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104화 (104/170)

104. 렛샤의 말을 전한다.

“이런.”

핀이 입술을 깨물며 읊조렸다.

뒤에 붙은 엔크리드와 토레스의 귀에만 간신히 그녀의 낭패한 목소리가 들렸을 뿐이다.

셋은 뒤로 돌아가서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병사 무리를 발견했다.

완만하게 이어진 모퉁이에 어깨를 기대곤 뒤를 향해 고개만 빼꼼 내민 핀이 들고 있던 횃불을 뒤로 던졌다.

휙 하고 날아간 광원이 사라지자, 앞쪽에서 은은하게 비추는 횃불만이 빛의 전부였다.

주변이 까매졌다는 거다.

토레스가 자세를 낮춰, 앞쪽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어둠 속을 꿰뚫어 볼 재주는 없어도 이런 일을 대비해서 했던 훈련이 있기에, 얼추 상대 숫자나 무장을 볼 정도는 됐다.

‘시발, 많은데.’

얼추 봐도 스무 명이 넘는다. 거기에 무장 정도도 만만치 않았다.

쇠뇌는 기본에, 허리춤에 숏소드를 찼고 전부 비슷한 무장 상태였다.

이게 말하는 건 무엇인가.

‘훈련받은 부대다.’

어중이떠중이 용병 집단 따위가 아니라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훈련받은 병사 무리는 어지간한 마수나 마물 무리보다 위험했다.

특히나 이렇게 좁은 굴 안에서 쇠뇌로 무장한 적이라니.

‘죽겠는데.’

토레스가 상대를 살피는 사이, 핀은 고민했다.

이대로 반대로 돌아서 차라리 크로스 가드로 나가야 하나?

퇴로만 막은 걸까?

아니면 본래 가려고 했던 길에도 뭐가 있을까?

핀과 토레스가 가벼운 패닉에 빠졌을 때.

혹시나 말소리가 들릴까 입을 다물고 머리를 굴릴 때.

“전령, 로저 대장의 전령이다!”

엔크리드가 뛰쳐나갔다. 그것도 목청을 자랑하며.

토레스는 놀랐다.

핀은 더 놀랐다.

손을 뻗거나 소리를 낼 엄두도 못 낼 만큼 기겁했다.

‘미친 새끼가.’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쇠뇌병 중 서넛만 화살을 쏴도 그대로 꼬치구이행이다.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도 엔크리드의 뜀은 주저가 없었다.

당연했다.

로저는 장창부대 지휘관의 이름.

상대가 당혹할 만한 말을 던지므로 주춤하게 했으니까.

“빈틈이 보이지 않으면 빈틈을 만들면 되는 겁니다. 정정당당한 승부? 그게 목숨을 살려 주는 겁니까?”

작센이 했던 말이다.

상대를 속이는 거?

필요하다면 왜 못 하겠나.

기사를 꿈꾼다고 해서 결투만 하는 머저리가 되겠다는 건 아니었다.

명예가 필요한 자리라면 그리하겠지만.

‘애초에 함정 파고 마법사가 수작을 부린 것도 부족해서 늑대인간까지 동원한 마당에 무슨.’

그렇다고 단순하게 적을 속이기 위해 오늘을 소모한 것만도 아니었다.

어깨의 힘이 빠지니 시야가 넓어졌고.

넓어진 시야는 엔크리드가 할 수 있는 것과 얻어 낼 것을 알려 줬다.

과거의 경험과 최근의 경험.

반복되는 오늘.

그 틈에서 무엇을 바라고, 얻어야 하는가.

단순히 오늘을 벗어나기 위해 버둥댈 이유는 없다.

‘다수와의 전투.’

그것도 정예병과의 전투 경험은 흔히 할 수 없다. 하물며 함정에 빠져 오도 가도 못 한 상황이라니.

키다리 풀밭과는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피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장창과 화살, 지휘관의 명령, 방패로 막힌 전면과 화살 비가 쏟아지는 후면.

한 발짝만 잘못 움직여도 죽는 찰나의 순간.

날아오는 화살이야 작정하면 한두 발 정도는 피할 순 있지만,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어떻게 피할까.

그렇다고 어쭙잖게 기사를 흉내 내서 검으로 화살을 다 쳐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즉, 정예병과의 대치에서 검술을 단련할 겨를은 없었다.

한순간에 끝나는 싸움이다.

방심하면 곧바로 죽음이다.

이런 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을 무기로 삼아야 하는가.

점과 점을 잇는 선.

