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27화 (27/175)

27화

* * *

검술 강의를 받으러 도장에 가는 길.

내 머릿속엔 행복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었다.

“자, 계산해 보자……. 선택권 다섯 개를 전부 더블 캐스팅에 사용하면 2를 다섯 번 곱한 거니까 32번이잖아……? 거기다 지금도 두 방이니까… 64번?!”

사실 별로 필요하지 않은 계산이었다.

저 보상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어차피 보상을 얻게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살면서 꼭 이런 순간이 있지 않은가.

아직 눈앞에 도달하지 않은 보상을 미리 계산하며 행복해하는 순간이.

마치 로또를 하나 사고 나서, 당첨금 몇십억을 어디다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내 머릿속은 이번 비무제로 인한 행복 회로로 가득 차 있었다.

“단번에 매직 미사일 64개가 동시에 날아간다면… 이거 메테오 부럽지 않겠는데?”

대열을 이루어 순식간에 날아가는 64개의 매직 미사일을 상상하자 가슴이 웅장해졌다.

“그런데 설마 우승 못 하는 건 아니겠지……?”

지금까지 서브 이벤트를 실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나에겐 언노운도 있고, 오팔 목걸이도 있고, 무엇보다 상대방의 능력과 마법을 모조리 알고 있다는 정보력도 있었다.

우승 못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잠깐의 불안감 뒤에, 다시금 64개의 매직 미사일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그렇게 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까지, 나는 헤벌쭉한 표정 그대로였다.

그리고 도장의 문손잡이를 잡는 그때, 누군가 내게 헤드록을 걸었다.

“안녕, 제자? 뭐 좋은 일이 있었나 봐?”

‘검술의 기초와 숙련’ 담당 교수, 아텔라 가스트로디아였다.

나는 그대로 헤드록에 걸린 채로, 아텔라 교수와 함께 도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내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었다.

“헤헤… 그냥 내일부터 시작되는 비무제가 기대돼서요.”

“비무제?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 비무제 시작이었구나. 맞다. 너 수석 입학생이라서 시드권 받는 거지?”

“네. 16강 시드권이라 바로 본선부터 시작해요.”

그런데 들뜬 내 기분과는 달리, 아텔라는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아텔라의 태도에서 나는 조금 이상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나저나 좀 힘들겠네.”

“네? 힘들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응? 비무제는 마도구를 사용 못 하잖아.”

“…마, 마도구를 사용 못 한다고요?”

처음 듣는 소리였다.

비무제에서 마도구를 사용 못 한다니…….

‘그러고 보니 내가 아카마에서 마도구를 사용했던가……?’

생각해 보니 ‘아카마’의 주인공 제이드는 마도구 같은 게 애초에 필요 없었다. 그나마 언노운이 있었지만, 언노운을 얻어 봤자 관상용으로 두었을 뿐이었고.

그래서 마도구가 비무제에서 금지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행복 회로가 한순간 부서져 버렸다.

“뭐야? 그 반응을 보니까 전혀 모르고 있었나 보네? 비무제는 순수 개인의 무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마도구가 금지되잖아. 강화계 마법사들 같은 경우도 마나가 전혀 없는 무기만 사용 가능하고.”

“그런 룰이 있었나요…….”

“그래서 내가 힘들다고 생각한 건데. 너 은근히 마도구 사용 많이 하잖아. 그걸 잘 이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꽤나 잘 알고 계시네요.”

“네가 강의에서 활약하는 내용은 다 챙겨 보고 있거든. 넌 내 하나뿐인 제자잖아.”

“…….”

어지간히 제자 사랑이 지독한 교수님이다.

‘그나저나 이거 우승이 가능한 부분인가……?’

괜히 마법 주문서, 그것도 선택권을 다섯 장이나 주는 게 아니었다. 역시 보상이 크면 그만큼 이벤트의 난이도도 매우 높은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제이드는 어떻게 상대하지……?’

오팔 목걸이를 써서 간신히 이겼던 제이드였다.

