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24화 (24/175)

24화

* * *

「루멘 페티티오(lūmen petítĭo)!!」

「루멘 페티티오(lūmen petítĭo)!!」

콰아아앙!

연달아서 빛의 섬광을 발사해 대는 샬롯 아메드의 마법으로, 던전의 지형은 초토화되고 있었다.

섬광에 긁힌 벽들은 그대로 깔끔하게 절단되고, 직접적으로 맞은 벽면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레토리의 위에 탑승한 캐서린은 그저 피하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저, 저… 무식한!!’

원소계 마법 중 빛의 원소를 사용한 공격은 보통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빛의 속도를 이용한 빠른 공격.

나머지 하나는 강력한 화력을 집중한 섬광의 레이저 공격.

그 특유의 우아함과 몸짓에서 느껴지는 기품과는 다르게, 샬롯의 능력은 후자였다. 그녀는 아우레인 기숙사의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캐서린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껴 몸서리를 쳤다. 아무래도 저런 거에 맞았다가는 곧바로 게임 오버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저런 무식한 화력을 어떻게 연달아 사용할 수 있는 건데요?!’

저만한 화력의 마법이라면 보통 그만큼 많은 마나가 소모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샬롯은 전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캐서린은 아무래도 샬롯의 랭킹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샬롯은 지금까지 별다른 두드러지는 활약이 없었다. 따라서, 케이든 교수가 샬롯의 가문 이름값만 보고 랭킹 7위에 등록해 놨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러나, 실제로 샬롯 아메드가 보여 주는 능력은 가문의 이름값 그 이상을 훌쩍 넘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샬롯은 잠시 쏘아 대는 섬광을 멈췄다.

아마도 저 걱정하는 듯한 태도는 가식이 아니라 진심이 담겼음이 분명했다. 다만, 캐서린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같잖은 태도는 집어치우세요! 역겨워서 토가 나올 거 같거든요?”

“죄, 죄송해요!”

실례가 됐을까 봐 어쩔 줄 몰라 하는 샬롯 아메드.

캐서린은 그 여우 같은 행동에 열이 바짝 올랐다.

“저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겠어요. 레토리 님!!”

캐서린은 탑승하고 있는 레토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레토리의 능력은 단순했다.

12간지 중에서 쥐의 군주인 그는 마나를 품은 쥐들을 조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은 단순한 만큼 강했다.

그야 쥐들의 개수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으니까.

찌찍―

찌지찍―

샬롯의 주변으로 검은 물결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의 쥐 떼들이었다.

“꺄아아아악!”

샬롯은 쥐 떼들에 둘러싸여 어쩔 줄 몰라 했다. 특히나 곱게 자란 그녀는 벌레나 쥐 같은 소형 동물에 면역이 없었다.

보통의 마물들이나 캐서린의 레토리 같은 경우야 징그러움을 느끼기에는 워낙 거대했지만, 이렇게나 작은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강렬한 그로테스크였다.

찍찍―

찌지찍―

쥐들은 이미 샬롯을 포위하고 그녀의 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레토리가 조종하는 쥐들은 갉아 먹은 대상의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을 지녔다. 샬롯은 순식간에 자신의 신체를 물어뜯는 쥐들에게 마나를 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녀는 이미 패닉 상태여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모습에 캐서린은 코웃음을 쳤다.

“흥, 그래 봤자 나약한 년이었을 뿐이네요.”

그러나 샬롯은 포기하지 않고, 마나를 전부 잃기 전 최후의 저항을 시작했다.

「베, 베리타스(vérĭtas)…….」

이성의 끈을 잡고 침착하게 주문을 외우는 샬롯 아메드.

「…룩스 메아(lux mea)!!」

콰아아앙!

샬롯의 주문과 함께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는 빛의 섬광.

그 빛의 줄기는 순식간에 샬롯의 몸 주변을 감싸 안았다.

이내 샬롯에게 달라붙은 쥐들이 섬광에 녹아내렸고, 샬롯이 밟고 있던 땅도 섬광에 깎아내려 지형이 움푹 들어가게 되었다.

게다가 그 빛은 단발성의 일격에서 끝나지 않았다.

빛의 줄기는 마치 하늘에서 쏘는 레이저인 듯, 서서히 움직이면서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저런 파괴력이…….”

샬롯이 보여 주는 마법의 위력은 절대 1학년 수준의 마법이 아니었다.

