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한 합
문이 열린 뒤, 안쪽에 처음 발을 내디딘 건 렘이었다.
“어느…….”
들어가며 뭐라 말하려는데, 입을 열 틈도 없었다. 렘의 머리 위에서 뭔가 떨어져 내렸다.
렘은 예측이라도 한 듯 수직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머리 위를 가르는 섬광이 어두운 방 안을 가른다. 렘은 도끼를 휘두르자마자 곧바로 옆으로 몸을 튕기듯 날렸다.
이 모든 게 약속한 동작처럼 유려했다.
쿵.
이후 떨어진 시신만이 여기에서 벌어진 일을 알려 줬다.
“뭐야.”
크라이스가 놀라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천장 위쪽에 숨어 있었던 놈이었다. 양손에 짧은 나이프가 쥔 채로 렘의 도끼질에 가슴부터 가랑이까지 갈라져 내장과 피를 바닥에 흘렸다.
피비린내와 더불어 죽음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개 범죄 길드인 줄 알았는데.”
크라이스가 중얼거렸다.
“이 새끼들이.”
렘은 비틀린 미소를 보였다.
“귀엽게 구네.”
그리 말하곤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꽤 넓었다. 네모지게 잘 만든 벽돌과 흙, 짚 따위로 만든 벽 옆으로 우측으로 꺾어지는 통로가 보였다.
렘이 성큼 나아가며.
“너냐?”
대뜸 말하고 도끼를 휘두른다. 가차 없는 도끼질이 두 번째 시신을 만들었다.
통로 옆에 숨어 있던 놈이었다. 꼬챙이 같은 걸 들고 찌르는 시늉을 했는데 무용했다.
렘의 도끼가 그보다 빨랐다.
상대는 범죄 길드다. 소매치기나 보호세나 뜯어내는 놈들이다.
반면 이쪽은 전투가 업인 병사 무리다.
하물며 엔크리드 자신이 상급 병사에 나머지는 자신보다 더 잘 싸우는 이들이다.
‘당연히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눈으로 직접 보니, 색다른 느낌이긴 했다.
범죄 패거리는 은밀하게 숨어 어둠 속에서 나이프 따위를 쑤셨는데,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음에도.
렘은 그 모든 기습을 다 부쉈다. 미쳐 날뛴다고 볼 순 없지만, 조용한 광기 따위가 엿보였다.
덤벼들면 도끼로 다 쪼개 버리겠다는 광기.
렘은 그리 움직이며 입도 쉬지 않았다.
“아니면 너냐?”
죽일 때마다 입을 연다.
“너구나?”
쩍!
“너냐?”
다섯 번째 암습자는 아예 머리를 쪼개 놓고 물었다.
“죽은 놈은 말을 못 해.”
뒤에서 엔크리드가 말하자, 렘이 핏물이 뚝뚝 흐르는 도끼를 들어 도낏자루로 제 머리를 긁었다.
“나도 아는데, 산 놈도 대답이 없잖수, 대답이.”
대답이야 다른 놈이 갖고 있겠지.
오른쪽으로 꺾인 통로를 지나자 왼쪽에 방 하나, 우측에 방 하나가 더 보였고 정면에 응접실로 쓰는 공간도 보였다.
복잡한 구조는 아니다.
응접실, 방 두 개, 식료 저장고로 쓰일 만한 곳과 주방.
그게 전부다.
그리고 죽은 암습자는 다섯.
다들 말은 없었다.
“범죄 조직치고는 준비가 과한데요. 정말 분대장 노린 애들이 얘들인가 봐요.”
크라이스가 죽은 시신을 살피며 말했다. 죽은 놈의 얼굴을 한참 보던 크라이스가 고개를 들었다.
“모르는 얼굴이네요.”
엔크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다는 말에 동의한다는 표시이자, 자신을 노린 놈들이 이들이 맞는 것 같다는 말에도 동의한다는 의미였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솔직히 말하자면 반은 악마의 똥 가루를 피하기 위한 핑계였는데.
신분패를 위조하고 암살자를 인도하는 일에 범죄 길드가 적임임은 알지만.
‘보더 가드의 직업 군인을 상대로?’
이 도시에서 발붙이고 살려면 쉬이 시도하지 못할 짓이다. 그런데도 했다.
이들에게도 이유가 있겠지.
물론 그 이유야 엔크리드가 알 바 아니었다.
반쯤 찍어서 온 건데.
대충 쏜 화살이 멧돼지 미간에 꽂힌 격이다.
