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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떡 돌리는 회장님 (72/181)


#72. 떡 돌리는 회장님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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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에 레온은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상대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시간으로 따지면 겨우 0.1초나 되었을까. 아주 잠깐 본 얼굴이 얼핏 희선을 닮아 보여서, 레온은 생각했다.

내가 너무 그녀 생각만 하고 있었나. 이제는 헛것이 다 보이는구나.

종종걸음으로 호텔을 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 태하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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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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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야.”

레온은 아들을 향해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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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침 먹으러 가자.”

 

*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집에서 나온 시현은, 회사에서 한 정거장 못 미친 곳에 있는 공원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공원 뒤편의 인적이 드문 작은 길에 태하의 차가 서 있었다.

누가 볼세라 얼른 차에 올라타며, 시현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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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렸어?”

대답 대신에 태하가 몸을 확 기울여 왔다.

닿아 오는 입술이 처음부터 뜨거워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지.

시현도 태하의 목에 팔을 감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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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동안 시현의 입술을 탐하고 난 후에야 겨우 목마름이 좀 가신다는 듯, 그는 그녀를 껴안고 귓가에 한숨 섞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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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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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겨우 하룻밤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어찌나 허전한지, 간밤엔 잠까지 설친 시현이었다.

두 사람은 차에 나란히 앉아서 출근 전의 짧은 데이트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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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나 어제 레온 아저씨랑 식사하다가 누구 마주쳤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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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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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가 거기 왔더라고!”

시현은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설명했다. 보라가 레온과 자신을 데이트하는 사이로 착각했다는 얘기에 배꼽을 잡고 웃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태하는 정반대로 화난 얼굴로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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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딱 그 꼴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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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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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버지 앞에서 모욕을 당했는데 내가 웃음이 나오겠어?”

태하는 시현에게도 못마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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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화나지도 않아?”

그제야 시현은 생각해보았다. 나도 화를 내야 맞는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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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난 딱히 화가 안 나. 이보라 같은 애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걔가 결혼한다는 남자가 우진 오빠라고 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 가서 부케도 받아 줄 수 있겠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태하는 조금 풀어진 얼굴로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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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식도 안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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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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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냐.”

고개를 젓는 태하를 의아하게 바라보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시현은 바싹 다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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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일, 다음 달 맞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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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무슨 소리야. 어릴 때부터 매년 내 생일 챙겨준 게 당신이면서.”

태하는 웃으며 시현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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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내가 네 생일을 잘못 기억할 리가 없지?”

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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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수연 이모한테 네 생일 얘기한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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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데.”

그럼 왜 이모는 마치 태하의 생일을 아는 것처럼 말했을까. 그것도 한참 틀린 날짜로.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뭔가가 뭔지는 알 수가 없어서, 시현은 그쯤에서 일단 생각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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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어, 어젯밤엔? 아버지하고 좋은 시간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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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라운지 바에서 술 마셨어.”

태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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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많이 외로우신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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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씬 만나는 분이 안 계신가? 하긴, 없으니까 한국 와서 살기로 하신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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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버지 마음속엔 나를 낳아준 어머니뿐이래.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하시던데.”

오래오래 한 여자만 바라보는 것도 부자가 닮았구나. 시현도 덩달아 한숨이 나왔다.

*

어느덧 원앱 개발도 끝 무렵에 접어들었다. 사용성 테스트와 사용자 반응 테스트 등 각종 테스트도 모두 마무리되었고, 곧 배포 날짜도 정해질 예정이었다.

그동안 원앱팀이 해온 고생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반기 승진 대상에 원앱팀 멤버들이 최선으로 포함될 거라는 소문이 얼마 전부터 돌았다.

그리고 6월의 마지막 날 아침에 발표된 승진 공고에는, 역시 원앱팀 팀원들이 세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시현도 그중 하나였다.

[강시현 대리 - 과장]

제 이름이 쓰인 공고 앞에 서서 시현은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올해 말쯤에는 승진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반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기뻐서 당장 태하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시현은 꾹 눌러 참았다. 남의 눈이 있으니까.

회사에서는 아직도 시현과 태하가 사귀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보나 마나 뒤에서 이런저런 입방아들을 찧고 있겠지만, 어찌 됐든 ‘청첩장 돌리고 파혼한 여자’보다야 훨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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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야 벌써 보고 받아서 알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시현은 수연과 레온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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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우리 시현이가 과장님이 됐단 말이야?

수연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고, 레온은 축하한다고 말하고는 이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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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이런 일 있을 때 떡 같은 거 돌리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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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저씨 그런 것도 아세요?”

시현은 감탄하며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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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하는 건 아니고, 가끔 하는 사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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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구나.

전화를 끊은 시현이 들떠서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미주가 시현의 팔을 잡아끌고 빈 회의실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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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봤어, 미주 씨? 나 과장 달았어!”

미주는 아직 대리 2년 차라 승진 대상이 아니어서 편하게 자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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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장이 문제가 아니야. 이게 뭔지나 알아?”

미주가 시현의 눈앞에 웬 봉투를 불쑥 내밀어 보였다. 청첩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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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결혼한대!”

