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 당신 거예요. (104/181)


#104. 당신 거예요.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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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만둬요?”

레온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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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벗기는 김에 다 벗겨주지.”

너무나도 멀쩡한 얼굴이었다. 방금 전까지 몸도 제대로 못 가누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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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술 언제 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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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적도 없는데.”

그제야 희선은 깨달았다. 그가 파 놓은 함정에 걸렸다는걸.

그녀는 얼른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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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럼 늦었으니까 이만 가볼게요.”

그러나 금세 쫓아온 레온에게 등 뒤에서 끌어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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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말아요.”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껴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남자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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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나랑 같이 있어요.”

살갗에 닿아 오는 숨결이 델 것처럼 뜨거웠다. 그냥 같이 있어 달라는 말이 아닌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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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까지 너무 많이 기다렸어요.”

더는 기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듯한 말투에 희선은 어쩔 줄을 몰랐다. 태하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데, 당장 문밖에도 비서들이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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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일단 이것 좀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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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당신은 몰라.”

어떻게든 품에서 빠져나오려는 희선을, 그는 더욱더 꽉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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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부터,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요?”

희선의 새빨개진 귓불에 살며시 입을 맞추며 그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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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싫어요? 진짜?”

싫지 않다. 하지만 여기는 레온이 태하와 같이 쓰는 객실이었다. 물론 침실은 따로 쓰지만, 시현을 데려다주러 간 아들이 언제 돌아올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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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태하 돌아오면 어쩌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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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그렇게 눈치 없지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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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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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당신이 정 불안하다면, 다른 방으로 가죠.”

웃음 섞인 목소리가, 금세 다시 열기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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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비워놓으라고 했거든.”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희선을 번쩍 안아 들고 객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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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희선은 어쩔 줄 모르고 버둥거렸다. 문밖에 비서들이 있을 텐데!

그러나 정작 복도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분명 방금까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의 비서들은 어느덧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보니 죄다 한패였다. 함정의 깊이가 끝을 알 수 없었다.

레온은 희선을 안아 들고 복도를 걸어 옆방으로 향했다. 그곳도 레온이 원래 쓰던 객실과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응접실의 테이블 위에 샴페인과 과일 따위가 준비되어 있는 것 정도였다. 마치 누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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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할래요?”

물음에 채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고, 레온이 천연덕스럽게 이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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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싫을 줄 알았어요. 나도 그럴 여유 없거든.”

제멋대로 결론을 내버린 남자는 그대로 희선을 안은 채 침실로 직행했다.

커다란 침대에 조심스럽게 희선을 내려놓은 레온이, 허리를 낮추고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걸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고민하는 듯한 눈빛에 은밀한 즐거움이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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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긴장된 나머지 희선은 저도 모르게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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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사귀자고 했잖아요. 영화도 보고, 놀이공원도 가자고 했잖아요.”

그가 가만히 손을 뻗어 희선의 블라우스 맨 윗 단추 하나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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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봐요. ……잠도 자고.”

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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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에도 가요. ……잠도 자고.”

그리고 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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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인들이 하는 거, 당신하고 다 할 거예요.”

레온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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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것부터.”

부드럽게 입술이 와 닿았다. 꾹 다물려 있는 입술을 어르고 달래듯 핥으며 그가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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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줄래요?”

열어달라는 것이 입술인지, 마음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양쪽 다인지도 몰랐다.

밀려오는 달콤함에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희선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입술을 맞대고 있자 꼭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말이 안 통해서 입술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느라 필사적이었던 그때로.

레온이 입을 맞추며 침대 위로 올라왔다. 키스에 취해 있는 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한 팔로 단단히 안았다.

뒤늦게 깨달은 여자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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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불은 꺼 주면 안 돼요?”

하지만 레온은 듣지 않았다. 사실은 듣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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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희선은 시트를 끌어당겨 제 몸을 덮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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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 말아요.”

직전에 그의 손에 붙잡혀 실패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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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한테서 숨는 거 그만해요. ……제발.”

시트 자락을 단단히 틀어쥐고, 레온은 홀린 듯이 희선을 바라보았다.

세게 껴안으면 자칫 으스러질까 겁이 날 정도로 작은 어깨, 우윳빛 살결, 작은 키에 비해 늘씬한 다리와 유난히 작은 발톱.

하나하나 그가 미치도록 그리워했던 것들이었다.

꿈속에서 저 다리에 매달려 꼴사납게 몸부림치며 애원한 적도 있었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내 앞에 나타나달라고.

바로 그 여자가 지금, 제 눈앞에 있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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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줘요, 네?”

그녀가 또다시 울먹이듯 졸랐다.

이 예쁘고 황홀한 걸 굳이 고집을 쓰고 보지 말란다. 거절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레온은 손을 뻗어 침대 위의 조명을 낮췄다.

이 여자가 뭐라고 말하든 자신은 결국 들을 수밖에 없었다. 설령 꼴 보기 싫으니까 죽어버리라고 해도 웃으면서 독을 마실 것이다.

그 사실을 그녀가 모른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먹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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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죠?”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레온은 제 품에 희선을 꼭 껴안고 세심하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녀의 모든 것이 다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듯이.