“애걔? 이게 끝?”
안을 뒤지던 렘이 말했다. 대답하는 놈도 없고 나이프를 들고 덤비는 놈만 다섯이었다.
그야말로 미쳐 날뛴 렘 하나로 끝난 일이다.
“그럴 리가요. 이 정도 준비성이 있고 작센이 제대로 알아온 거면.”
크라이스가 나섰다. 어두웠는지, 품에서 부싯돌을 꺼내 주변에 굴러다니는 짚을 엮어 불을 붙였다.
따닥 하고 부싯돌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짚에 불이 붙고.
싸늘한 공기가 감도는 집 안에 불빛이 생겼다.
짚단을 모아 만든 임시 횃불로 크라이스가 샅샅이 주변을 뒤졌다.
그러더니 곧 응접실 한쪽 바닥을 발뒤꿈치로 쿵 찍었다.
투-웅.
울림이었다. 안이 비었다는 말이다.
“제가 하지요.”
아우딘이 나섰다. 바닥 위에는 싸구려 모피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의자까지 놓였는데, 모피 끝을 잡고 옆으로 훅 던졌다.
모피에 쌓인 의자가 꿍 하는 묵직한 소리를 냈다.
이후, 아우딘은 다시금 호쾌한 노크를 했다.
쾅.
앉은 자세에서 수직으로 내리꽂은 주먹에 나무로 만든 문에는 구멍이 생겼다.
구멍을 통해 손을 집어넣은 아우딘이 안쪽에 팔을 집어넣어 잠금장치인 걸쇠를 풀었다.
“어디로 연결되었을까요?”
“본거지.”
크라이스의 물음에 작센이 답했다. 마치 이런 일이 있으리라 예상한 듯한 여상한 태도다.
렘이 엔크리드를 바라봤다.
타다닥 하고 타오르는 짚 횃불 덕에 본래는 회색이었을 렘의 눈이 붉게 보였다.
“계속 간다.”
엔크리드는 렘이 뭐라 묻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기왕 시작한 일 끝을 봐야 하지 않겠나.
일개 범죄 패거리 소탕이 아니라 길드라 불릴 만큼 몸집이 큰 상대다.
이름만 길드라 붙여 놓고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패거리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자신을 노린 것도 이들이 맞을 확률이 높으니, 따질 건 따져야 하는 법이다.
어떤 머저리도 제 목숨을 노리는 놈을 얌전히 놔두진 않는다. 다행히도 엔크리드는 머저리가 아니었다.
“당연한 소리!”
이번에도 렘이 먼저 나섰다. 토굴은 길지 않았다.
반 시간도 되지 않아서 위쪽으로 향하는 통로가 보였다.
더럽게 추웠지만, 렘은 거지를 만났을 때 이미 모포 따위는 던져 버린 뒤였다.
부르르 떠는 렘의 등을 보는데, 그 등에서 어째 분노가 느껴졌다.
“위에 누가 있다.”
렘의 바로 뒤에서 걷던 작센이 말했다.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였다.
“우리가 온 걸 예상한다는 거로군요.”
맨 뒤에서 크라이스가 말했다.
“도적들이 도시 내에서 이리 활개를 치게 둬서는 안 되겠지요.”
이번에도 아우딘이다. 문을 부수는 데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본래 취미가 이쪽일지도 몰랐다.
어설프게 만든 흙 계단을 두 개씩 오르더니 아래에서 위로 몸을 비틀어 어깨와 등의 경계선으로 문을 때린다.
색다른 기술이었다.
그걸 본 엔크리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꽝!
포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아니면 화염 마법이라도 폭발했던가.
그와 동시에 문짝이 위로 솟구쳐 날아갔다.
“우악!”
대기하고 있던 놈들의 놀란 소리가 들렸고.
그 뒤는 다시 렘의 무대였다.
“너냐!”
이번에도 알 수 없는 물음을 던지며 위로 솟구친다. 첫발에 계단을 밟고 두 번째 발에는 아우딘의 허벅지를 밟고는 허공을 날아 손도끼를 휘두른다. 엔크리드는 밑에 있었기에 렘의 궁둥이만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여실했다. 쿵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흘러 뚫린 구멍 가장자리로 흘렀으니까.
“저 형제님은 버릇이 안 좋군요. 남의 허벅지를 밟고 가다니.”
아우딘이 허벅지를 탁 털고선 먼저 올라서고 그 뒤를 작센과 라그나, 그 뒤를 다시 엔크리드와 크라이스가 올라갔다.
