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33화 (33/175)

33화

* * *

“역시 선배가 보증하는 녀석이란 건가? 1학년 주제에 순식간에 보스급 마물 두 마리를 해치웠잖아?”

팔짱을 끼고 모니터를 지켜보던 실베르 라인하르트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게다가 잘도 듀라한의 약점을 알고 있네. 듀라한이 황금에 닿으면 소멸한다는 건 경험해 본 현역이 아닌 이상 쉽게 알 수 없었을 텐데, 기본적인 마물에 대한 지식도 대단한데?”

평소의 그가 칭찬에 그리 인색한 편이 아니긴 했지만, 그럼에도 강화계 권좌이자 마경의 최고위 간부인 실베르 라인하르트가 고작 1학년의 경기에 이 정도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케이든은 실베르의 말에 고개를 까딱였다.

“내가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저런 면이다.”

케이든이 제로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제로의 ‘판단력’이었다.

고작 신입생일 뿐인 제로는 누구보다도 상황에 적절한 판단과 오더를 내렸었다. 그 침착한 판단력에 뛰어난 마도구와 방대한 마나 보유량까지 가지고 있으니 단연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물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비무제의 룰은 어디까지나 마도구 없이 전투하는 것.

지금껏 마도구에 꽤나 의존적인 모습을 보여 준 제로가 그 특유의 판단력과 침착함으로 이번 비무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준다면, 현역 때의 자신을 뛰어넘는 마법사가 될 것이라 케이든은 생각했다.

“그나저나 대단하네. 매직 미사일을 저렇게까지 많이, 또 신속하게 영창하는 게 가능하다고? 꽤나 매직 미사일을 연구했나 봐? 어지간히 매직 미사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 설마 계열 마법을 사용 못 하는 건 아닐 테고…….”

“…….”

실베르의 말에 순간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그 공기의 흐름을 느낀 실베르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엥? 내가 뭐 잘못 말했…….”

“…케이든 교수.”

썰렁해진 분위기에 의문을 품은 실베르의 말을 끊고 올리비아 페리윙클이 입을 열었다.

“예, 청장님.”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정말 계열 마법을 사용 못 하는 건 아니겠죠? 늙어서 그런지 제 눈에는 그리 보이네요.”

“뭐?! 진짜 계열 마법을 못 쓴다고요?! 쟤 이 학교 수석 아니었어?!”

케이든은 올리비아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

사실 그도 제로가 계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최근 들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담당 교수인 케이든조차도 뒤늦게 안 사실을 올리비아 페리윙클은 단번에 눈치챈 것이다.

역시 괜히 마경청장이 아니었다.

“예, 맞습니다.”

“그렇군요.”

“하! 아카데미의 수석이 계열 마법을 사용 못 한다니, 그게 말이나 돼? 원래 아카데미에서 계열 마법을 사용 못 하면 보통 퇴학 아니야? 그런데 어떻…….”

“…그래도 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든은 실베르의 말을 끊고 올리비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실베르는 또다시 자신의 말이 끊기자 그냥 입을 다물고 조용히 경청하는 것을 택했다.

“그 어떠한 계열 마법이든 간에, 어쨌든 본질은 강하냐 약하냐, 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한, 제로 학생은 강합니다. 그리고 강해질 겁니다.”

강단 있게 울리는 케이든의 말.

올리비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케이든 교수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정말 기대가 되네요. 마경에서도 참으로 탐나는 인재예요.”

그렇게 말하는 올리비아 페리윙클의 실눈 속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 * *

오스카 큐리어스의 주황색 마나 빛이 건물의 옥상 쪽에서 느껴졌다.

나는 그 빛을 따라 2층에서부터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대충 이 ‘왕의 유적’이라는 종목이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듀라한.

그리고 마당의 심장이 담긴 그릇을 파괴하자 소멸한 리치.

이 왕의 유적에 있다는 마물들은 하나같이 약점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이곳 던전 필드의 특성을 반영한 약점.

아마도 이러한 맹점을 모르고 있더라면 마물을 상대할 수 없게끔 설계해 놨겠지.

