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148화 (148/170)

148. 열흘, 논공행상

회군 이후, 열흘.

보더 가드 내에서도 꽃이 피기 시작한 날이다. 완연한 봄이었다.

그사이 비가 한 번 내렸고.

전장 정리가 한참이란 소식과 함께 승전보가 연이어 들렸으며.

결국, 아즈펜 공국에서 화평 요청을 했다는 소리가 나왔다.

나우릴리아가 아즈펜 공국의 영토 중 일부를 쟁취, 곧 그린 펄 평야를 손에 넣었다는 소리다.

그동안 불모지로 남았기에 이 땅을 정리하려면 손이 많이 가긴 하겠지만.

승리는 승리, 그것도 대승이었다.

전장의 끝에 환호가 울리고.

봄이 옴에 마력에 취한 사람이 늘었으며.

하나같이 들뜬 그런 나날 속.

엔크리드의 지난 열흘은 한결같았다.

변할 것도, 변한 것도 없었으니.

붕, 검을 휘두르고.

“형제님, 아직 멀었습니다. 자세 잡고 그대로 앉는 겁니다. 허리 펴십시오, 호흡을 들이마시고 배에 압력을 느끼시는 겁니다. 압력이 빠지면 허리가 부러질 겁니다.”

말하며 아우딘이 껄껄 웃는다.

아우딘을 등에 얹고 앉았다 일어나는 무슨 묘기에 가까운 수단으로 몸을 단련하는 일, 이 또한 일상이었다.

검, 단련, 대련.

오롯이 세 가지에 집중한 시간.

다른 사람이 들뜨든 말든 엔크리드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크라이스는 뻔질나게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엔크리드야 그럴 일도 없다.

소대장이란 직급에, 독립 소대로 인정받았으며, 이전 전장에서의 영향인지 근무도 없다.

그야말로 휴식만을 오롯이 취한 열흘이었다.

물론, 엔크리드에게는 단련에 심취한 열흘이었고.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후!”

근처, 아니 부대에 소속된 병사 중 엔크리드를 알고 함께 싸운 이들의 태도다.

하나같이 이른 아침부터 창을 들고 휘두르기 바빴다. 이전부터 조금씩 이런 경향이 보이더니, 지금은 훈련에 열중하는 병사의 숫자가 훌쩍 늘었다.

그들 모두가 땀을 흘리며 열중했다.

창을 휘두르고 체력을 단련하는 일에 진심이었다.

여기에 더한 변화도 있었다.

“저, 지도 편달 한 번만.”

병사 중 엔크리드를 찾는 이들이 생겼다.

“나?”

한창 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다 잠시 쉬는 중이었다.

엔크리드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건 뭐랄까, 상상도 하지 못한 그런 장면이었다.

자신이 누굴 가르쳐? 지도 편달?

그딴 걸 말하기엔 엔크리드의 지난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음에.

배우고 익히고 나아가는 길 외에 다른 걸 바라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가르침이라니.

그것만큼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을까.

“해 보슈.”

옆에서 물끄러미 구경하던 렘이 말했다.

꾸벅꾸벅 조는 것 같더니 보고 있었나.

엔크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해 볼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앞, 자신을 보는 병사의 눈이 보였으니.

그 간절함, 지금도 자신의 안에서 타오르는 갈망과 갈증 따위가 병사의 눈에서도 보였다.

팅.

엔크리드가 검을 흔들어 병사의 창끝을 때렸다.

창을 들고 있던 병사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아우딘에게 익히고 배운바, 자세와 몸의 단련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어느 정도 숙련된 병사로 보였다.

“하급 병사, 폴입니다.”

병사가 말했다.

엔크리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저 집중했다.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집중하며 상대를 주시하는 것.

그게 자신의 최선이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 믿었으니.

병사, 폴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자세를 잡았다.

왼손은 앞으로 오른손은 뒤로.

찌르기에 특화된 자세, 발은 앞뒤로 교차하곤 ‘핫!’ 하고 기합을 내지르며 창을 찔러 넣는다.

훙.

나름 정련된 병사라 했다.

엔크리드는 날아오는 창날을 정확히 보며 움직였다.

보고 반응하니, 몸이 움직인다. 완벽하게 몸에 익히진 못했어도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기술이 회피의 감이다.

