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외전 9] 아현과 시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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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외전 9] 아현과 시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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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외전 9] 아현과 시현 (2)
2023.06.16.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뒤척이는 시현을 보고, 태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래, 혹시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시현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나 오늘 아현이 보고 왔어.”
“음?”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깜짝 놀란 태하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시현은 희선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정말 당신 작은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한단 말이야?”
태하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했다.
“어렵게 산다는 얘기 듣고는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 거야. 원래 아현이한테 갔어야 할 재산도 내가 받게 됐잖아. 일부러 빼앗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서?”
“엄마도 마음에 걸리셨는지, 엄마 비서님한테 좀 알아봐 달라고 하셨더라고. 그래서 주소 받아서 찾아가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게 살고 있었어.”
카트를 끌고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다 경비에게 야단을 맞는 아현을, 시현은 제 눈으로 보았다.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러다 잘못해서 하필 카트로 내 차를 긁었는데, 고개도 못 들고 사정사정을 하는 거야. 한 번만 봐달라고…….”
어릴 때부터 아현은 수없이 시현에게 잘못을 저질렀지만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었다.
그런 아현이 제 앞에서 허리까지 굽혀 잘못했다 비는데, 이상하게도 시현은 하나도 통쾌하지 않았다. 그저 끝도 없이 착잡하고 씁쓸하기만 할 뿐.
“고개도 못 들고 싹싹 비느라 결국 내가 누군지도 몰라보더라. 그러고 나자마자 또 달려가서 식당에서 설거지하더라고.”
“많이 변했네.”
덩달아 착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태하가, 이어서 물었다.
“아이는? 정확히 어디가 안 좋은 거래?”
“언어발달지연이 있어서 치료받으러 다니는 모양인데, 그것도 살림이 어려우니 제대로 받진 못하나 봐. 다른 건 몰라도 애들 언어치료는 정말 제때 받아야 한다던데…….”
“그래서? 도와주고 싶은 거야?”
태하가 조용히 물었다.
“모르겠어.”
시현은 고개를 저었다.
“자라면서 아현이하고 좋은 기억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정말이지 잘 지낸 적이라곤 없었어. 늘 빼앗기고, 당하고만 살았지. 커서도…… 알잖아.”
“잘 알지.”
“다른 건 다 잊는다 쳐도, 우리 결혼까지 깨려고 했던 것만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려. 도와주기는커녕, 너 그렇게 나한테 못되게 굴더니 꼴좋다고 웃어도 모자라. 모자란데…….”
시현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자꾸만 눈에 밟혀.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서 애를 안는 그 표정이…….”
그날 아현의 집 앞까지 몰래 따라갔다가 시현은 보았다.
[엄마!]
화란의 손을 잡고 집 앞에서 기다리던 남자아이가 달려가서 아현의 품에 안기는 것을.
[은호 왜 나와서 기다렸어, 응? 추운데!]
자칫 감기라도 들까, 허둥지둥 아이를 제 낡은 코트 자락으로 감싸 안아주며 아현은 더없이 환하게 웃었다. 고된 일을 마치고 온 사람 같지 않은 얼굴로.
“……엄마가 됐더라고. 아현이가.”
시현이 중얼거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태하가 말했다.
“당신 마음 가는대로 해. 도와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으면 그렇게 해.”
어쩌면 태하에게서 그 말이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시현은 슬며시 눈치를 보았다.
“정말 그래도 돼? 나 호구라고, 바보라고 안 해?”
태하는 미소를 지었다.
“요즘 세상에 호구 소리 듣기 딱 좋긴 하지.”
시현이 눈을 흘기기 전에, 태하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사람이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거야.”
“…….”
“어린아이가 굶는 걸 봤다고 사람들이 뭘 어떻게 하겠어. 보통 사람은 그냥 모른 척 지나갈 거고, 개중 착한 사람들은 기껏해야 돈 몇 푼 쥐여줄 거고, 좀 더 오지랖 넓은 사람은 주민 센터 같은 데 전화나 해줬겠지.”