‘그러고 보니 리치나 듀라한은 언데드 종류의 마물. 그렇다면 이 저택은 언데드의 저택? 저주받은 저택? 뭐 그런 설정인 건가.’

아까 달시가 정글에서 벌레 비스름한 종류의 마물들을 상대했듯이, 나는 언데드 종류의 마물들을 상대해야 하는 듯싶다. 그것도 그냥 언데드 마물이 아닌, 각 언데드 마물의 ‘왕’들.

이 필드의 이름은 괜히 왕의 유적이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방이 정신계 마법사네.’

오스카는 이곳의 마물들을 쉽사리 지배하고 조종하고 있었다. 필드 특성상 정신계 마법사는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물론 일개 정신계 마법사가 상급 보스 마물을, 그것도 다수를 지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했지만.

‘저 녀석, 말은 그래 놓고 본인이 훨씬 잘난 녀석이었잖아.’

오스카의 성장 배경이 이해는 갔지만, 아무리 봐도 강함과 기숙사 배정은 별로 상관없는 것 같은데, 참 사춘기가 와도 단단히 온 듯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오르고 있던 그때,

콰아아아앙!

무언가가 벽을 뚫고 나를 덮쳤다.

우당탕! 탕!

타당!

그로 인해 나는, 나를 덮친 괴물과 함께 계단에서부터 굴러떨어졌다.

“으으윽……. 이건 또 뭐야!!”

정신없이 굴러떨어져 복도의 벽에 부딪힌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나를 깔아뭉개는 괴물의 얼굴을 확인했다.

내 위에 올라타 있는 녀석은 2m는 넘어 보이는 스켈레톤. 녀석의 눈에는 어김없이 주황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니 잠깐… 이건 분명…….”

분명 뼈가 앙상한 몸이었지만 드문드문 살점이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 비틀거리는 몸동작과 기이하게 휜 허리가 인간의 것이라기보단 짐승의 것에 가까웠다.

“…구울? 아아아악!!”

내 위에 올라탄 녀석, 구울은 거세게 내 팔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괜히 벽을 뚫고 온 게 아닌 듯, 힘이 장난이 아니라 도저히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으으윽…….”

방법이 없었다.

아니, 딱 하나 있었다.

짓눌러진 팔의 끝부분에, 복도에 있는 기다란 장식용 촛대가 닿았다.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끝으로 그 촛대를 죽을힘을 다해 내 쪽으로 넘어뜨렸다.

치이익.

- 끼에에에에엑!

촛대에 담긴 내용물은 그대로 구울의 등으로 쏟아졌다.

녀석은 이내 내 양팔을 부여잡은 손을 놓더니 고통에 몸부림쳤다.

나는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닥을 구르는 구울을 내버려 둔 채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으, 으윽…….”

다행히 팔이 찢겨 나간 건 아니었지만, 방금 구울의 악력으로 입은 외상으로 두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래도 나는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

‘괘, 괜찮아. 어차피 상처는 전부 회복되잖아? 진정하자. 지금 당장은 저 녀석을 처리할 방안을 생각해야지…….’

후우.

나는 심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뛰는 와중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보나마나 저 녀석도 무적 상태인 거겠지. 결국 약점을 찾아야 하는 거네. 생각해 보자, 구울의 약점이라……. 불? 뜨거운 거?’

구울은 방금 쏟아진 촛농에 꽤나 많은 대미지를 입었는지 아직 복도에서 비명을 지르며 뒹굴고 있었다.

‘촛농에 약한 건가……?’

나는 힐끔 복도에 놓여 있는 촛대들을 살펴보았다.

촛대 위에는 양초가 놓여 있었고 가장자리에 비어 있는 공간에는 물이 담겨 있었다.

‘잠깐만… 이건 성수……?’

틀림없었다.

저만한 녀석이 고작 촛농의 뜨거움에 대미지를 입었을리 없다.

‘역시 언데드라서 성수가 약점인가 보네. 게다가 성수는 여기저기 널려 있고… 잠깐만, 뭔가 근본적인 걸 놓친 느낌인데…….’

성수로 일시적인 대미지를 줄 수는 있어도, 완전히 녀석을 소멸시키기엔 무리가 있었다. 좀 더 구울에게 근본적인 약점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곧 나는 그것을 떠올려 냈다.

