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운이 좋았다.
라그나가 한 점의 집중이란 기술을 논하며 물었다.
“배울 겁니까?”
“물론.”
엔크리드는 고민 따윈 하지 않았다.
‘언제 실력이 이렇게 늘었을까?’
북방식 중검의 기본기가 탄탄하게 잡혔다. 그것도 허공에 휘두르며 단순하게 자세만 배운 게 아니었다. 실전에서 갈고닦아 몸에 착 달라붙었다.
‘놀라운데.’
분대장은 참 신기한 사람이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발렌 식 용병검이라는 기책을 주력으로 삼았었는데.
오늘은 아주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 줬다.
“검은 누구한테 배운 겁니까?”
“돈이 많이 들었지.”
검술 교관에게 배웠다는 말이었다.
‘정말 돈이 많이 들었겠어.’
그럴 만했다. 자신이 손을 댔어도 이보다 나을 순 없으리라.
그럼 기본기 너머를 배울 만했다.
그래서 한 점의 집중을 꺼낸 거고.
다만, 라그나는 이걸 말하며 내심 회의적이긴 했다.
‘배운다고 다 되진 않지.’
자기가 개발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문에서 내려오는 비기 중 하나였다.
물론 그걸 그대로 전하진 않았다. 가문의 비기를 아무에게나 막 퍼 줄 순 없었다. 그래서 일부를 변형해 개량한 걸 알려 줬다.
그러니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란 것도 꼭 틀린 말은 아니었다.
‘되는 걸 본 적이 없긴 한데.’
라그나는 집중 상태에 들어서는 이들을 이제까지 채 다섯도 보지 못했다.
그가 이제까지 대륙을 떠돈 기간과 그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적은 숫자였다.
‘다섯이 뭐야, 잘해야 셋 정도 될 것 같은데.’
다섯 중 둘은 대충 쏜 화살이 늑대 머리를 맞춘 격이었다.
행운의 여신이 흘린 동전을 주운 거였다.
그러니 집중 능력을 제대로 다루는 사람은 셋이 맞다.
재능이 필요한 일이었다.
주변을 잊고 오롯이 집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재능은 검술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다. 어떤 학자는 자신의 분야를 익히고 배울 때 이런 집중력을 보이곤 한다.
그것도 원할 때, 자신을 그런 집중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
몰입하고 열중하는 것으로 그렇게 한다.
그걸 싸우며 하는 게 과연 쉬울까.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운이 따라서 잠깐 경험한다곤 해도 익힐 수는 없으리라.
‘어렵지, 어려워.’
라그나는 한 번 발을 디딘 것만으로 컨센트레이트 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지만.
엔크리드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눈빛을 보이는 걸까?
“설명 안 해? 정중쾌환유는 잘 아니까 말 안 해도 돼. 한 점의 집중 가르쳐 줘.”
어찌 이렇게 곧고 바를까.
올곧은 나무를 보는 기분이다. 태풍이 몰아쳐도 뇌우가 떨어져도 타지 않고 꼿꼿이 선, 거목 같다.
분명 뜬구름 잡는 소리에 가까울 것임에도 분대장은 배우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얼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게 진짜처럼 보인다. 하긴, 분대장은 언제나 진심이다.
훈련할 때도 검을 휘두를 때도 무엇을 해도 자신의 최선으로 부딪힌다. 그게 인상적이어서 지금 이렇게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것 아닌가.
“알 것 같아.”
분대장이 말한다. 라그나는 엔크리드가 잘못 이해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원의 고갯짓이었다.
그는 재능의 한계를 명확히 안다. 보통 천재는 자신의 발밑을 보지 못한다고 하지만, 라그나는 대륙을 떠돌며 그 발밑을 봤다. 지하로 내려가서 그곳에 사는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검을 겨뤄 봤다.
‘재능.’
그 두 글자에 무너진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분대장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건 정해진 순리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기에 라그나는 그를 보며 의욕이 솟구친다. 이기적이지만, 그가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도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
라그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주변을 잊고, 나를 잊고 오롯이 집중만 남는 것. 그게 컨센트레이트 원, 한 점의 집중입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할 때 순간적으로 지난 삶이 스쳐 간다고 하죠. 그걸 참고하면 좋을 겁니다.”
