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113화 (113/170)

113. 그래, 왔다.

“오늘 할당량 끝.”

출전하고 사흘째.

가벼운 도발로 시작된 백병전이 시작이었다.

렘은 사흘 내내 전장에 나섰고, 똑같은 모습으로 귀환했다.

양손에 든 도끼를 바닥에 털어 피를 흩뿌리며.

렘은 나서기만 하면 딱 세 놈씩 죽이고 왔다. 그의 호쾌한 도끼질은 그 세 명을 장작 비슷한 거로 보이게 했다.

쪼개지면 뇌수나 내장을 흘리는 살아 있는 장작이었다.

초반에 아군과 적군이 접합한 순간, 그때 순식간에 베고 찍고 머리통을 터트리고 돌아왔다.

이걸 보고 군침이 안 돌면 지휘관 딱지는 갖다 버려야 했다.

적어도 보는 눈이 있는 놈이라면 놓치기 싫은 인재인 거다.

이런 놈이 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 혼자도 괜찮은데, 왜 자꾸 병사를 붙이는 건지.”

무료한 듯, 발을 질질 끌며 걷는 라그나란 병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매번 싸우는 둥 마는 둥.

적당히 버티며 돌아온다. 누가 덤비지 않으면 딱히 싸움에 목숨을 걸지도 않는다.

‘실력이 아깝군.’

요정 중대장은 라그나의 실력을 알아본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게 두고만 봤는데.

어느 날, 전장 간 이동 중에 혼자 길을 잃었다는 거다.

‘여기서 어떻게 길을 잃어?’

산맥을 끼고 돌기를 했나, 몰래 강을 넘어 적의 본진을 습격하기를 했나.

한 거라고는 본진을 뒤로 물린 것뿐이었는데.

어쨌든 라그나란 병사는 실수로 적진 쪽으로 간 듯했고 그건 죽은 목숨이란 의미였는데.

멀쩡히 살아 돌아왔다.

그것도 적장의 목을 들고서 유유히.

“아, 거기서 왼쪽으로 가고 싶더라니.”

돌아와서 툭 뱉은 말이다. 손가락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적장의 머리는 덤이었다.

“길을 잃었었다고?”

끄덕.

요정 중대장은 물었고, 답을 들었다. 그거로 끝이었다.

애초에 데려오면서 뭔가를 강제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그런 조건으로 데려온 이들이었다.

“네 소대장의 빈 자리를 채워라.”

이들에게 엔크리드란 이름은 마법과 동의어였다.

“아니, 위에서 보내 놓고 왜 우리보고 빈자리를 채우래.”

“너희가 놀면 엔크리드가 그리 시킨 게 된다. 그쪽에 폐를 끼칠 건가?”

몇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출정하란 말에 콧방귀도 끼지 않던 이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하루에 셋, 딱 그만큼만 할 거요.”

이게 렘.

“그럽시다.”

이게 라그나.

작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신의 부르심에 따라.”

종교쟁이 아우딘까지 움직였다.

앤드류와 맥, 엔리야 당연히 시키면 해야 하는 이들이었으니 말할 것도 없었고.

크라이스란 놈은 휴가 신청 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앤드류는 한쪽 눈이 퍼렇게 멍든 채로 오히려 전장에 나서는 걸 반기는 눈치였다.

바로 옆에 반대쪽 눈이 퍼렇게 물든 맥도 마찬가지고.

“전장, 싸움, 출진이다!”

중대장의 명령을 듣자마자 이렇게 좋아하는 티를 내니.

“좋아? 좋아하면 안 될 텐데.”

그런 둘을 보고 렘이 히죽 웃었다. 그 웃음에서 요정 중대장은 순간 악마를 보았으나.

눈 한 번 깜빡이니 금세 사라졌다.

그렇게 데려온 이들이었다.

작센과 아우딘이라는 이들의 실력도 나머지 둘과 비슷했다.

작센이란 놈은 적당히 열심히 하는 척만 했는데도 그 앞을 막은 적병은 그에게 생채기조차 내질 못했다.

“왜 안 맞아, 하악하악, 두고 보자 너.”

적병은 끝내 그런 말을 뱉었으나, 작센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개가 짖는다는 투였다.

그는 그렇게 적병을 죽이지도 자신이 다치지도 않고 돌아오기 일쑤였고.

아우딘은 이제까지 딱 한 번 전장에 나섰는데, 그는 나타나자마자 맨손으로 상대의 팔뚝을 뚝 분질렀다.

그 광경을 직접 본 이들은 아군인데도 솜털이 쭈뼛 섰다고 했다.

