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9화 (19/175)

19화

* * *

귓가를 때리는 강렬한 폭음.

동반되는 지면의 거센 흔들림.

그런 주변의 소음도 무시한 채, 캐서린 골드버그는 여전히 정신을 잃고 무의식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현실과는 먼 몽환적인 꿈의 세계에서, 캐서린은 넘어지기 전 그녀를 감싸 안던 포근한 기억을 반복했다.

넓은 어깨와 단단한 팔 힘.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

그리고 자신을 지켜 줄 것 같은 듬직한 모습.

그 달콤한 꿈의 감각에 캐서린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 기분에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다급히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캐애애… 서어어… 리이인…….”

행복한 꿈을 방해하는 남자의 목소리.

불청객에 의해 점차 현실과 꿈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캐서린 골드버그는 이내 깊은 단잠에서 깨어나 눈을 살포시 뜨기 시작했다.

“으… 응…….”

살며시 눈꺼풀을 들자, 눈동자에 들어오는 것은 제이드였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캐서린! 괜찮아?”

캐서린은 대답하지 않고, 무거운 고개를 조심스레 움직여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닿은 것은, 다름 아닌 죽어 가는 그리핀의 사체.

아까까지만 해도 그녀를 위협하던 그리핀은 지금, 하얀색 빛과 함께 소멸하고 있었다.

그리고 캐서린은 다시금 자신을 내려다보는 제이드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었군…요…….”

“응?”

그 말과 함께 캐서린은 제이드의 목에 팔을 걸고는 와락 안겼다.

* * *

그리핀은 보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녀석이다.

그래서 보통의 그리핀 둥지는 녀석이 수집한 보물로 꾸며 놓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보스 방도 역시, 휘황찬란한 보물로 가득했다.

“우와아아… 이게 다 얼마야?”

현실에서도 보기 힘들 다양한 금은보화가 보스 방에 즐비했다.

탐욕을 부르는 듯한 휘황찬란한 오색 보석들.

다만, 어차피 그림의 떡이었다.

“아쉽네. 어차피 다 소멸하니까.”

이 던전은 마법사가 인위적으로 만든 던전이기에, 보스를 처치하고 나오는 마정석과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던전 외부로 가지고 나갈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수많은 금은보화를 눈으로만 감상하며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서둘러야겠네.”

제이드 녀석이라면 마력 방벽이 제거된 그리폰쯤이야 순식간에 끝낼 수 있었다. 그 말인즉슨, 곧 던전 종료가 시작된다는 소리이기에 서둘러 알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어디에서 찾지?”

서브 이벤트의 달성 조건은 그리핀의 둥지에서 그리핀의 알을 수집하는 것. 애초에 이 보스 방 자체가 그리핀이 서식하는 둥지니까, 알은 이 안에 있음이 틀림없었다.

다만, 이 넓은 곳에서 알을 어떻게 찾느냔 말이지.

그런데 그때, 언노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 잠깐, 뭐 하는 게냐? 그리핀은 어찌하고? 이건 명백히 약속과는 다르다!

언노운의 반응은 아마도 마정석을 얻는 걸 포기했기 때문인 거 같다.

나는 그런 언노운의 말과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또 언노운이 말을 꺼낸 게 잘됐다 싶었다.

불만이 많은 건 오히려 내 쪽이었으니까.

“말 한번 잘했어요. 약속? 약소옥? 저랑 저번에 했던 약속 기억 안 나요? 도대체 아까는 왜 안 튀어나온 거예요? 설마 전설의 검 ‘언노운’이 본인이 꺼낸 말도 안 지키는 건 아니죠?”

- 그, 그건… 아주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미팅? 무슨 검이 미팅을 한다는 되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차라리, 샤워하고 있었다고 하면 믿겠다. 거기다 아까 전에 자고 있었다고 한 말 똑똑히 들었거든요?”

언노운은 할 말이 없는지 침묵했다.

역시 조금은 반성하는 모양이다.

