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76화 (76/170)

76. 카르멘 컬렉션

“야, 너 말 안 들려? 너 적갈색 대가리.”

작센은 또 무시했다.

그걸 보며 엔크리드는 새삼 작센을 데려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렘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 저거, 나 부른 거요?”

말과 함께 도끼나 안 날아가면 다행이지.

작센은 무시만 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정작 무시당한 쪽은 상당히 불쾌하겠지만.

“이 새끼가, 나 폴리드 로크프리드다!”

그래서 어쩌라고.

작센은 눈으로 말했고.

다행히 일이 커지기 전에 레오나가 내려왔다.

유모를 대동하고 내려온 레오나는 활짝 웃었다.

“늦었네요.”

“늦기는, 호위라고 데려온 저놈은 대체 뭐 하는…….”

“네가 보냈죠?”

‘음?’

레오나는 사뿐사뿐 걸어오더니 입을 터는 폴리드의 말문을 질문으로 막았다.

폴리드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고개를 갸웃했고.

레오나의 손은 허공을 갈랐다.

짝!

‘와우.’

엔크리드는 속으로 감탄했다.

레오나가 신호도 없이 상대의 뺨을 후려갈겼다.

경쾌한 스윙과 호쾌한 타격이었다.

뺨을 맞은 놈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으니.

폴리드란 놈이 고개가 돌아간 채, 눈깔만 돌려 레오나를 바라봤다.

“네가 그랬잖아. 이 미친 새끼야.”

레오나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울렸다.

크라이스에게 한 대답을 정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 까칠했다. 다른 사람한테는.

채채채챙!

다수가 검과 무기를 뽑는다.

뺨 한 번에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했다.

엔크리드는 무기를 뽑진 않았지만, 레오나의 뒤에 섰고.

작센이 그 옆에, 요정 중대장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켰다.

“이, 이, 이, 미친년이, 죽으려고 진짜.”

그제야 폴리드가 제 뺨의 심술보를 부여잡고 말했다.

“죽기는 네가 죽겠지. 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돈 쓰고 병력 썼니? 그게 안 걸릴 줄 알았니?”

엔크리드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보고 있었다. 일이 참 재밌게 돌아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더 가드의 여관은 상단의 회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부대 내에 관사 따윈 짓지 않았기에.

덕분에 여관업이 발달한 거고.

그래서 이들이 여긴 모인 거다.

여관 주인이 홀을 지키다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뜸 뺨을 후려갈기고 서로 무기를 겨누는 상황이다.

이런저런 일을 다 겪은 그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주인은 몇 번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곧 결심하고는 주방 안쪽으로 발끝을 돌렸다.

포기다.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어차피 말릴 수도 없고 끼어들 수도 없으니.

다행인 건, 여기서 생긴 모든 피해를 로크프리드 상단의 이름으로 보상해 주기로 했다는 거다.

그러니 저리 여유를 부리지.

그가 주방 안으로 들어가며 슬쩍 엔크리드를 향해 눈짓을 보내긴 했다.

‘큰일은 나지 않겠지? 괜찮겠지?’

여관 주인 알렌과는 알음알음 안면이 있다.

엔크리드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레오나란 여자는 멍청하지 않다. 그러므로 여기서 칼부림이 날 만한 상황을 만들진 않을 터였다.

고로 분위기는 흉흉해도. 소란은 이게 전부다.

“그렇게 멍청하니까, 선대가 상단을 너한테 안 맡긴 거야.”

레오나가 입을 연다.

그녀는 상대의 반항이나, 무력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감히 너희가 날 건드릴 수 있겠냐는 생각이 전신에 묻어난다.

엔크리드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오롯이 레오나란 여자가 보여 준 태도 때문이다.

‘과감해.’

이런 건 뭐라고 해야 할까.

상대가 뭐라 반항하거나 말할 틈을 잘라 내는 재주다.

“여기가 어딘지 말해 봐. 당장.”

어금니를 깨물고 윽박지르는데, 폴리드란 놈이 기가 죽어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보, 보더 가드.”

“그래, 이 머저리야, 여긴 보더 가드야. 여기서 함부로 뒷골목에 부랑자나 등쳐먹는 길드를 고용해? 내가 보더 가드 상비군의 호위를 받는 걸 알면서도?”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 난, 그런 적이, 그 보더 가드 호위가 있다는 건 뒤 늦게…….”

기세에 눌렸네.