“…….”
“그런데 당신은 그날부터 매일매일 찾아와서 밥 해주고 옷 빨아 입히면서 나를 키웠잖아. 어지간히 착한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못 했을 거야.”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를 꼭 껴안고, 태하는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렇게 바보 같은 강시현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
반지하 월셋집에서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던 화란과 아현 모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집주인이 천만 원이었던 보증금을 두 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천만 원. 옛날 같았으면 가방 한두 개 사면 없어지고 마는 푼돈이었지만, 지금의 모녀에게는 까마득할 정도로 큰돈이었다.
“다행히 재계약까진 몇 달 남았으니까, 그동안만 은호 치료 줄이고 돈 모으자.”
화란의 설득에 아현은 펄쩍 뛰었다.
“엄만 할머니가 돼 가지고 어떻게 그런 소릴 해? 줄일 게 없어서 애 치료를 줄이자니!”
“그럼 어떡하니, 이 돈 가지고 다른 데 이사 갈 데도 없는데.”
“은호 치료 시기 놓치면 안 된단 말이야. 내가 밤에 편의점 알바라도 할 테니까 엄마가 은호 좀 봐줘.”
“너 지금도 충분히 무리하고 있어. 그러다 몸 상해, 이것아!”
화란은 가슴을 쳤다. 아현이 자식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거야 이해하겠지만, 아현 역시 화란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었다.
엄마가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는데도 아현은 끄떡하지 않았다.
“난 힘들어도 상관없어. 우리 은호만 좋아지면 돼.”
아현은 이제 겨우 서른다섯. 그러나 그간 몸도 마음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벌써부터 정수리에 흰머리가 생기고 있었다. 그때그때 염색할 여유도 없어서 그냥 방치하는 형편이었다.
한때는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던 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화란은 수없이 가슴을 쳤다.
‘다 내 죄 때문에……!’
미혼모가 된 것은 딸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토록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둘이서 맨몸으로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롯이 자신이 저지른 죄의 결과였다.
남편도 없이 아이를 키우느라 몸이 부서져라 고생하는 딸을 보며 그간 화란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후회해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
“저어, 아현아. 이젠 정말 연락을 해서 밀린 양육비를 좀 달라고 하자.”
더한 고생도 불사하겠다는 딸을 보다 못해, 화란은 그간 입안에서만 맴돌던 말을 꺼냈다.
“아들은 몰라도, 그 엄마는 최소한 자기 핏줄 나 몰라라 할 사람은 아냐.”
우진과 정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현은 대번에 얼굴을 굳혔다.
“그 사람 은호 아빠 아냐. 거기다 대고 손 벌리느니 차라리 죽고 말 거야.”
“너 은호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며. 지금 자존심 세울 때야?”
“자존심 때문이 아니야. 우리 은호한테 범죄자 아빠 만들어줄 순 없어.”
우진은 아현과의 파혼 후 곧바로 차를 몰고 태하와 시현 부부에게 돌진하는 사고를 쳤다.
태하가 워낙 유명인이다 보니 기사가 많이 나와서 알게 된 것이었다.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어 살인미수로 8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했으니 여태 복역 중일 터였다.
“그 사람은 은호가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를 테니까, 그냥 평생 모른 채로 살면 돼.”
아현은 더없이 강경했다. 듣고 보니 옳은 말이라 화란도 더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결국 화란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집을 나왔다. 마음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당장 목구멍에 풀칠을 해야 하니 일은 나가야 했다.
일터에 도착하자마자 안주인인 고 여사가 화란을 불렀다.
“청송댁, 이리 와서 좀 앉아봐요.”
화란은 가슴이 철렁했다. 희선이 떠올라서였다.
한때 몸종처럼 부리던 희선은 그새 어엿한 재벌가 사모님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희선이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을 리 만무했다.
‘혹시 우리 사모님한테 뭐라고 했다면…….’