그런 제이드가 나오는 대회에서 우승은 꿈도 못 꿀 이야기다.

제이드가 불참한다면 모를까…….

“너무 풀이 죽은 거 아니야?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불가능하다고 말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제이드도 안 나온다던데. 잘 준비하면 우승 가능성은 있을 거야.”

“네? 제이드가 안 나온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제이드가 비무제에 안 나온다니.

“왜요? 그 녀석 16강 시드권도 있잖아요.”

“아까 교무실에 제이드가 공결 신청서를 들고 왔더라고. 무슨 사정이 있어서 이번 주 강의를 못 듣는다나 봐. 자연스레 비무제도 빠지게 되었고.”

“그렇구나…….”

제이드가 무슨 일로 비무제에 불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조금 생각해 보니 알 것 같았다.

‘설마!’

생각해 보니 이 3주 차에는 제이드가 잠시 고향에 내려갔다 오는 이벤트가 있었다. 고향 마을 사람이 마물의 습격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

원래였으면 플레이어는 여기서 마을의 상황을 살피러 갈지, 수업을 들을지 선택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지금은 비무제가 앞당겨지는 바람에 자연스레 비무제까지 불참하게 된 것이다.

제이드의 사정은 조금 안타깝지만,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소식이었다.

“그럼 내 64개의 꿈도 아직…….”

“응? 64개?”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튼 그럼 열심히 준비해야겠네요.”

나는 매직 미사일 하나로 이 대회에 도전해야 한다.

뭐, 그 밖에도 감지 마법이라든지 목소리 증폭 마법이라든지 보조 마법이 있긴 했지만, 결국 핵심은 매직 미사일이었다.

현재 매직 미사일에 발라져 있는 마법 주문서는 ‘더블 캐스팅’과 ‘성공의 주사위’. 특히 ‘성공의 주사위’ 같은 경우는 잘만 하면 매직 미사일만으로도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었기에, 우승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루비 버밀리온이나 달시 세이피어 같은 쟁쟁한 상대들과 맞붙을 생각을 하니 조금 긴장되는 건 없지 않아 있었다.

게다가 제이드의 불참으로 대진이 많이 꼬였을 게 분명하기에, 누가 올라올지도 예상할 수 없었다. 여러모로 변수가 많은 비무제였다.

“대진운이 좋아야 할 텐데…….”

내가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지 아텔라 교수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래, 내 제자 파이팅이야. 우승까지 계속 응원하고 있을게. 근데, 비무제는 비무제고…….”

아텔라는 갑자기 내 앞으로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그러더니 내 눈동자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당연히 숙제는 했겠지?”

숙제?

맞다.

숙제가 있었지.

순간 아텔라가 검술 강의를 받은 날부터 운동장을 하루에 열 바퀴씩 돌라는 숙제를 내준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운동장을 세 바퀴 정도 돌아보고는 그 뒤로 안 되겠다 싶어 포기했었지…….

“저… 그게…….”

“설마 한 바퀴도 안 뛴 건 아닐 테고?”

“세 바퀴는 뛰었는데요…….”

“고작 세 바퀴? 안 되겠다. 넌 오늘부터 특훈이야.”

“…특훈이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아텔라의 눈빛에 나는 살짝 겁을 먹었다.

“어차피 당장 앞으로 있을 비무제를 준비해야 되잖아? 그럼 그때까지 체력을 길러 놔야지. 16강은 언제부터 시작해?”

“본선은 아마 목요일이요…….”

“3일밖에 안 남았네? 그럼 그때까진 오전 시간에는 나랑 계속 트레이닝하자. 어차피, 비무제 동안은 수업이 아예 없잖아, 안 그래? 오후에는 같이 비무제 예선 구경하면 되겠고.”

“비, 비무제 전까지 몸 컨디션 관리를 해 놔야 되지 않을까요? 근육통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걱정 마. 아카데미에 괜히 의료 시설이 있는 게 아니거든.”

“…그, 그러면 혹시 안 바쁘세요?”