팔이 부러지는 거? 그게 뭐가 대단할까.

다만, 상대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고 얇은 나뭇가지 부러뜨리듯 똑 하고 부러뜨리는 건 뭐란 말인가.

저게 사람의 힘인가 싶은 그런 광경이었다.

“시발, 오지 마, 오지 마!”

적병에게 그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겠나.

아군도 섬뜩한 판에.

아우딘이란 병사는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거인족보다는 작아도 일반 병사 사이에서는 머리 두 개가 위에 있는 신장에 옆으로도 떡 벌어진 어깨를 지닌 살벌한 덩치다.

이러니 어찌 눈에 띄지 않을까.

‘열 명도 안 되는데 전투력이.’

뭐랄까, 자신과 비슷한 실력자가 열 배로 늘어난 기분이랄까.

그냥 탁월하다는 말은 저들을 표현하기 부족했다.

잘만 쓰면 전력 그 이상으로 상대를 괴롭힐 한 수다.

‘이런 거 때문이었겠지.’

이게 바로 그동안 이런저런 사건 사고와 말썽을 부림에도 지금까지 저들이 살아남은 이유이리라.

자신이 데려왔기에 책임지고 지켜보던 요정 중대장이다.

딱 이 정도.

이게 이들이 허락한 싸움이었다.

그럼, 허락한 것 이상을 원하면 어떻게 되나.

“빠져 가지고, 어디서 먼저 물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소대장급 병사였다. 최근에 합류한 지휘관이기도 했다.

그는 이들을 몰랐다. 사고뭉치 분대도, 상관 폭행으로 유명한 렘도, 신의 가르침이라면 뼈와 살을 분리하는 데 주저가 없는 아우딘도.

소리 없이 살기를 쏘아 내는 작센도.

라그나야, 어지간하면 일어나는 일이 없는 놈이었지만.

그 아무것도 모르는 소대장의 앞을 막아선 건 앤드류였다.

안 그래도 렘의 심기가 무척 불편해 보이던 참이었다.

‘놔두면 피 본다.’

피 보는 수준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덤비는 족족 도끼로 머리를 쪼갤지도 몰랐다.

“우리는 독립 소대 소속입니다. 그러니 작전 명령권은 직속상관에게 있습니다.”

이제 군대 물 좀 먹어 본 앤드류다. 그는 정석으로 받아쳤고.

“뭐? 그래서 뒤에서 구경이나 하겠다고?”

새로 부임한 소대장은 이걸 용납할 수 없었다.

대강 싸우고 툭하면 뒤로 물러나서 막사에서 빈둥거려? 누구는 목숨 걸고 싸우고 누구는 놀아?

다 쳐 돌았나.

독립 소대든 뭐든, 상관으로서 이런 꼴을 두고 볼 수가 없다.

앤드류는 상대의 모습에서 엔크리드를 무시하던 자신을 봤다.

그때의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던 병신이었다.

“에효.”

한숨 한 번 내쉰 앤드류가 하늘을 한번 보곤 고개를 내렸다. 초연한, 무언가를 포기한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내 이름은 앤드류 가드너, 가드너 가문의 장자다. 여긴 귀족이 속한 부대다. 그냥 꺼져라.”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다. 표정은 초연하고 허탈했다. 이걸 보고 오만한 귀족의 표정이라 하긴 어렵지만.

앤드류는 도저히 표정까지 신경 쓸 순 없었다.

맥이 말없이 다가와선 응원을 건네듯 툭툭 등을 두드려 줬다.

“그, 시발, 귀족이면 다냐?”

소대장이 묘한 분위기에 입술을 달싹이다가 입을 열었다.

“음, 역시 내장을 구경해야겠어.”

그 말에 렘이 반응하자.

앤드류는 상대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그대로 앤드류가 소대장을 때려눕히자, 렘이 도끼를 휘두를 일은 없었다.

대신 앤드류 자신만 신나게 까였을 뿐이지.

“귀족이고 뭐고 간에 여긴 군대다.”

요정 중대장이 다가와 앤드류를 나무랐다.

“반성하겠습니다.”

말하며 요정 중대장이 어깨를 두드렸다. 다 안다고 괜찮다고, 말로는 나무라고 손으로는 달랬다.

엔크리드의 독립 소대.

이제는 미치광이 독립 소대라 불리는 이들이 사고를 치지 않게 한 일등 공신은 앤드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툭하면 렘의 대련 상대가 되는 것으로 렘의 살인 욕구를 잠재웠고.

가끔 아무것도 몰라 덤비는 이들을 상대하기도 했다.

덕분에 부대 내 사기는 개판이었다.