한바탕 말을 쏘아붙이니 아까의 억울함이 조금은 풀린 듯싶었다. 억울함은 토로했고, 이제는 언노운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잡을 때였다.

“케이크는 드릴게요.”

- 저, 정말?

“단, 다음부터는 후불이에요. 선 도움, 후 보상. 알겠어요?”

- …….

언노운의 저 태도를 보아하니, 아마도 계약을 하지 않는 건 순전히 일하기 싫어서인 듯싶다.

제이드의 경우에는 언노운을 사용하지 않고 들고만 다녔기에 선뜻 계약한 거였고, 내 경우에는 모든 상황에서 언노운이 필요하니까.

빌어먹을 프리랜서 마검 님이시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한 번 더 도와주세요.”

- 그럼, 케이크는……?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지금 건은 아까 전 약속에 늦었던 값이니까. 케이크는 다음번에 있을 건으로 후불 지급해 드릴게요.”

- …알았다.

조금은 순순해진 언노운이었다.

그런 언노운의 저자세에 나는 내심 속으로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언노운의 손잡이를 바로 잡았다.

사아아아―

검 끝에 맺히는 백색 검기.

‘그런데, 설마 알이 깨지는 건 아니겠지?’

이 보물 더미에서 그리핀의 알을 찾기란 시간이 꽤 걸렸기에, 애초부터 나는 언노운의 검기로 이 둥지를 한바탕 베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알까지 베어 버릴까 봐 걱정스러운 맘이 들기도 했다.

‘그래, 뭐 깨지겠어? 어차피 알에도 마력 방벽이 있잖아.’

그리핀은 태생부터 마력 방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도박 수를 던지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 곧 던전의 종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일일이 찾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 가요!!”

그리고 나는 마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콰과과광!

언노운의 검기에 의해 순식간에 걷힌 보물 더미들.

그리고 드러나는 것은 뽀얗고 거대한 알이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반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혼자만 대머리 같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나이스, 찾았다.”

다만 조금만 힘 조절에 실패했어도 큰일 날 뻔했다.

이미 조금 전 일격으로 인해 알의 마력 방벽은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게다가 위력을 조절했음에도, 주변의 둥지가 반파된 상황이었다. 역시 언노운의 위력은 ‘아카마’에서보다 훨씬 강력한 것 같았다.

- 그, 그럼 난 이만 자러 간다?

“예예. 고생했어요. 그리고…….”

어느새 언노운과 나의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다음에도 잘 부탁합니다. 알죠? 케이크?”

- 그래…….

그리고 어느새 검신에 일렁이던 하얀 기운이 모조리 언노운의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아마도 진짜 자러 간 모양이다.

“그럼, 주문서를 챙겨 보실까?”

나는 그리핀의 알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핀의 알을 수집하라길래 뭔가 거창한 조건이 있을 줄 알았더니, 그냥 만지기만 하면 조건을 달성하는 거였다.

아마도 정공법은 이 보스 방에서 그리핀을 상대하고 난 뒤, 수많은 보물 더미에서 알을 찾아 헤매는 거겠지.

다만 내 경우에는 언노운 덕분에 조금 편하게 이벤트를 수행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알을 쓰다듬자 눈앞에 이벤트 수행의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띠링―

[서브 이벤트 ‘그리핀의 둥지’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 ‘마법 주문서(???)’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마법 주문서의 감정 결과.

[보상 ‘마법 주문서(???)’를 감정하였습니다.]

* 감정 결과: 마법 주문서(성공의 주사위)

[보상 ‘마법 주문서(성공의 주사위)’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사용한다.]

[▶ 버린다.]

나는 그 내역을 확인하고는 처음엔 실망스러웠다.

“더블 캐스팅이 아니네?”

그야 애초부터 나는 ‘더블 캐스팅’을 기대하고 있었다.

‘더블 캐스팅’의 주문서를 하나하나 모아서 결국엔 매직 미사일을 1초당 100개씩 날려 버리는 꿈. 상상만 해도 짜릿했었다.

