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72화 (72/175)

72화

- 당장 내일부터 축제가 시작되기 때문에, 오늘은 다들 축제 부스를 구상하고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아우레인 기숙사와 이그니움 기숙사가 부스를 담당하고, 목요일 금요일은 아네락샤와 시즈모어 기숙사가 부스를 담당하게 됩니다. 다들 성공적인 봄 축제를 위해 힘껏 노력해 주세요!

히로빈 교장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강당의 교육 집합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각 기숙사는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부스에 대한 회의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학생들을 기숙사 뒤편으로 불러 모은 루퍼스 그레이엄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자, 다들 들었다시피 내일부터는 봄 축제야. 막상 축제를 한다 하니 나도 학창 시절이 떠오르네. 그땐 나도 열심히 동급생들이랑 부스를 만들고 했었는데 말이야.”

루퍼스는 짐짓 그 시절이 떠오른다는 듯 팔짱을 끼고는 그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만, 나는 녀석의 사람 좋아 보이는 위선적인 모습을 지적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이번 축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의 계산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매출 1위를 달성해야 주문서를 준다 이 말이지……?’

매출 1위라는 터무니 없이 어려운 조건.

그에 반해 보상은 조금 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턱밑까지 다가온 침공 이벤트를 생각하면 이런 서브 이벤트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왕 이벤트가 발생한 거, 필사적으로 주문서를 쟁취할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역시 이것도 메인 이벤트라서 주문서를 주는 건가?’

지금껏 주문서를 주는 서브 이벤트는, ‘아카마’의 메인 이벤트에 해당하는 사건에 따라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법칙은 이번 축제에도 별반 다르지 않게 적용되는 것 같았다.

“우리 아우레인 기숙사는 당장 내일부터 부스를 운영해야 하니까 조금 시간이 빠듯하네. 부스 운영은 다섯 명이 하나의 부스를 운영하게 될 거야. 다들 각자 취향에 맞는 동급생들과 자유롭게 조를 짜길 바란다. 따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찾아오고.”

그리고 루퍼스는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조를 짤 시간을 주었다.

루퍼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얼핏 봤을 때, 벌써 조를 짜기 시작한 것 같은 녀석들도 간간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에 살짝 조급해진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러한 축제는 내 원래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애초에 축제 부스를 운영해 본 경험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아카마’에서의 축제 경험을 떠올리기로 했다.

‘아카마’의 주인공 제이드에게는 이 칼루스 아카데미의 봄 축제 이벤트에서 총 세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첫째는 샬롯 아메드와 함께하는 베이커리.

평소 과자를 굽고 디저트를 만드는 취미가 있던 샬롯과 함께하는 선택지였다.

다음은 에메릴 그린월드와 함께하는 동물 카페.

평소 소동물들을 좋아하는 에메릴 그린월드와 함께 강아지, 고양이, 햄스터, 토끼 등등의 작고 귀여운 동물들로 이루어진 카페를 운영하는 선택지였다.

마지막은 루비 버밀리온과 함께하는 밴드.

애초에 평소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는 루비 버밀리온과 그녀의 친구 달시 세이피어와 함께, 축제의 밴드 연주를 하는 선택지였다.

그리고 그중에서 뭐가 좋을지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뭘 선택해도 결국, 인기 1위 부스는 주인공 제이드가 차지했었잖아……?’

생각해 보니 그랬다.

어차피 셋 중 무슨 선택지, 어떤 파트너를 고를 건지는 부스의 흥행에 그다지 영향이 없었다.

결국 흥행의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제이드 그 자체였다.

제이드가 워낙 많은 여학생을 이끌고 다니기 때문에 베이커리를 하든, 동물 카페를 하든, 밴드부를 하든 항상 부스가 방문객으로 북적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무슨 부스를 운영해야 하는지는 지금 당장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이드의 영입 여부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서둘러 제이드를 찾았다.

그리고 곧 한쪽 구석에 엄청나게 몰려 있는 아우레인의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제이드.