“괜찮아, 어차피 교수들도 마찬가지로 일주일 동안 수업이 없는걸. 그리고 난 애초에 일주일에 수업이 이거밖에 없는데? 원래도 백수나 다름없어.”

“…….”

백수인 걸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텔라.

결국 나는 아텔라와 함께하는 지옥 특훈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되었다.

* * *

다음 날, 오후.

드디어 비무제의 시작, 예선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방금까지 의무실에 누워 있다가 이제 막 예선전을 구경하러 경기장으로 향하는 참이었다.

“에구구구…….”

오전에 한바탕 치른 아텔라의 지옥 특훈.

아텔라는 내 옆에서 페이스메이커를 하면서, 기어코 운동장을 열 바퀴씩이나 돌게 했다. 유산소 운동이 끝나고 난 뒤, 이어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덤이었고.

오전의 훈련을 끝마쳤을 때, 이미 내 몸은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만신창이였고, 종아리엔 알이 잔뜩 배겨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편으로는 기분 나쁘게도, 의무실에 갔다 온 순간 근육통과 몸의 피로가 전부 완화되었다. 역시 놀라운 마법의 세계다.

그러나 분명 마법으로 치유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온몸의 삭신이 쑤시는 듯한 환상통이 느껴졌다. 아마도 지옥 같은 훈련의 정신적인 후유증은 마법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듯싶다.

“왔어?”

아카데미의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경기장에 도착하자, 아텔라 교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받아.”

그녀는 손에 소프트아이스크림 두 개를 들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나한테 건넸다. 비무제 동안 경기장 주변에 이런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자리 잡은 듯싶었다.

“어때? 그래도 운동하고 나니까 몸이 개운하지 않아?”

“주, 죽을 거 같아요.”

“왜? 어차피 다 치유하고 온 거잖아.”

“느낌이 달라요! 느낌이…….”

역시 너무 진보된 기술은 오히려 인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아텔라 교수는 내 축 처진 등을 탁탁 두드렸다.

“그래 그래, 힘들었지? 그래도 첫날치곤 잘해 줬어. 이 정도 훈련 강도면 일주일 뒤엔 검을 잡아도 되겠는데?”

“예에…….”

앞으로 이러한 훈련을 일주일이나 더 받아야 된다니.

갑자기 비무제가 조금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들어갈까?”

그렇게 나는 힘든 기억을 뒤로한 채, 아텔라 교수와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칼루스 아카데미의 경기장은 작은 돔구장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안은 대략 천 명 정도 수용할 수 있을 법한 그다지 크지 않은 장소였다.

경기장의 규모가 이렇게 작은 것은 이유가 있었는데, 애초에 아카데미의 학생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경기 자체가 이곳에서 치러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돔구장의 중앙 부분에는 경기를 위한 그라운드 대신에, 어느 좌석의 각도에서도 볼 수 있을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관중들은 그 모니터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일종의 비대면 경기장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이 세계 던전의 특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애초에 아무리 마법에 능하고 마나량이 많은 마법사 엔지니어라도, 마법사끼리의 전투 대미지를 전부 흡수할 만한 공간과 결계를 설치하는 건 불가능했다. 시공 자체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편법은 ‘던전’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던전에서는 마치 게임 시스템처럼 버프 시스템이나, 게임 오버 시 강제 귀환 같은 추가적인 시스템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 일종의 사용자 설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스포츠 경기나 대련은 물론이고, 아카데미의 수업도 대부분 던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제 곧 시작하겠다. 어디 앉을까?”

“어차피 자리도 많은데 뒤쪽에 앉아요. 저긴 어때요?”

“그래, 저기가 좋겠다.”

아텔라와 나는 모니터가 잘 보일 만한 뒤쪽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곧 경기장에는 예선전의 시작을 알리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증폭 마법을 타고 울려 퍼졌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금부터 파릇파릇한 1학년 신입생들의 비무제, 그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화면에는 예선전에 참여한 학생들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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