화르르륵.
올라서자, 사방이 횃불이었다.
“어떤 미친 새끼들인가 했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다.
엔크리드는 좌우를 둘러봤다. 최소 서른 명이 넘는 장정이 보였다.
모두 무기 하나씩은 들고 있었다.
못 박은 몽둥이, 숏소드, 창, 가죽 주머니에 모래를 채운 블랙 잭이란 무기도 보였다.
무장이 다양하다는 소리였다.
횃불 덕분에 시야가 밝아졌다.
크라이스는 이제까지 눈이 되어 준 짚 횃불을 나온 구멍에 집어 던지고는 감탄했다.
“와우, 많네요.”
그래, 많긴 하네.
엔크리드도 같은 생각이었다.
“군인이지?”
서른 명이 넘는 장정 사이, 홀로 고운 비단으로 셔츠와 바지, 그 위에 마수 가죽 코트를 걸친 놈이 보였다.
지팡이로 바닥을 짚고 선 채다.
다리가 불편해서 쓰는 지팡이는 아니었다.
귀족, 또는 부유한 상단주가 자신의 부를 상징하기 위해 들고 다니는 손잡이 끝에 보석이 박힌 지팡이였다.
두 다리가 멀쩡한데 지팡이가 무슨 필요가 있겠나. 허세의 상징일 뿐이지.
“길핀 패거리 맞나?”
엔크리드가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귀티를 풍기는 놈이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이 상한 게 훤히 보였다.
“왜 다들 죽고 싶어서 난리인지.”
“보더 가드 내에서 일어난 암습 사건에 관해 물으러 왔다.”
엔크리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렘이 입을 열었다.
“너냐?”
짧지만, 굵은 물음.
뭘 묻나 싶었더니, 엔크리드는 이제야 알아챘다. 자신을 노린 암습자에 관해 물은 거였다.
근데 그렇게 묻는다고 답을 해 주긴 하나?
렘이랑 잘 어울리는 방식이긴 하지만.
‘나라도 답을 안 해 주겠다.’
“전혀 모르는 얘기다.”
상대는 당황은커녕 당당하기만 했다. 그 당당함이 오히려 의심스러웠고.
엔크리드의 분대원은 의심만으로 충분한 이들이었다.
“저 새끼로군요.”
작센이 중얼거리고.
“흠, 쟤였나 보네.”
라그나도 지팡이를 든 상대를 바라봤다. 아니, 평소의 라그나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면 노려보는 수준이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를 직시했으니까.
평소에는 눈을 반만 뜨고 다녔다.
“형제님, 정말로 우리 분대장을 노리셨습니까?”
아우딘이 한 걸음 나서서 물었다. 가까이 있던 남자 서넛이 찔끔 놀랐다.
어두운 밤, 횃불이 만든 그림자 덕에 아우딘의 몸집이 더 커 보였다.
엔크리드의 키가 180cm에 가까운데 아우딘은 그보다 한 뼘이 더 컸다.
2m가 조금 안 되는 키다.
신장만 큰 것도 아니다. 자세히 보면 전신이 근육이었다. 팔뚝 굵기가 어지간한 여자의 허벅지보다 두꺼웠다.
엔크리드를 포함한 사고뭉치 분대원은 전부 몸이 탄탄하고, 근육질이었다.
하물며 크라이스까지도 자신이 만나는 모든 여성을 위해 몸을 만들어 쫙 갈라진 복근을 보유했는데.
아우딘이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위세를 부릴 정도였다.
근육의 두께가 남자를 상징하는 척도라면, 아우딘은 대륙 제일의 남자 중 하나일지도 몰랐다.
“맞습니까? 형제님?”
“무슨 개소리야, 분대장이고 뭐고 일개 병사를 죽이는 데 암살자를 보내고 말고 할 게 뭐 있는데.”
아우딘의 몸을 보고 움찔했는지, 놈이 필요 없는 말까지 뱉었다.
“암살자를 보냈다는 말은 안 했는데.”
암습이라고 했지, 암살자가 있었다는 말은 안 했다.
엔크리드의 말에 귀티를 풍기는 남자는 오히려 표정이 차분해졌다.
“그래서?”
어쩌란 거냐.
자신들은 서른 명이 넘는 범죄 패거리다. 무장도 단단히 했다.
이미 엔크리드 일행이 온다는 걸 알고 있던 눈치다. 어디선가 정보가 샜다는 소리다.
