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기사
“너 이리 와!”
“목소리가 큽니다. 여기 의무 막사입니다.”
“어쩌라고, 이 자식아.”
으르렁거린다곤 하나, 아무리 거친 짐승이라도 닿지 않는 곳에 있다면 위협이 되지 않는 법이다.
“우리가 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처음 봤을 때가 아랫마을이었죠?”
악연이었다. 툭하면 마주치는 악연.
“재수 없는 새끼가 어디서 친한 척이야?”
말을 먼저 건 건 벤젠스 쪽이었다.
엔크리드는 굳이 그걸 따지지 않았다.
그런 걸 따질 만큼 그는 속이 좁지 않으므로.
“그럼.”
대신 몸을 돌렸다. 작센이 준 연고 효험이 아주 좋았다.
몸을 이리 움직여도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너 뭐하냐?”
“친한 척하지 말라기에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이 새끼가 장난하나!”
벤젠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장난인 걸 알았다면 그리 화를 낼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근데 뭐랄까.
‘평소에 하도 살벌한 분대원 사이에 있어서 그런가.’
오랜만에 만난 벤젠스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렘이나 작센, 그 외 분대원들의 다툼을 보다 보면 수명이 깎이는 기분이 들곤 했으니까.
“아, 눈치채셨군요. 역시 소대장님, 사이프러스 사단의 미래.”
“너, 너!”
이마에 핏대를 올린 벤젠스가 제 부츠를 들어 던졌다.
엔크리드는 잽싸게 그걸 받았다.
“선물입니까?”
“죽여 버린다, 이 새끼!”
그 언젠가 렘이 그랬던가.
자기도 어지간하면 사람 속을 잘 긁는 편이지만.
“작정하고 입 터는 분대장이랑은 대거리하고 싶지 않수다.”
라고.
태연한 얼굴로 부츠를 쥔 엔크리드.
그걸 보며 콧김을 뿜어내는 벤젠스.
그리고.
“파하하하하!”
허공을 보며 시간 죽이기에 여념이 없던 병사가 세차게 웃었다.
정말 즐거워 미칠 것 같다는 듯한 그런 웃음이었다.
그 웃음소리에 벤젠스의 살벌한 눈빛이 뒤로 휙 돌아갔다.
한바탕 웃어젖힌 금발 남자는 찔끔 나온 눈물을 손가락을 구부려 바깥쪽으로 콕 찍어 닦곤 말했다.
“아니, 선물입니까? 라니. 이건 참을 수가 없었다고. 모르는 척부터 꾹 참고 있었는데. 후우.”
까드드득.
엔크리드는 벤젠스 소대장의 어금니가 마흔이 되기 전에 부러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금니를 자꾸 갈면 잇몸에도 안 좋은데.
이 얘기까지 할까 말까 했다.
조금 더 하면 화를 못 참고 머리에 피가 몰려 죽은 병사로 기록될 것 같았다.
“소속이?”
벤젠스는 침착했다.
상대에게 욕설 대신 소속을 물었다.
“나? 음, 그냥 지나가던 병사.”
오호?
엔크리드는 내심 상대의 포부에 감탄했다.
자신은 분대장이라도 되지.
하지만 저쪽은 정말 일개 병사인 것 같았다.
그런데 저런 태도라니.
다만, 저리 말하니 오히려 소속과 지위를 숨기는 느낌이었다.
벤젠스도 과연 머저리는 아닌지라.
“소속을 밝힐 수 없다는 겁니까?”
“그게 좀 그래. 하지만 병사라고 한 건 진짜야. 소속은 까먹었거든.”
태평하다. 엔크리드는 금발 남자에게서 귀족의 품격을 보았다.
제 소속 부대를 잊어버리는 머저리가 귀족이 아니라면.
‘뒈지게 맞아야지.’
정말 죽도록 맞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므로.
그러니까 지금 보이는 태도는 품격이다.
까득까득.
벤젠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다.
“그런데 지금 날 보고 그럴 게 아니라. 뒤를 봐야 할 것 같은데.”
엔크리드와 벤젠스의 시선은 아까부터 금발 남자에게 향해 있었다.
고로 둘 다 뒤로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 사람이 있었다.
‘언제?’
기감이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전장에서 구른 가락이 있다.