그런데 ‘더블 캐스팅’이 아니라니.

게다가 효과 자체도 처음 보는 효과였다.

마법 주문서는 마법을 강화하는 여러 효과 중 랜덤으로 효과가 뜨는 시스템이기에 능력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효과도 더러 있었다.

애초에 ‘아카마’의 게임 속에서는 마법 주문서 자체부터가 얻기 매우 희귀한 거라서, 내가 모르는 효과도 충분히 존재하는 것이다.

‘성공의 주사위’라니.

이름으로 봐서는 마법의 성공률을 높여 주는 듯한 효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애초에 매직 미사일은 100%로 나가는데? 흐음… 효과를 확인할 방법은 없나?”

효과도 모를 주문서를 덜컥 받았다가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전부 사용해 보았다.

“상세 보기!”

“상세 확인!”

“능력 확인!”

“정보 확인!”

“주문서 확인!”

그러다 결국.

“상세 정보!”

라는 말과 함께 눈앞에 성공의 주사위에 대한 상세한 정보창이 나타났다.

〈상세 정보〉

[성공의 주사위]

* 설명: 주문서의 효과 중 하나로, 마법을 시전할 때 일정 확률로 강화된 마법이 시전된다.

“강화된 마법이라고?”

매직 미사일을 강화해 봤자 얼마나 강화가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흥미가 가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확률은 안 알려 주네.”

그래도 확률이라면 유리했다.

그야, 내 매직 미사일은 이미 ‘더블 캐스팅’이 적용되어 있었으니까.

두 배로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은 ‘성공의 주사위’가 발동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별 고민 없이 마법 주문서를 사용했다.

그러자 번쩍이는 빛과 함께 눈앞의 시스템 창이 사라졌다.

“그럼 한번 테스트해 볼까?”

얼른 ‘성공의 주사위’의 효과를 알아보고 싶은 나는, 곧바로 매직 미사일의 주문을 외웠다.

「마지아 미실레(magía míssĭle)」

퍼엉!

소환되는 두 개의 백색 구체.

그러나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성공의 주사위’가 발동될 때까지 연달아 매직 미사일을 사용해 보았다.

“「마지아 미실레(magía míssĭle)」, 「마지아 미실레(magía míssĭle)」, 「마지아 미실레(magía míssĭle)」 …어라?!”

그리고 그 회수가 100번이 넘어가자 드디어.

내 앞에는 주먹만 한 일반 매직 미사일의 100배 크기, 거의 사람 몸통만 한 거대한 매직 미사일이 생성되었다.

그것도 ‘더블 캐스팅’의 영향으로 두 개씩이나.

“우와아아…….”

나는 그 거대한 매직 미사일의 크기에 압도되어 순수하게 감탄이 나왔다.

그러나, 놀랄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콰과과과광!!

두 개의 거대 매직 미사일은 그대로 던전 벽을 꿰뚫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날아갔다. 그 위력으로만 따지자면, 아까 그리핀이 사용했던 소용돌이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러다 정말 매직 미사일로 천하 통일 하는 거 아니야?”

매직 미사일의 위력에 나는 조금 얼떨떨해졌다.

그때, 토벌의 종료를 알리는 스티븐 교수의 목소리가 던전 내부에 울려 퍼졌다.

- 다들, 잘해 주었다! 지금 당장 던전 토벌을 종료하고 모두를 귀환시키겠다!

그러고는 몸을 감싸는 빛과 함께 몸이 던전 밖, 숲속 공터로 이동되었다.

내 옆에는 방금 전까지 던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캐서린, 제이드, 샬롯 등등이 보였다. 그리고 먼저 귀환당한 학생들이 공터에 앉아서 귀환한 우리를 빤히 보고 있었다.

‘응? 뭐지?’

그런데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우리를 쳐다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무언가 경이로움이 담긴 존경의 눈빛이었다.

‘……잠깐만?!’

그리고 곧 그것이 ‘우리’가 아닌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라는 것을 머지않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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