폴리드란 놈은 헛소리를 뱉는 것도 모자라 손까지 파르르 떨었다.

스릉, 탁!

폴리드의 헛소리에, 뒤에 선 남자가 검을 엄지 한 마디쯤 뽑았다가 도로 넣었다.

그 소리에 폴리드가 번뜩 정신이 돌아왔는지 말을 바꿨다.

“내, 내가 아니다. 어디서 누명을!”

대충 상황을 보니 그려지는 그림이다.

‘오기 전에 자신이 아니라고 발뺌할 준비도 했겠고.’

그런데도 분위기에 휩쓸려, 다 털어 낼 뻔한 거다.

“쳇.”

레오나가 혀를 찼다. 그러더니 드르륵 의자를 당겨 앉았다. 가죽 바지를 입은 채로 다리를 꼬곤, 품에서 연초를 꺼내 문다.

“불.”

유모가 촛대를 들어 불을 붙여 줬다.

“앉아. 계승권 논의 안 할 거야?”

양쪽에서 무기를 꺼내고 대치하게 만든 여자가 한 말이다. 그녀의 입에서 연초 연기가 훅하고 올라왔다.

폴리드도 의자를 거칠게 끌어당기며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칼부림하면 불리한 건 누구겠나.

밖을 지키는 두 개 분대 병력은 어디에서 파견을 나왔다고 생각하는 건지.

곧 둘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계승을 위해 서로 준비한 것을 치고받는 시간이었다.

즉, 엔크리드는 못 알아들을 말의 연속이었다.

“상로도 해석도 못 하면서 상단을 이어받겠다고? 상단 암어는 다 외웠니? 너?”

“그, 그런 건 집사가 해도 돼! 그것보다 난 적통이다. 어디서 밖에서 굴러먹다 온 계집이…….”

“내가 상단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는 건 선대가 인정한 거야. 그걸 깨겠다고? 적통이라고 물려받겠다고 하는 건 선대의 피를 이어받아서 하는 말이잖아? 그런데 선대가 공표한 건 인정 못 하는데 능력도 없으면서 피를 물려받았다고 상단을 갖겠다? 다른 사람들이 잘도 인정하겠네.”

엔크리드는 대강 듣고 흘렸다. 애초에 말하는 거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거나, 전부 레오나의 승리로 보였다.

‘그래서 마지막 동전 뒤집기로 암살이나 시도한 건가.’

보더 가드에 마침 그런 일을 받아 주는 집단이 있었던 거고.

이건 재주가 좋다고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머저리 같다고 해야 하는 건가.

둘은 한참이나 더 떠들었는데.

엔크리드가 듣기에는 레오나는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 이 자리에 앉은 듯했다.

“너 선대의 아들은 맞니? 아무리 봐도 안 닮았어. 의심이 가는걸?”

“이런 씨, 뭐? 뭐라고? 그, 어머니가 그러면 어디 다른 놈의 씨, 씨라도 받았단 말이냐!”

얼마나 화가 났는지 심술보 폴리드가 말을 더듬었다.

꽝!

그러곤 테이블을 후려치며 분노를 뿜어냈지만.

“후우, 그게 그렇게 되네?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연초를 뿜으며 상황을 장악한 건 레오나.

그런데, 이 여자 원래 이런 여자였나.

조신하고 조용한 편 아니었나.

모르겠다. 사실 본 건 겨우 이틀, 얘기를 나눠 본 건 길어야 쉰 마디가 안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고 단순하지 않으니.

“이 씹어먹을 년이!”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 이 못생긴 자식아.”

“이년이!”

제 모친 욕에도 꾹 참던 놈이 못생겼단 한마디에 허리춤에 찬 숏소드로 손을 올렸다.

그걸 본 엔크리드가 슬며시 검 그립을 잡았다.

보더 가드의 호위가 자리를 지키는 곳이다.

검을 뽑고 싸우는 걸 그냥 두고 볼 순 없단 거다.

보더 가드란 도시의 가치를 높인 이유 중 하나가 상단, 귀족 할 것 없이 이곳에서는 칼 없이 혀의 싸움으로 논의를 할 수 있게 한 것임에야.

물론 뒤에서야 칼도 쓰고 암살도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 상대를 두고 검을 뽑는다?

죽여달란 소리다.

작센이 내 우측에, 중대장은 한 걸음 뒤에서 구경하듯 섰다.

