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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61화 (61/175)

61화

나는 피닉스의 웅장한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타워 내부로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짐짓 허세를 부리던 제페토조차 그 웅장한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듯 보였다.

타워 내부는 구조랄 게 없는 속이 빈 원통의 형태였다.

그리고 바깥쪽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나선 계단이 가장자리에 붙어 있었다.

우리는 지면에 누워서 잠들어 있는 거대한 피닉스의 모습을 타워의 최상층 계단 난간에 기대어 감상했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피닉스는 온몸이 활활 불타오르며 타워 내부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저게 군주급 마물이라는 말이지……?”

지금껏 내가 본 군주급 마물은 총 두 마리.

하나는 위자드 협곡의 라이오넬이었고, 또 하나는 ‘아카마’에서 본 스핑크스였다.

그러나 라이오넬은 동물형 마물이라 그 포스가 덜했고, 스핑크스는 해 봤자 게임 속에서 본 것이라 이 정도로 실감 나진 않았다.

내가 한참을 넋을 놓고 피닉스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 옆에 있던 제페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엥? 얘가 나한테 계획을 물어 온다고?

애초에 작전 같은 거 없이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제페토였다.

그런 제페토가 나에게 의견을 물어볼 정도로 눈앞의 녀석이 지닌 포스가 대단한 것이리라.

“글쎄.”

나는 일단 팔짱을 끼고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피닉스’라는 환수는 누구나 알 정도로 가장 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불사(不死)’.

즉, 녀석은 죽지 않는다.

지금껏 피해 면역 상태의 상대는 많이 만나 봤었다.

그런데 저 피닉스라는 녀석은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애초에 ‘죽지 않는다.’라니.

존재의 격이 달랐다.

그럼에도 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 봤자 상대가 신은 아니잖아?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죽일 방법은 있을 거야.”

지금 우리에게는 던전 이벤트 클리어의 보상인 화염 저항 90% 증가 버프가 있었다.

따라서 녀석의 공격이 아무리 강력하다 하더라도 단 한 방에 죽을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90% 증가 버프를 준 이유가 있단 건가…….”

그것은 우리와 저 피닉스 사이의 최소한의 밸런스.

화염 저항 90% 증가 버프마저도 없었으면 애초에 우리는 이 던전에서 곧바로 죽을 운명이었겠지.

게다가 녀석의 몸은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약 화염 저항 90% 증가 버프가 사역마에까지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우린 녀석에게 공격을 넣을 수단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내가 선공을 먹여 볼게. 그 뒤로는 알아서 판단해 보자고.”

나는 일단 정공법으로 가기로 했다.

피닉스는 타워의 맨바닥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그런 녀석에게 일단 최고의 모닝콜을 먹여 줄 생각이었다.

「마지아 미실레(magía míssĭle)」

위잉위잉위잉.

어느새 내 오른손에는 방대한 마나의 기운이 모이고 있었다.

그리고 캐서린과 제페토는 사역마들을 대기시켰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중 가장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나는 내 마나를 한계까지 끌어모아 매직 미사일에 실었다.

위잉위잉위잉!

커다랗게 울리는 매직 미사일의 충전 소리는 어느 순간 뚝 그쳤다.

“…충전이 끝난 것은 처음인데?”

그만큼 오른손에 모인 마나의 양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나는 그 오른손을 나선 계단의 난간에 걸친 뒤, 지면을 조준하여 힘껏 발사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나게 큰 백색의 마나가 오른손으로부터 뿜어져 나와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콰과과과과과광!!

그 여파로 인해 순간 화이트 아웃이 찾아와 피닉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뭐야, 해치웠나……?”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자 보이는 것은 커다란 불씨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내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젠장…….”

휘이이이익!

곧 불씨에서 다시금 태어난 피닉스는 크게 울부짖었다.

“역시나인가…….”

분명 피닉스는 방금의 최대 충전 고출력 미사일을 맞고 한 번 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상태로 다시금 부활한 것이다.