점을 보는 것도 순간이고 선을 잇는 것도 순간.

깨달은 건 하나.

‘순간적인 판단.’

찰나의 틈을 노리기 위한 빠른 판단력이다.

여기서 머무른다 해도, 고작 양초 반 개 탈 시간도 되지 않아 장창부대가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것.

개 같은 쇠뇌 부대 지휘관의 멱을 따고 날뛰어야 할 터였다.

화살을 잡지 않고서는 내일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로저 대장? 전령?”

이곳은 굴이다. 횃불을 가까이 대지 않으면 얼굴을 확인하긴 어렵다.

아즈펜 군의 복장을 확인하는 건 더 어렵다.

그리고 눈썰미 좋은 놈이 있다고 해도.

잽싸게 뛰어오는 엔크리드의 몸을 어떻게 세세히 보겠나.

“도시가! 도시가!”

엔크리드는 아무 말이나 던졌다. 괜히 상대가 오해할 말이라면 어떤 거라도.

“시발! 마물이!”

퇴로를 막기로 한 지휘관의 동공이 요동쳤다. 물론, 그게 엔크리드의 눈에 보이진 않았다.

볼 필요도 없었다.

거리 확보, 횃불을 밝히고 있기에 면상 확인도 끝났다. 결정적으로 엔크리드는 지휘관이 누군지도 안다.

그렇게 냅다 달려들었다.

“어? 어, 멈춰!”

그제야 앞선에 있던 적병이 말하긴 했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반응이었다.

이 잠깐의 틈을 노리려고 이제까지 숱하게 떠든 것 아닌가.

수십 걸음을 단숨에 주파했으나, 호흡을 다스릴 겨를도 없었다.

치링.

검을 뽑아 양손으로 그립을 쥐고서 오른쪽으로 당겼다가 우에서 좌로, 상단 수평 베기의 형식을 빌려 횡으로 휘둘렀다. 상대가 쓴 투구와 입은 갑옷은 목을 보호하지 못했다.

달려드는 방향에서 왼쪽에 있던 둘은 신장이 비슷했기에.

서걱!

칼질 한 방으로 두 명의 목에 칼자국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푸왁.

잘린 목에서 피가 쏟아지고.

“어, 우어! 이런 씹!”

당황한 적병이 반응하는 찰나, 지휘관이 뒤로 물러나는 걸 본 엔크리드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왼손으로 검을 파지하고 오른손으로 허리춤을 때리듯 움직였다가 앞으로 뻗는다.

삐이익!

휘슬 대거다. 일반 쓰로잉 나이프보다 몇 배는 위험하고 날카로운 칼날이 퍽- 하고 지휘관의 가죽 투구를 뚫고 꽂혔다.

머리통에 반 이상 칼날이 꽂힌 상태로 살아남는다면.

‘인간이 아니겠지.’

“죽여!”

적병 중 서넛이 챙하고 숏소드를 뽑았다.

엔크리드는 굴이 넓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등 뒤에 메고 있던 버클러를 끌러서 집어던졌다.

뻑!

붕 하고 날아간 원형 방패가 몇 발짝 밖에서 쇠뇌를 들던 병사의 머리통을 맞췄다.

“억!”

방패로 자신을 노리는 쇠뇌병을 맞춰 시간을 번 엔크리드가 검을 가슴 앞으로 끌어당겼다.

당긴 뒤, 약간씩 틀어 내는 것으로 달려들어 휘두르는 숏소드의 검격을 받아 냈다.

따당! 칭! 채챙!

칼날의 면을 이용해 검을 쳐 내는 기술이다. 유검식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검을 방패 삼아 막은 게 전부였으니.

그다음이다.

“핫!”

갑자기 기합을 내질러 상대가 깜짝 놀라게 하고서.

적병의 위치와 쇠뇌가 가리키는 방향 따위를 보며 몸을 날렸다.

엔크리드가 그냥 구르기만 한 건 아니었다.

옆으로 구르며 적병의 발목을 잡아채 꺾어 당겼다.

우득.

발목 뒤쪽이 뒤틀린 상대가 균형을 잃고 허물어지는 걸, 엔크리드는 뱀이라도 된 것처럼 전신으로 휘어 감으며 일어났다.

왼팔로는 목을 감고.

오른손으로는 상대의 오른 손목을 쥐고 위로 꺾었다.

그러자 적의 손에 있던 숏소드가 바닥에 떨어졌고.

툭.

흙바닥은 칼날이 떨어지는 소리도 흡수했다.