‘그래! 기도문!’

구울은 기도문에 약하다.

이건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와 관련된 영화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내 생각에 그 기도문은 분명히 이 장소에 있을 것만 같았다.

‘기도문이 어디 있을까…….’

이건 분명히 누군가의 저택이다.

게다가 저택의 생김새나 배경으로 보아…….

‘방을 뒤져 보면 기도문 하나쯤은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달리던 와중 옆에 있는 방 하나를 골라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 키에에에에엑!

이윽고 정신을 차린 구울이 크게 포효하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딨어, 어딨는 거야…….’

내가 들어온 방은 누군가의 침실.

벽면에 걸려 있는 코트로 보아 남성의 방인 듯싶었다.

그런데 구석에 있는 책장을 아무리 뒤져 봐도 성경은 물론 성경 비슷한 책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소리를 보아, 녀석은 아까 전처럼 벽을 뚫고 달려오는 듯싶었다.

어지간히 무식한 녀석이다.

나는 책장에서 찾는 것을 포기하고, 침실 옆에 있는 작은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콰아아아앙앙!!

구울이 벽면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곧 내 모습을 포착한 녀석은 나를 덮치려 도약했다.

그러나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의 모습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에 든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파테르 노테르 퀴에 에스 인 켈리스, 상띠피셰투르 노멘 텀……!”

- 끼에에에에에엑!

치이이이익.

달려들던 구울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고꾸라지더니 불타기 시작했다.

한시름 놓은 내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을 때는 이미 녀석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휴우…….”

벌써 세 마리째다.

이만한 녀석들을 조종하는 녀석도 대단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세 마리째나 상대하고 있는 나도 스스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쿠웅!

쿠우웅!

쉴 틈을 주지 않고 울려 퍼지는 커다란 굉음.

황급히 방문을 열고 난간을 내다보자 1층에는 3m 가까이 되는 거대한 목 없는 기사가 망치로 바닥을 내려치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리빙 아머?”

정확히는 듀라한 같은 목 없는 기사라기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갑옷, 리빙 아머였다. 보통의 리빙 아머보다 두 배 이상의 크기라는 게 문제였지만.

“저런 걸 또 상대하라고……? 게다가 리빙 아머의 약점 같은 건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는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리빙 아머를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옥상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 * *

옥상의 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오스카 큐리어스.

식은땀이 범벅인 그의 얼굴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아… 저 녀석은… 도대체 뭐냔 말이야…….”

벌써 세 마리째.

그가 지배한 마물 세 마리는 모두 제로에게 처치당했다.

그것도 제대로 된 유효타조차 날리지 못하고 순식간에.

이제 그의 마나는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기에 1층에 돌아다니던 리빙 아머를 지배하는 데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의 머리 위에 떠다니고 있는 여자 유령, 밴시뿐이었다.

- 흑흑흑…….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밴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고 있었다.

“젠장!”

오스카는 기대고 있는 벽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그와 함께 주먹에선 피가 흐르고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나약함이 너무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이래서야… 아버지랑 다를 게 없잖아.”

아버지가 그러했듯, 자신 또한 이제 곧 나타날 주인공의 제물이 될 것이다.

오스카 본인은 그저 주인공의 경험치에 불과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분했다.

또 슬프고, 또 원망스러웠다.

퍼엉!

이내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잠가 뒀던 옥상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제로가 서 있었다.

“그건 또 뭐야? 밴시? 이제 지긋지긋한 몬스터 사냥은 그만하고 싶은데.”

짧게 쏘아붙이는 제로의 말.

순간 오스카는 그 대사조차도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실소를 내뱉었다.

“푸훕…….”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찌든 패배 의식은, 저도 모르게 제로를 주인공으로 인식하고 있던 것이다.

오스카는 여전히 벽에 기대앉은 채로 제로와 시선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밴시는 말이야.”

“응?”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생명의 마나를 모조리 흡수해서 빈껍데기로 만드는 무지막지한 녀석이지.”

“그래서?”

“그 말은 반대로 내가 밴시의 생명의 마나를 흡수할 수도 있다는 소리야.”