고 여사는 마음씀씀이가 후한 고용주였다. 사정상 가끔씩 쉬어도 뭐라고 하지 않았고, 보수도 넉넉히 주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나이 많은 자신을 고용해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
이 나이에 잘리면 또 어디서 일자리를 구하지. 지레 겁을 먹은 화란에게, 고 여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손자가 아프다고 했잖아요.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 거예요?”
“몸이 아픈 건 아니고…… 언어발달이 좀 느려요. 운동능력도 좀 떨어지고요.”
“치료는 받고 있는 거죠?”
“예. 비싸서 자주는 못 받지만요.”
“저기, 그래서 말인데.”
고 여사가 다가앉았다.
“백합회라고, 우리 여자들끼리 하는 모임이 있거든요. 거기서 아픈 아이들 치료비를 지원하는 자선사업을 하는데, 거기 청송댁 손자를 추천하면 어떨까 해서.”
“네?”
화란은 제 귀를 의심했다.
*
헐레벌떡 집에 돌아온 화란은 숨도 안 쉬고 이야기했다.
“치료비가 얼마가 들든지 간에 다 대준다더라. 이제 우리 은호, 돈 걱정 안 하고 원 없이 치료받게 할 수 있어!”
“더 아픈 아이들도 많은데 그럴 리가 있어? 뭔가 선정하는 기준이 있겠지.”
좀처럼 믿지 못하는 아현에게, 화란은 자신 있게 말했다.
“아냐, 얘. 우리 사모님이 추천만 해주면 된다고, 걱정 말라고 했어.”
아현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덜컥 믿기에는 너무 거짓말처럼 좋은 일이었다.
[그냥 가세요.]
문득 떠오른 것은 며칠 전에 자신이 흠집을 냈던 차 주인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귀에 익다 싶어서 한참을 생각한 끝에, 시현의 목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때는 설마, 하고 넘겼는데…….
“엄마.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숨기다니? 내가 너한테 숨길 게 뭐가 있다고.”
아현은 화란이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솔직히 말해봐. 엄마 나한테 뭐 말 안 한 거 있지?”
몇 번이나 다그친 끝에 화란은 얼마 전 자신이 일하는 집에 희선이 놀러왔던 것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래도 꼭 그 일이랑 관계있다고 볼 순 없잖니.”
“퍽이나 관계가 없겠다.”
아현은 피식 웃었다. 하필 희선이 다녀간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제안을 받았는데, 이게 어떻게 우연일까.
‘그럼 그 차 주인도 진짜 시현 언니였겠구나.’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아현은, 이어서 물었다.
“엄마, 혹시 시현 언니 전화번호 있어?”
시현이한테 찾아가서 동정하지 말라고 화를 내려는 거구나. 지레 그렇게 생각한 화란은 통사정을 하다시피 했다.
“그러지 말고, 아현아. 우리 눈 딱 감고 그냥 도움 받자, 응?”
화란이라고 왜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까. 하지만 더는 딸이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손자가 마음껏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은 것도 물론이었다.
하지만 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안 받는다고 안 했어. 우리 은호 위해서라면 길에 나서서 구걸도 할 판인데, 도와주겠다는 걸 왜 마다해.”
“그럼 연락처는 왜 묻는데?”
아현이 중얼거렸다.
“그냥, 좀 궁금한 게 있어서 그래.”
*
- 나 아현이야.
회사에서 일하다 전화를 받은 시현은 깜짝 놀랐다.
- 지금 언니 회사 앞이야. 시간 많이 빼앗지 않을 테니까 잠깐만 나와줘.
그렇게 시현은 카페에서 아현과 마주앉았다.
며칠 전에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밝은 데서 보니 화장기 없는 얼굴이 한층 더 초췌해 보였다.
아현이 보풀이 인 얇은 코트를 입고 있는 것을 보자 제가 걸친 고급 코트가 왠지 부끄러워서, 시현은 얼른 옷을 벗어서 보이지 않게 옆 의자에 얹어두었다.
