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75화 (75/175)

75화

* * *

“다들, 고생했다!”

드디어 축제 첫날 부스 운영이 종료되었다.

역시 예상대로 ‘제3의 카페’는 대호황이었다.

결국 마감까지 밀려드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쉴 시간이 없었지만, 나름 보람찬 하루였다.

조원들은 다들 여력조차 없는 듯, 기숙사로 복귀할 생각은 안 하고 각자 어딘가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도 살며시 카운터에 기대, 널브러져 있는 모두의 고된 표정을 감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다들 오늘 하루 종일 계속되었던 노동 탓에, 지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났다.

심지어는 항상 에너지 넘치던 제이드마저도 조금 질렸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인 점은 샬롯 아메드가 그중에서 가장 멀쩡해 보인다는 것이다.

솔직히 업무 강도로만 따지자면 샬롯이 가장 힘든 게 당연했다.

오늘 하루 종일 빵과 과자를 혼자 반죽하느라 제일 힘들었을 텐데, 멀쩡한 모습에 나는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그리하여 넌지시 샬롯 쪽에 물었다.

“안 힘들어? 하루 종일 반죽하느라 제일 힘들었을 거 같은데.”

“네! 괜찮아요. 평소에 하고 싶던 일이라 힘든 것도 모르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 물론, 제품이 안 팔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제품이 안 팔렸다고……?”

나는 샬롯의 말에 슬쩍 진열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직도 쿠키와 단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뭐야……. 그래도 꽤 팔린 거 같았었는데……?”

아무래도 초반부에만 좀 팔리고, 어느 정도 입소문이 퍼져 나가자 정체기가 찾아온 듯했다.

하긴, 한 번 맛본 사람은 당장 굶어 죽지 않는 이상 재구매하는 게 이상할 지경이니까.

더더군다나 웃긴 사실은, 샬롯이 만든 소시지빵이 하나 팔렸다는 것이다.

‘그거 하나에 100만 원짜리 소시지빵이었는데 말이지…….’

그때 당시의 나는 양심에 찔렸지만 굳이 산다는데 말리진 않았었다.

애초에 사 먹지 말라고 가격 설정을 그리 해 놨는데, 뭐…….

기부받은 셈 치기로 했다.

다만 구매했던 사람은 맛보고 나서 매우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 정도로 재고가 쌓였을 정도면 사실상 베이커리로 얻은 매출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메뉴 수정이 좀 필요하겠는데…….”

나는 진열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제과제빵류들을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매출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악성 재고를 만들지 않는 것.

이내 머리를 굴린 결과, 나는 그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었다.

“혹시 초콜릿 시럽 같은 거 없나?”

“초콜릿 시럽이요?”

아무리 맛없는 빵이라도 기성 제품의 힘을 빌리면 괜찮아질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이내 샬롯은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마치 페인트 통같이 생긴 무언가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페인트 통 안에는 초콜릿 시럽이 담겨 있었고, 겉면에는 ‘누블랑’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뭐, 뭐야……. 설마 이거 내가 아는 그 누블랑 제품은 아니겠지……?”

“맞는데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뭐가 문제냐는 듯 쳐다보는 샬롯 아메드.

나는 그녀의 표정에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왜 안 쓰는 거야……?”

그리고 그녀의 답변은 더더욱 할 말을 잃게 했다.

“초콜릿 시럽은 너무 자극적이라서 몸에 안 좋잖아요.”

“…….”

애초에 건강 따질 사람은 디저트를 안 먹지 않나……?

처음부터 소비자 설정이 잘못되어 있던 것이다.

그 밍밍하고 쓴맛 나는 빵은, 아무래도 샬롯의 인생철학이 담긴 맛이리라.

그러나 기본적인 맛을 내지도 못하는데 음식에 철학을 담는 것이 요리인으로서는 실격이었다.

자고로 음식이란 맛이 가장 중요한 법.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솔루션을 내렸다.

“…이제부터 모든 빵과 과자에 이 누블랑 초콜릿 시럽을 듬뿍 바르도록.”

“네? 그러면 너무 달 텐데…….”