제이드는 역시나 교내 최고의 인기 스타인 만큼, 이미 많은 학생에게 둘러싸여 러브 콜을 받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가 무리를 헤집으며 뚫고 들어갔다.

곧이어 무리 속의 제이드와 눈이 마주친 나는, 황급히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제이드! 제이드!!”

“응?”

억지로 힘으로 밀고 들어가자 주변에서 아우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한 귀로 흘려 버렸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깟 원성 따위가 아니라, 제이드를 섭외하느냐 마느냐였다.

“혹시 나랑 같이할래? 아니, 나랑 같이하자! 나랑 같이해야만 돼!!”

결국 제이드가 있어야만 이번 서브 이벤트를 쉽게 달성할 수 있었기에, 나는 조금 강경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제이드는 이미 선약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샬롯이랑 같이하기로 했어.”

“샬롯 아메드랑 하기로 했다고?”

“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녀석의 옆에는 가슴까지 내려오는 백금발이 찰랑거리는 샬롯 아메드가 꼭 달라붙어 있었다.

‘샬롯이랑 한다는 소리는 결국 베이커리를 하겠다는 건가……?’

어쨌든 뭘 하든 간에 일단 제이드 녀석은 샬롯과 2인 체제인 것으로 보였다.

나는 서둘러 대화를 이어 나갔다.

“샬롯이랑 뭐 하기로 했는데?”

“우린 베이커리 부스를 하려고. 샬롯이 과자를 잘 굽는대.”

“네, 저는 어릴 때부터 과자 굽는 걸 좋아했어요. 또, 그만큼 자신도 있어요!”

“역시나.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나도 끼워 주라. 나도 베이커리엔 자신 있거든! 마카롱, 머랭, 다쿠아즈. 말만 해!”

“어머, 진짜요?!”

반응을 보아하니, 방금 멘트에 이미 반쯤 먹혀들어 간 듯싶었다.

그러나 사실 마카롱이니 뭐니 만들기는커녕 먹어 본 적도 없었다.

다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어떻게든 같은 조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 그럼 같이하자.”

제이드는 곧바로 나에게 악수를 건넸다.

나는 그가 내민 손을 덥석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고마워!”

제이드와 같은 조가 되다니.

이번 이벤트의 조건인 매출 1위 달성이 쉽지 않게 느껴졌었는데, 제이드와 같은 조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겠다 싶다.

애초에 이런 경우를 상정하고 매출 1위라는 조건에 달랑 주문서 하나를 내걸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스타트가 매우 좋았다.

“이제 세 명이니까, 두 명만 더 구하면 되겠네. 그럼 같이할 사람 있을까?”

제이드를 둘러싼 주변의 학생들은 내가 제이드 무리로 들어가자 한 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었다.

그러다 제이드의 방금 멘트에 다시금 희망을 얻고는, 너도나도 소리치며 우리 조에 들어오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다만, 나는 반대였다.

아무리 제이드 덕분에 인기가 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매출 1위를 위한 파티에 아무나 들일 수는 없는 마당이었다.

“혹시 남은 인원들은 내가 데려와도 될까?”

“응? 데려올 사람 있어?”

“누군데요?”

“잠시만 기다려 봐. 나 없을 때 혹시라도 다른 사람 영입하면 안 된다?”

그리고 나는 황급히 제이드를 둘러싼 무리를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방금 내 말을 들은 모양인지 뒤에서 살짝 사나운 눈초리가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확실하게 매출 1위에 도움이 될 만한 멤버를 뽑아야겠지?’

그리고 안 그래도 그에 걸맞은 인물이 한 명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페토 골드버그였다.

‘뭐, 그 녀석도 입 닥치고 있으면 제법 잘생긴 녀석이니까.’

평소에 재수 없는 행동과 말투로 외모를 깎아 먹어서 그렇지, 제페토도 조용히 있으면 제이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바로 아래 단계는 될 외모였다.

