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9. 우리 아기, 언제 이렇게 컸을까. (69/181)


#69. 우리 아기, 언제 이렇게 컸을까.
2022.05.27.


태하는 당분간 레온과 함께 호텔에서 지내기로 결정이 되었다.

수연의 가게에서 돌아온 시현은 태하가 짐을 싸는 것을 도왔다. 생각보다 짐이 많아서, 둘이서 정리해도 좀처럼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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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고 가서 자. 나머진 내가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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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래, 의리 없이.”

결국은 밤늦게까지 일을 계속하다가, 어지러운 방을 두고 잠깐 시현의 집으로 장소를 옮겨서 한숨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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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죽겠다!”

시현이 뻐근한 어깨를 부여잡고 신음하자 태하가 냉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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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물러줄게.”

커다란 손이 뭉친 어깨 근육을 꾹꾹 주물렀다. 시원한 나머지 절로 신음처럼 앓는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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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좋아!”

그러나 태하는 금세 손을 멈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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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다 말아?”

의아하게 묻는데 갑자기 태하가 뒤에서 꼭 껴안더니 목덜미에 키스해 왔다. 다분히 성적 의미가 내포된 입맞춤에, 시현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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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갑자기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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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누가 그렇게 야한 소리 내라고 했어?”

그러더니 시현을 달랑 들어서 침대에 눕히고 올라타 버렸다. 커다란 몸 아래서 시현은 덧없이 버둥거렸다. 내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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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너 짐 싸야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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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당신이 더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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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둘은 동시에 흠칫 놀라 현관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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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누구지?”

시현은 얼른 태하를 밀치고 달려가 보았다. 인터폰 화면에 비친 것은 다름 아닌 수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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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모. 웬일이세요? 무슨 일 있어요?”

혹시 몰라 주소를 알려준 적은 있지만 수연이 집에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수연은 왠지 시현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녀의 옆에 서 있는 태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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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연에게서 희미하게 술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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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갑자기 수연이 비틀거리며 앞으로 쓰러졌다. 태하가 놀라서 얼른 받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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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그러나 수연은 기절한 게 아니었다.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태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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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시현은 수연이 술에 취해서 태하를 자기 아들로 착각한 거라고 생각했다. 태하도 상황을 이해한 듯, 당황한 얼굴을 하면서도 수연을 밀어내지 않았다.

수연은 두 손을 뻗어 태하의 얼굴을 감쌌다. 가까이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뺨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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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수연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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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단 한순간도 널 잊어본 적이 없어. 언젠가 널 만나겠다는 희망 하나로 여태 살았어. 절대로, 절대로 널 버린 게 아니야.”

시현은 눈시울이 확 뜨거워졌다. 힐끗 쳐다보니 역시나 태하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태하는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고, 반대로 수연은 원래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타입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이 순간만은 영락없는 모자간으로 보였다.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에 누군가를 저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 외에 또 누가 있을까.

한참 동안 얼굴을 바라보며 어루만지다, 수연은 태하의 손에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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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그 작았던 손이 이렇게…….”

수연은 목이 메었다. 자기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태하의 손을 잡아서 조심스레 입을 맞추고, 눈물로 흠뻑 젖은 제 뺨에 손등을 비볐다. 마치 사랑스러운 아기를 대하는 것처럼.

그 손으로, 태하는 가만히 수연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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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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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하의 품에 기대 한참 울던 수연은 이윽고 지쳐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시현의 침대에 수연을 눕혀 놓고, 태하와 시현은 밖으로 나와서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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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수했어.”

시현이 한숨을 지었다. 수연이 갑자기 저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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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이모네 가게 들렀을 때, 네가 아버지하고 같이 살게 됐다고 말했거든. 그 얘기 듣고 이모도 아들이 너무 보고 싶었나 봐.”

어쩐지 그 이야기를 한 순간부터 수연은 어딘가 정신이 달아난 사람처럼 보였다. 시현은 무딘 자신을 탓했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할 말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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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어머니라고 부를 뻔했어.”

태하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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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이 부러워. 저런 엄마가 있어서…….”

내가 더 많이 사랑해줄게. 그렇게 말하는 대신, 시현은 태하의 넓은 어깨에 팔을 둘렀다. 커다란 남자가 순순히 그녀에게 기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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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 어머님. 태하 많이 보고 싶으시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시현은 속으로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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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걱정 마세요. 제가 태하 꼭 행복하게 해줄게요.’

 

*

다음 날, 퇴근해서 회사 밖으로 나오던 시현은 깜짝 놀랐다. 커다란 리무진이 회사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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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회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기사가 다가와서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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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누가 볼까 두려워서 시현은 얼른 차에 올라탔다. 일부러 평소보다 신경 써서 화장하고 차려입기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호텔 앞에 차가 멈추자 직원이 달려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호텔 앞에 서 있는 레온이 꼭 왕자님처럼 보였다.

차에서 내리는 시현을 향해, 레온이 웃으며 팔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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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까요, 아가씨?”

