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99화 (99/170)

99.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1)

새벽 나절에 일어난 엔크리드는 다시금 똑같은 오늘을 맞이했다.

고립의 기법으로 몸을 단련하는 거다.

다시 시작되는 오늘이다.

대부분 이전의 오늘과 같았다.

몸을 단련하고 구경하는 정찰대원과 핀.

새벽부터 움직인 엔크리드는 검술 단련을 끝낸 뒤 장비를 점검했다.

구울과의 전투 이후 아침에 장비를 확인하는 걸 잊었었다.

‘여기서부터 다시.’

새로운 오늘의 시작이란 거다.

그리고 방향성도 정해야 할 순간이다.

개구멍으로 다시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 것인가.

검을 들어 땅과 수평을 만들고 비스듬히 기울여 눈높이에 맞게 들었다.

칼날을 눈으로 훑는다. 이가 빠진 곳은 없었다.

엔크리드는 칼날을 보며 생각을 이어갔다.

반복되는 오늘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

‘상황 파악부터.’

뚫고 나아갈 길이 세 갈래라면, 그 세 갈래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부터 알고 싶었다.

기다렸다는 듯 세 가지 길이 눈앞에 놓여 있지 않나.

‘어떻게’ 내일을 향해 걸을 것인지는 그 뒤에 생각을 정리해 볼 일이었고.

준비한 가죽으로 칼날을 한번 닦고 다른 장비도 한 번씩 확인한 뒤, 손잡이에 감아 둔 가죽끈을 풀어서 다시 감았다.

이건 다른 오늘을 시작하는 행위라는 일종의 표시였다.

늘어가는 오늘의 숫자를 일일이 셀 수 없기에 첫 번째 오늘을 반복하며 만든 수단이었다.

검 그립의 가죽끈을 다시 묶는 게 두 번째 오늘, 엔크리드는 기억했다.

“아침나절부터 가려면 부지런히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토레스가 아침 식사를 육포로 때우며 하는 말이다.

양념 육포를 맛보더니 아침마다 엔크리드에게 달라붙곤 했다.

안 그래도 엔크리드가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

마침 핀이 다가오는 것도 보였다.

왼쪽 허리춤에 손도끼, 바닥이 두꺼운 부츠, 다시 오른쪽 허리춤에는 숏소드.

몸에는 무두질이 잘 된 얇은 가죽 갑옷을 걸쳤다. 일전에 몸의 움직임에 맞춰 갑옷이 잘 휘어지는 걸 본 적이 있다.

‘가볍겠어.’

무장이 그리 보인다.

경갑보병 중에서도 정찰대는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고 움직이는 이들이기에 가능한 무장이었다.

“레인져가 먼저 간다.”

이게 그들의 구호인바.

가장 앞서 걷기에 가장 가볍게 걷는 이들이다.

중갑보병에 비하면 엔크리드도 경갑보병에 속하지만, 이들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무거운 장비를 갖춘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롱소드 한 자루만 해도 걸리적거릴 테니.

그럼, 제대로 싸우면 실력은 어떨까?

사실 며칠 내내 궁금한 참이었다. 고립의 기법을 통해 배운 육체 단련 정도를 보면 토레스와 비교해도 밀릴 것 같지 않아 보였으니까.

마침 오늘 시간도 남을 것이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이하기 위한 첫 번째.

아침부터 구멍에 머리를 들이미는 선택지는 없앤다.

“야밤에 성벽을 넘는 거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다가온 핀을 보며 엔크리드가 대뜸 말했다.

돌려 말하면 말만 길어지는 법이다.

때로는 제 목적과 의도를 훤히 드러내는 게 대화를 이끌어 갈 때 유리한 법이었다.

엔크리드는 이런 면에서 아주 능숙했다.

“갑자기?”

“감이 안 좋아서.”

다가온 핀이 고개를 갸웃하기에 숨도 안 쉬고 답했다.

엔크리드는 부대 내에서 자신을 부르는 별명을 잘 알았다.

마성의 분대장이나, 주술파괴자를 빼면 그를 지칭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말.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받는 놈.’

이거다.

다른 병사나 지휘관이 불길함이 느껴진다고 하면 무시하기 좋지만.

그걸 자신이 하면 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거다.

“감이 안 좋다고?”

물론 핀은 그런 별명 따위 모르기에 반응이 이럴 수 있었으나, 토레스는 달랐다.