난 그립에 손을 올린 채 폴리드의 호위를 검의 범위에 넣었다.

‘첫걸음에 왼쪽으로.’

검을 뽑아 위에서 밑으로 정수리 베기로 벤다.

자세를 제대로 잡을 시간은 없으니, 발검과 동시에 이뤄져야 하리라.

범위에 담긴 폴리드 쪽 검사도 반응했다.

툭 하고 팔을 더 길게 늘어뜨린다.

어떤 검술을 쓸까?

한순간 엔크리드는 상대가 덤비길 바랐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는 바랐다.

‘어떤 검이냐.’

빠르면 얼마나 빠른가.

렘의 도끼보다? 혼혈 요정의 휘슬 대거보다도?

경험하고 싶다. 맞서고 싶다. 상대하고 싶다.

호승심이다.

순수하게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었다. 순간 차오른 열기가 몸을 데웠다.

덤비면 벤다.

둘 사이의 묘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그 사이에서 폴리드란 놈이 식은땀을 삐죽삐죽 흘렸다.

여기서 칼을 뽑아도 되나? 안 뽑으면 겁먹은 것처럼 보이진 않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레오나는 그런 상대를 경멸했다.

차라리 검을 뽑든지, 아니면 말재간으로 넘어가든지.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

역시나, 선대의 유언이 아니었다면 볼 일이 없는 상대다.

묘한 대치가 이어지며 여관 안이 고요해졌다.

그때였다.

퉁.

여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두꺼운 나무 문이 활짝 열리며 벽을 때렸다.

세차게 문을 밀고 들어온 사람 덕분에 엔크리드의 시야가 넓어졌다.

상대도 기세를 푼다. 둘이 암묵적인 약속하에 반걸음씩 물러섰다.

‘이거야 원.’

렘도 아니고 싸움에 미쳐서 상황을 돌보지 않고 검을 뽑을 뻔했다.

엔크리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아는 얼굴이 보였다. 변방 수비대의 토레스다.

그의 뒤로 비슷한 복색의 다섯이 더 따라왔다.

튜닉 위에 격자무늬의 갈색 가죽 갑옷, 그 위에 밤색 코트를 걸쳤고 코트의 어깨 위 독수리 문양의 견장을 달았다.

“우리는 국왕 직할군 변방 수비대다. 아즈펜 첩자 부대에 일을 사주해 소란을 일으킨 주모자를 잡으러 왔다.”

“히익.”

폴리드가 멍청한 신음을 흘렸다. 그러자 호위가 옆으로 붙어 그의 어깨를 쥐었다.

엔크리드는 둘의 관계가 궁금했다.

단순히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로 보이진 않았다.

“후계 싸움에 아즈펜의 개들을 끌어들였다고?”

토레스의 말에 폴리드의 안색은 파래졌으나.

레오나는 덤덤했다.

‘누가 변방 수비대까지 불렀지?’

엔크리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전원 체포하겠다.”

토레스의 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폴리드도 레오나도 아니었다.

“증거 없이 사람을 억류하겠다는 겁니까? 이쪽은 로크프리드 상단을 이어받을 몸입니다. 설마 반대편에서 약을 타 먹은 건 아니겠지요?”

폴리드의 뒤편이다.

갈색 머리칼의 수수한 차림의 남자가 나섰다.

약, 뇌물을 말함이다.

놈의 말에 토레스가 인상을 썼다가 도로 피식 웃더니 답했다.

“……웃기는 개새끼가 있군.”

그가 대놓고 불쾌함을 표했다.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했다.

보더 가드에서 대형 상단이 회의를 열고 후계 문제를 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보더 가드 상비군이 언제나 중립을 지키기 때문이다.

보더 가드 내에서 문제를 벌이면 상비군이 개입한다는 건 기정사실.

다만 어떤 일에도 이들은 중립을 지키기로 약속했으니.

여기서 증거도 없이 상대를 잡아간다면 여러모로 오해받기 좋으니, 잡아갈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노린 건가.’

상대도 나름 머리를 굴렸다.

토레스도 그걸 알기에 단숨에 웃기는 개새끼의 목을 벨 수 없었다.

짧은 침묵, 긴장감이 감돈다. 침묵을 깬 건 레오나였다.

“약이라니요, 당연히 아니죠.”

일단 웃기는 개새끼의 말을 부인하고서.

“물론 아즈펜의 첩자를 상단 쪽 사람이 끌어들였을 수도 있지만.”