“애초에 단맛으로 먹는 거거든?!”

그리고 나는 직접 진열장 안에 놓여 있는 샬롯의 악성 재고 중 하나를 들고는 누블랑 초콜릿 시럽에 찍어 먹어 봤다.

역시나.

누블랑 제품에는 석박사들이 머리 싸매고 만든 최고의 맛이 담겨 있었다.

단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샬롯의 괴상한 빵을 천상의 맛으로 바꿔 주는 이 인류의 걸작에는 감탄하게 되었다.

“나도 먹을래!”

“응?”

그런데 갑자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제이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초콜릿 시럽 통을 가져갔다.

그러더니 숟가락을 들고는 퍼먹기 시작했다.

“야야… 적당히 먹어.”

나는 정신없이 초콜릿을 입에 묻혀 가며 먹는 제이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불안한 감정.

“…혹시 저거 얼마야?”

“저거요? 음……. 아마 100다트는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뭐?! 100다트?!”

역시 누블랑 녀석들의 가격 책정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나는 금액을 듣는 순간 바로 제이드에게서 시럽 통을 빼앗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놈의 건강 타령 때문에 샬롯이 초콜릿 시럽을 별로 사용하지 않아서, 방금 제이드가 먹은 양을 제외하고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당 땡기는데…….”

아쉽다는 듯 손가락을 빠는 제이드.

그 모습에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래서, 오늘 매출은 어떤데요?”

그때, 옆 테이블에 앉아 앞으로 상체를 뻗어 기댄 캐서린이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사실상 오늘 하루 종일 커피를 뽑으며 서빙하던 그녀가 제일 고생했을 것이다.

“매출……?”

그러고 보니 매출을 확인하지 못했었다.

캐서린은 아직도 확인 안 했냐는 듯 다그쳤다.

“매출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리하여 나는 카운터에 있는 보관함에서 돈을 꺼내어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돈을 세어 본 나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1,556, 1,557… 1,580다트?!”

고작 일개 아카데미 축제 부스에서 1,600만 원의 매출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제이드와 제페토만 해도 시간당 100다트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었다.

다만,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거랑 막상 총액을 보는 거랑은 느낌이 달랐다.

군주급 던전을 며칠 동안 돌아서 2,300다트를 번 것을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매출이었다.

물론 여기서 원가도 따지고, 다섯 명이서 거의 열 시간 넘게 일한 것도 감안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액수다.

“흐흐흐, 이 정도면 서브 이벤트는 그냥 달성이잖아?”

나는 스스로의 장사 수완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여기 아카데미의 귀족들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장사를 한다면 평생 사치 부리면서 살 만한 금액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때,

띠링.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내 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내역을 확인하는 내 입가에서는, 미소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중간 집계〉

[첫날 매출 1위 부스는 ‘불카누스 공방’입니다.]

[‘불카누스 공방’의 매출은 ‘3,400다트’입니다.]

“3, 3,400다트라고?!”

나는 내역을 모두 읽은 순간,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다들 허공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내 모든 신경은 눈앞의 시스템 창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고작 축제 부스로 일 매출 3,400만 원을 달성하다니.

아무리 귀족 학생들의 구매력이 높다 해도 그 정도의 매출이 나온다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1,600다트만 해도 상당히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불카누스 공방의 매출액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던 것이다.

“불카누스 공방이라…….”

공방이라면, 무언가 제작하는 부스인가?

그런데 그때, 내 중얼거림을 들은 샬롯이 뭔가 아는 듯한 눈치였다.

“불카누스 공방이요?”

“응? 불카누스 공방이 뭐 하는 곳인지 알아?”

“네, 제 이그니움 기숙사 친구가 운영하고 있어서요.”

“거기 뭐 하는 부스인데……?”

“방출계와 강화계 학생들이 모여서 마도구를 제작해 주는 부스라고 알고 있어요.”

역시나.

녀석들은 마도구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부스를 운영하는 듯했다.

“…혹시 대략 얼마에 판매하는지 알아?”

“음……. 보통 100다트 내외일걸요?”

“100다트라고……?”