“그래도 역시 신은 아니잖아?”

다만 긍정적인 것은 방금의 공격으로 피닉스를 한 번 죽였다는 점.

적어도 녀석은 죽지 않는 ‘불사’일 뿐, 엄연히 매직 미사일의 대미지가 먹혀들어 가는 듯했다.

“…1대 0이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녀석의 부활에도 한계는 있을 터.

결국 이 싸움은 부활하냐, 아니면 먼저 죽이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조심해요!!”

상황을 주시하던 캐서린이 내게 소리쳤다.

아래를 흘끔 내려다보니 피닉스의 주둥아리 부분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화르르르륵!!

녀석은 잔뜩 부푼 입에서 화염을 뿜어 대었다.

분명 지상으로부터 뻗어 나온 것임에도 불길은 타워의 천장으로 가득 퍼졌다.

그리고 그 여파는 가장자리의 계단 위에 있는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우리에겐 화염 저항 90% 버프가 있었기에 직격타로 맞지 않는 이상 녀석의 화염 공격은 조금 뜨거운 정도로 그친다는 것이었다.

이내 녀석은 화염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날개를 쫙 펴고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녀석의 날개는 곧 타워를 가득 메꿨다.

펄럭!

몇 차례의 날갯짓 이후에 날아오르기 시작한 피닉스.

녀석은 순식간에 상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제페토와 캐서린에게 오더를 내렸다.

“어서, 사역마를 보내!!”

그와 동시에 도철과 도올, 캐서린의 영체화된 짐승들, 그리고 매기까지 전부, 날아오르는 불사조의 위로 도약했다.

휘이이이이익!!

피닉스는 날아오르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몸통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사역마들을 떨쳐 내기 위해서 몸을 비틀어 댔다.

그런데, 녀석이 사역마들을 떨쳐 내는 것보다 사역마들이 녀석의 타오르는 불길에 대미지를 입는 것이 더 커 보였다.

피닉스의 불타오르는 몸 위에서 녀석을 공격하던 사역마들은 그 불길의 영향으로 하나둘씩 소환 해제되기 시작했다.

- 끼루욱!

매기의 마지막 처절한 비명을 끝으로 모든 사역마가 소환 해제되었다.

그리하여 몸이 자유로워진 피닉스는 다시금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퍼덕였다.

“제, 젠장!!”

나는 빠르게 제페토와 캐서린에게 타워 밖으로 도망치라는 손짓을 했다.

그런데,

캉!

갑자기, 날아오르던 피닉스가 무언가에 끌어당겨진 듯이 잠시 추락했다.

그러더니 다시금 날아오르고, 또 추락하고를 반복했다.

나는 그 기이한 모습에 이미 밖으로 도망친 골드버그 남매를 내버려 두고 계속해서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피닉스의 발목에 걸려 있는 쇠사슬이었다.

“…족쇄가 걸려 있다고……?”

피닉스의 눈부신 불꽃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었지만, 분명 자세히 보니 녀석의 발목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쇠사슬은 길게 뻗어서 1층의 벽면에 연결되어 있었다.

“어떻게 됐어요?!”

“왜 안 도망치는 것이냐?!”

이미 타워 외부로 빠져나간 제페토와 캐서린은 문 쪽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 보이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 녀석, 족쇄에 몸이 묶여 있는데? 여기까지 못 올라오는 것 같아!!”

내 말을 듣고는 골드버그 남매도 다시금 계단 난간으로 와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족쇄 때문에 타워 중간에서 힘겹게 날갯짓하며 버티는 피닉스가 보이고 있었다.

녀석은 이내 현실과 타협하고 날아오르는 것을 포기한 채, 중간에서 화염을 뿜어 대었다.

“꺄아아아!!”

“바, 방법이 없을까?!”

골드버그 남매들과 마찬가지로 나선의 계단을 돌며 화염을 회피하던 나는, 도중에 멀뚱히 서 있는 파르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이, 너!!”