잠깐 엔크리드의 얼굴을 보던 토레스가 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차피 세 가지 방법 모두 상관없는 거라면 성벽을 넘어도 괜찮은 거 아닌가?”

대뜸 호응이다. 이유도 묻지 않는다. 그저 감이라고 했을 뿐인데도.

이건 무슨 경우인지.

핀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고 입을 열었다.

“성벽 오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알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법이죠.”

그 말에는 엔크리드가 답했다.

셋이 함께 가는 길에서 둘이 한 편이라면 답이 쉽게 나오는 법 아닌가.

핀도 기실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세 가지 길을 전부 알려 준 거 아닌가.

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기 싸움을 할 것도 없었다.

핀은 은근히 엔크리드에게 호감도 있었고.

“한판 어떻습니까?”

엔크리드가 가죽끈을 다 묶은 검을 검집째 허리에 묶으며 하는 말이다.

“오호.”

옆에서 토레스가 호응했다.

대상은 당연히 핀이었고.

“나랑 하자고? 난 전투가 특기가 아닌데?”

그럴 리가.

그런 사람이 저런 단련된 몸을 가질 리가 없다.

“난 검술이 특기도 아니고.”

말하며 핀이 어깨를 으쓱하곤 손바닥을 보인다.

그걸 본 엔크리드의 입이 재차 열렸다.

“맨손으로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중요한 임무 전에 다쳐서도 안 될 테니.”

귀한 경험이 될까? 모른다. 다만, 단련된 몸을 보자니 붙어 보고 싶긴 했다.

호승심이다.

토레스가 그랬든, 핀도 호감과 별개로 엔크리드와 겨뤄 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오랜만이긴 하네.’

자신도 한때는 단련하는 것에 열정이란 불꽃을 태웠다.

한계를 경험했을 때 멈췄으나.

지금도 어지간한 놈에게 쉬이 넘어가는 수준은 아니었다.

가령 구울을 벤 엔크리드의 검술이 인상적이긴 해도.

‘검을 빼고 하는 거면.’

쉽게 지리란 생각은 안 들었다.

사람마다 특기가 있는 법인데, 핀의 특기는 맨손 일대일 전투였다.

“오, 오랜만에 보겠군요.”

정찰대원 중 하나의 말이다. 산적 같은 외모에 달리 부드러운 말투를 지닌 친절한 대원이다.

나뭇가지에 엔크리드의 옷을 대신 말려 주던 대원이기도 했고.

오랜만에 본다고 말하는 걸 보니.

핀의 재주를 이미 아는 듯했다.

“쓸데없는 소리는.”

말하는 핀의 눈이 빛난다. 이미 전투태세로 보였다.

“밤까지 시간이 있긴 하지.”

핀의 입에서 허락의 말이 떨어졌다.

엔크리드는 검집을 다시 풀었다. 갬비슨과 가죽 갑옷도 벗고 가슴팍을 가죽으로 당겨서 고정하는 얇은 셔츠만 걸치고 마주 섰다.

어느새 정찰대와 토레스가 큰 원을 그리며 공간을 만들었다.

중앙쯤에 자리 잡은 토레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째, 일전에도 본 광경 같긴 하다만.”

승급 대련을 말하는 것일 터.

토레스는 그때의 엔크리드를 떠올렸다.

자신이 상대했을 때의 엔크리드.

‘많이 변했지.’

그때와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적어도 토레스가 보기엔 그러하니.

“하시죠.”

곧 둘의 대련이 시작됐다.

핀의 특기는 근접 전투였다. 그녀는 그걸 숨길 생각도 없었다.

좌우로 발을 놀리더니, 곧바로 거리를 좁혔다.

엔크리드는 아우딘을 통해 타격 기술도 배웠다.

발을 앞뒤로 벌리고 스텝을 밟으며 왼손을 쭉 뻗었다.

좌우로 돌리는 게 아니라, 직선으로 뻗는 주먹은 동선이 짧다.

고로 빠르다는 거다.

검의 찌르기를 닮은 주먹이었다.

그걸 본 핀은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 줬다.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날아온 주먹을 몸을 낮춰 피했다. 딱 필요한 만큼만의 움직임, 엔크리드의 찌르기 주먹이 그녀의 머리칼을 스쳤다.

‘이건.’

레오나 로크프리드의 호위 임무 때가 떠오르는 동작이다.