예상했던 대로 마도구 하나의 책정 금액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사실 마도구를 판매한다고 한다면 100다트도 매우 적은 금액이었다.

일전에 내가 구매했던 A급 로브가 300다트였고, 인벤토리만 해도 1,000다트였으니까, 아마 불카누스의 공방 녀석들이 판매하는 마도구의 수준은 그보다 낮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100다트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서 마도구를 주문하거나 구매하는 것이었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 * *

이후 부스를 정리하고 방으로 복귀한 나는 침대에 털썩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매출이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이 말이지…….”

제이드와 제페토라는 최고의 카드를 들고도 이 정도 격차라니.

물론, 상대방의 판매 재화가 워낙 고가의 가치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매우 억울했다.

“일단은 가격 조정을 좀 해야겠네.”

먼저 상담 같은 경우에는 수요가 높으니까 가격을 10분당 5다트에서 10다트로 올리는 걸로.

그리고 빵과 과자류 같은 경우에도 누블랑의 초콜릿 시럽을 이제부터라도 사용할 거니까 가격을 10다트 정도로 올리는 걸로.

그런데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단순 가격을 두 배 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으려나……?”

가격을 두 배로 한다 해서 매출이 두 배가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불카누스 공방 측도 오늘 이상의 매출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뭔가 좀 더 확실한 게 필요했다.

“뭐가 더 없으려나……?”

애초에 주 고객층은 아카데미의 1학년, 2학년생.

그렇다면 그 나이대에 걸맞은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머리를 굴리던 나는 이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거다!”

내가 생각하는 ‘그거’라면.

충분히 이 아카데미 봄 축제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다음 날.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부스 앞에 도착한 나는 열심히 부스 앞의 광고판을 꾸미고 있었다.

“단돈 5다트에 당신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이건 또 뭐예요? 정신계 마법 같은 건가요?”

샬롯 아메드가 어느새 내 옆에 와서 광고판에 적힌 글을 읽더니 의문을 표했다.

나는 궁금하다는 듯 갸웃거리는 그녀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정신계 마법보다 더 효과적인 거야. 정신계 마법으로 인한 심리 파악은 너무 딱딱하잖아? 이건 뇌가 아닌 심장을, 바로 10대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라고.”

그러면서 나는 내 손에 있는 종이 묶음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샬롯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 * *

잠시 뒤, 오후.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수없이 많은 학생이 우르르 몰려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제이드와 제페토의 테이블보다도 더 많은 학생이 줄을 서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나는 눈앞의 여학생이 건넨 종이를 쓰윽 한 번 읽고는 읊조리기 시작했다.

“제가 이 마법의 검사지를 확인해 본 결과. 당신은 내향적이며,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인식형입니다. 손님, 평소에 매우 우울하시죠?”

“어, 어떻게 알았어요?!”

내 말을 들은 여학생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랑 엮이는 관계가 매우 피곤하시군요.”

“네, 맞아요……. 정말 신기하네요……!”

“자, 일단은 손님 같은 유형은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머릿속에 든 피로를 몸의 피로로 치환하여 덜어내는 거죠. 그리고 또…….”

나는 계속해서 술술 읊기 시작했다.

그리자 여학생은 이내 감동했다는 듯 울먹이기 시작했다.

“저,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그것으로 다행이네요. 그리고 만약 이 마법의 검사지와 상담이 괜찮으셨다면 주변 친구들에게도 많은 홍보를 좀 부탁드릴게요.”

“그… 친구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이내 멀어지는 여학생과 그 뒤로 앉는 손님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역시는 역시네.’

어젯밤 떠오른 번뜩이는 아이디어.

그것은 바로 원래 세계에서 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성격 검사지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마법의 검사지 가격은 5다트.

그리고 거기다 상담비로 또 5다트.

사실상 인당 10다트를 받아먹을 수 있는 훌륭한 장사였다.

게다가 점차 입소문을 타고 학생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이미 수많은 학생이 이 성격 유형 검사를 받고 싶어서 줄을 서고 있었다.

물론 이 검사지는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급조한 거라 정확하진 않을 테지만,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흥행에 매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K-MBTI라는 거다!’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렬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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