따라서 나는 철저하게 녀석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두리번거리며 학생 무리를 살피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페토 골드버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녀석은 아니나 다를까 에이체스, 벅스 녀석들과 함께 있었다.

“어이, 제페토!”

내가 힘껏 소리쳐 부르자, 눈썹에 잔뜩 힘을 준 제페토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본인을 호출한 당사자가 나인 것을 확인하자, 이내 표정을 풀었다.

“무, 무슨 일이냐!”

나는 슬그머니 제페토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제페토 주변에 있던 에이체스와 벅스가 황급히 눈을 깔며 시선을 회피했다.

아마도 저번 주 대련 일 때문에 그런 거겠지.

나는 녀석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 설마 저 녀석들이랑 같이할 거야?”

“가, 같이하다니! 저 녀석들이 불쌍해서 자비를 베풀던 참이었다.”

“그래?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할래? 우리 조에 제이드와 샬롯 아메드도 있는데.”

“제이드? 그 평민 녀석이랑 같은 조를 하란 말이냐?!”

아무래도 제페토 녀석은 캐서린 사건 때문에 나에게는 마음을 연 것 같지만, 여전히 나를 제외한 평민에 대한 멸시는 조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런 제페토의 모습을 보고는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뭐, 싫으면 됐어. 그냥 저 녀석들이랑 같이하든가. 칼루스 아카데미의 최강자로 이루어진 부스를 만들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네.”

“뭐? 최강자 부스?!”

그럼 그렇지.

녀석은 곧바로 입질을 물어 버렸다.

아무래도 나와 제이드는 칼루스 아카데미의 수석과 차석이었고, 제페토는 아카데미 비무제의 우승자였다.

그리하여 우리가 뭉치게 된다면, 최강자 부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자존심 높은 저 제페토 녀석이 이런 최강자의 조에 안 들어오고 배길 수 없겠지.

역시나 녀석은 단번에 넘어오게 되었다.

“할게! 당연히 해야지! 그 최강자 부스로 가겠다.”

“좋아. 그럼 먼저 가서 제이드와 얘기 나누고 있어.”

“뭐? 그 평민 녀석이랑 같이 있으란 말이냐?!”

또 그놈의 평민 소리.

갑자기 나는 녀석을 다룰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잠시 귀 좀 이리 줘 볼래?”

“응? 귀?”

그리고 나는 녀석의 귀에 속삭였다.

“…이번 축제를 루비 버밀리온과 함께 즐기고 싶지 않아?”

“뭐, 뭐라고?!”

“얌전히 부스 운영을 도와준다면 이번에 루비와 엮어 줄 수도 있는데…….”

이내 제페토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 알았다.”

그리고 녀석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는 조용히 제이드와 샬롯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럼, 그렇지.’

아무래도 축제라는 이벤트가 주는 특수성.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반년 동안 기회가 없다는 희소성.

남자라면, 이번 축제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제법 제페토를 편하게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제페토 골드버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에이체스 저니맨과 벅스 버니로드.

갑작스레 녀석들의 파트너를 빼돌려서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뭐 그간 당한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마지막 멤버를 구해야 하는데…….’

사실 마음속으로 이미 내정된 사람이 한 명 있긴 했었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 녀석을 찾자, 그 녀석은 역시나 혼자서 멀뚱히 나무에 기대어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여기서 혼자 뭐 해?”

“에……?”

녀석은 다름 아닌 캐서린 골드버그.

역시나 친구가 없는 캐서린은, 혼자서 나무에 기대어 애꿎은 흙바닥만 차고 있을 뿐이었다.

다들 축제 분위기에 들떠서 왁자지껄하고 있는데 혼자 쓸쓸하게 있는 모습이 어딘가 안쓰럽기도 했다.

나는 그런 캐서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자, 우리 조로 가자.”

캐서린은 내가 내민 손을 멀뚱히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제이드, 샬롯 아메드, 제페토 골드버그, 그리고 캐서린 골드버그까지.

그렇게 축제의 매출 1위 부스를 위한 5인조의 구성이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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