“끅.”

적병을 죽이는 건 하수다. 살려야 버틸 수 있었다.

쇠뇌는 거리를 두고 뭉쳐서 쏘면 치명적인 무기지만, 거리를 좁힌 채로 방패만 제대로 있으면 버틸 만했다.

그리고 버클러를 던져버린 대신 엔크리드는 고기 방패 하나를 주웠다.

‘어째 첫 번째 오늘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도 방패를 주워 가며 썼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나무 방패 대신 소재가 인간인 것만 다른 거지.

등을 벽에 기대고 버티자, 쇠뇌를 든 놈들이 주춤했다. 숏소드를 든 놈들도 마찬가지고.

“난 혼자다! 전부 덤벼라! 로저 대장 만세! 아즈펜의 개들아! 쇠뇌는 쏠 줄 알고 들고 다니는 거냐!”

짧은 침묵이 오갈 타이밍에 엔크리드가 헛소리를 내뱉었다.

그것도 쉬지 않고 계속.

“전부 덤비라니까! 혼자인 나도 해결이 안 되는 거냐? 그러냐? 로저 대장이 그렇게 가르치디?”

‘이제 슬슬 움직여 줘야 할 텐데.’

헛소리를 괜히 뱉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제는 해 줄 때가 맞긴 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이루어졌다.

팟.

에일 카라즈 식 무투는 숨소리 하나 새어 나가지 않게 사람을 제압할 수도 있었다.

어둠, 횃불, 소란, 헛소리.

그 모든 게 일시적으로 몸을 가리는 도구가 될 터였다.

“미친 새끼가, 쏴 버려!”

“야, 아, 하지 마! 쏘지 말라고!”

흥분한 병사 일부와 목과 손목이 붙들린 놈이 번갈아 외쳤다.

지금이 딱 좋았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했다.

지금도 저 뒤에서 에일 카라즈 식으로 적병의 숨골을 하나씩 후려치거나 조르는 핀이 있을 것이고.

픽픽 소리를 내며 적병의 목구멍이나 머리통에 구멍을 내는 토레스가 있을 테니까.

훤히 드러나서 정면 승부로 하면 둘이 불리하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자, 지금은 누가 유리한가. 포위는 누가 했는가.

“날은 밝고 어둠은 물러가, 태양이 빛나고 달이 꺼진다! 로저어! 로저어!”

둘의 기척을 숨기기 위해 엔크리드가 계속 외쳤다. 대강 박자를 맞춰 노래를 지어 부르기도 했다.

지휘관은 머리통에 칼날이 박혀 죽고.

그 외에도 둘이 비명을 지르며 갔다.

이후에 벌어진 일도 정신이 없는데, 그 소란의 주범이 계속 헛소리를 뱉는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게 정상이었다.

‘시발, 어쩌라는 거야.’

적병 중 하나가 고뇌했다. 차라리 잡힌 놈 머리통을 쏴 버리는 게 낫지 않나.

지휘관이 죽는 바람에 답이 없어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순간.

퉁!

쇠뇌 현이 튕기는 소리가 울렸다.

퍽!

날아간 볼트가 잡힌 아군의 머리통에 꽂혔다.

‘아.’

결국, 누군가 쏴 버렸다.

“죽여.”

쏜 병사의 읊조림일 것이다.

이들도 제대로 훈련받은 부대임에.

이런 짓거리에 더 어울리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횃불 들어! 뒤!”

그리고 그 타이밍에 핀과 토레스도 들켰다.

저들이 일류 암살자도 아니고.

당연한 수순이긴 했다.

다만, 둘이 그사이 쇠뇌를 든 병사 여섯은 해치웠으니.

‘나쁘지 않아.’

몇 번이고 반복한 오늘 아닌가.

그중 여섯까지 잡은 날이 몇 번 없었다.

그다음이다.

엔크리드는 고기 방패를 앞으로 밀었다.

머리통에 쿼렐이 꽂혀 부들거리던 시신이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놈이 쓰러지기 전, 몸이 앞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엔크리드는 옆구리와 허리춤에 꽂아 둔 휘슬 대거를 뽑아 던졌다.

팔꿈치를 펴며 손끝을 튕긴다.

손을 늘어뜨리는 과정은 생략한 채, 손을 바삐 움직였다.

눈 깜짝할 새에 여섯 개의 휘슬 대거가 날아갔다.

삐이익!

소음과.

퍼버벅!

소음.

그렇게 여섯의 시신을 더 만들고 나자.