옆으로 몸을 틀어 피하며 왼팔을 뻗었고, 아래에서 위로 손바닥을 붙여 창대를 잡아챘다.

“익!”

병사가 반사적으로 창을 당겼다.

목에 핏대가 선 걸 봐서 전력을 다하는 게 보였다.

엔크리드는 창대를 잡으며 왼발을 축으로 몸을 반 바퀴, 창대 안쪽으로 틀었다.

왼손으로 창대를 잡고 회전하며 당겼다는 말과 같았다.

오른발을 바닥에 꽂고 왼손으로 창대를 당기며 몸을 축으로 버틴다. 괴력의 심장도 필요 없었다.

그저 약간의 요령과 어느 정도의 근력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툭.

그대로 가볍게, 검을 위에서 밑으로.

살기를 일으키지 않은 검이 병사의 머리 위를 툭 때렸다.

당연히도 검날이 아닌 검면이었다.

제 머리칼 위에 검이 올라간 걸 느끼자, 병사가 놀라 입을 열었다.

“아.”

“끝난 것 같은데.”

“아, 네.”

창대를 놔 주니, 병사가 주섬주섬 제 무기를 수습하고 뻘쭘하게 섰다.

“그, 제가 부족한 게 뭐가 있는지?”

꽤 노련한 병사란 말은 무엇인가.

어느 정도 제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말과 같았다.

그런데 자신에게 이런 걸 묻는다?

이전의 엔크리드, 그러니까 미치광이 소대가 사고뭉치 분대일 때의 자신은 어땠는가.

모두의 비웃음을 사는 쪽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자신한테 이런 물음을 던진다?

자세히 뜯어 보니 모르는 얼굴도 아니었다.

오가며 마주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동안의 전장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을 테니, 눈앞의 병사는 그나마 베테랑이라 부를 수 있을 터였다.

분대장을 상징하는 견장도 달았다.

뭘까. 대체.

엔크리드는 의문을 담아 바라봤고.

병사는 뻘쭘함을 참고 기다렸다. 다시금 엔크리드의 눈에 병사의 눈이 보였다.

간절함, 갈망과 갈증.

손에 닿지 않는 걸 바라는 그런 욕망이 엿보였다.

자신의 안에 똬리를 튼 것과 같으니.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번의 대련으로 상대에게 필요한 게 뭔지도 보였고.

“근력을 기르는 게 좋겠는데.”

창은 생각보다 중병이다. 가볍지 않았다. 그런 것치고는 힘이 부족한 편이라.

“음, 네, 감사합니다.”

분대장이 군례를 보였다. 엔크리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하고.

돌아선 분대장은 그날 이후로 체력 단련에 힘썼다. 무거운 걸 들고 근력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했다.

휘하 분대원도 마찬가지였고.

부대에 훈련과 더불어 근력 단련 열풍이 동시에 불었다는 말이었다.

이제 막 전장에서 돌아온 부대 아니었나.

승리를 자축할 타이밍 아니었던가.

물론 회포를 풀겠다고 도시로 가는 이들도 많았다.

자고 일어나 술만 퍼먹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내일을 위해 단련하는 것보다 오늘 하루 홍등가나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겠지.

엔크리드는 딱히 그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자신과 무슨 상관이라고.

일개 소대장, 독립 소대의 대장.

당장은 준기사가 날뛰는 전장에 나서지도 못하는 몸이다.

그들의 싸움, 솔직히 보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이겠지.

다만, 여전히 같은 마음이다.

목적지가 보인다면 제가 가는 길을 굳이 둘러볼 필요가 없음이다.

혹 사이프러스 경이 나선 싸움이라면 달랐을 거다.

진짜 기사, 대륙 전체를 두고 봐도 이름을 알린 기사라면 어떨까.

보고 싶을 것 같긴 한데.

모르겠다. 모든 일은 닥쳐 봐야 아는 법 아니겠나.

“재밌수?”

무심히 지켜보던 렘이 낄낄 웃는 대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재미? 그딴 건 모르겠는데.

“모르겠는데.”

언제나 그랬듯, 진심으로 답할 뿐이다.

렘은 그제야 낄낄 웃었고.

엔크리드는 다시금 훈련에 몰입했다.

몰입의 시간 속.

“저도 한 번만.”

