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사냥의 계절
얘네 뭐지.
핀은 눈만 깜빡였다.
이전 싸움, 그러니까 전장으로 오기 전에 엔크리드와 토리스였나, 토로스였나 하는 변방 수비대원과 함께 싸웠던 때를 떠올렸다.
치열했다. 격렬했고.
자신도 죽을힘을 다했다. 그리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얘들 있었으면 그냥 슥삭 하지 않았을까?’
그럴 것 같았다.
사슬 갑옷을 두른 삼 인은 전투의 전문가였다.
다들 둔기를 썼는데 하나는 망치, 다른 하나는 모닝스타, 나머지 하나는 끝에 쇠뭉치를 단 긴 봉을 썼다.
다들 까다로운 상대였다.
무엇보다 저런 무장을 지니고도 굼뜨지도 않았으니.
‘나였으면.’
셋 중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핀 자신과 상극이기도 했다. 저런 무장이라니, 근접해서 단검을 찌른다고 해도 버텨 낼 것 같았다.
사슬 갑옷 안에 두른 갬비슨이 두툼한 걸 보면, 최소한 숏소드를 반 이상은 쑤셔 넣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럴 만한 틈은 주려나?
틈이 생긴다고 치고 그 이후는?
칼 맞는 놈은 뭐, 그동안 구경만 할까.
망치나 모닝스타 따위로 제 머리를 후리겠지. 그러면 머리가 터지겠지, 머리가 터지면 죽겠지.
영 자신이 없었다.
그런 세 명의 적병을 아군은 가지고 놀았다.
“형제님, 갈 시간입니다.”
종교에 심취한, 어지간한 사제보다 주를 더 찾는 광신도 병사는 모닝스타를 든 병사를 상대로 거리를 좁히더니, 머리통을 주먹으로 때렸다.
‘발라프 식 무투술의 달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광신도 병사는 그냥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모닝스타를 든 병사는 머리통을 맞으며 제 무기를 휘둘렀고, 그게 광신도 병사의 팔뚝에 맞긴 했으나.
갑옷조차 제대로 입지 않았음에도 그 팔뚝에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확인해 볼 일이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
퍽.
그런 소리가 났는데도 광신도 병사의 몸은 흔들림이 없었으니.
흔한 고통에 찬 신음도 없다.
그저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할 뿐.
“가십시오. 주님 곁으로.”
주먹에 머리통을 맞은 상대는 비틀거렸고.
이후 왼발을 축으로 광신도 병사의 허리가 돌았다. 커다란 덩치를 따라 작은 회오리 같은 게 생기는 환상이 보였다.
이후 무릎, 골반의 회전과 함께 상체 밸런스를 맞추며 뻗어 나가는 발이다.
상단 머리 차기다.
발차기 한 방이 다시금 적의 머리를 때린 순간.
퍽!
맞은 병사의 눈알이 튀어나왔다.
투구 위를 후렸음에도 타격이 만들어 낸 압력을 이기지 못한 탓이었다.
‘와, 씨.’
핀은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머지 둘도 비슷했다.
도끼를 든 미치광이는 화를 내다가 낄낄 웃더니.
“뭐. 그런 거 걸치면 안 뒈지는 줄 아냐?”
상대는 긴 장봉을 든 상대였다.
끝에 쇠를 두른 몽둥이가 내려오자, 끄트머리 쇠뭉치를 피해 손을 뻗더니 봉의 머리 아래쪽 대 부분을 손바닥으로 받아 냈고, 그대로 잡아당기듯 내달려 도끼로 일격.
무섭게 빨랐다. 날아간 도끼가 상대의 복부를 후렸다.
뻥!
무슨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다.
카라라락!
도끼날이 사슬 갑옷을 부수고 지나친다.
사슬 갑옷의 허리춤이 깨지고 부서지며 핏물이 튀었다.
그게 끝도 아니었다.
미치광이 병사는 몸을 역으로 회전하다니, 뻗어 낸 도끼를 다시 같은 자리로 휘둘렀다.
부아악!
두 번째 도끼질은 부서진 사슬 갑옷의 틈새를 다시금 갈랐다. 그대로 적병의 옆구리를 반 이상 갈라 버렸으니.
“끄러걱!”
상대가 죽는 건 당연했다. 핑크빛 내장이 바닥에 우르르, 피도 같이 콸콸 쏟아졌다.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널브러진 적이다.
금발의 빨간 눈, 게으름을 주로 피운다던 병사는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보였다.
깡! 깡!
두 번, 내리꽂히는 망치를 검으로 후려쳐 튕겨 내고는 찌르기 한 번을 쑤셔 넣는다. 그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마치 저 검은 본래 적병의 배에서 돋아나야 했던 것처럼.
