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76화 (76/175)

76화

‘제3의 카페’의 수익 구조는 총 3가지로 나뉘었다.

첫째, 고민 상담.

제이드와 제페토가 찾아오는 고객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대화 상대를 해 주는 서비스 판매.

둘째, 성격 유형 검사.

원래 세계에 있었던 성격 유형 검사를 빌려 성격을 분석해 주고 성격에 맞는 조언도 해 주는 서비스 판매.

마지막으로, 식음료 판매.

음료와 빵, 과자를 판매해서 벌어들이는 재화 판매.

결과적으로 식음료 판매는 위의 서비스업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부수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더욱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대로면 매출 1위는 문제없겠는데?’

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이 기세라면 아마도 어제 매출의 최소 2.5배는 훌쩍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 유형 검사 및 상담 서비스는 정말 성공적인 흥행을 이루었다.

이미 내 쪽으로 선 줄의 길이가, 제이드나 제페토의 고민 상담 줄을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 상담에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무언가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원래 세계에서 알고 있었던 단편적인 성격 유형 정보와 평소 하던 대로의 말발이 조화를 이룬 결과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흥행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알아줬으면 하는 그 심리를 자극한 게 큰 듯싶었다.

“감사합니다!”

“네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나는 그렇게 또 한 명의 학생을 보냈다.

이젠 제법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레퍼토리도 잡혔기에, 상담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나는 이내 다음 손님이 앉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다음으로 들어온 여학생은 상당히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살며시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 것은 다름 아닌,

“어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제보다 인기가 많아지셨네요…….”

어제 나를 지명했었던 아네락샤 기숙사의 유진이었다.

다시 봐도 그녀의 갈색 머리와 고운 눈매는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고 있었다.

“하하……. 어제는 지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의 검사지는 작성하셨죠?”

“네.”

나는 유진이 내민 검사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내역을 살피기 시작했다.

“음……. 주관이 확실한 편이군요.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면서 또 논리적으로 인식하시네요.”

“어……. 맞는 거 같아요.”

나는 이전의 손님들에게 해 왔듯이, 유진에게도 검사지를 바탕으로 성격을 분석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한창 솔루션을 전해 주고 있을 그때,

쿵!

갑자기 캐서린이 다가오더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슬며시 입을 열었다.

“…재밌어 보이네요.”

“나름, 그렇지?”

“혹시 저도 해 봐도 될까요, 그거.”

“응? 그래.”

갑자기 본인도 검사받고 싶다니.

사실 이건 어느 정도 형태만 갖춘, 온전히 내 머릿속에서 나온 엉터리 검사라 신빙성은 그다지 따질 수 없었지만, 캐서린은 제법 해 보고 싶은 눈치였다.

역시 나라와 인종과 세계를 떠나서, 젊은 남녀들이 이런 심리 테스트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캐서린은 내가 건넨 검사지를 받아들고는, 이내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가 검사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작성한 검사지를 가지고 온 캐서린.

나는 유진을 보내고 뒷사람의 양해를 구한 뒤에 캐서린의 검사지를 빠르게 훑어 분석했다.

“음……. 대충 내향적, 직관적, 감성적, 그리고 계획적인 성격이네.”

“좋은 건가요?”

“성격에 좋고 나쁜 게 어딨어. 그저 비슷하고 다를 뿐이지. 다만, 그래도 장점이라면 눈치가 빠른 편이라는 거?”

“그건 맞는 거 같네요.”

대충 찍어 맞췄는데 들어맞은 모양이었다.

원래 심리 테스트라는 게 그런 거니까.

대략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반은 맞추는 법이다.

“저랑 같은 성격 유형은 아니시죠?”

“나 말하는 거야? 아마도?”

“그렇죠. 눈치라고는 하나도 없으니까요.”

“에……?”

갑작스레 악담을 퍼붓는 캐서린.

나는 그녀의 말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러더니 캐서린은 다시금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런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다시금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어느덧 슬슬 손님들의 행렬이 줄어들기 시작할 무렵, 부스의 입구 쪽에서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상담 같은 거 해 주는 거야?”