또 누군가가 다가와선 대련을 제안했다. 간단히 때려눕힌 뒤, 조언 한마디.

“발이 굳었다.”

이후 또 다른 이가 다가와서 또 대련.

“어깨에 힘을 빼야 할 것 같은데.”

또 조언.

몇 번의 대련 이후다.

“좀…… 그, 될까요?”

숫제 주어도 없이 묻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다시금 묻지 않아도 될 판이었다.

눈에 불꽃을 담고 물음에야.

되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게 긴장한 기색도 엿보였다.

상대적으로 앳된 얼굴이었다. 잘해야 앤드류 또래? 아니면 그보다 어릴지도 몰랐다.

“후, 그러지.”

딱히 소대원 중 누군가 나서서 말리지도 않았다.

본래 자신한테 다가오는 이들을 보는 족족 뭐라고 하지 않았던가?

괜한 시비라도 걸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그냥 두는지 모를 일이지.

병사 대부분의 무장은 창이다.

그 외 특별한 무장을 쓴다는 건, 상대 소속이 특별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었다.

상대는 팔뚝 길이의 전투 망치를 들었다. 망치 끝이 둥글었는데, 그 끝이 반들반들한 게 하루 이틀 쓴 무기가 아닌 듯했다.

무거워 보이진 않으나, 위력은 여실한 효율적인 무기다.

손목을 빙글빙글 돌리는 걸 보니 숙련도, 그딴 게 몸에 밴 게 느껴졌다.

“변방 수비대 소속입니다. 저.”

아니나 다를까, 상대가 말하고 엔크리드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휘릭.

손목을 꺾어 전투 망치를 돌린 상대가 눈을 빛냈다.

엔크리드는 그러니까, 상대의 노림수가 너무 보였다.

발렌 식 용병 검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상대의 수법과 수작 따위가 훤히 보임에.

따다당!

망치를 전력으로 휘두르던 수비대원의 대뜸 한 손으로만 망치를 쥐고서 수직으로 찍었다.

막는 것보다 피하는 게 맞았다.

상대의 의도에 따라, 스텝을 밟아 몸을 옆으로 빼며 망치의 궤적을 피하니.

수비대원이 반대쪽 손으로 제 허리춤을 훔치며 뻗는다.

엔크리드는 상대의 팔꿈치가 채 다 펴지기도 전에 그 손목을 잡았다.

“보인다.”

그리고서 던진 한마디.

수법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망치로 시선을 끌고 단거리 단검 던지기.

발렌 식 용병 검의 수법과 유사했다.

“발렌 식 용병 검?”

그래서 물으니.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망치를 휘두르는 기술을 더 갈고닦으면 좋겠는데.”

엔크리드는 반사적으로 상대의 빈틈을 얘기했고.

동시에 깨달았다.

이게 자신에게도 필요한 말이라는 걸.

망치 기술이 발달하면 단검을 더 숨길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중 발검 따위의 시선을 뺏기지 않도록.

상대의 재능은 차고 넘쳤다.

그 어느 날이었던가, 자신의 배에 구멍을 낸 그 꼬맹이가 떠오를 정도로.

그때는 제대로 된 반항도 없이 쓰러졌었다. 그랬었다.

그럼, 지금은?

교관 중 하나가 읊었던 말이 떠올랐다.

“실력이 느는 건,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아는 것부터다.”

인지.

다시금 인지.

새로운 길을 나아가려면 지금 자신이 어떤 길에 서 있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대련과 대련, 가르침과 가르침.

이후에도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고.

엔크리드는 그때마다 하나씩 깨닫고 나아갔다.

느린 발걸음이나.

서두르지 않았다. 다급하게 창을 내뻗는 병사를 보며 얻은 깨달음이다.

조급함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으니.

차분한 가운데 행동력을 돋보이는 상대도 있었다.

“룻이다.”

변방 수비대원 중 서부에서 온 친구라고 했다.

그가 힐끔 렘을 보며 말했는데.

렘은 신경도 쓰지 않은 눈치였다.

그 또한 때려눕혔다. 쉬운 상대? 아니다. 까다로운 상대다. 다만, 그동안 엔크리드가 겪은 경험이 너무도 진하고 짙었기에, 상대함에 어려움이 없었을 뿐.

“강해.”