그 원인 중 일부가 미치광이 소대에 있었고.

물론 다른 이유도 충만했다.

현재 1보병대가 자리 잡은 곳은 보더 가드에서 북동쪽.

펜-하닐 강을 왼편에 끼고 우측 옆으로 하루면 넘을 수 있는 동산 몇 개가 이어진 자갈밭이었다.

자갈밭 곳곳에 풀이 머리를 슬그머니 들이밀었고, 강변 쪽에는 성인의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잡초도 간간이 보였다.

그린 펄 평야에서는 기사단 일부와 본대 병력이 출진해 적 본대와 대치 중이었기에.

보더 가드 1보병대의 역할은 여기서 적의 병력을 막는 거였다.

혹 우회하거나 별동대의 출전 자체를 틀어막는 벽인 셈이었다.

어찌 보면 본대 전투의 승패에 따라 갈려 버릴 병력이기도 했다.

만약 아군이 먼저 수를 쓰면 이쪽에 기사단 일부를 투입해 적을 쓸어버릴 것이고.

그 반대가 되면 기사도 없이 상대 기사 전력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그랬으나.

양쪽 다 눈치를 보느라 어쩌다 보니 이쪽 전투가 전초전이자, 선봉전이 되어 버렸다.

보병대대와 독립중대 하나.

전력과 조건은 같다.

양군 본진은 그린 펄 평야에 주둔시킨 채, 이쪽 전장을 주시하는 중이었는데.

지금까지는 번번이 나우릴리아군이 밀렸다.

적병 중에 거인병이 나왔다는 말도 있었고.

몇몇 적병이 두각을 드러내며 자기보다 잘 싸우는 놈은 덤비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아군의 사기를 흔들었다.

이런 상황이니, 변수가 필요했다.

승기를 잡기 위한 변수 말이다.

그런 변수가 대대장의 눈에도 보였다.

미치광이 소대, 단연코 눈에 띄는 놈들 아닌가.

“제대로 싸우기만 하면 되겠군. 요구 조건이라도 있나? 강요하면 전부 튕겨 나가게 생겼던데.”

대대장은 현명했다. 그는 한눈에 미치광이 소대의 상태를 알아봤다.

요정 중대장이 어찌어찌 데려왔지만, 통제되지 않는 병력이다.

필요하다면 힘으로 찍어 누르겠으나,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진 것도 아니고.’

전투는 이제 시작이니.

마커스 대대장은 전투광이지, 머저리가 아니었다.

힘으로 누르는 것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득할 수 있다면 그쪽이 병사의 사기가 몇 배는 높아질 터였다.

“그들의 소대장이 필요합니다.”

요정 중대장의 답했고 대대장의 허락이 떨어졌다.

“데려와.”

그거로 끝이었다.

중대장이 군례를 보이고 돌아섰다.

오늘 아침, 렘이 선언하듯 말했다.

“우리 소대장 데려와 주슈. 그 양반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싸우자니, 영 기분이 안 살아.”

데려오지 않으면 세 명씩 죽이는 것도 관두겠다는 협박처럼 들렸다.

곧바로 발 빠른 정찰 전령이 움직였고.

전령이 출발한 뒤, 사흘.

소대장 엔크리드가 중대장 눈앞에 섰다.

엔크리드를 맞이하기 위해 후방까지 미치광이 소대를 데리고 들어온 참이었다.

그 덕에 그나마 사흘 만에 만난 거였다.

“복귀했으면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닌가? 나 안 보고 싶었나?”

마주한 엔크리드를 향해 중대장은 요정식 농담을 던졌다.

엔크리드의 표정이 구겨지는 걸 보니, 흐뭇했다.

저 찡그린 얼굴을 보자니 그동안 말 더럽게 안 듣는 엔크리드의 미치광이 소대원을 보며 답답했던 가슴이 풀렸다.

‘골통들.’

중대장의 시선이 엔크리드의 오른 손목에 닿았다.

“부상?”

“도시 내에서 왈패랑 시비가 붙어서.”

“그 왈패가 프록이라도 되는 건가?”

그 말에, 함께 온 크라이스와 에스터의 시선이 중대장에게 꽂혔다.

엔크리드만 덤덤했다. 이것도 농담일 테니.

“큰 부상은 아닙니다.”

손목이 부러지진 않았다. 뼈에 이상이 있긴 하지만, 검을 잡고 휘두르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고.

치료는 필요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그동안 고립의 기법으로 손목 단련에 힘을 쓴 보람이 있었다.

“어쨌든 합류를 환영한다.”

녹색 눈의 중대장이 말하고.