푸카각!
사슬 갑옷을 반쯤 뚫고 적의 천 갑옷을 헤집은 검이다. 그대로 검을 힘으로 쑤셔 넣자, 상대가 회수한 망치를 내려쳤다.
머리 위에서 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이었다.
망치가 머리를 으깨기 직전, 게으름뱅이는 적의 몸을 쑤신 검을 놓더니, 허리춤에 있던 다른 검을 뽑았다.
땅.
그걸 위로 올려쳐 망치를 튕겨 냈는데.
그 동작이 어찌나 빠르고 주저함이 없는지, 핀의 눈에도 모든 동작이 다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들, 대체 얼마나 잘 싸우는 거냐?’
그리 망치를 쳐 낸 검이 상대 투구를 후렸다.
칼날이 아닌 검면으로.
텅!
맞은 적병이 망치를 놓치곤 제 머리를 쥐더니 비틀거리다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걸 본 게으름뱅이가 자박자박 걸어가선 적병 앞에 섰다. 그러곤 배때기에 꽂힌 검을 더 힘껏 밀어 넣었다.
“하지, 하지 마.”
까드드드드, 띠디딕, 푸우욱.
뭐랄까, 두려움이 치솟으며 오금이 저리고 소름이 돋았다.
밀어낸 검이 적병을 관통해 땅에 꽂힐 때까지 힘을 준 게으름뱅이가 몸을 바로 세웠다.
망치를 잃어 방패만 들고 있던 병사는 계속 고개를 저으며 제 몸에 꽂히는 칼을 잡고 버티다 울며 죽었다.
그렇게 세 명의 실력자를 뚝딱 해치우는 동안에도 놀랄 일은 있었다. 새삼 더 놀라야 하나 싶은데, 이건 안 놀랄 수가 없지 않나.
구경하던 병사의 태반이 죽은 거다.
사인은 절상.
언제 움직였는지, 나머지 하나가 넋이 나간 병사의 목을 베고 다녔다.
장검도 아니고 단검 한 자루로.
‘쟤는 언제 저러고 있었냐.’
이 모든 놀람과 황당함을 담아 핀이 입을 열었다.
“뭔데, 너희.”
바로 곁에 크라이스가 있었다.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크라이스의 입이 열렸다.
“그러게요.”
크라이스는 내심 속을 달래는 중이었다.
나 왜 불안했냐.
이렇게 잘 싸우는데.
미치광이 소대는 자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잘 싸웠다.
엔크리드를 기준으로 봤는데, 이들은 어떤 예상을 뛰어넘었다.
새삼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대체 기사라는 새끼들은 얼마나 잘 싸우는 거냐고.
거기에, 맨 처음 이들을 한 부대로 모은 이에게 찬사도 보냈다.
‘아니, 소대장을 여기에 보낸 사람이 최고다. 그게 맞지.’
본래라면 본대 내에서 대형 폭발 주문이 됐을지도 모를 이들이, 엔크리드를 중심으로 뭉쳤으니.
“불 지릅시다. 앤드류 분대장.”
크라이스가 제 호위를 위해 붙은 앤드류에게 말했다.
“어? 응? 뭘?”
이쪽도 핀만큼 놀랐다. 그러며 뭔가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본래대로 돌아온 참이었다. 어째 지금은 뭔가 후련해 보이기도 하고.
“불 지르자고요. 여기서 계속 버티면 적 본대도 옵니다. 그거 상대하게?”
아니지, 그럼 안 되지, 그럴 순 없지.
“움직입시다.”
맥과 앤드류, 핀이 부싯돌을 튕기기 시작했다.
보급품 중에는 말 먹이로 쓰일 건초 더미가 있었다.
불 지르기 딱 좋은 마른 풀이다.
“빨리.”
크라이스가 재촉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을 필요는 없었다.
“시발, 괴물이잖아!”
“살려 줘!”
적병을 전부 다 죽이진 않았다. 얼추 궤멸 상태가 되자마자 아군은 손을 놨다.
어차피 쫓아도 다 죽일 수는 없으니.
“놔둬.”
그 판단은 크라이스보다 엔크리드가 먼저 했다.
“알겠수다.”
렘의 대답은 곧 그들이 엔크리드의 명령을 따른다는 증거였다.
소대원이 불 지르는 걸 보던 앤크리드가 입을 열었다.
“난 불 지르는 쪽으로 뭔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이건 무슨 개소리지.
아까 싸우다가 머리를 맞았나?
“네?”
“아니, 그냥 그렇다고. 가자.”
적이 파 둔 함정에 불이 일었다. 봄이 되었으니, 이만한 모닥불이 필요하진 않았을 터.