“그래? 그렇군.”
어째 이 말을 하자, 분대장이 흘려듣는 기색을 보였다.
이런 사람이 아닌데?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고.
그 뒤 몇 번 검으로 위협함으로 억지로 집중력을 북돋아 주려 했으나, 분대장은 여전히 집중 상태에 돌입하진 못했다.
“좋아. 가자.”
그런데도 퍽 밝은 얼굴로 전장에 나섰다.
그걸 보니 라그나도 불쑥 의욕이 솟구쳤다.
“오늘은 몸을 좀 세게 풀어야겠네요.”
보통이라면 무기력하게 검을 휘두름으로써 게으른 천재의 표본을 보여 줄.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엔크리드는 물끄러미 그런 라그나를 바라봤다.
* * *
얜 또 왜 이래.
뭐, 진지하게 싸우겠다고 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
눈을 빛내는 라그나를 두고 엔크리드는 자신이 할 일에 집중했다.
다시 시작된 오늘이다. 라그나의 ‘한 점의 집중’ 수련 방법은 잘못됐다.
아니, 그게 옳다고 해도 천재 새끼가 단숨에 깨우친 방법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럼 자신의 방법이 옳은가?
이 방법이 통할지 안 통할지는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시험해 보면 되지.’
엔크리드는 익숙한 루트로 움직였다. 엎드리라고 한 다음 방패를 들라고 하여 아군 움직임을 조정, 그 뒤 렘을 불렀다.
“주술! 누구!”
렘이 주술을 보고 거품을 무는 중이었다.
“따라와!”
그런 렘의 뒤에서 어깨를 툭 치며 말하니.
“에?”
“돌격이다.”
“어? 분대장 뭐 잘못 처먹었수?”
그리 말하면서도 잘도 따라왔다.
같은 루트다. 이번에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라그나도 따라왔다.
“돌진입니까? 적의 선봉을 부수는 거라면 같이 하시죠.”
“너도 뭐 잘못 처먹었냐?”
렘이 따라온 라그나를 보며 말했다. 라그나는 무시하고 내달렸다.
안개가 낀 상태였으나.
둘의 움직임에는 큰 제약이 없었다.
렘은 태풍 같았다. 양손에 든 도끼 두 자루가 적을 분쇄했다.
혼자서 팔십 보병을 썰어 버릴 기세였다.
라그나는 묵직한 공성추를 보는 것 같았다. 보병대란 성벽을 무참히 부순다. 빠르지 않지만, 손에 자비가 없다. 쿼렐이 날아오든 적병의 창날이 날아오든 아밍소드 한 자루로 다 베고 잘랐다.
놀라운 솜씨였다.
‘최소 특급.’
특급은 나우릴리아 왕국에서 상급 이상의 병사를 통칭하는 수준이다.
상급 위에 최상급, 그 너머에 특급이다.
‘아니, 최상급일까.’
엔크리드는 아직 자신의 수준을 명확히 몰랐다.
그래서 저 둘의 수준을 파악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지금은 한가하게 구경할 때가 아니었다.
같은 루트를 탄 엔크리드는 미치 휴리어 앞에 섰다.
“한판 붙자.”
이번에는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자 미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음을 보였다.
“미친놈, 제 발로 죽으러 왔구나.”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미치를 죽인다고 해도 살아날 길은 없을 테니.
하지만 괜찮다.
죽으러 온 게 아니라, 최선으로 부딪치러 온 길이니까.
“날 노리고 온 거냐? 기가 막히는군,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미치는 황당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왜? 고백은 처음 받아 보나? 첫 만남에 반해서 찾아온 건데.”
엔크리드가 말했다. 미치가 피식 웃더니 눈을 부라렸다.
“내 부대는 그레이 독, 집요한 사랑꾼이다. 내가 찾기 전에 누가 날 찾은 건 참 오랜만이거든.”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서운해? 다시 내가 숨을 테니 찾으러 올래?”
“헛소리는.”
미치 휴리어가 달려든다. 엔크리드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집중 상태에 들어서려고 의지를 불태웠고, 실패했다.