손을 흔들며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달시 세이피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루비 버밀리온도 있었다.

“뭐야, 너네도 해 볼래?”

“아냐, 우리 곧 다음 공연하러 가야 해서. 그냥 쉬는 시간에 잠깐 들른 거야.”

“너희도 매우 바쁘구나.”

나는 루비의 대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면 하루 종일 이렇게 장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하루 종일 노래 부르고 연주하는 밴드 부스는 더더욱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고생해.”

“잠깐. 가기 전에 루비가 할 말이 있다는데?”

“…….”

“응?”

할 말이 있다니?

나는 무슨 말인가 싶어서 루비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던 루비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공연.”

“응?”

“공연 보러 온다 했잖아! 언제 올 건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계속 바쁘고 여유가 없어 미처 생각을 못 했었다.

사실 루비의 공연이야 ‘아카마’에서 여러 번 봐서 외울 정도였다.

다만, 그래도 게임에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건 느낌이 다를 테니까.

“미안, 어느 정도 정리되고 이따가 들를게.”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까 꼭 와야 해, 알았지?”

“응. 꼭 갈게.”

약속을 받아 낸 루비와 달시는 이내 공연하러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밀려드는 손님들을 받아 내고 있었다.

한참 뒤.

어느덧, 시간은 저녁 시간에 이르고 있었고 슬슬 손님이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일단 중간 점검을 해 보기로 하고 지금껏 모은 돈들을 계산해 봤다.

그리고 그 액수는.

“4,300다트라.”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거의 대기업 연봉에 가까운 금액.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금 보관함에 돈을 집어넣었다.

4,300다트를 어제의 매출에 더하면 총매출은 5,900다트 정도.

‘불카누스 공방’의 어제 매출이 3,400다트니까 오늘도 같은 금액을 벌었다고 치면 6,800다트.

아직도 900다트 정도는 밀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일단 불카누스 공방 쪽을 탐색해 볼까……?”

슬슬 손님이 줄어든 시점이기도 하고, 이대로는 살짝 불안한 나머지, 나는 상대방을 염탐하기로 결심했다.

* * *

[불카누스의 공방]

거대한 간판이 달린 그들의 부스는, 일개 축제 부스가 아니라 마치 대장간을 하나 만들어 놓은 듯한 외관을 하고 있었다.

그 웅장함에 압도당한 나는 조금 쫄리는 마음으로 살며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계세요?”

조심스레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네다섯 명 정도 되는 이그니움의 학생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망치를 들고 무언가를 두드리는 사람.

열심히 펜으로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는 사람.

또 가위로 무언가를 서걱서걱 자르고 있는 사람 등.

특이한 점은 다들 하나도 빠짐없이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부스 안에 있던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손님이신가요?”

살짝 키가 작고 통통한 느낌의 남학생.

특이하게도 이 부스 안에서 유일하게 안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본인이 먼저 설명했다.

“아, 다들 ‘집중의 안경’을 쓰고 있어서요. 주변 소리와 시야를 차단해 주는 마도구예요.”

“그렇군요…….”

“혹시, 마도구 제작 때문에 오신 건가요? 죄송하지만 오늘은 영업이 끝났습니다.”

“네? 영업을 안 한다고요?”

뜻밖의 호재였다.

그런데, 영업을 안 한다니 무슨 이유로……?

남자는 내 휘둥그레진 눈을 보더니 이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희가 큰 건을 하나 진행 중이어서요. 다들 하루 종일 거기에 매진하고 있네요. 그래서 추가적인 주문 제작은 받을 수 없을 거 같아요. 죄송해요.”

사실상 그렇다는 이야기는, 오늘 하루 ‘불카누스의 공방’에 더 이상의 매출은 없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뜻밖의 호재에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잠깐, 그 ‘큰 건’이라는 게 어느 정도의 금액일지는 모르는 거잖아……?’

더 이상 영업을 안 한다 해도, 애초에 그 주문 제작 비용이 높다는 변수가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조금 불안해졌다.