룻은 감탄하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룻은 렘이 아닌 엔크리드만 눈에 담았다.

열흘 내내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크라이스가 통제를 시작했다.

“너무 많아요. 알아서 정리해서 추려서 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우리 대장 일을 방해하면, 아시잖아요?”

크라이스의 한마디에 실린 무게가 달라졌다.

그 뒤에 렘, 작센, 아우딘, 라그나가 있음에야.

정작 그 넷은 제 소대장을 보며 내심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인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보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

위, 아래, 좌우를 다 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위치가 보일 테니.

언젠가 그들도 한 번씩은 넘어갔던 그 순간이다.

오히려 엔크리드는 늦은 감이 있었다.

봄이 왔음에, 그의 나이가 서른하나.

대륙 기준으로 치자면 늙다리 용병이라고 해도 좋았다.

물론 마흔이 넘도록 칼밥 먹고 사는 사람도 쌔고 쌨지만.

그 누구도 엔크리드처럼 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저 작자를 보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니.

아우딘은 주께 던진 질문의 답을 소대장에게 찾았고.

렘은 과거, 기억의 편린을 꺼내어 봤고.

작센은 소대장을 보며 저리 살면 어떤지, 왜 저리 사는지 고민하며 미래를 그렸다.

라그나는 검과 사람, 의욕과 삶, 기사와 기사가 다루는 힘 따위를 떠올리며 새삼 깨달았다.

자신 또한 그 길에 올랐음을.

또한 그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은 확신이 들어섬에, 새삼 소대장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깨닫게 됨에야.

늦깎이 천재.

현재 엔크리드를 칭하기 가장 좋은 말이라.

주변 병사를 변하게 하는 건 글쎄, 이건 천재라는 얘기와 별개이긴 했다.

주변 병사, 특히나 오늘에 머물지 않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를 지닌 이들, 그런 이들에게 엔크리드는 변화의 상징 같은 거였다.

저 사람을 닮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우상이 되기도 했다.

그 모든 건.

“전원 정렬.”

논공행상의 자리가 열렸을 때 확인됐다.

보통은 시끌시끌하기도 한 연병장 가운데로 병사 전원이 모였다.

근무를 위해 빠진 일부 병사를 제외한 모두.

전장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공로를 따질 시간이었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모두 알고 있었다.

마커스는 이전 대대장과 달랐다.

뒤쪽에 자리한 귀족 몇을 두고.

마커스가 단상에 서서 연설을 시작했다.

“이전 전투에서 누구의 공로가 가장 컸는가, 그걸 내가 말해야 안다면 그 새끼 머리통은 투구 걸이로도 못 쓸 거다.”

크고 굵직한 마커스의 목소리가 병사의 귀에 꽂혔다.

거친 말투와 과격한 단어다.

단상에 오른 마커스의 말을 들은 귀족 몇이 인상을 썼다.

품위가 없지 않나.

허나.

말의 주체가 된 이들.

병사 무리에게는 달리 들렸다.

그 말에 진정이 담겼음에야.

마음의 결정을 내린 마커스는 진심을 담았다.

“최고 공로자를 부르겠다. 미, 아니 독립 소대 소대장 엔크리드.”

미 뒤에 나올 말이 뭔지는 누구라도 알았다.

그리고 정렬된 부대 위로 누군가 걸어 올라갔다.

땀을 흠뻑 흘린 채로 맨손으로 걷는 남자가 병사의 눈에 보였다.

기온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곤 해도 저리 땀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누구도 의문을 품고 그를 보지 않았다.

분명 수차례 검을 휘두르다 이 자리에 왔을 것이니.

엔크리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두름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자.

배운 바를 쏟아 내어 가치를 보이는 자.

그 어느 하나 허투루 대하지 않는 진정성의 화신.

미치광이 소대장, 엔크리드가 단상으로 향했고.

연병장에 모인 누구도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기이한 침묵, 그 사이로 열기가 치솟는다.

전장에서의 승리, 그때의 일을 경험한 이들에게, 엔크리드는 어떤 존재로 다가오는가.

그는 누군가의 우상이 되었고.

그는 누군가의 영웅이 되었다.

전장에서의 그는 그러했다.

마커스는 그걸 잊지 않았다.

단상에서 한 남자와 한 남자가 마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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