레온의 팔짱을 끼고, 시현은 호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직원들이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는 바람에, 로비에 있던 사람들의 눈길이 이쪽을 향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정말 왕자님과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

새삼 시현은 레온이 혼자인 것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아저씨는 이렇게 젊고 멋진데.

레온은 시현을 호텔 내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전에도 태하와 함께 와본 적이 있지만 그때보다 훨씬 전망이 좋은 자리였다. 전담 웨이터가 둘이나 대기하고 있어서 오너의 위엄이 절로 느껴졌다.

마주앉은 시현을, 레온이 새삼 찬탄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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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예쁘다, 우리 시현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아무리 한국말을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표현은 어디나 외국인답게 직설적이었다.

눈을 똑바로 보고 그런 말을 하니 얼굴이 달아올라서, 시현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아, 이래서 옛날에 태하가 내가 아저씨를 좋아하는 거라고 오해를 했구나.’

사실 태하는 좀처럼 저런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늘 홀린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평소에 안 듣던 말을 듣자니 수줍어서, 시현은 짐짓 토라진 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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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제가 보고 싶지도 않으셨어요? 몇 년 동안이나 전화 한 통 안 하시고.”

태하와 연락이 끊긴 동안, 레온에게서도 똑같이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쪽에서는 전화번호를 몰라 먼저 연락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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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보고 싶었지. 한국 올 때마다 얼마나 연락하고 싶었는지 몰라.”

레온이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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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태하가 시현이 보고 싶어서 힘들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차마 내가 그럴 수가 없었어.”

결국 다 자신 때문이었다. 떨어져 있는 동안 태하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 것 같아서, 새삼스레 시현은 그의 아버지를 볼 낯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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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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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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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태하보다 훨씬 더 나이도 많고 가진 것도 없는데, 그렇게 마음고생이나 시키고…….”

차마 마주 보지 못하고 냅킨을 만지작거리는 시현의 손을, 레온이 살며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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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태하 짝으로 시현이 말고는 상상해본 적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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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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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이가 태하를 키워줘서가 아니야. 태하가 시현이를 너무 사랑해서야.”

시현의 손을 잡고, 레온은 진심으로 고마운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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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가 나한테 마음을 열어준 것도 다 시현이 덕분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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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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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이는 그동안 태하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못 봐서 모를 거야.”

시현이 얼떨떨해하자 레온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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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 같다고 해야 하나? 그저 일에만 죽도록 매달릴 뿐이지, 감정 따위는 아예 없는 것 같았어. 그러니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지. 힘들게 한국까지 태하를 보러 와도 그저 어색하게 식사 한번 하고 헤어지는 게 전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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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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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현이를 다시 만난 후부터 태하가 뭔가 달라졌어. 침울해 있을 때도, 화가 나 있을 때도 있었지만 분명히 감정이라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그러다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불러 주기도 하고, 불쑥 나하고 같이 술을 먹자고 하기도 하고……. 그게 다 누구 덕분이겠어?”

태하를 바라볼 때와 똑같이 애정에 찬 눈빛으로, 레온은 시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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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부디 시현이가 언제까지나 태하 곁에 있어 줘.”

그것 하나만은 자신 있었다. 레온의 손을 조심스레 마주 잡고, 시현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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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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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이만 손 놓고 식사할까?”

레온이 빙긋 웃고 곁눈질로 웨이터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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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웨이터가 접시를 들고 안절부절못하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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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시현은 화들짝 놀라 얼른 레온의 손을 놓았다.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레온은 자기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시현이 먹는 것을 더 신경 써 주었다. 얼핏 성격이 전혀 달라 보이지만 이런 면은 부자가 꼭 닮았구나, 하고 시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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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실 말씀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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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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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무슨 하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둘이 보자고 하신 거잖아요.”

사실은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데이트는 핑계고, 뭔가 태하가 없는 곳에서 할 말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역시나 정답인 모양이었다. 레온은 머뭇거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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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그날, 혹시 내가 많이 취해서 엉뚱한 말이라도 하지 않았니?”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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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무척 애타게 찾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레온이 긴장한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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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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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데 정확히 무슨 얘긴지는 못 알아들었어요. 그냥 어디 있느냐고, 기다리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만 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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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구를 찾는 건지는 태하도 모른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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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확답을 받고 나서야 레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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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태하가 알면 안 되는 사람인 거예요?”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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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기대했다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찾으면 당연히 제일 먼저 만나게 해주겠지만, 아무래도 점점 가망이 없어 보여서. 이번엔 꼭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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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데요?”

레온은 한참을 망설이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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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에게는 당분간 말하지 말아줘. 사실은…….”

레온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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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진짜 강시현이었네?”

누군가의 목소리가 불쑥 끼어드는 바람에 시현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보라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테이블 곁에 서서 시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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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시현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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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실례할게요. 강시현 씨 친구예요.]

레온을 향해 방긋 미소를 지으며 영어로 양해를 구하고, 보라는 시현을 향해 웃는 표정 그대로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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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하는 알고 있어? 당신이 양다리 걸치고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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