싸움의 승패는 금방 판가름 났다.
상대는 엔크리드보다 나았다. 실력도 심력도 재능도.
기본기 하나만 믿고 덤빌 상대는 아니었다.
“너 뭘 믿고 덤빈 거냐? 여기까진 어떻게 온 거고?”
폐와 내장이 검에 의해 조각났다. 누군가 뱃속에 불에 달군 숯덩이를 넣어 둔 듯, 더럽게 아팠다.
“날 믿고 덤볐어. 이번에는 실수한 거고, 마음가짐이 잘못된 것 같다.”
오늘을 다시 산다고 해서 같은 경험을 반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뭐?”
“다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집중 상태에 들었을 때 깨달음이 찾아온 것처럼 지금도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니 다시 해 보자.
“내가 놓아줘도 넌 죽는다. 다음이 어디 있어?”
“미친놈 아닙니까? 상대하지 마십쇼. 소대장님.”
스릉!
옆에 있던 적병 하나가 검을 뽑아 엔크리드의 목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엔크리드는 기다리지 않고 목을 틀어 검에 직접 베였다.
부욱.
칼날을 잘 갈아 뒀는지, 화끈한 통증과 함께 목에 깊은 자상이 생겼다.
격렬한 움직임에 배와 목에서 동시에 통증이 올라왔다.
뒈질 것 같은 통증, 아니 곧 죽을 테니, 정말 죽음에 이르는 통증을 견디며 엔크리드가 입을 열었다.
“또 보자.”
한마디 말을 남기고 피를 질질 흘리며 죽는다.
* * *
다시 오늘이 시작되고.
엔크리드는 또 미치 휴리어를 찾았다.
“반갑다. 친구야.”
“……너 설마 나 찾아온 거냐?”
“응. 맞다. 집요한 사랑꾼, 그레이 독의 소대장 찾아온 거 맞다. 한판 붙자.”
“미친 새끼로군.”
다시 붙는다. 엔크리드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의도하면 안 돼.’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을 거듭하면 그 생각에 매몰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처럼 하면 된다.
상대의 검에 맞춰 춤을 추듯, 내 검으로 장단을 맞추듯.
싸우고 또 싸운다.
같은 방식으로 열여덟 번의 오늘이 필요했다.
그제야 엔크리드는 다시 집중 상태에 돌입했다.
그게 얼마나 기쁘던지.
한쪽 팔이 잘려 바닥에 엎어졌는데도 웃음이 나왔다.
통증을 잊을 만큼 기뻤다.
“웃어?”
그걸 본 미치는 검을 내리쳤다. 그거로 끝이었다.
다시 반복.
계속한다. 될 때까지.
누군가 본다면 지독한 놈이라 할 것이다. 끈기가 대단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엔크리드에게는 끈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집중 상태에 들어간다는 것이.
실전을 거듭하며, 호적수를 만나 검을 휘두르며 몸에 밴 검술이 더 나아진다는 것이.
너무나 만족스러웠기에,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스물여덟 번의 오늘이 지나가며 엔크리드는 집중 상태에 대한 감을 잡았고.
마흔여덟 번의 오늘을 통해 의도적으로 한 점의 집중을 꺼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아흔네 번의 오늘을 통해 그는 한 점의 집중을 원할 때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오롯한 집중.
그건 자신의 검과 몸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게 되니, 힘과 더불어 기교가 붙었다. 그렇게 한 점의 집중을 익힌 뒤다.
“가르쳐 줘.”
라그나에게 다시금 배우는 행위를 시작한다. 그리 배우고 곧바로 한 점의 집중을 보이자, 라그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뭡니까?”
“왜?”
“어디서 먼저 배운 거 같은데, 아니 이게 배운다고 되는 건 아닌데. 그, 천재였습니까?”
천재라니, 천운이 따라 진득한 경험을 했음에도, 백 번을 넘게 반복해야 겨우 몸에 붙일 수 있었다.
엔크리드는 자신이 재능이 없음을 알지만, 거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 오롯이 지금이 즐거울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을 반복하며 입에 붙은 말을 했다.
“운이 좋았어.”
“이게 운이 좋다고 된다고?”