그저 불일 뿐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
불길이 일어 제 존재를 알리고.
엔크리드와 미치광이 소대는 바람같이 빠져나갔다.
나가는 길을 인도하던 핀이 이제 일직선으로만 움직이면 된다고 말한 뒤, 아우딘의 곁에 붙었다.
“이봐,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아우딘입니다. 자매님.”
“그래? 나중에 가르침 좀 얻어 볼 수 있을까?”
핀은 묘한 호승심이 생긴 듯했다. 그녀의 눈이 아우딘의 팔을 훑었다. 역시나 생채기도 없었다.
이건 발라프 식 무투술과 연관이 없다.
핀의 눈은 호기심과 호승심이 엮여 묘한 눈빛이 됐다.
엔크리드는 둘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금 걸으며 하는 훈련이다.
“회피의 감을 못 썼습니다. 숙련의 문제입니다.”
작센의 말을 들었고 되새겼고.
“두 개의 검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까? 잊지 마십시오. 제 손보다 편해졌을 때, 그때쯤에야 쓸 만할 겁니다.”
라그나의 평가도 있었으며.
“괴력의 심장을 그때 처음 쓴 거는 그 뭐냐, 잘한 거요.”
의외로 렘은 엔크리드의 개인 전술을 칭찬했다.
인상적이었을까.
기실 엔크리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단련하시지요. 형제님, 구르는 게 남는 거지요.”
핀을 일별하고 온 아우딘의 말대로였다.
엔크리드도 구르는 게 남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돌아갔을 때의 일이지만.
언제까지 이쪽 산등성이를 타고 움직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이제 슬슬 빠질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
그러려면 만날 애들이 남긴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적의 함정을 힘으로 부순 날로부터 이틀 뒤.
적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야 했기에 본대 쪽으로 발길을 돌린 소대다.
휴식을 위해 멈춰 육포를 씹던 참이었다.
팽!
화살이 엔크리드 일행 사이로 꽂혔다. 정확히는 렘의 머리통을 노렸는데, 렘은 야수와 같은 반사신경으로 피했다.
한순간 옆으로 몸을 틀어 냈다.
완벽히 피하지 못해 렘의 귓불이 찢기고, 허공에 핏방울이 튀었다.
우적.
입에 육포를 문 채로 렘이 빙그레 웃었다.
“매 새끼구나.”
뭐랄까, 근래 렘은 계속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엔크리드는 바닥에 꽂힌 화살을 살폈다.
짧고 단단한 화살, 전과는 달랐다.
“작정하고 왔나 본데. 기척이 안 잡혀.”
레인져 핀이 말한다. 본래 아군의 후방을 들쑤시던 매 새끼 부대가 미치광이 소대의 사냥을 위해 귀환한 거다.
정확히 말하면 뒤가 잡힌 건데.
물론 당연히, 노리는 바였기에.
“괜찮은 거지?”
핀이 물었다. 엔크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가 크라이스가 짠 작전이고 엔크리드도 이해한 부분이었으니.
처음부터 미치광이 소대의 목적과 목표는 명확했다.
시선 끌기와 뒷정리였다.
이제는 뒷정리 차례였다.
* * *
미치광이 소대가 병력을 하나둘 갉아먹을 때.
마커스의 본대는 크로스 가드로 떠났다.
겨우 이 병력으로 도시 함락이 가능한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다만, 신경이 쓰일 수는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웬 유격대가 아군의 뒤를 치며 시선을 끌었다.
아즈펜은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나 지휘관으로서는 실질적인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크로스 가드가 함락되진 않겠지. 하지만 그로 인해 도시 침략을 당했다는 오명이 남을 겁니다. 지금이 아니라 다음 전투를 위해서라도 지원군을 보내야 합니다. 우회로의 남은 적군을 소탕하셔야 합니다.”
참모의 말에 아즈펜의 지휘관은 고심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몇 가지 상황이 엮였다.
도시를 쳐? 겨우 그 병력으로? 함락되진 않는다.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크로스 가드가 공격당했다는 사실이 남는다.
묘한 자존심 싸움이랄까.
거인이고 주술이고 죄다 실패한 탓에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이대로 공국 앞마당을 내준 지휘관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지, 그럴 순 없지.’
함락당하지 않더라도 공격당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도시를 내준 지휘관이라는 말은 남는다. 그 오명을 어깨에 얹고 버틸 것인가.
아니면 이걸 기회로 삼아야 하나.
고민이 되지 않으면 거짓말이리라.
다만 한쪽으로 치우쳐진 고민이긴 했다.
공국은 준비한 패를 실패했고.
나우릴리아는 이전보다 더 깊게 파고들어 영역을 넓혔다.