그때, 레오나를 구하려고 2층에 올라섰을 때, 엔크리드는 상대가 던진 단검을 고갯짓으로만 피했었다.

그 동작이 연상되는 돌진이었다.

핀이 제 주먹을 그리 피했다.

집중력이 더해진다. 상대의 몸이 그린 동선이 보이며 시선이 자연히 핀의 얼굴로 향했다.

그녀의 눈에서 안광이 뿜어지는 듯했다.

그대로 근접전 돌입이었다.

‘태클일까?’

고민은 짧았고, 판단은 빨랐다.

훅.

뻗은 왼 주먹 대신 오른 팔꿈치를 밑으로 꽂았다.

안 피하면 등허리 어딘가에 구멍을 낼 듯한 과격한 공격이다.

핀은 그조차도 피해 냈다.

그녀의 움직임은 뱀과 같았다. 유연하게 허리가 꺾이더니, 스텝을 어떻게 밟았는지 어느새 엔크리드의 우측을 잡아챘다.

자리만 잡아챈 게 아니라 양손이 어느새 엔크리드의 손목과 팔뚝을 쥔다.

엔크리드는 반사적으로 힘을 줘 핀의 손아귀에서 제 팔을 빼냈다.

동시에 핀이 종아리 안쪽으로 엔크리드의 정강이를 감았다.

이후의 싸움은 누가 먼저 상대의 관절을 잡느냐의 전투였다.

피하고 막고 부둥켜 구른다.

어느새 둘은 바닥을 구르며 몇 번이고 뒹굴었다.

쿵 하고 머리를 찧기도 했고.

인지하지 못했지만, 엔크리드의 사타구니에 핀의 발이나 손이 들어가기도 했다.

‘에일 카라즈 식.’

엔크리드는 핀이 구사하는 기술을 알았다.

아우딘이 수없이 가르치며 말해 준 것 중 하나였으니.

대륙을 통틀어 악명 높은 감옥 중 하나에 에일 카라즈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 그 에일 카라즈의 교도관 중 하나가 만든 기법이다.

죄수에게 더없이 괴로운 통증을 주며 상처 없이 제압하는 기술, 에일 카라즈 식 무투술이었다.

타격기를 제외한 관절기가 주력으로 별명은 ‘흙바닥의 왕’.

에일 카라즈의 연병장 바닥을 굴러 왕의 칭호를 얻어 내며 붙은 별명이다.

그리고 그 이름만큼이나 악명 높은 기예였다.

엔크리드도 몇 번이고 아우딘에게 침대 전투라며 배운 발라프 식 관절기로 받아쳤으나.

상대의 숙련도가 몇 배는 높았다.

그러니.

“패배 인정?”

잘 막았다고 생각한 순간, 어느새 핀의 양다리 사이에 목이 잡혔다.

수틀리면 목이 꺾일 수 있었다.

이리 잡혀 보니 알 수 있는 것, 핀의 허벅지 근육이 엄청 탄탄하다는 거다.

“졌습니다.”

목이 조인 채로 엔크리드가 패배를 인정했다.

“검을 들고 싸우면 모르겠지만, 난 이게 특기라.”

말하며 핀이 자세를 풀었다.

몇 번이고 바닥을 구른 탓에 둘 다 몸에 흙먼지가 가득했다. 머리칼이 황토색 먼지가 흩날려 떨어지고.

“씻어야겠는데? 같이 갈래?”

핀이 물었다.

“전 좀 나중에.”

서슴없는 거절이다. 같이 벗자는 말이랑 다른 없는 제안이었다.

“칫.”

핀도 농담이었는지 장난처럼 잇소리를 내고 일어났다.

그녀가 궁둥이를 탁탁 털고는 말했다.

“저녁에 보자고.”

그리 그녀가 떠난 뒤다.

“그렇게 부둥켜안을 거면 그냥 굴 하나 차지하지 그러냐?”

토레스가 웃으며 말했다.

음?

그게 무슨 소린가 쳐다보자, 토레스는 계속 웃고.

“우리 대장과 뒹군 사람 중에 가장 오래 걸렸네.”

그 옆에 있던 대원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긴 했다.

‘가슴이고 뭐고 간에 몸을 비비긴 했구나.’

너무 급해서 거기까지 생각하진 못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것.

‘훌륭한 대련 상대야.’