라그나는 황당해했다.
그걸 보며 엔크리드는 이 오늘을 벗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한 점의 집중에서 정수만 딱 골라 집어 배운 것으로 천재인 척을 한 뒤, 라그나를 두고 돌아서자 그가 물었다.
“어디 갑니까?”
“중대장 만나러.”
라그나는 엔크리드를 놔뒀다.
한 번에 한 점의 집중을 깨우친 게 못내 신기할 따름이었다.
분대장이 정말 천재일까?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한 점의 집중을 보이긴 했지만, 수없이 때려 만든 조각상 같은 정교함이 보였다.
절대로 한 번 보고 익힌 건 아니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고민하던 라그나는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럼 놔두는 게 답이었다.
그저 저런 분대장을 보니, 의욕이 솟구칠 뿐.
엔크리드는 라그나의 눈이 오늘도 빛나는 걸 보며, 쟤는 뭘 해도 오늘만큼은 의욕이 솟구치는 날이구나 싶었다.
‘내 할 일이나 하자.’
라그나한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이 싸움은 뭘 해도 아군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는다. 그러지 않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했다.
하나는 몰살의 안개를 치우는 것.
다른 하나는 안개가 사라지는 사이에 아군이 몸을 사리는 것.
그 두 개를 동시에 할 순 없었다.
엔크리드의 몸은 하나다.
깃대를 부러뜨리는 것도 문제가 남았다. 기습을 가한 이후에도 적진 한복판에서 빠져나와야 할 테니.
엔크리드는 오늘에 갇힐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상대가 준비한 전략을 부수고 박살 내야 했다.
“중대장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엔크리드는 4소대장을 찾아가 말했다.
“……지금?”
전장이 다가오는 걸 피부로 느끼는 시기라 아군의 분위기는 날이 섰다.
그런 와중에 중대장을 만나겠다고 하니, 황당할 법도 했다.
소대장은 장창을 막사 벽에 비스듬히 세워 두고 쉬는 중이었다.
부츠를 신은 채로 야전 침대에 누워 있던 소대장이 몸을 일으켰다.
“네, 지금.”
“왜?”
“이전 정찰 임무에서 본 것 중에 기억 난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4소대장은 유심히 엔크리드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뚜둑 하고 무릎에서 뼈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일어나 몸을 풀고는 물었다.
“그게 뭔데?”
“아즈펜 공군이 숨긴 게 주술 같습니다.”
“주술?”
“네.”
소대장은 이게 맞나 의심하는지 걸음을 떼려다 멈췄다. 그러다 엔크리드가 헛소리를 하는 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걸음을 재게 놀렸다.
할 말이 있으면 해야지.
판단은 중대장이 할 것이다.
곧 중대장 막사에 도착해 들어갈 수 있었다.
“날 보자고 했다고?”
녹색 눈의 요정, 중대장이 물었다.
막사 안이 아늑했다. 타닥타닥 타는 짧은 횃대를 보며 엔크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슨 일로?”
별일 아니면 한 소리 할 것 같았다. 요정 중대장의 말투가 차가웠다.
“주술입니다.”
엔크리드는 질질 끌지 않고 말했다.
“주술?”
“깃대와 깃발, 적지에서 본 사람, 주술사였습니다.”
지독하게 반복한 오늘 덕분에 가물가물하지만, 거기서 본 걸 잊진 않았다.
엔크리드는 자신이 본 걸 적당히 각색해서 말했다.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정도로 설득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다시 해야지 뭐.’
오늘을 반복하는 자의 특권이었다.
다행히도 요정 중대장은 엔크리드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더 자세히.”
“그러죠.”
적군이 주술사님이라고 외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요정 중대장의 눈이 반짝 빛났다.
안개가 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건 과하다.
주술은 비인부전, 문외불출이다.
그걸 한눈에 알아보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딱 여기까지, 이제는 중대장의 깜냥에 달린 거였다.
엔크리드는 말을 전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장의 선두에 선 거다.
이제 미치 휴리어를 넘어서 깃대를 부러뜨릴 차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나머지는 지휘관의 몫이었다.
“후우.”
이제는 오늘에 갇힌 자신을 뛰어넘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