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1)
전투가 끝난 이후, 엔크리드는 보더 가드의 상비군으로서 의무도 다했다.
경계 근무도 섰고 도시 내부 순찰도 했다.
그 외 나머지 시간에는 매일 검에만 몰두했고.
이런 엔크리드를 처음 봤다면 질릴 만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주변 모든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만큼 평온한 일상이기도 했다.
사실 누가 눈여겨봤다고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안으로 침잠해 고민을 거듭했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또는 어떻게 하면 검을 더 잘 휘두를 수 있는가.
가진 것을 점검하고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기사의 실력을 보고 있으니, 그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구가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그렇다고 조바심이 나진 않았다.
천천히 하나씩.
느려도 반드시 앞으로 나아간다. 엔크리드의 특기였다.
‘야수의 심장, 칼날의 감각, 한 점의 집중.’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렘, 작센, 라그나에게 배운 모든 걸 동원해서 대련에 임했다.
처음에는 주로 렘과 어울렸고 이후에는 라그나도 합류했다.
그러자 작센도 가끔 끼어들었다.
“뇌까지 근육이 되기 전에 제가 환기해 드리죠.”
“응? 그건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괜한 말 한마디로 렘과 작센 사이에 불똥이 튀었지만, 엔크리드가 보기에는 평온한 일상이었다.
렘과의 대련은 거칠었다. 순간적인 임기응변, 판단력이 요구되는 대련이다.
대담함을 필두로 집중해야 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다.
라그나는 조금 달랐다.
검술 그 자체에 집중하는 싸움이다. 공세로 시작해도 방심하면 금세 수세에 몰린다.
대련 내내 싸움 전체 흐름에 신경 써야 했다.
작센은 이 둘과 또 달랐다.
작센은 속임수를 많이 섞어 썼다. 소리로도 속였고 발짓과 손짓, 어깨를 슬쩍 빼는 거로도 속였다.
모든 동작에 신경 써야 했다. 반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싸움이 된다.
“잡생각을 지우세요. 현재에 집중.”
작센의 말이었다.
엔크리드의 머릿속에 기사는 어느새 지워졌다.
그는 매일 할 수 있는 걸 반복했다.
보더 가드로 돌아오고 보름이 지난 오후, 논공행상이 있었다.
“간악한 아즈펜을 상대로 승리에 기여한 이들이다!”
대대장이 포상금을 나눠 줬다. 그중 엔크리드의 포상금이 가장 많았다.
“주술의 존재를 알리고 파훼한 공을 따라 포상을 내린다!”
부관이 큰 소리로 엔크리드의 공을 말했다.
‘이걸 다 말해 주네?’
지휘부 쪽에서 냉큼 자신의 공이라고 빼 먹을 줄 알았더니, 유유히 공을 인정해 줬다.
대대장 옆으로 줄지어 선 중대장 여럿 중 에메랄드 눈의 요정이 단연코 눈에 띄었다.
중대장이 뭘 한 걸까? 알 수 없다. 물어본다고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우리의 승리다!”
대대장은 다시 한번 승리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전장의 마지막 밤처럼 광기에 휩싸이는 사람은 없었다.
소대장을 필두로 앞쪽에 선 병사가 손뼉을 쳤다.
엔크리드가 제자리로 돌아오자, 몇몇 병사가 뒤쪽에서 그걸 보고는 힐끔거리며 씹었다.
“주술? 그 깃발을 혼자 부쉈다고?”
“제 분대원 중 누가 했겠지.”
“설마 혼자 했겠어.”
“안개가 주술이었고, 그걸 없앴다는 거잖아? 설마 싶다. 저 분대장이?”
평소의 엔크리드를 안다면 할 수 있는 말이다. 엔크리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렘은 아니었다.
“요즘 애들이 내 도끼 맛이 그리운가 보네.”
그는 무표정하게 말했고, 그 말에 담긴 의미는 무시무시했다.
평소에도 주변 병사 머리통 때리는 걸 취미로 삼는 놈인데.
“이런 건 왜 하는 겁니까? 이럴 시간에 잠이나 한 번 더 자지.”
라그나가 뒤를 힐끔 보고는 투덜거렸다. 대대장의 훈시가 지독하게 지루한 것 같았다.
엔크리드가 분대장으로서 그를 달랬다.
대대장이 한참 제 얘기를 떠드는 중이었다.