내가 부르자 파르는 휙 고개를 돌렸다.

- 파르?

녀석의 새침에 나는 살짝 열이 뻗쳤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이 매기를 무서워했던가?’

아까 전 녀석은 매기에게 묘하게 저자세였다.

게다가 기겁하는 듯한 모습까지도 보였었다.

나는 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너, 그거 근무 태만이야. 이제 사역마가 됐으면 사역마답게 행동하라고! 안 그럼 매기한테 다 말한다? 어디 내리 갈굼 맛 좀 볼래?!”

- 파, 파르?!

내가 매기를 언급하자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는 파르.

그 모습에 나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진작에 그렇게 나올 것이지, 그럼 가라, 파르!”

- 파, 파르!!

솔직히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물론, 녀석이 도철을 한방에 처치했던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의 상대는 군주급 마물.

피닉스를 상대로는 아까와 같은 무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었다.

단지 파르를 보낸 것은 그래도 같은 화속성이니까 어떻게든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별 기대하지 않은 희망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순전히 내 과소평가였다.

- 파르르…….

천천히 피닉스를 향해 둥실둥실 날아가는 파르.

피닉스는 그런 파르를 향해 정면으로 화염을 내뱉었다.

화르르륵!!

그런데,

“역시 화속성에 면역인 건가……?”

불길 속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는 파르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 듯 보였다.

그리고 피닉스에게 달려든 파르는 아까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거죽 같은 천 쪼가리가 로브처럼 호박 아래로 덮이더니, 그곳에서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팔이 튀어나왔다.

마지막으로 시퍼런 칼날을 달고 있는 거대한 낫이 허공에서 나타나자, 앙상한 나뭇가지는 그 거대한 낫을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죽음의 사신.

매기에겐 근육 폼이 있다면, 파르에게는 사신 폼이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낫을 부여잡은 파르는 그대로 피닉스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익!!

피닉스는 당황해서 이내 화염의 공격을 멈추고 날개와 두 발로 파르의 낫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르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피닉스를 압도하며 몰아붙이고 있었다.

챙! 챙! 챙!!

현란하게 휘두르는 낫은 피닉스의 발톱과 부리에 계속해서 맞닿았고 어느새 피닉스의 날개를 야금야금 갉아 대미지를 주고 있었다.

게다가 처음 생각한 대로 파르는 애초에 화속성이라서 그런지, 피닉스의 불타는 몸에 닿아도 전혀 대미지를 입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한참 동안 피닉스를 몰아붙이던 파르는 이내,

푸슈욱!!

피닉스의 목을 베어 냈다.

그러자 피닉스의 몸은 아까의 불씨로 변해 버렸다.

나는 파르의 활약을 숨을 죽이며 관람하고 있었다.

“저 녀석…….”

솔직히 말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은 것이 맞다.

애초에 그저 시간 벌기용으로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파르는 군주급 마물인 피닉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휘이이이익!

어느새 다시 부활한 피닉스는 다시금 파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또다시 파르의 낫질에 순식간에 목이 베일 뿐이었다.

이미 상황은 역전되어 있었다.

“저게 내 사역마라는 거지……?”

그동안 매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얻게 된 파르는 그 이상으로 엄청난 강력함을 지닌 사역마였다.

역시 영웅의 아티팩트라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대로는 끝이 없는데…….”

분명 전세는 역전되어 있었다.

저 피닉스는 파르를 상대하느라 원거리 공격을 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고, 애초에 부활하는 족족 파르에게 처형당하고 있었다.

다만, 언제까지고 죽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녀석이 불씨가 되고 나서는 아예 공격이 들어가지도 않는 듯했다.

그렇게 파르가 피닉스를 열 번쯤 더 죽였을 때.

나는 이미 머릿속으로 피닉스를 죽일 다른 방법을 계획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굴러가는 몇 번의 시뮬레이션.

그리고 곧 계산이 선 나는,

“으랴앗!!”

이내 난간 아래로 있는 힘껏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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