남은 건 쇠뇌를 든 병사 하나와 숏소드를 들고 방어 자세를 취하는 병사 둘뿐이었다.

정말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적병들의 처지에서 보자면 악몽 그 자체였다.

그리고 대치할 것도 없이 해치우려 할 때였다.

“앞으로.”

묵직한 음성이 통로를 넘어 귀에 꽂혔다.

로저, 그러니까 장창부대 지휘관이 도착을 알렸다.

엔크리드의 일행이 지나온 통로 건너편이다.

척척척.

통일된 걸음이 땅을 울렸고 대기도 울렸다.

궁병대의 남은 병사가 한쪽으로 뭉쳤고.

로저와 그의 부대가 횃불 십여 개를 비추며 나타났다.

그는 냉정했다.

아군이 당한 걸 봤음에도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훑을 뿐이었으니.

퇴로를 막기로 한 놈들이 당했다면 어느 정도는 당황해야 할 것 아닌가.

훈련받은 정예 장창부대 서른 명이다.

로저의 눈이 엔크리드를 한 번 바라보았고, 핀에게 닿았다.

“살쾡이 같은 년이 운도 좋구나.”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새끼야.”

둘이 서로를 죽일 듯 노려봤다.

화르륵.

횃불이 타는 소리가 침묵 중인 굴 안을 울렸다.

둘 사이에 둘만의 역사가 있다는 건 이미 첫 번째 오늘에서 알았다.

엔크리드는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신 로저와 장창부대가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춘 사이.

휙.

다시 움직였다. 한걸음에 뭉친 궁병 셋 앞으로 몸을 날린 거다.

검을 냅다 찔러 다시 적군 하나의 목에 구멍을 냈다.

푹 하고 파육음과 함께 찌른 검을 회수하는 사이.

퉁 하고 쇠뇌 튕기는 소리가 났다. 엔크리드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픽 하고 쿼렐이 머리칼을 스쳤다.

‘죽을 뻔했네.’

이건 운이 좋긴 했다. 여기서 냅다 쿼렐을 쏠 줄은 몰랐으니까.

어쨌든 이런 운이 오랜만이었기에, 그걸 십분 활용했다.

“다 보여.”

말하며 쇠뇌를 쏜 병사를 향해 달려드는 것처럼 하다가 옆으로 휙.

다시 다른 적병의 머리통에 검을 내리꽂았다.

퍽!

머리통을 반쯤 쪼갠 검을 회수하고 뒤로 물러나는 척하며 나머지 적병의 뒤를 부릅뜬 눈으로 봤다.

장창부대가 횃불을 들고 나타난 덕에 주변이 더 밝아졌기에.

엔크리드의 표정과 눈빛이 적병의 눈에 훤히 보였다.

적병은 엔크리드의 표정을 보고 뒤에 자신을 덮치는 놈이 있다고 판단했다.

안 그래도 아까 뒤를 잡혀 죽은 놈이 한둘이 아니지 않나.

하지만 놀라서 뒤를 돌아본 적병의 눈에는 어둠만 있었다.

횃불이 비치지 못한 어둠과 통로, 굴, 부스스 떨어지는 흙.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빛이 보였다.

묵직하고 커다란 쇳덩이가 주는 빛이다.

푹.

엔크리드는 적병이 뒤로 시선을 던지자마자 다시금 내달려 목을 찔러 적을 죽였다. 이 또한 순식간에 일어난 일.

로저가 참지 못하고 돌격이라 외치려 할 때다.

“렛샤의 말을 전한다!”

엔크리드가 또 수작을 부렸다.

그 말에 로저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렛샤, 이번 일에 핵심인 마법사의 이름이 튀어나옴에 어찌 놀라지 않겠나.

“튀어!”

그리고 냅다 엔크리드가 외쳤다.

“뭐?”

토레스는 그리 되물으면서도 반사적으로 뛰었고.

핀은 대답도 없이 쇠뇌 두 개를 집어 들기도 했으나, 어쨌든 엔크리드를 쫓아 내달렸다.

“잡아!”

그들의 뒤에서 로저의 사나운 외침이 터졌다.

장창부대가 중갑보병대도 아니니, 추격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창을 비스듬히 세워 굴 밖으로만 나오면 장창을 그대로 들고서도 달릴 만할 테니.

엔크리드는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달렸다.

토레스와 핀도 마찬가지.

돌아가는 상황에 궁금한 게 많은 둘이지만, 물을 시간도 호흡도 없었다.

지금은 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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