어느 정도는 육감이란 게 있는데, 지금은 뒤에 누가 선지도 몰랐다.
소리도 안 들렸고.
“여기라고? 사사사분대장이 있는 곳?”
여자였다. 그것도 대체로 인간보다 몸의 선이 얇고 눈빛은 선명하며 귀가 더 큰 종족.
요정이었다.
그녀가 금발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말투가 자연스러운 걸 보니, 상급자였다.
엔크리드는 그렇게 판단하고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사 중대 사 소대 사 분대장 엔크리드, 이쪽입니다.”
요정족 여자의 시선이 그제야 금발 남자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천막 입구가 펄럭이며 의무 막사를 지키던 병사가 들어오며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네, 그쪽이 휘하 분대장이시고.”
“요정?”
꽤 놀랐는지, 벤젠스가 그제야 반응했다.
그걸 들은 요정은 눈썹 한 올 움직이지 않은 채 고개만 돌렸다.
“그쪽은 이 중대 삼 소대장입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의무 막사 담당 병사가 말했다.
이어진 요정족 여자의 말투는 무척 건조했다.
누군가 말하길 요정은 풀과 나무의 상징이라던데, 그녀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사막의 모래와 같았다.
“2중대는 상급자를 보면 종족을 말하라고 가르치나? 내가 요정인 건 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아는데?”
‘죽여주네.’
엔크리드는 요정족 여자에게서 타고난 기품과 카리스마를 봤다.
말 한마디로 상대를 찍어 눌렀다.
“아, 아, 아, 아닙니다! 이 중대 삼 소대장, 벤, 벤젠스입니다!”
“부탁 하나 하지.”
“네!”
“벤벤젠스 소대장, 내가 있는 동안에는 그 입을 제발 닥쳐 주길 바란다. 지금 내 요청에 대답 안 해도 된다. 그 주둥이를 열면 얼굴에 칼이든 주먹이든 꽂아 버리고 싶을 것 같거든. 벤벤젠스 소대장.”
엔크리드는 굳이 벤벤젠스 소대장의 이름이 벤젠스라고 말하지 않았다.
벤젠스는 입을 열려다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럼, 재밌는 분대원을 잘 이끌고 있다고 들었다.”
중대장의 시선이 다시 엔크리드에게 돌아왔다.
“네, 감사합니다.”
새로운 중대장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었다.
깍듯하게 답했다.
이후 나눈 대화에서 엔크리드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여자가 여긴 왜 온 거야?’
하등 쓸데없는 얘기가 전부였다.
전투에서 활약했다고 하질 않나.
엔크리드 개인으로 보자면 활약이 맞다.
찌르기 적병을 격살했고.
그 와중에 손 닿는 범위 내에서 주변 아군을 꽤 살렸다.
하지만 그게 전장에 영향을 줬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그런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가진 바 실력과는 별개로, 엔크리드의 전장을 보는 안목은 꽤 좋은 편이었다.
“프록을 만나고도 살아남았다고?”
“네,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실력이지, 행운의 여신이 동전을 흘리는 일은 자주 있는 게 아니니까.”
“네, 감사합니다.”
이따위 대화를 하러 굳이 여기까지?
엔크리드는 당최 상대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요정족 중대장 여자는 녹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고.
엔크리드는 충실히 답했다.
얼마 안 있어 중대장이 ‘그럼 앞으로도 활약을 기대하지’라고 하며 몸을 돌렸다.
그녀는 떠나기 직전, 다시 뒤를 돌아봤다.
금발 남자를 향해서다.
“그쪽은 이름은 뭐지?”
“에, 음, 크랑입니다.”
이름을 말하면서 눈알을 굴리고 이마를 찌푸린다. 누가 봐도.
‘방금 지어냈네.’
그런 이름이었다.
“그렇군.”
중대장은 덤덤하게 답했고 막사를 떠났다.
그때까지 말은 물론이고 숨도 제대로 못 쉬던 벤젠스가 그제야 숨을 크게 내쉬었다.
“시벌.”
“엇, 중대장님.”
욕설을 들으며 엔크리드가 말하자, 벤젠스가 화들짝 놀랐다.
“아니군. 지나가는 병사였네.”
“이 씹새끼가 진짜.”
벤젠스에서 오늘 하루만큼은 벤벤젠스가 된 소대장은 불같이 화를 냈고.