미주가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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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보란 듯이 우리 사무실 와서 청첩장 돌리더라고.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자긴 곧 퇴사하고 결혼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시간 되시는 분들은 꼭 와주시면 좋겠다지 뭐야. 남의 결혼 깨놓은 지 얼마나 됐다고, 양심도 없는 년!”

시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하지만 옆집 개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보다도 훨씬 감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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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다니 잘됐네. 나중에 개발팀 복귀하면 얼굴 보고 일할 거 생각하니까 짜증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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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시현 씨 왜 안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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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미리 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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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누군지도?”

시현은 고개를 저었다. 순간적으로 혹시 정말 우진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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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그룹 오너 일가래!”

미주는 분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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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사람들이 검색하길래 나도 찾아봤는데, 귀티가 나는 게 얼굴도 잘생겼더라. 그 남자는 걔가 어떤 앤지 알고나 결혼하는지 몰라. 확 익명으로 투서라도 보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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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고마운데, 그냥 잘 살라고 놔둬. 나 이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하여튼 속도 좋아, 하면서 미주가 시현을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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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 씨는 뭐 하고 있어? 빨리 청첩장은 못 돌릴망정, 여태 연애도 몰래 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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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한번 타이밍을 놓치니까 말하기가 애매하네.”

어차피 원앱팀은 원앱 론칭 후 서비스가 안정되는 대로 해체될 예정이고, 태하 역시 1년 계약이니 별일 없으면 내년 봄에는 회사를 떠나게 된다.

그러니 그냥 그때까지 입 다물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 몰래 연애하는 건 그것대로 또 스릴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 때문에 뒤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고 있는지, 시현은 까맣게 몰랐다.

*

그 시각, 휴게실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시현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었다.

시발점은 보라의 결혼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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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이보라 씨.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좋고, 거기다 시집도 끝내주게 잘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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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그 호텔 결혼식장, 밥값만 두당 한 이십만 원 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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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강시현 씨 약혼자 뺏은 게 이보라 씨라는 소문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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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헛소문이겠지. 강시현 씨 약혼자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던데, 이보라 씨 같은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그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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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청첩장 돌릴 정도면 훨씬 전부터 사귀었을 텐데, 시현 씨 파혼한 건 최근이잖아?”

청첩장은 보라가 노린 대로의 효과를 발휘했다. 다들 헛소문쯤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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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지 간에 결혼 깨진 강시현 씨만 안타깝게 됐네.”

개중 한 사람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이 즉시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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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시현 씨한테는 윤태하 본부장님이 있는데 뭐가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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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이 강시현 씨한테 목매달고 있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그러나 말을 꺼낸 사람은 어디까지나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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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 봐. 강시현 씨가 왜 본부장님 싫다고 하겠어? 어차피 그 댁에서 펄쩍 뛰고 반대할 게 뻔하니까 그러는 거 아냐!”

나머지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그런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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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현 씨가 본부장님처럼 나이나 어리면 모를까, 벌써 서른셋이나 됐잖아. 어영부영 연애하다 1, 2년만 지나가도 서른다섯이라고. 그러니 어차피 결혼도 못 할 상대한테 괜히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까 애초에 거절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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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강시현 씨는 본부장님이 어디가 모자라서 싫다고 저러나 싶었는데, 그런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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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연애랑 결혼은 또 다른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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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깨지고, 본부장님 댁에서는 반대할 게 뻔하고. 시현 씨 속이 말이 아니겠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불쌍한 시현 씨!

*

원앱팀 사무실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온 것은 그날 오후였다.

점심식사 후에 반쯤 졸음에 빠져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예고도 없이 사무실로 들어서는 낯선 인물을 보고 잠이 확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이 빼어난 미모의 젊은 외국인이었다.

그의 뒤에는 비서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여럿 따르고 있어서 한눈에 봐도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팀장이 달려가서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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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어떻게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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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축하 떡 돌리러 왔습니다.”

외국인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더욱더 놀랐다.

문제는 원앱팀에 오늘 승진한 사람이 여럿이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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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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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닌데?’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외국인은 팀원 하나하나에게 직접 기다란 상자를 하나씩 돌리기 시작했다.

그랜드호텔 로고가 금박으로 찍힌 고급스러운 상자 안에, 떡 대신에 색색의 마카롱이 예쁘게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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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저희 강시현 과장 잘 부탁드립니다.”

순간 모든 사람의 눈길이 시현에게 쏠렸다. 왠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시현의 표정에, 궁금증이 대폭발했다.

대체 저 외국인 미남은 강시현 과장과 무슨 사이인가?

강시현 과장이 여태 본부장님을 마다한 게 혹시 저 사람 때문이었단 말인가?

짧은 사이에 오만 가지 궁예가 오갔다.

금세 마카롱을 다 돌리고 나서, 외국인은 팀장에게 따로 명함을 건넸다. 그랜드호텔 회장이라는 글자를 본 팀장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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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호텔에 회식 한번 오시지요. 특별히 귀한 손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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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가 제 눈을 의심했다.

윤태하 본부장이 반가운 얼굴로 외국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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