캐서린은 그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마나를 갉아먹는 쥐 떼를 사용하는 것뿐인데, 그 수가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미, 사용할 수 있는 쥐 떼들은 모조리 저 빛의 섬광에 녹아 버렸다.

지이이이잉!

캐서린을 쫓아 무서운 속도로 쫓아 오는 빛의 섬광.

캐서린이 당황하여 가만히 있을 그때, 그녀를 태운 레토리가 섬광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공포감에 질린 레토리 스스로의 판단일 것이다.

갑작스레 레토리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캐서린도 차츰 냉정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래요. 아직 끝이 아니에요.’

샬롯 쪽을 힐끔 보니, 그녀의 눈에서는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마법을 시전한 위치에서 그대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채널링 마법인 거 같네요.’

채널링(시전) 마법은 시전자가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종류의 마법이다. 따라서 마법을 계속 유지시키는 이상 시전자는 무방비 상태였다.

빠르게 판단한 캐서린은 도박 수를 날리기로 결심했다.

“레토리 님, 뒤로 돌아요! 그리고 그대로 저 여자에게 돌진해요!”

어차피 샬롯은 마법을 시전하는 중에는 움직이지 못한다. 캐서린의 판단은 저 하늘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줄기를 통과해서 샬롯에게 돌진하는 거였다.

문제는 샬롯까지 가는 입구가 좁기에, 그러려면 빛의 줄기를 정면 돌파해야 했다.

빛의 줄기가 뿜어내는 위압감에 압도된 레토리는, 공포에 질려 주인의 명령에 반항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그녀의 침착한 명령에 이내 순종을 결심했다.

멈춰 선 레토리.

그리고 뒤로 돌아 쫓아 오는 섬광 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제발, 괜찮기를…….’

빛의 섬광을 향해 달려가는 레토리 위에서, 캐서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귀 옆을 스쳐 가는 레이저의 소리.

레토리는 아슬아슬하게 빛의 줄기를 지나치는 것에 성공했다.

‘됐어요!’

그리고 레토리는 도움닫기를 하여 공중으로 도약하더니, 거대한 몸체로 마법을 시전하는 샬롯의 몸을 그대로 덮쳤다.

“꺄아아아악!”

순식간에 육중한 몸에 깔리게 된 샬롯 아메드.

그와 함께 샬롯의 몸은 강제 귀환 조치를 당했다.

사라지는 샬롯의 몸을 보며 캐서린은 만세를 불렀다.

“이, 이겼다! 이겼어요!”

그리고 환호도 잠시, 그녀는 이내 거만한 웃음을 지었다.

“거봐요, 발목을 잡는 건 그쪽이라고요.”

그리고 그녀는 승부를 마무리 짓기 위해, 레토리를 타고 거점을 향해 달려 나갔다.

* * *

콰과과과광!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날아오는, 거대한 마나의 집합체.

그 모습은 끔찍했으나 한편으로는 감탄이 나왔다.

“역시, 주인공다워.”

제이드를 주인공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타고난 외모?

훌륭한 인품과 성격?

무엇보다도 저 압도적인 무력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 그걸 꺾을 셈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눈앞까지 닥쳐온 폭력적인 힘의 마나 폭풍.

나는 그 거대한 힘에 압도당하기보다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목에 걸려 있는 오팔 목걸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주인공?

“그래서, 뭐, 어쩌라고!!”

슈우우우웅!!

목걸이를 부여잡은 손이 떨렸다.

그만큼 눈앞의 힘의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목걸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은 순식간에 눈앞의 거대한 남색 마나를 삼키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광!

마나의 집합체는 소멸에 반항하는 듯, 주변을 갉아 먹으며 커다란 굉음을 내었다.

몇 초 후, 눈앞의 거대했던 마나 집합체는 전부 목걸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의 엄청난 소음이 무색하게도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하하…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인데…….”

허탈한 듯 헛웃음을 짓는 제이드.

자신의 패배를 직감한 느낌이다.

나는 그런 제이드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은 뒤,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탁―

그 순간, 내 주변에 밀집해 있던 백색 구체들이 일제히 제이드를 향해 날아간다.

콰과광!

방금 전 일격에 모든 마나를 소모했기에, 제이드는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막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대로 강제 귀환을 당해 사라지게 되었다.

‘해냈다.’

다분히 확률이 낮은 도박 수였다.

‘오팔 목걸이’의 1회 마나 흡수가 과연 제이드의 풀 파워 마나 방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어렴풋이 생각했었다.