눈앞이 아찔해지는 가운데서도 희선은 때때로 흠칫거리며 몸을 굳혔다. 분명히 사랑하는데, 다 주고 싶고, 갖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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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그녀의 긴장을 깨달은 레온이 부드럽게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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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디가 민감한지, 어떻게 해줘야 기뻐하는지, 난 하나도 잊지 않았어요. ……매일 밤 떠올렸거든.”

말 한마디마다 키스를 퍼부으며, 남자가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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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다 잊었어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무는 희선의 귓가에 그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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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금세 기억나게 해줄 테니까.”

그 말 그대로였다. 마음은 첫날밤을 맞이한 신부 같은데, 몸은 이미 이 남자와 수없이 사랑을 나누고 아이까지 낳은 몸이었다.

오랜 세월 잊고 있던 관능이 금세 되살아났다. 자칫 소리가 나올까 봐 입술을 깨물고 버티는 희선을, 레온이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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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필요 없어요. 이 층 전체에, 우리 둘뿐이니까.”

새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레온은 마음껏 향기를 들이마셨다.

옛날부터 그랬다. 분명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 여자에게서는, 이상하게도 늘 은은한 장미 향기가 났다.

제주도에서도 이 향기가 내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녀가 앓아눕지만 않았어도 백번은 덮쳤을 것이다. 아픈 여자를 괴롭히지 않기 위해, 그는 밤마다 몰래 제 팔뚝까지 깨물어야 했다.

오로지 내 품에서만 환희에 빠졌던 몸.

내 자식을 품고 길러낸 몸.

사랑스럽지 않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당장 야수가 되어 날뛰고 싶은 자신을 억누르고, 레온은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하얀 살갗에 입 맞추었다.

오히려 숨이 가빠지는 것은 희선이었다. 세월은 성급하고 서툴었던 젊은 청년을, 얄미울 만큼이나 여유롭고 능숙한 남자로 만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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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정말로 나밖에 없었던 거 맞아요?”

가빠지는 숨결을 감추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자 레온이 분한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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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나면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네.”

기다렸다는 듯, 그가 몸을 일으켜 성급히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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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확인해봐요.”

아스라한 불빛 아래, 와이셔츠 자락 사이로 남자의 몸이 드러났다. 근육의 형태가 뚜렷한 몸에 음영이 드리우자 사람의 몸이라기보다는 조각처럼 보였다.

마치 저를 위해 빚어진 것 같은 완벽한 몸에, 그녀는 부끄러움도 잊고 매혹되었다.

가만히 손을 뻗어 어루만지자 남자가 떨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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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그녀가 제 몸을 만지도록 허락해주고 있던 남자가, 이윽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 안쪽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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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여기까지예요.”

반쯤 쉰 목소리가 기나긴 인내의 종말을 고했다.

더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제 온 마음을 점령해 온 남자의 이름을, 그녀는 애타게 원하는 마음을 담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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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레온은 전율했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름이, 그 어떤 유혹보다도 가장 큰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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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당신의 레온이에요.”

나 여기 있어요, 하듯 남자가 커다란 몸째로 안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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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오래도록 애타게 그렸던 여자를 안으며,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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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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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희선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희선은 곤히 잠든 남자를 두고 살짝 객실을 나왔다.

제주도에서 그녀가 앓아누워 있는 동안, 레온은 전화로 이것저것 업무 지시를 하느라 바빴다.

아마도 일이 많이 밀려서 꽤나 골치를 썩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회장님씩이나 되는 사람이 카레집 알바니, 제주도 여행이니, 엉뚱한 짓만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자신이 계속 옆에 있으면 오늘도 또 일을 못 하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빠져 준 거였다. 즉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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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의 일을 떠올리는 희선의 뺨에 홍조가 은은하게 떠올랐다.

레온은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정열적이었다. 꿈만 같은 밤이었다.

그러나 채 호텔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로비에서 붙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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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레온이 달려와서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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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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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원망이 가득한 눈동자에 희선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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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씻겨도 주고, 입 맞춰주고, 아침도 같이 먹고 싶었는데. 어떻게 얼굴도 안 보고 그냥 휙 나가버려요?”

레온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비난했다. 마치 순결을 빼앗아 놓고 나 몰라라 도망가 버린 무정한 사내를 질책하는 아가씨 같은 태도였다.

문제는 여기가 로비고, 그가 이 호텔 주인이라는 거였다. 그나마 이른 아침이라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 눈에 보이는 건 직원들뿐이라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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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조용히……!”

한순간에 불한당이 되어 버린 희선이 허둥지둥 레온의 입을 막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피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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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잖아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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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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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책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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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고요!”

그제야 그가 프런트를 돌아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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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죠,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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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가 증인입니다, 회장님.”

눈이 마주친 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만족하지 않고, 이번에는 마침 지나가던 벨맨을 붙잡고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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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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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사모님께서 회장님 책임지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고 나서야 레온은 희선의 손목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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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요. 처음부터 다시 해요, 우리.”

간이 콩알만 해진 희선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기다려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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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혹시 처음부터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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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것부터죠.”

말이 끝나자마자 레온이 희선을 향해 몸을 확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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