그다음으로 이어 붙인 말이다.

“음?”

레오나의 말에 폴리드가 또 화들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가 주변 시선을 의식하곤 입을 다물었다.

그걸 보니 절로 엔크리드조차 한숨이 나올 뻔했다. 이거야 원, 자기가 했다고 대놓고 말해 주는 꼴도 아니고.

“아직 모르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가 불렀어요. 변방 수비대.”

누가 불러? 이건 엔크리드도 놀랐다.

레오나가 말을 이었다.

“이 일이 밝혀질 때까지 구금을 원합니다. 양쪽 후계자 전부를요. 그리고 증거를 찾는 거죠.”

레오나가 좌중을 둘러본다. 몇 마디 말로 흐름을 바꾸는 재주가 돋보였다.

“도망간 주모자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놈을 생포해서 시인하게 하죠.”

노림수, 외통수다.

체스로 치자면 체크메이트, 도망갈 구석이 없다.

놈을 잡고 고문하면 과연 버틸까.

지금 잡은 놈들도 부대로 끌려갔다고 들었지만, 다들 주모자가 누군지는 몰랐다.

그들은 입을 모아 전부 대장이 전부 안다는 말만 했단다.

그 대장이 바로 도망간 놈일 것이고.

“좋습니다. 레이디 레오나, 그런데 그놈이 끝내 안 나오면요?”

수수한 갈색 머리칼 남자가 시선을 돌려 레오나를 보며 물었다.

“그럼, 변방 수비대가 관여할 일은 아니겠죠.”

레오나가 답하고.

“이후는 상단끼리 상의할 문제가 되겠지요. 후계를 결정하기 위해 본 도시로 돌아가 상단 주요 인사에게 자격을 묻는 게 도리겠고요.”

갈색 머리 남자가 눈웃음을 지으며 마무리했다.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도시에서 나가면.’

레오나가 폴리드의 호위 병력을 상대할 수 있을까?

안 될 것 같은데.

“전 상인입니다. 대가 없는 일은 시키지 않죠. 가장 먼저 그놈을 찾아서 데려오는 분에게 이걸 드리죠.”

레오나가 말과 함께 단검 한 자루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길고 가는 칼날, 그 위를 덮은 검은 가죽 검집, 스틸레토 형태의 단검이었다.

“카르멘 컬렉션?”

누군가 알아봤고.

엔크리드는 자신의 옆에서 작센이 한걸음 나선 걸 보았다. 어지간한 일에 무덤덤한 친구가 단검 한 자루에 발을 떼?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무기이긴 하지만.

‘의외네.’

카르멘, 제 손으로 만든 무기로 활동한 유명한 암살자다.

정작 암살 실력보다는 무기 제작 실력이 더 뛰어났지만.

그놈이 만든 무기를 카르멘 컬렉션이라고 부르는데.

지금 꺼낸 무기가 그거였다.

사람을 찌르고 빼도 피 한 방울 묻어나지 않는다는 명장의 단검이다.

“야, 그걸 왜 네 마음대로 내놔?”

“이건 내 물건이니까. 선대가 주신.”

폴리드가 뭐라고 따졌지만, 레오나는 무시한 채로 확답했다.

“드립니다. 잡아 오세요.”

이로써 현상금이 붙은 셈이었다.

그리고 엔크리드는 일이 묘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이미 잡아 오라고 시켰는데.’

그리 생각하면서도 엔크리드는 새삼 레오나의 수완에 감탄했다.

‘변방 수비대를 불러 시간을 끌고, 현상금을 걸어 원하는 바를 취하고.’

모두에게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폴리드란 작자만 제하고.

어쨌든 잡기만 한다면 수십만 크로나를 넘게 벌게 될 것이다. 다들 눈이 벌게질 만했다.

“잡아 오겠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여기서 선뜻 의지를 보이는 이가 있으니.

“제가 직접 나서죠.”

작센이었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있어 보였다.

엔크리드는 작센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작센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건 처음인지라.

‘어지간히 갖고 싶은가 본데.’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어려울 일은 없었다.

이 도시, 보더 가드의 밤과 뒷골목을 책임지는 건 누구인가?

길핀 길드다. 그 길드의 주인인 크라이스는 현재 엔크리드의 분대원이었으니.

하물며 이미 신경이 쓰여 잡아 두란 말까지 해 둔 바였다.

즉, 반쯤은 이미 손안에 들어온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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