크랑이라고 자신을 밝힌 금발 남자는 또 세차게 웃었다.
의무 막사를 지키던 병사는 이 세 사람이 왜 이러나 싶어서 슬쩍 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엔크리드는 벤젠스 소대장을 보며 여기에 있는 동안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싸움의 복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엔크리드는 두 가지에 집중했다.
‘전력으로 찌르되 마음을 전부 담지 않는 것.’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실마리를 찾고 나니, 몸이 근질거렸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몸을 굴릴 순 없었다.
옆구리가 아프니, 할 수 있는 훈련은 악력 훈련뿐.
엔크리드는 손가락과 전완근을 단련했다.
어찌 보면 미련한 짓처럼 보이나.
‘육체는 모든 기술의 근간.’
아무리 작디작은 나뭇잎이라도 무게는 있는 법이며, 물 한 방울이라도 시간의 도움을 받으면 바위를 뚫는 법이었다.
고로 지금의 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노력 또한 후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엔크리드는 그렇게 믿고 지금까지 자신의 탑을 쌓았다.
“되게 열심이네.”
크랑이다.
중대장이 가고 난 뒤, 이틀.
엔크리드는 싸움의 복기, 악력 훈련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안 했다.
휴식에 전념했다.
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변한 게 있다면.
크랑이라고 자신을 밝힌, 소속을 까먹었다는 핑계를 댄 반쯤 미친 병사가 제 곁을 떠돈다는 것뿐.
“왜 그렇게 열심이야?”
크랑은 누구한테나 말을 놨다.
엔크리드한테는 당연했고.
벤젠스한테도 마찬가지였다.
“난 소대장이다. 상급자라고!”
하물며 놀리기도 했다.
그걸 보니, 어디 다쳐서 여기에 온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실력도 꽤 있는 것 같았고.
일부러 벤젠스 앞을 지나치다가 잡힐 듯 말 듯 피하는 발걸음을 보니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뭘?”
상대가 병사라고 했으니까.
엔크리드도 말을 놨다.
“매일 손만 쥐었다가 폈다 하잖아. 그 외에는 허공을 보며 넋 놓고 있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까지 하나 싶고, 또 뭘 그렇게 손을 열심히 쥐었다가 펴나 싶고.”
여덟 살 어린애도 아니면서 궁금한 게 참 많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귀찮은 건 또 아니었다.
‘나도 심심하긴 하니까.’
벤젠스 소대장을 놀리는 것도 한두 번이다.
소소한 대화와 그럴 상대가 있다는 건 지루함을 이겨 내는 좋은 도구였다.
“이건 악력 훈련이고 가만히 있는 건 넋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지난 전장에서 내가 실수한 걸 복기하는 거다.”
“그러니까 그런 걸 왜 하냐고.”
왜 하냐니.
“다음 전장에서 안 뒈지려고.”
“안 뒈지려고 그렇게까지 하는 병사는 못 봤거든.”
“그럼 그런 병사 중에 오래 산 놈은 있고?”
“음, 꽤?”
이쪽은 뭘 보며 살아왔으려나.
엔크리드는 진즉부터 상대가 평민 놀이 따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지만.
상대가 원하면 이런 거에도 어울려 줄 수 있었다.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가지지 못한 걸 상대가 가졌다고 샘이 나지도 않는다.
이런 거로 샘을 내려 했다면, 검술 재능에서 이미 질투 때문에 반쯤 미쳐 지내야 정상일 것이다.
엔크리드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나아가야 할 길이 있고.
성장하는 기쁨에 더 충족감을 느꼈다.
‘찌르기는 더 연습하면 될 것 같고.’
전심전력은 훈련이 필요했다.
야수의 심장은 여전히 엔크리드를 지켜 주는 한 축이었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매일 걷는 한 걸음.
오늘이 반복되지 않더라도 변하는 건 없었다.
물론 모든 게 변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넌 뭐가 되고 싶은 건데?”
크랑이 물었다.
이전의 렘이 물었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왜 그게 엄청 오래된 과거 같냐.’
이미 없어진 날이다.
자신이 죽었기에 사라진 날.
그래서 그 장난처럼 뱉은 포부는 정말 장난처럼 사라졌다.