지금 상태로 굳어진다면 양국의 경계선이 바뀔 것이다.
‘이걸 그냥 둘 수야 있나.’
우회로의 적 부대를 쓸어버리고.
남은 나우릴리아의 전력이 공격하는 걸 버틴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되레 우회로에서 뒤를 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크로스 가드로 가면서 자리를 비우는 건 악수 중의 악수가 될 수도 있단 거다.
어떤 미친놈이 지휘관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도박을?
굳이? 지금도 이긴 전장인데?
그럼, 이건 기회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당장 우회로에서 버티지 않고 빠진 것만으로 아군의 별동대가 움직일 공간이 열린 셈이니.
“씁.”
버릇처럼 치아 사이로 바람을 삼킨 지휘관이 말했다.
“발 빠른 부대 위주로 전력 편제해 우회로로 보낸다.”
앞쪽 치아 사이가 넓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명령이다.
“네!”
곧 공국이 움직였다. 군사 역할의 부관은 불길함을 느꼈다.
‘이러다가 잘못되면.’
국토 경계선이 바뀌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부관은 아브나이어가 보고 싶었다.
아즈펜이 낳은 최고의 전략가, 어린 나이에 이미 거인을 비롯한 이들을 군 전력으로 쓰게 만든 위인을.
‘아깝다, 아까워.’
출신 탓에 결국 중용받지 못한 것이.
물론 괜한 생각이었다.
그가 보기에 아브나이어는 천재다. 제 앞가림은 제가 알아서 하겠지.
“기사단원을 보내시지요.”
나우릴리아에 붉은 망토 기사단이 있다면, 공국에는 아즈펜 공왕 기사단이 있었다.
아즈펜 공왕 기사단.
이름은 몰개성할지라도, 실력은 별개인바.
“둘, 아니 셋을 보내.”
부관이 느낀 불길함을 지휘관도 느꼈을까.
우회로로 들어가는 병력의 질이 높아졌다. 양도 많아졌다.
매 발톱 부대가 후방에서 찝쩍거리는 날벌레 따위를 잡고 나머지는 준 기사 셋을 포함한 이들이 진격한다면? 계획대로 된다면 지금 상황을 역전시킬 필살의 한 수가 될지도 몰랐다.
* * *
“대장, 저격수와 사냥꾼의 차이를 아슈?”
화살을 피한 직후 렘이 한 말이다.
크라이스의 작전에 따르면 매 발톱인지 손톱인지, 눈썹인지 하는 놈까지 처리하는 게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인책을 써서 끌어들인 거고.
유인이야, 핀이 적절한 흔적을 남기는 거로 충분했다.
“얘들 꽤 날카롭다.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핀이 말한다. 그 와중에도 렘은 빙글빙글 웃었다.
그런 렘을 보고 엔크리드가 멀뚱히 물었다.
“내가 알아야 하나?”
“사실 몰라도 되는데 내가 말하고 싶어서 그렇수다.”
렘은 필요 이상으로 솔직할 때가 있었다. 지금이 그랬다. 말 많은 거야 항상 그렇고.
“저격수는 멀리 있는 놈을 쏴 맞히는 놈이고, 사냥꾼은 말 그대로 사냥하는 놈이라는 거요.”
그래서 그게 무슨 차이라고?
“멀리서 화살이나 날리는 것보다 사냥이 더 재밌다는 거요. 특히 도끼 사냥은 크, 끝내주지.”
그래서 그게 어쨌다고?
엔크리드가 연신 눈으로 말하자.
“나 없는 동안 괜히 거, 화살 따위 맞지 말고 있으면 된다는 거요. 난 다녀오겠수다.”
“어딜?”
“사냥하러 다녀와야지. 선물을 받았으면 돌려줘야 할 거 아니유.”
렘이 말하며 바닥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 쑥 하고 뽑힌 화살을 허리춤에 갈무리한 렘이 터벅터벅 걸어서 수풀 안으로 발을 옮겼다.
저거 그냥 놔둬도 될까?
될 것이다.
애초에 자신이 없으면 나서지도 않았겠지.
나머지는.
“작센?”
혹 렘이랑 같이 가서 암습과 기습의 이중주를 펼칠 생각은 없냐는 의향을 담아 부른 것이었다.
“싫습니다.”
음, 단호해. 그래, 그럴 수 있지.
렘은 혼자서도 잘할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우린, 우리 나름대로 움직여야겠지?”
렘이 사냥꾼, 매 발톱이 사냥감.
다시 미치광이 소대가 매 발톱의 사냥감.
여름이 더 제격이긴 하지만, 어쨌든 사냥은 봄에도 즐기긴 하니.
얼추 사냥의 계절이라고 해도 좋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