‘제한된 마나를 막는다는 설명이 적혀 있지 않고, 단지 1회 흡수한다는 설명이 있다.’라는 것은 한계가 없다는 얘기와 같은 말이라고.

나는 이 한 수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맞는 판단이었다.

“그럼, 가 보실까?”

거점을 밟으려고 가려던 그때.

띠링―

눈앞에 이벤트 수행의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서브 이벤트 ‘주인공을 넘어서는 자’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 ‘마법 주문서(???) 선택권’을 획득했습니다.]

“엥? 아직 거점은 안 밟았는데?”

물론, 사실상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거점은 밟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벤트 완료 창이 떴다는 얘기는…….

“…설마 캐서린이 이긴 거야?”

캐서린이 거점을 밟은 모양이었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순수하게 감탄이 나왔다.

아무리 내가 괜찮을 거라고는 했지만, 상대는 샬롯 아메드. 사실상 여주인공 중 최약체인 캐서린이 이길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저쪽의 승리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캐서린은 당당하게 승리한 것이다.

“역시 사랑의 힘인가.”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다만, 게임 속 ‘아카마’에서도 캐서린이 제이드를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였어도 샬롯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곳의 캐서린은 샬롯을 이겨 버린 것이다.

“그러면 폭주 이벤트도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나?”

캐서린이 폭주해서 광폭화하는 것은 순전히 샬롯에 대한 질투이기에, 이 전투에서 승리한 이상 그녀가 폭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무래도 전개는 계속 바뀌고 있으니까.

“뭐, 어쨌든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고. 보상이나 확인해 볼까?”

[보상 ‘마법 주문서(???) 선택권’을 사용하였습니다.]

[아래의 마법 주문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마법 주문서(더블 캐스팅)]

[▶ 마법 주문서(성공의 주사위)]

[▶ 마법 주문서(무빙 캐스팅)]

“뭐야, 대부분 중복이잖아?”

마법 주문서의 선택이라길래 모든 효과 중에서 선택하는 줄 알았다. 만약 그랬다면, 마법 주문서의 모든 효과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게다가 세 개밖에 없는 선택지에서 무려 중복이 두 개였다. 중복이라고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기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런데… 무빙 캐스팅? 저건 시전 마법에 사용하는 건데? 난 시전 마법이 없잖아.”

시전 마법이라 함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주문을 외워야 하는 마법을 뜻한다. 예를 들어 파이어 레인이라든가, 블리자드라든가.

애석하게도 매직 미사일이나 기타 기초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의미 없는 주문서였다.

“그럼, 역시 더블 캐스팅이지!”

애초에 내 목적은 ‘더블 캐스팅’ 주문서를 많이 모아서 매직 미사일의 수를 배로 늘리는 것. 그렇기에 내 손은 고민 없이 ‘더블 캐스팅’을 향해 뻗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라? 잠깐만… 나 가만히 사용하는 마법이 있었잖아?”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그것은 바로 ‘감지 마법’이었다.

“감지 마법은 애초에 시전 마법 형태는 아닌데… 이게 적용되려나?”

그래도 생각해 보니 감지 마법을 만약 움직이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매직 미사일의 네 배 증폭보다도 훨씬 가치 있었다.

“뭐, 주문서는 나중에 또 파밍하면 되는 거니까.”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심정으로 ‘무빙 캐스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눈을 감고는, 감지 마법을 사용해 보았다.

「프레시스코(præscísco)」

순식간에 눈에 들어오는 주변의 지형지물들.

그리고 그것은 몸을 움직여도 변함이 없었다.

“역시 무빙 캐스팅이 적용되네? 아니, 그런데 잠깐만… 애초에 눈을 감고 움직이는 게 의미가 있나?”

감지 마법은 눈을 감은 상태의 검은 시야에서, 마나의 빛을 보는 마법이니 사실상 ‘무빙 캐스팅’의 감지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눈을 감고 움직인다는 뜻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조심스레 눈을 떠 봤다.

그런데.

“역시, 눈을 떠도 적용되잖아?”

‘무빙 캐스팅’의 영향인지 눈을 떠도 감지 마법의 효과는 지속되었다. 멀리 떨어진 곳의 캐서린의 노란색 마나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눈을 감았을 때보다 범위가 축소되고 지형지물의 마나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애초에 감지 마법으로 상대방 마법사의 위치만 파악할 수 있어도 매우 훌륭한 성능이었다.

“매직 미사일 100방이 아깝지 않네.”

이번 이벤트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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