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3. 강시현 씨와 정식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73/181)


#73. 강시현 씨와 정식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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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태하는 반갑게 레온을 불렀다. 아들을 본 레온의 표정이 금세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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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야!”

아버지와 가볍게 악수를 하고 나서, 태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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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오셨어요? 미리 연락도 안 주시고.”

레온은 마카롱 상자를 들어 보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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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현이가 승진했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떡 대신 마카롱 돌리러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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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순간 태하가 곤란한 얼굴을 했다. 레온은 그제야 의아한 표정으로 태하와 시현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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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뭐 실수했니?”

왜냐하면 회사에서는 저하고 태하가 사귀는 줄 모르거든요!

역시나 모든 팀원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저히 못 앉아 있겠다. 시현은 일단 일어나서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채 사무실을 나가기도 전에 태하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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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

시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을 빼려 애썼다. 그러나 태하는 딱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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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거, 그냥 얘기하자.”

시현의 손을 꼭 붙잡고, 태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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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강시현 씨와 얼마 전부터 정식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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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마카롱은 비단 원앱팀에만 돌린 게 아니었다. 레온의 비서들이 상자를 들고 사무실마다 돌면서, 같은 층 전체에 다 돌렸다.

강시현 대리, 아니 과장에 대한 이야기는 마카롱보다도 더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침에 전해졌던 이보라의 결혼 소식 따위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깨끗이 잊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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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본부장님 댁에서 강시현 씨 반대한다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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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하도 그럴듯하게 말해서 깜빡 속을 뻔했네.”

헛소문의 유포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애꿎은 마카롱만 꾸역꾸역 밀어 넣는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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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본부장님 아버지 얼굴 실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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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보고 숨도 못 쉬었잖아. 왠지 낯이 익어서 영화에서 봤나, 생각했는데 본부장님 아버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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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걸 보면 친아버지가 맞긴 한 거 같은데, 그럼 대체 몇 살에 낳은 거야? 많이 봐 줘도 삼십 대 후반 정도로밖에 안 보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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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겨서 심지어 그랜드호텔 회장이라잖아!”

회사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사실 누구보다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보라였다.

강시현과 식당에 함께 있던 그 남자. 아무래도 윤태하와 너무 닮아 보여서 혹시 그의 형인가, 하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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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버지였다고?’

윤태하가 미국 대부호의 아들이라는 건 고등학교 때부터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로 알고 있던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윤태하만 해도 아까워서 미칠 지경인데, 젊고 매력적인 그의 아버지마저도 저토록 시현을 아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질투로 속이 다 뒤집어졌다.

바로 아침까지 청첩장을 돌리며 우쭐해 있던 보라는 한순간에 패배자의 심정이 되었다.

이만하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던 제 약혼자가, 이제는 휴짓조각 정도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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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리가 내 자리여야 했는데!’

역시 어떻게든 윤태하를 잡았어야 했다. 술이라도 진탕 먹여 볼 걸 그랬나. 그럼 아이라도 생겼을지 모르는데. 이제 와서 별생각이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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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강시현 따위랑 잘 되게 놔두지 말았어야 했어.’

아무도 관심이 없어진 청첩장을 책상 아래서 구겨 버리며, 보라는 입술을 짓씹었다.

*

퇴근 무렵, 태하가 와서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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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현 씨, 아직 일 많이 남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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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마무리하고 일어날까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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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같이 퇴근하죠.”

다행히 남들 앞에서 손까지 잡지는 않았지만, 태하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시현의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그 바람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길이 다 이쪽으로 쏠렸다.

사무실이 있는 3층에서 지하주차장까지 가는 그 짧은 사이에, 시현은 수명이 1년 정도는 족히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시현에게, 태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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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무척 미안해하셨어. 우리 사귀는 거, 회사에선 비밀인 줄 모르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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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아저씨야 나 기 세워 주려고 그러셨던 건데.”

레온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태하와 사귄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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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뻤어. 내가 살면서 언제 그런 대접을 받아봤겠어?”

미처 몰랐는데 그랜드호텔 베이커리의 마카롱이 SNS 같은 곳에서 꽤 유명한 아이템인 모양이다. 덕분에 비싼 것도 다 먹어 본다고, 벌써 여러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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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아저씨가 우리 시현이 잘 부탁한다고 하나하나 인사하시는데, 우리 아빠가 살아 계셨으면 저랬을까, 싶어서 괜히 눈물이 나더라고.”

말하다 시현은 문득 태하의 눈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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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아버진데 멋대로 그렇게 생각해서 미안.”

그는 시현의 손을 잡고 제 가슴께에 가져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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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는 뭐든지 당신 거야. 그러니까 내 아버지도 당연히 당신 아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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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앞으로 아저씨한테 더 잘해드려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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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아버지 많이 외로워하시거든.”

태하는 역시나 레온이 걱정인 모양이었다. 안타깝게 생각하다, 문득 시현은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쩍 하고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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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우리가 소개팅해드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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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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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이모하고 말이야.”

갑작스러운 말에 태하가 조금 당황한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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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두 분이 동갑이시잖아. 아들하고 오래 헤어져 있었던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비슷한 점이 있으니 서로 얘기가 잘 통하지 않겠어?”

말할수록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왜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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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이모는 저렇게 예쁘잖아. 아저씨도 멋지고. 생각해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잠시 생각에 잠겼던 태하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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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렇지 않아도 태하를 아들처럼 아끼는 수연이었다. 잘하면 진짜로 아들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 무엇보다, 외로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써부터 멀리 내다보기 시작하는 시현과 달리, 태하는 훨씬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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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버지는 다른 사람 만날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 아마 안 만나려고 하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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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대놓고 소개팅이라고 하면 안 되지. 그러면 이모도 절대 안 나올걸?”