생명의 마나.

사람이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나는 보통 체내의 90% 정도. 그 나머지 10%는 생명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에, 사실상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신계 마법사는 뇌내 한계를 지배해 그 생명의 마나조차 사용할 수 있었다.

오스카는 고개를 들어 밴시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물론 어디까지나 리스크가 있지만.”

밴시의 마나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정신 지배가 풀릴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생명의 위협은 정신계 마법의 지배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장애 요소니까.

오스카가 손짓하자 밴시는 두 팔을 번쩍 든 자세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우우우웅!!

그리고 순간, 주황빛과 함께 밴시에게서 뿜어져 나온 마나가 오스카의 몸속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이미 오스카가 밴시의 뇌내 한계를 해제했기에, 분출하는 마나량은 상상 이상이었다.

“갑자기 뭐하는 거야?!”

당황한 제로는 오스카의 마나 흡수를 막기 위해, 황급히 주문을 외워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그러나,

퍼어엉!

매직 미사일은 오스카에게 채 닿기도 전에 오스카와 밴시를 감싸는 투명한 막에 흡수되었다.

“소용없어! 이미 마나가 공명하고 있거든! 보통의 마법은 이 거대한 마나의 흐름을 통과할 수 없어! 막기엔 늦었… 아아아아아아악!!”

오스카에게 흡수되던 마나의 방향이 순간 뒤바뀌었다.

그러곤 순식간에 오스카의 마나가 밴시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서, 설마… 아아아아아악!”

분명 괜찮은 시도였다.

그런데 역시 우려했던 대로, 마나를 흡수하던 과정에서 밴시의 지배가 풀려 버린 게 문제였다.

게다가 정신계 마법으로 밴시의 마나 흡수 한계를 증폭시켰기에 현 상황을 자력으로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어이, 너 괜찮아?”

“아아아아아악!”

“어, 어차피 곧 강제 귀환 되잖아?”

그러나 오스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제 귀환은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대미지의 치명상을 입을 때만 작용된다.

이렇게 생명의 마나를 빨려 생명력 자체를 소진하게 될 경우엔 강제 귀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오스카가 마나의 흐름 안에 있었기에 밖의 진행 요원이 강제적으로 빼낼 방법도 없었다.

- 실제 상황입니다! 생명의 마나를 모두 빨리게 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빨리, 빨리 진행 요원을 투입해 주세요!!

아까까지만 해도 전혀 들리지 않던 진행자의 목소리가 던전에 울려 퍼졌다.

아마 바깥 사람들도 이 위급한 상황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오스카 큐리어스는 죽음을 직감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오스카는 눈을 감고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결국 본인의 지난 인생은 아버지의 전철을 뒤밟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비참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때,

치이이이익!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오스카가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마나의 흐름을 뚫고 들어오고 있는 제로였다.

강제로 마나 흐름에 침입하고 있는 제로의 몸은 조금씩 타들어 가고 있었다.

“어, 어째서?”

“…어째서냐고? 난 마나 보유량이 많으니까. 까짓거 이 정도 마나 흐름쯤이야……. 으으윽……!”

그걸 물어본 게 아니었는데.

오스카는 멀뚱히 제로를 쳐다보았다.

비명을 참고는 씨익 미소를 보이는 제로.

그리고 이내 마나의 흐름에 온전히 진입하게 된 제로는 오스카를 힘껏 밀쳐 냈다.

그와 동시에 오스카는 마나의 흐름에서 튕겨 나가고 그 자리를 제로가 대신하게 되었다.

공명하고 있는 마나의 흐름에 강제적으로 침입했기에, 상당히 많은 마나를 소모한 제로의 상태는 온전해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오스카는 그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으으으아아아악!”

순식간에 흡수되는 생명의 마나에 비명을 지르는 제로.

그 모습을 오스카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주인공이란 건가.”

그리고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한 손을 자신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고, 다른 한 손은 밴시를 향해 뻗었다.

이미 오스카에게 남은 마나는 생명의 마나뿐.

「아니무스(ánĭmus)…….」

그러나 오스카는 주저하지 않았다.

「…임페리움(ánĭmus impérĭ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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