엔크리드가 군례를 보였다. 그의 군례에 요정도 고개를 까딱였다.

“그럼, 가 봐라.”

엔크리드는 곧바로 소대원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한시바삐 가고 싶었다.

같이 있어도 사고를 치긴 하지만, 엔크리드 자신이 없을 때 치는 사고는 스케일이 남다르긴 했으니.

* * *

‘관둘까.’

처음에는 멋모르는 소대장이 시비라도 걸었는데.

이제는 그런 놈도 없다.

앤드류를 데리고 노는 것도 이제는 슬슬 지겨운 참이고.

‘굳이 여기에 있을 필요도 없고.’

그럼 떠나면 그만이었다.

렘은 슬슬 전역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명예 전역 같은 걸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뭐, 그냥 훌쩍 사라지면 되는 거다.

엔크리드와 떨어진 날이 멀어질수록 드는 생각이다.

‘오늘도 안 오면 간다.’

그러면서도 렘은 하루를 반복했다. 지겹고 아무것도 의미 없는 날이다.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조차 흥미가 돋지 않는 그런 나날.

“죽어랏!”

지겹다. 지겨워.

죽일 거면 잽싸게 창이나 찌를 것이지, 입은 왜 터나.

그 탓에 호흡이 빠져서 창끝이 흔들리는 것도 모르고.

렘은 도끼를 종으로 휘둘렀다.

도끼날이 창날을 때렸다.

깡!

“끅!”

그 한 방으로 손아귀가 찢어져 창을 놓친 적병이다. 전장 한복판에서 싸우다 말고 무기를 놓쳐?

이 새끼는 소대장의 반의반의 반도 안 될 놈이었다. 아니, 비교한 것 자체가 죄다. 죄야.

쩍.

도끼가 적병의 머리를 쪼갰다. 여전히 지루한 일이었다.

그렇게 세 명을 죽이고 돌아온다. 무료함과 지겨움의 조화로 이어진 나날의 반복, 렘은 그만둘 생각이 불쑥 솟았다. 이곳이 자신에게 의미를 잃어가는 중이었다.

후방으로 이동까지 하자, 이제는 전투도 없다. 할 일이 더 없었다.

라그나도 비슷한 상태였다.

그는 무엇보다 의욕이 없었다.

‘죽었나?’

아니면 왜 이렇게 소식이 없지.

소대장이 없으니, 전으로 돌아와 버렸다.

도저히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괴로움? 그걸 느끼는 것도 귀찮은 지경이었다.

라그나는 뭐든 대충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길 한 번 잃어서 적병 십여 명을 도륙했을 때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우딘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물었다.

‘제가 돌아갈 때가 되었나이까?’

아우딘의 주인은 언제나처럼 답했다. 침묵과 무언으로 그의 뜻을 존중해 준 거다.

답이 없으니, 중요한 건 아우딘의 마음이리라.

‘돌아갈 것인가, 말 것인가.’

아우딘은 스스로에 물었고 아직 답을 하지 않은 채였다.

작센은 목적이 있기에 종군을 택했다.

그 목적은 이제 얼추 이뤘으니.

떠나면 그만이었다. 여기서 괜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는 거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렇다. 필요 없는 일, 의미 없는 일.

그런 날의 연속.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비효율의 극치다.

그런데 자신은 왜 이곳에 남아 있는가?

‘오늘 밤.’

작센은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같은 각오를 벌써 사흘째 하는 중이긴 했다.

그렇게 분대원 각자가 각자의 시간을 보낸 여느 날.

해가 떨어지고 사위에 어두운 그늘이 지기 시작한 시간.

이제는 미치광이 소대란 별명이 붙은 막사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복귀했다.”

덤덤한 한마디.

언제나 같다.

엔크리드가 돌아왔고.

막사 안의 모두가 침묵했다. 조용히 시선만이 오가는 사이.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먼저 튀어 나갔다.

“으어어어어! 왜, 왜, 왜 이제에에에 왜애애애 왜애애앵 늦어어어어서어어어!”

앤드류가 눈물을 쏟아내며 그를 마중했다.

퍼렇게 물든 눈이 그동안의 서러움을 방증하고.

울음이 그의 속내를 여실히 전했다.

엔크리드는 앤드류의 얼굴을 보곤 그만 픽 웃어 버렸고.

“저건 왜 나보다 빠르고 지랄인지. 왔수?”

앤드류의 뒤로 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뒤로 라그나를 비롯한 아우딘과 작센도 보였고.

한쪽 구석에 맥과 엔리까지.

모두의 시선이 엔크리드에게 꽂혔다.

“그래, 왔다.”

복귀 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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