전장에서 자신의 역할이 어쨌고 사실 정찰대를 보낸 건 제 생각이었으며, 깃발을 보자마자 주술임을 알았다는 개소리의 향연이었다.
지루했는지 뒤에서 엔크리드를 까는 소리가 점점 늘었다.
“사고뭉치 분대장 저거, 몰래 대대장 숙소도 들어가는 거 아니야?”
“야, 남창 새끼도 아니고 무슨 헛소리냐.”
남창 새끼라는 단어를 꺼낸 놈이 제가 뱉은 말에 더 크게 웃었다.
이것도 평소에 듣던 소리다. 분대원의 비위를 맞춰 살아남은 분대장.
예전 실력이 형편없을 때도 신경 쓰지 않던 말이다.
지금에서야 아예 귓등으로 흘리는 걸 넘어 들려도 듣지 않는 수준이 됐다. 엔크리드는 또 무시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의 분대원은 아니었다.
“재밌나 보네?”
작센이었다. 어느새 움직인 적갈색 머리칼의 분대원이 입을 턴 병사들 가운데서 양쪽으로 어깨동무를 했다.
엔크리드는 작센이 언제 움직였는지도 몰랐다.
병사 둘이 흠칫 놀라는 게 보였다.
작센이 둘 사이로 고개를 푹 숙이더니, 뭐라 뭐라 속삭였다. 고개를 숙인 채로 말하는 바람에 입술도 읽을 수 없었는데, 그 말을 끝으로 병사 둘이 입을 다물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건 덤이었다.
작센은 유유히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뭐라고 했냐?”
렘이 궁금한지 물었다. 라그나도 귀를 세우고, 왕눈이와 신실한 분대원도 은근히 몸을 작센 쪽으로 기울였다.
저들이 뭐라 떠들든 신경 쓰진 않지만, 엔크리드도 작센이 한 말은 궁금했다.
“그냥 조언,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조언.”
“웃기시네.”
렘이 그를 비웃었다.
엔크리드는 보지 못했지만, 아니 왕눈이까지 둘은 보지 못했지만, 나머지 셋은 봤다.
어깨를 두른 작센의 양손에는 짧은 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그 끝이 정확히 목을 찌르고 있는데, 어느 누가 간담이 서늘하지 않겠나.
“너도 조언이 필요한 거냐?”
작센이 렘을 향해 물었다. 여상한 태도였다. 렘이 그걸 듣더니, 웃었다. 이마에 핏대가 선 채로.
“조용. 대대장 훈시 중이다.”
엔크리드가 적기에 끼어들어 말렸다.
작센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엔크리드를 향한 불만은 여전했다.
질투와 질시가 물씬 섞인 비난이었다.
본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
본래는 뒤에 처진 채로 바닥에서 바둥거리던 존재.
본래는 분대원 덕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는 분대장.
그게 엔크리드의 위치였다.
최하급 병사인 것도 한몫했고.
그런데 그런 병사가 주술을 파훼했단다.
대대장이 직접 공을 치하하고 왕국에서 포상금까지 내려왔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사람보다 뱀의 마음으로 질시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예부터 나우릴리아에서 뱀은 간악하고 질투가 많으며,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흉한 생물로 표현되곤 했다.
그래서 이런 경우를 보고는 ‘뱀심’을 부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병사들의 행태가 딱 그랬다.
자신보다 형편없어야 할 사람이 세운 공이 아니꼬운 거다.
주술을 파훼함으로 자신들을 구했음에도 쉬이 인정하지 못하는 병사가 많았다.
“설마, 저 분대장이?”
불만이 아니더라도 내뱉은 지금과 같은 한마디가 이 모든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설마, 저 분대장이 뭘 했겠느냐고.
거기에는 무시와 질시, 질투가 섞여 있었다.
“흠, 다들 말이 많긴 하네요.”
평소라면 그냥저냥 넘어갈 왕눈이가 한마디 할 정도였다.
대대장의 훈시가 끝났다.
받은 가죽 주머니는 두둑했다. 동화가 아니라면 꽤 큰 금액이었다.
엔크리드는 두둑한 주머니로 검이나 한 자루 사기로 마음먹었다.
“전부 흩어져! 근무 교대 시간이다.”
대대 부관이 지루한 시간의 끝을 알렸다.