수연의 성격에 분명히 ‘어머, 얘는!’ 하고 펄쩍 뛰며 거절할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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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기회를 봐서 자연스럽게, 넷이서 같이 식사하는 걸로 하자.”

두 사람이 나란히 있는 그림을 떠올리며, 시현은 벌써부터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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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손님이 수연을 부르더니 카레 위에 얹힌 돈가스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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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치즈 돈가스 카레 시켰는데요. 이건 일반 돈가스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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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네요. 얼른 다시 해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릇을 들고 돌아서며 수연은 한숨을 지었다.

벌써 며칠째 이 모양이었다. 주문을 잘못 받는 것은 물론, 음식을 태워 먹기도 여러 번이었다. 머릿속에 딴생각만 가득 들어 있으니 자꾸만 실수를 하게 되는 거였다.

태하의 진짜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서 호텔에 가져갔다가 우연히 레온을 마주친 이후로 계속 이랬다.

사실 태하가 제 아들이라는 걸 알고 나서도, 수연은 레온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딱 한 번만 그를 보고 싶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지만, 그건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소망일 뿐이었다. 그렇게라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필요했으니까.

실제로 만나 봐야 어차피 받을 건 상처뿐이라는 걸 수연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때처럼 젊지 않았고, 만난다 해도 그가 자신의 얼굴이나 알아볼지 의문이었다. 그야 25년 전에 잠시 사랑했던 사이, 보통은 얼굴조차 가물가물한 게 정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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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만나 봐야 내 마음만 다칠 뿐이야.’

그러니까 만나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레온은 그런 수연의 결심을, 단 1초 만에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기억 속에 있는 것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는 순간, 눈이 아닌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깜짝 놀라서 얼른 돌아 나오긴 했지만,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 온통 그의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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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를 알아봤을까?’

만약에 내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면, 그는 뭐라고 말했을까.

그래도 내가 태하 생모인데, 반가워하지 않을까.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었으니까.

자꾸만 한번 그를 만나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돈을 달라는 것도, 태하의 어머니로 인정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 보고, 몇 마디라도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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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지금쯤 자기 가정이 있을 텐데, 만나서 뭘 어쩌겠다고?’

수연은 그런 자신을 다잡으려 애를 썼다.

레온은 태하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걸 까맣게 몰랐다니까, 그사이에 분명히 결혼했을 게 틀림없었다. 아내도, 물론 그 사이에서 생긴 자녀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자신이 나타나 봐야 괜히 멀쩡한 가정에 평지풍파 일으키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다 수연은 문득 씁쓸해졌다. 아니, 사실은 평지풍파는커녕 실바람조차 못 되겠지. 그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나 있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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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내 가족사진이에요.’

레온이 웃으며 자기 아내와 자식들 이야기를 하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도저히 아무렇지 않게 마주 웃어줄 자신이 없었다.

수많은 생각 끝에 역시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가고 있을 때, 마침 시현이 가게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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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저 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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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저 왔어요!”

수연이 시현의 뒤를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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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는? 오늘도 같이 안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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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태워다 주고 방금 갔어요. 아버지랑 같이 저녁 먹어야 한다고요.”

수연이 서운한 얼굴을 해서, 시현은 조금 후회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잠깐 인사라도 하고 가라고 할걸.

그러나 수연은 금세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시현을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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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앉아. 오늘은 시현이 좋아하는 꽃게찜 해놨어.”

왠지 요즘 수연은 전보다도 한층 더 시현을 살뜰하게 챙겼다. 오늘도 시현의 맞은편에 앉아서, 꽃게 살까지 직접 발라 주었다.

꽃게에 시선을 집중한 채로, 수연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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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태하는 아버지하고 많이 닮았더라.”

시현은 깜짝 놀라서 젓가락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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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모 레온 아저씨 보셨어요? 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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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 반찬이라도 좀 해다 줄까 해서 호텔에 찾아갔다가,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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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구나. 그럼 아저씨하고도 인사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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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멀리서 얼핏 얼굴만 봤어.”

벌써 봤다니 잘하면 얘기가 빠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라면 그 얼굴을 보고도 관심이 안 생길 리는 없으니까. 시현은 은근슬쩍 수연을 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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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엄청 잘생기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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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응.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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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인기 많을 것 같지 않아요?”

수연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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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겠지만…… 아내분이 계실 거 아냐?”

아, 이모는 모르겠구나. 시현은 속삭이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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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싱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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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수연이 움찔하며 꽃게 다리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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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안 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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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분하고 옛날에 한 번 결혼하셨는데, 채 몇 년도 못 살고 이혼하신 후로 여태 혼자래요. 그래서 자식도 태하 하나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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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수연은 뭔가 생각에 깊이 잠긴 얼굴을 했다. 시현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분명히 관심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원래는 소개팅이라고 말 안 하고 슬쩍 만나게 하려고 했는데, 시현은 계획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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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혹시 레온 아저씨 안 만나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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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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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도 혼자고, 이모도 혼자잖아요. 어쩌다 보니 사연도 비슷하고요. 그러니까 한번 만나보시면 어떨까 해서요. 꼭 사귀고 그러지 않더라도, 얘기가 잘 통하면 친구로 지내면 좋지 않겠어요?”

수연은 한참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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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미리 말하지 말고 그냥 만나게 해야 했나, 하고 시현이 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무렵, 수연이 불쑥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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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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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시현은 반색을 했다. 반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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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저랑 태하가 옆에서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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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수연이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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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만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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