그리하여 눈앞의 남자에게 주문 제작 비용을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저, 혹시… 그 큰 건이라는 것의 제작 비용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1,000다트를 받기로 했습니다.”

“1,000다트요?”

1,000다트.

원래 세계 돈으로 따지자면 1,000만 원.

물론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분명 불카누스의 어제 하루 매출은 3,400다트.

그런데 고작 1,000다트를 벌겠다고 추가적인 영업을 포기하다니…….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보였다.

이런 내 의문스러운 표정을 눈앞의 남자가 읽은 모양이었다.

이내 남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아무래도 저희는 간단한 마도구보다는 이렇게 긴 시간을 매진해서 걸작을 만드는 거에 더 흥미가 있어서요. 주문 제작을 의뢰하신 여성분이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고요. 오늘은 안 되겠지만,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축제 이후에 언제라도 저희 불카누스 동아리를 찾아오세요.”

“아, 예…….”

일종의 장인 정신이라는 건가.

‘불카누스의 공방’ 사람들은 결국 돈보다는 자신들의 보람을 택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들의 선택에 살짝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 * *

결국 매출 1위였던 ‘불카누스의 공방’이 오늘 하루 적은 매출을 달성함으로써, 사실상 이번 서브 이벤트는 클리어나 다름없었다.

“그럼, 공연이나 보러 가 볼까?”

어차피 매출 1위야 떼 놓은 당상이니까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이왕 루비와 약속한 거, 지키는 게 당연했다.

나는 일단 ‘제3의 카페’로 복귀하여 일찍이 영업 종료를 하자고 조원들에게 말했다.

사실 시간은 벌써 저녁에 가까웠기 때문에, 딱히 일찍 종료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 정도면 오늘 하루도 충분히 고생한 듯싶었다.

“다들, 고생했어.”

그런데 녀석들의 반응이 좀 의외였다.

다들 ‘제3의 카페’를 마감 시간까지 운영하고 싶은 눈치였다.

“난 좀 더 할래.”

“저도요!”

“나도다.”

제이드와 샬롯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제페토 녀석까지 굳이 더 하고 싶다니…….

아무래도 원체 열등감이 심해 요즘 들어 자존감이 낮아진 제페토 녀석이다.

그런데 이번 부스 운영 기간에 자신을 좋아해 주고 찾아오는 팬들이 생기다 보니까, 녀석은 거기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겠어. 쉬엄쉬엄하고, 힘들면 알아서 마무리해.”

자기들이 열심히 하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녀석들에게 부스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대략 6,000다트는 넘으려나……?”

아까 전 계산과 추가 영업의 매출을 감안한다면, 그 정도의 총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거기서 재료비와 의상, 연출비 등을 제외하면 대략 5,000다트 정도.

부스 운영이 종료되면 한 사람당 1,000다트씩 가질 수 있었다.

이틀 일한 것치고 이 정도 보수라면, 아무리 귀족이라도 꽤 파격적인 수익이었다.

나는 스스로 ‘제3의 카페’의 성공적인 운영에 흡족해졌다.

“그나저나 공연장은 어디 있지?”

여기가 원래의 세계였더라면 분명 공연장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로 인해 위치를 유추할 수 있었겠지만, 이곳은 마법의 세계. 철저하게 방음이 잘되는 모양이라 공연 소리 같은 건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대수롭지 않게 감지 마법을 사용해서 공연장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했다.

「프레시스코(præscísco)!!」

우우웅.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주변의 대략적인 마나 정보.

그리고 곧 멀지 않은 곳에서 루비 버밀리온과 달시 세이피어의 마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뭐야 저건?!”

멀리서 일렁이는 검은 그림자.

분명 그것의 정체는 광폭화한 캐서린에게서 봐 왔던 것처럼, ‘마기’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검은 마기가 위치한 곳은 다름 아닌…….

“…내 방이잖아?!”

바로 아우레인 기숙사의 내 방이었다.

“젠장……. 설마 블랙잭 녀석들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도 전에 기숙사를 향해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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