만약 입을 열어 미래를, 꿈을 말한다면.
‘오늘이 사라질 일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꿈은 현실에 침묵하고 잡아먹혀 찢겼어도, 흔적은 남았으니.
흔적, 그래, 고작 흔적만 심장 어림에 남았다고.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흔적만 남은 건가.’
엔크리드는 제 손바닥을 바라봤다.
몇 번이고 굳은살이 생겼다가 터져서 흉하게 일그러진 손바닥이 보였다.
손가락 마디마다 인이 박인 굳은살은 아마도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토록 바라온 것이었다.
‘과연 그런가.’
아직도 흔적만 남아 있나?
자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답을 구한다.
아닐 것이다. 아니라고 믿는다.
우습게도 그 흔적만 남았던 시절에도 엔크리드는 포기한 적이 없었다.
“기사.”
삼류 용병 출신의 하급 병사.
그 주제에 분대장.
고작 분대장.
작디작은 지위요, 보잘것없는 실력이다.
그런 자가 입에 담은 건 모든 이들의 꼭대기였으니.
벤젠스는 옆에서 그걸 듣고 세차게 비웃어 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크랑의 답이 빨랐다.
“그래. 기사구나.”
이상했다. 비웃어야 했는데.
그래야만 하는데.
크랑의 태도가 그걸 막았다. 강제하진 않았지만, 그래선 안 된다고 본능이 말했다.
그저 담담한 말투뿐이지만, 묵직했다. 무게가 담겼다.
크랑은 그 우스운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전력으로, 마음을 다해 들었다.
듣는다는 행위를 이렇게까지 할 수도 있었다.
“널 보니까 나도 어찌 살아가야 할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크랑이 말했다.
엔크리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순간 의무 막사 안을 휘감았던 묘한 공기는 갑자기 생긴 것만큼이나 갑자기 사라졌다.
“푸헷 기사? 웃기시네!”
그래서 벤젠스는 마음껏 비웃었다.
하지만 꼴이 우스웠다.
엔크리드도 크랑도 그를 상대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상급자다.”
벤젠스가 소심한 반항을 시도했다.
물론 먹힐 턱이 없었다.
* * *
딱 일주일.
엔크리드는 더는 옆구리가 아프지 않았다.
‘연고 덕분인가?’
빨리 나았다.
취침 시간이 다 되어 크랑이 물었다.
“내일 복귀지?”
“응.”
오늘 하루는 단출했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음유시인은 아침부터 사이프러스의 찬미가를 의무 막사 바로 옆에서 불렀고.
의무 막사를 지키는 병사가 아침에 늦잠을 잤다.
점심나절에 가벼운 산책을 하다가 크라이스를 보기도 했다.
왕눈이는 안색이 안 좋았다.
뭐라 물을 새도 없이, 그는 쌩하니 어디론가 걸어가 버렸다.
이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의무 막사의 환자는 불침번도 안 서기에 정말 푹 쉬었다고 할 수 있었다.
“잘 자라. 엔크리드.”
“너도. 크랑.”
“돌아가면 두고 보자, 둘 다.”
벤젠스도 매일 하는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엔크리드는 눈을 감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사이프러스! 사이프러스!”
음유시인의 노랫소리에 잠에서 깼다.
‘오늘도?’
돈맛을 보고 전장의 음유시인이 된 이 작자는 막사 곳곳을 돌며 노래를 부른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한 번 온 곳에 이틀을 머물진 않는다는 말이었다.
오늘은 더 먼 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야 했는데.
왜 이틀 연속 이쪽이란 말인가.
“빌어먹을 농땡이를 피우는 건가? 아침은 왜 안 가져다줘?”
일어난 벤젠스가 투덜거렸다.
엔크리드는 그 말에 머리털이 삐쭉 섰다.
저 말을 어제도 들었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반복된 오늘에서 들은 거겠지만.
“어제도 병사가 아침에 늦었던가요?”
엔크리드가 물었다.
벤젠스는 그런 엔크리드를 빤히 보더니 픽 웃으며 답했다.
“무슨 개수작이냐? 어제는 제시간에 가져다줬잖냐.”
엔크리드는 허탈한 숨을 내쉬었다.
이거로 확실해졌으니까.
오늘이 반복됐다.
이 말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자다가 뒈졌다.’
라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