아우딘보다는 못하다. 아우딘은 자신에게 별의별 말을 다 하면서도 꼼짝 못 하게 하니까.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더없이 좋은 대련 상대 아닌가.

발라프 식 무투술을 갈고 닦을 수 있으리라.

물론 그게 오늘을 허투루 보내겠단 건 아니다.

당연하지만, 오늘을 벗어날 발악도 할 것이나.

다만, 이제껏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게 몇 번인가.

본능적으로 알았다. 마치 꿈의 뱃사공이 나타나 읊조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빠져나갈래?”

또 다른 벽이 나타났음이다.

고작 몇 번 만에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좌절할 것인가.

그럴 일은 없다. 엔크리드는 덤덤했다.

신나서 날뛰지도 않았고 괴롭지도 않았다.

실제로 그랬다.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는 게 먼저라 생각했을 뿐.

그 와중에 핀의 특기를 알아낸 건 부가적인 일이었을 뿐이다.

이후, 남는 시간 동안 엔크리드는 토레스의 하이드 나이프를 연습했고.

“그건 계속할 거냐? 내가 몇 번 가르쳐 봐서 아는데, 안 되는 애들은 안 돼.”

옆에서 토레스가 진지하게 조언을 건넸다.

일전에 그만 배우라고 하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농담 쪽인 듯했으나.

지금 하는 말에는 진심이 담겼다.

나무 아래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던 토레스의 말에 엔크리드가 답했다.

“그런가.”

어디 이런 말을 한두 번 들어 봤어야지.

“그래, 마음대로 해라.”

토레스는 금세 포기했다. 며칠이지만 그도 엔크리드를 얼추 파악한 덕이다.

이 새끼는 고집불통이라는 걸.

“성벽으로 가자는 건, 왜냐?”

대뜸 믿어준 뒤에 다시 나오는 질문이었다.

“그쪽이 더 나을 것 같아서.”

“그동안 네 감이 딱 맞았고?”

“대부분은.”

사실은 미친 듯이 오늘을 반복해서 이뤄 낸 것들이지만.

설명한다고 알겠나.

“믿어 보지, 뭐.”

토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엔크리드는 그가 안 믿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이리 이리 흘러가리라는 걸 예상했을 뿐.

계속된 연습과 단련이다.

시간을 내서 몸을 씻고, 잠시 눈도 붙였다.

“밤에 일하려면 눈 좀 붙여 두는 게 좋으니까.”

토레스도 마찬가지였고 핀도 충분히 쉬는 거로 보였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곧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너희는 접선지로 가 있고. 여긴 비운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남은 정찰대는 현재 주둔지를 버리고 이동한다고 했다.

그렇게 셋이 성벽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더 험했다.

덤불이 아니라 밤중에 바위산을 탔으니까.

“오늘 달이 두 개 뜨는 날이라 다행이지?”

앞장선 핀의 말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거냐? 험로네.”

“말했잖아. 다른 길보다 이쪽이 배는 힘들다고.”

핀이 웃으며 말을 덧붙이고 다시금 발을 뗐다.

걸음걸이도 걸음걸이인데, 핀은 부츠 밑에 뭘 붙여 뒀는지 걷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엔크리드는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바위산을 넘어 머리 위를 가린 수풀이 그들을 반겼고.

핀의 인도로 셋은 그조차 넘어갔다.

그렇게 크로스 가드의 성벽이 눈에 훤히 보이는 곳까지 왔다.

“운 좋네.”

성벽을 보며 핀이 말했다.

땀을 흠뻑 흘린 토레스가 고개를 들었다.

“이게 운이 좋은 거냐?”

“좋은 거지. 마수랑 마물을 하나도 안 마주쳤잖아.”

엔크리드도 땀이 흠뻑 났다. 레인져의 걸음을 쫓아 따라가는 일 자체가 보통 고된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게 끝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신사님들.”

핀이 생긋 웃으며 지옥이 시작됨을 알렸다.

바위산보다 성벽을 넘는 게 더 힘들다는 소리였다.

그보다 일단 성벽에 바짝 붙는 게 문제일 테고.

고개를 든 엔크리드는 저 앞쪽에 보이는 성벽의 높이를 가늠하며 생각했다.

꽤 고생하겠다고.

그렇다고 돌아갈 길이 있는 것도 아님에야.

“갑시다.”

묵묵히 핀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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