그래서 변하는 건 있나?
없다.
적어도 엔크리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범죄 사실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증거는 없다. 그러므로 인정하거나 말거나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상관없었다.
그건 상대도, 엔크리드도 마찬가지였다.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데 증거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다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범죄 길드라고 해도 저 중에는 엉겁결에 몽둥이를 쥔 놈도 있을 거다.
그런 이들까지 다 죽여야 할까?
엔크리드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챙.
엔크리드는 말없이 롱소드를 뽑은 뒤 땅에 대고 죽 그었다.
검을 뽑은 걸 보고 몇몇이 움찔했지만, 덤비는 놈은 없었다.
겨울 추위에 언 흙바닥에 선이 생겼다.
횃불만이 광원의 전부이기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선이지만, 의미만 전달하면 그만이었다.
너른 공터에 짧은 선이 생겼다.
엔크리드는 자신이 만든 선에 검 끝을 누른 채로 말했다.
“태어나 한 번도 약자를 죽이지 않은 사람, 얌전히 감옥에 들어갈 사람, 죽기 싫은 사람은 무기를 버리고 넘어와라.”
여긴 전쟁터가 아니다.
범죄자라 해도, 지금부터는 일방적인 살육의 장이 될 것이다.
상대는 모르나, 엔크리드는 이 사실을 알기에 기회를 줬다.
“신중해라. 아니면 오늘 전부 죽는다.”
살육을 입에 담는다. 그런 세상이다. 죽고 죽이는 게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그렇다고 해도 살인이 항시 즐거울 리는 없었다.
이곳이 전쟁터라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서 준 기회인데.
“뭐래?”
“응? 누가 죽어?”
“너무 쫄아서 돌아 버렸나.”
“어이, 친구. 오줌 지린 건 아니고?”
범죄자 브라더스가 한껏 엔크리드를 비웃었다. 귀 옆에 대고 손가락을 빙빙 돌리는 놈도 있었다.
결국, 아무도 엔크리드가 만든 선을 넘지 않았다.
“뭐하슈?”
렘이 물었다. 엔크리드는 부끄럽지 않았다. 처음부터 기회는 주고자 했으니까.
“형제님, 저들의 눈에 마귀가 씌었기에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입니다.”
아우딘이 속삭였다.
다 죽이는 건 악수다.
엔크리드는 다음 방법을 택했다.
“칼 제일 잘 쓰는 놈이 누구냐?”
실력을 보여 줌으로 선택의 창을 넓혀 주는 거다.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자신이 있었다.
어지간한 상대가 나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엔크리드는 검을 뽑은 채로 나섰다.
“상대해 줘라.”
픽 하고 비웃은 길드장이 답했다. 재롱이나 보자는 것 같았다.
엔크리드의 눈앞에 상대가 섰다.
“너 좀 까분다?”
용병 출신으로 보였다. 수염을 길러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많아도 마흔을 넘진 않을 것 같았다.
“너 그러다 죽어. 좋게 말할 때 그냥…….”
발렌 식 용병검.
말하다 말고 때리기.
상대가 쓴 수법이었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상대는 말 그대로 말하다 말고 대뜸 휙 하고 창을 찔렀다.
손에 든 창을 찔러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첫 번째 변태 병사의 찌르기보다는 부족했고.
깃대 앞을 막았던 미치 휴리어보다는 한참 밑이었다.
엔크리드는 날아온 창을 피하며 상대의 품에 파고들고는 검을 치켜들었다.
아래에서 위로 찌르는 검격.
푹!
일격이었다.
한 합으로 승부가 났다.
상대의 수준은 딱 예전의 자신과 비슷했다.
그러하기에.
엔크리드는 자신의 성장을 실감했다.
‘이 정도는.’
반복하는 오늘도 필요 없었다. 보는 순간 상대의 수준을 알았다.
한 합에 끝난 싸움이기에.
검에 찔려 죽은 놈이 꾸륵꾸륵 하며 피를 흘렸다. 엔크리드는 힘으로 놈을 옆으로 밀어냈다.
쑥 하고 검을 뽑자,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몸이 푸들푸들 떨더니, 뜨거운 김이 나는 피가 쏟아져 나왔다.
차가운 공기와 함께 침묵이 장내에 내려앉았다. 칼질 한 번이면 상대에게 자신을 주지시키기 충분했다.
다들 엔크리드를 보는 시선이 변했다.
엔크리드가 다시 물었다.
“넘어올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