“바로 한판 할까? 근무 있어?”
모두 흩어지려는 가운데 엔크리드가 렘에게 물었다. 렘은 이 사람이 정말 참으로 너무도 신기했다.
“나 말고 저 입 턴 애들하고 노는 건 생각 안 해 봤수?”
“쟤들? 굳이? 도움이 될까?”
분대장은 또 검만 바라본다. 그걸 본 렘은 가슴이 푸근해졌다.
어찌 이렇게 사람이 한결같을까.
건방지게 입을 턴 새끼들을 처리하는 건 나중이었다.
“합시다. 대련.”
렘은 새삼 보더 가드에서 처음 엔크리드를 봤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형편없는 수준을 넘어서 꼼수만 쓰는 머저리였는데.
지금은 어떤가.
전투가 끝나고 도시에서 다시금 겨뤘을 때가 번뜩 머릿속을 스쳤다.
‘어디서 이런 기본기를?’
중검식, 그것도 탄탄한 명가의 지도를 받은 듯한 검술이 보인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많이 늘었수다.”
한마디 하고 곧바로 렘도 기어를 높였다. 그래야 했다. 이제 예전처럼 장난치듯 하는 대련으로는 부족하니까.
렘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으나, 라그나는 엔크리드와 대련한 직후 꽤 놀랐다.
‘내가 가르쳐도 이보다 잘할 순 없겠다.’
그만큼 분대장의 실력이 부쩍 늘었다. 기본기도 그렇고 한 점의 집중은 슬쩍 가르쳐 준 것 같은데 그것도 곧잘 했다.
그렇다고 이게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한 점의 집중은 일종의 트랜스 상태로 자신을 몰아가는 것이다.
재능만 있다면 하루 만에 될 수도 있었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분대장이 그렇게 된 건 신기하긴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자신이 되니까 상대방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천재의 사고방식이었다.
라그나는 그렇게 엔크리드의 현재 상태를 이해했다.
작센은 부쩍 실력이 늘어 버린 분대장을 상대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이게 즐거워?’
칼이란 무엇인가, 창이란 무엇인가, 비수를 포함한 무기란 무엇인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제까지 평생 무기를 도구로 대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분대장과 겨루고 나면 속이 시원했다.
작센 자신이 정한 목표를 잠깐 잊어버릴 정도로.
그게 못내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서 더 분대장을 챙기고 싶었다.
한쪽에 선 신실한 분대원, 아우딘 픔레이는 분대장을 빤히 쳐다봤다.
그의 안목은 남다른 바가 있었다.
‘하루 만에 실력이 부쩍 늘었는데.’
분대장이 이 정도로 몸 쓰는 데 재능이 있었나?
그렇다면 이후에도 실력이 향상하는 게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다시 정체다.
배우고 몸에 익히는 모든 것에는 정체기가 있을 수 있다.
아우딘도 그걸 알지만, 분대장을 볼 때면 언제나 어색함이 느껴졌다.
‘뭔가 묘하게 이상한데.’
그래도 크게 신경 쓸 건 아니리라.
또는 신의 축복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엔크리드는 하루가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혹사하며 훈련에 임하던 사람이다.
저런 이에게 축복이 내리지 않는다면 어떤 이가 축복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아우딘은 분대장으로부터 시작된 화두를 끌어안았다.
신과 사람, 축복과 저주.
그는 떠오르는 모든 것을 화두로 삼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 * *
“괜찮은 것 같네.”
엔크리드는 검 한 자루를 샀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발레리산 강철이 섞인 놈이라고 그거!”
대장장이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엔크리드는 되물으며 검을 들고 칼날을 살폈다.
발레리산 강철 특유의 푸르스름한 궤적 따윈 없었다.
전문가처럼 칼날을 살피는 모습에 대장장이가 이어 말했다.
“섞였다고 했지, 발레리산 강철이라고는 안 했다.”
“네.”
발레리산 강철은 대륙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양질의 금속이다.
발레리 지역에서 나오는 강철은 탄성이 높고 잘 부러지지 않는다. 발레리산 강철로 검을 만들면 쉬이 이가 나가지 않았다.
한 번 날을 세우면 무척 튼튼한 무기가 되니.
전장에서 튼튼한 검만큼 든든한 아군이 어디 있을까.
그러니 모두가 바라는 게 발레리산 강철 무기다.
