아찔해지도록 좋았다.

높은 파도에 대비하듯 시현은 시트를 꽉 쥐었다. 그러나 금세 태하가 알아차리고 시트에서 시현의 손을 떼어내 제 등에 팔을 두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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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이라, 혹시 잘 못 할지도 몰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음기는 싹 가시고, 대신에 욕망에 젖어 평소보다 훨씬 낮아져 있는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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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열심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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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자면 태하는 정말 열심히 했다. 본인이 미리 말한 대로 서투르기는 했지만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정열적이었다.

원하는 마음은 이쪽도 마찬가지였지만, 현실적으로는 따라 주기가 쉽지 않았다. 상대는 운동으로 다져진 이십 대 남자였으니까.

덕분에 아침에 먼저 눈을 뜬 시현은 죽을 지경이었다. 온몸이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 늘어졌다.

슬쩍 옆을 보자 태하가 잠들어 있었다. 시현에게 한쪽 팔을 베개 대신 내준 채로.

잠든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시현은 문득 배가 고픈 것을 느꼈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저녁도 거르고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뜨거웠던 어젯밤이 떠올라, 시현의 뺨이 달아올랐다.

지쳐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벌써 아침 열 시가 넘어 있었다. 마침 토요일이어서 출근을 안 해도 되는 게 다행이었다.

일단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현은 몸을 일으켰다.

태하를 깨우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오다, 허리께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바람에 시현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하고 허겁지겁 제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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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은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샤워 가운을 꺼내 걸치고 응접실로 나왔다. 어제 마시다 만 와인과 과일이 그대로 테이블 위에 남아 있었다.

배가 고픈 나머지 시현은 포도알을 정신없이 따먹었다. 그러나 채 몇 개 먹지도 못했을 때, 갑자기 입술이 막혀버렸다.

언제 일어나서 나온 것일까. 태하가 시현의 입술을 훔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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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

깜짝 놀라 파닥거렸지만 태하는 아랑곳 않고 시현의 턱을 단단히 붙든 채로 키스했다. 깊고 긴 입맞춤 끝에, 태하는 그녀의 입속에 있던 포도를 쏙 빼앗아 가버렸다.

시현이 얼굴이 빨개져서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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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많이 있잖아!”

테이블 위의 과일 접시를 가리키며 말하자 태하가 시치미를 뚝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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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훨씬 더 맛있는데.”

포도를 꿀꺽 삼키고, 야릇하게 제 입술을 핥으며 태하는 시현의 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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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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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깨를 힘껏 때렸다가 시현은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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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치 바위를 주먹으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현이 아파서 쩔쩔매자 오히려 맞은 태하가 어쩔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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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미안. 거기 말고, 여기 때려.”

그가 샤워 가운 자락을 젖혔다. 그나마 제 몸 중에서 약한 곳이라고 대 주는 게 복근이 탄탄히 잡힌 배였다. 아무리 세게 때려 봐야 끄떡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얄미워 죽겠네, 진짜.

시현이 흘겨보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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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서비스 왔네. 내가 가져올게.”

태하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옷깃을 정돈하고는 쟁반을 받아 들어 가져왔다.

부드러운 오믈렛과 신선한 과일, 갓 구운 빵과 주스 따위 간단한 아침식사가 예쁜 은쟁반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태하는 제가 먹을 생각은 않고, 시현만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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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어. 그래야 기운 내서 어제 다 못 한 거 이어서 하지.”

시현은 하마터면 오믈렛이 목에 걸릴 뻔했다. 아니, 그렇게 하고도 다 못 한 게 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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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열한 시 체크아웃인데, 밥 먹고 얼른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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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오늘 하루 더 묵겠다고 연락해놨으니까.”

시현은 놀라서 포크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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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말했단 말이야? 아저씨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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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아버지한테 말한 건 아니지만. 아마도 알게 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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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좋아!”

레온 아저씨가 대체 뭐라고 생각할까. 시현은 민망해서 곧 죽을 지경인데, 태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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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야 기뻐하실걸. 애초에 이러라고 꾸민 일인데.”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어디까지나 당당한 태하의 얼굴을 얄밉게 흘겨보다, 시현은 불쑥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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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찔찔 울어 놓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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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순간 태하의 잘생긴 눈썹이 꿈틀, 하고 움직였다. 그는 시현의 손목을 잡아 일으키더니, 그대로 달랑 안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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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놀라서 버둥거리는 시현을 안고 침실로 향하며, 태하는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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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번엔 누가 우는지 보자고.”

 

*

업무 중에 레온은 이따금씩 혼자 웃음을 지었다. 호텔 측에서 아침에 태하가 숙박을 연장했다는 연락을 받았던 것이다.

이제 갓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는, 긴 밤도 턱없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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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 녀석이 지금쯤 나한테 무척 고마워하겠지?’

빙글거리며 서류를 들여다보는데, 집무실 책상 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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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님. 장 비서입니다.

한국어로 들려온 말에, 레온 역시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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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잠시 후 스마트한 인상의 젊은 한국인 남성이 들어와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회사에서는 레온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일상 회화를 하기 위해 고용한 비서인 줄 알고 있지만, 사실 이 한국인 비서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업무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사람을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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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오늘은 한국어 수업이 없는데.”

비서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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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선 씨를 찾은 것 같습니다, 회장님.”

금세 뛰기 시작하는 가슴을, 레온은 애써 억눌렀다. 지금껏 몇 번이나 같은 일을 겪어왔던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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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닮은 사람 아닌가요?”

비서는 대답 대신에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두 손으로 건넸다.

사진을 들여다본 순간, 레온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앞치마를 두른 푸근한 인상의 아줌마가 카메라를 보고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 구석에, 한 여자가 스치듯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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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모습뿐이었지만, 틀림없는 그녀였다. 세월이 이토록 흘렀는데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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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살아 있었어.’

사진으로라도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것은 무려 9년 만에 처음이었다. 레온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어루만졌다.

……나의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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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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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와요, 지금 당장.”

말하자마자 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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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직접 가겠습니다.”

레온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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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갑니다. 당장 비행 준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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