“오랜만이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기사 있더라고. 언니가 형부 회사 다닌다고 해서.”
겨우 그 말을 끝으로 대화가 끊겼다. 침묵이 흐른 끝에 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내가 차 긁은 거, 언니였지?”
“뭐? 무슨 차?”
찔끔해서 모른 척 되묻자 아현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다시 말했다.
“시치미 떼지 마. 우리 은호 치료비도 언니가 도와주는 거잖아.”
시현은 속으로 한숨을 지었다. 괜한 짓을 했구나. 강아현 자존심에 지금 누구 거지 취급하느냐고 펄펄 뛸 게 뻔한 거였는데…….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어.”
그러나 생각과는 정반대로, 아현은 고개를 숙였다.
“언니한테 도움 받을 자격 없다는 거 아는데, 내가 너무 절박해. 정말 고맙게 잘 받을게.”
“……그래.”
시현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은호 아빠, 누군지 모르지?”
“응.”
“김우진이야.”
시현은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진이 누군가와 결혼하려다 파혼했다는 얘기까지는 정임에게 들었는데, 그 상대가 아현이었을 줄이야.
“언니도 알잖아. 실수로 딱 하룻밤뿐이었는데 애가 생겼더라고.”
아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땐 내가 잘못 살아서 벌을 받나 보다, 생각했는데 낳고 보니까 안 그래. 내가 그렇게 잘못 살았는데 어떻게 이런 행운이 나한테 왔을까, 싶어.”
시현은 엄마로서 아현의 말을 이해했다.
“나 한 가지만 물어볼게.”
문득 아현이 물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언니 많이 괴롭혔잖아. 형부한테까지 못 할 짓 했고…… 그런데 왜 도와주는 거야?”
“…….”
“내가 언니 사촌동생이라서? 근데 언니도 알 거 아냐. 사실 언니랑 나, 피 한 방울 안 섞였다는 거.”
잠시 망설이다 시현은 솔직하게 제 마음을 말했다.
“나 너 용서한 거 아니야. 네가 했던 일,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았어. 그러니까 이제 와서 언니동생 하면서 지낼 생각도 없어.”
“…….”
“그냥, 나도 엄마니까. 그것뿐이야.”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아현은 처음으로 시현과 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시현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몰락한 자신을 보고 잘됐다고 손뼉 치며 고소해하고 있을 거였다.
그러나 시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을 미운 사촌동생이 아니라 같은 엄마로서 바라보아 주었다.
태하를 빼앗으려 안간힘을 쓰던 때를 떠올리자 귓불까지 뜨거워졌다.
그때 아현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집안도 나이도 미모도, 무엇 하나 저보다 나은 것 없는 시현에게 그런 복이 굴러들어온 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빼앗으려 하면서도 죄책감이라곤 없었다. 분에 넘치는 거니까 내가 가져가주겠다, 그런 생각이었다.
자신이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 와서야 아현은 깨닫고 있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시현은 자신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복이 시현에게 굴러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 복을 스스로 만든 것이 바로 시현이었다.
문득 아현은 아득한 옛날 일을 떠올렸다. 저 같은 동생도 동생이라고, 언니 것이 갖고 싶다 우기면 늘 순순히 빼앗겨주던 언니를.
‘그런 언니를, 왜 나는…….’
군식구라고 업신여기지 않았더라면.
한번이라도 우리 언니라 생각하고 따랐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우리는 진짜 자매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언니, 내가 잘못했어.”
아현은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정말, 언니한테 너무, 너무 많이 잘못했어……!”
그러나 아무리 사과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울고 있는 아현도, 지켜보는 시현도.
“…….”
아현의 울음이 잦아들 때쯤 시현은 일어섰다.
“아이 치료 잘 받게 하고. 나아져서 너도 일할 수 있게 되면 연락해. 백화점에 일자리 정도는 알아봐 줄게.”
“…….”
“힘내서 아이 잘 키워.”
카페를 나가는 시현의 등 뒤에서, 아현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