그게 아니라면 제국 강철이 있지만, 제국 강철은 제국 밖으로 반출되지 않으니 구할 수 있는 것 중에는 발레리산 강철이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거로 하죠.”
검 한 자루 값으로 포상금의 반을 써 버리니, 따라온 왕눈이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검에 크로나를 그렇게 많이 씁니까? 대충 전장에서 굴러다니는 거 써도 되고, 아니면 보급 신청해도 나오는데.”
“어설픈 거 쓰다가 칼 맞고 뒈지면 안 억울할까?”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고요. 그래서 지금 바로 승급 신청하러 가시게요?”
“응.”
그동안 수없이 대련하며 몸에 붙인 기술을 최근에 다시 한번 갈고닦았다.
이제는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은 최하급이다. 중급 이상은 되리라 판단한다.
그럼 상급은? 최상급은? 특급은?
나우릴리아는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병사 등급제를 도입했다.
등급을 승급하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병사를 이기면 되는 거였다.
도전은 언제든 받아 준다. 부대 내에 이런 대련을 엮어 주는 이들도 따로 있었다.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네, 그럼 가시죠.”
그리고 이런 대련을 엮어 주는 일을 왕눈이도 했다.
크라이스, 왕눈이는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다 했다.
승급 대련은 도박이 엮인 일이었기에 돈이 됐다. 윗선에서도 크로나가 오가는 걸 알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아예 대련에 크로나를 거는 지휘관도 있었다.
“전 분대장의 승리에 걸었습니다.”
왕눈이가 말했다. 제 안목을 믿고 한 말은 아니었다.
시작하기 전에 렘을 달달 볶아서 들은 말이다.
“어지간하면 분대장한테 걸어라.”
그게 전부지만, 렘은 빈말할 사람이 아니기에 왕눈이는 그걸 믿었다.
‘잃기만 해 봐.’
그러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물론 덤비진 않겠지만.
렘에게 덤비면 뼈도 못 추린다는 걸 크라이스도 잘 알았다.
“승급 대련을 하겠다고?”
소대장에게 요청하자, 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하급에 머물 필요는 없지.”
그 뒤 소대장이 허락하고 왕눈이의 주선으로 중앙 연병장에 대련 준비를 하자, 하릴없는 병사 몇이 모였다.
실상은 구경꾼이 모일 일도 아니지만, 그 유명한 사고뭉치 분대장 아닌가.
주술의 안개를 부쉈다는.
분대원의 항문을 핥아서 연명한다는 소문의 그 분대장!
그러니 구경꾼이 늘었다.
하나둘 보는 눈이 많아졌다.
스무 명이 넘는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엔크리드는 상대와 마주 섰다.
곱슬머리를 가진 용병 출신의 병사였다.
“나 중급이다. 곧바로 중급 병사 신청했다며?”
“그랬지.”
“너 건방지구나.”
짧은 대화를 끝으로 검을 나눈다. 엔크리드는 상대의 내려치는 검을 받아 냈다.
챙!
칼과 칼이 만나 쇳소리가 울리고.
엔크리드는 상대가 재차 공격할 걸 기다렸다.
이제까지는 쭉 그래 왔다.
렘도 라그나도 작센도.
대련할 때마다 엔크리드의 빈틈을 후벼 팠다.
실전에서는 또 어땠나.
찌르기를 좋아하던 변태도.
아즈펜의 미치 휴리어도.
전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들은 상대의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아니었다.
챙! 챙!
몇 번의 검격이 더 이어졌다.
엔크리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장난하는 건가.’
상대 실력이 제 생각보다 너무 떨어진다. 이게 진심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으핫!”
자신의 등급이 중급이라던 병사가 검을 내리친다. 빈틈이 너무 많아 고민이 들 정도였다.
엔크리드는 검을 막는 시늉만 하다가 피하며 상대의 정강이를 발등으로 걸어 넘겼다.
턱, 훅, 붕.
병사의 오른발이 옆으로 들리며 그대로 넘어갔다. 그가 콰당 하고 쓰러졌다.
“으악!”
넘어지다가 손을 잘못 짚었는지, 비명과 함께 손목을 움켜쥐며 바닥을 굴렀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엔크리드의 눈에 의문이 봇물 터지듯 솟았다.
‘왜 이렇게 약해?’
엔크리드는 그게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