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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83화 (83/175)

83화

* * *

“우와아앗!!”

던전에 입장한 이후, 내 몸은 상공에서부터 지면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것은 바다로 둘러싸인 거대한 섬.

아무래도 저 섬이 칼루스 아카데미 1학년의 중간고사 지역이 되는 듯싶었다.

‘난데없이 또 고공 낙하라니.’

이젠 하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거에 익숙해서 그다지 감흥도 없었지만, 그래도 입장 방식이 다소 과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떨어지는 수많은 1학년생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비명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모든 학생이 이러한 낙하에 익숙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슬슬 마법이 적용될 때가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웅.

내가 그러한 생각을 머릿속에 품자마자, 공기 저항 마법으로 인해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뜨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내 낙하산을 사용하는 것처럼 천천히 아래로 낙하하게 되었다.

역시 이러한 안전장치 없이 무작정 하늘에서 떨어트릴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굳이 공중에서 떨어트리는 이유가 따로 있을 텐데.’

교수진들이 아무 생각 없이 던전의 입구를 하늘 높은 곳에 만들었을 리 없었다.

이런 건 보통 숨겨진 의미가 담겨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무래도 첫 입장 시에 필드를 찬찬히 살펴보라는 나름의 배려인 것으로 느껴졌다.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것은 거대한 섬.

대략적인 눈대중으로는 거의 울릉도에 가까운 엄청난 면적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섬의 중앙에는 붉은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게 목적지겠지?’

왜 따로 목적지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는지 알 법도 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낙하 도중 섬 중앙의 저 붉은 포탈을 눈치채겠지.

그러고 보니 학생들의 떨어지는 위치가 노골적으로 섬의 외곽 부분을 향해 있기도 했다.

‘처음부터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그러나 말릴수록 더 하고 싶은 법.

나는 몸을 허우적대며 낙하 방향을 섬의 중앙 쪽으로 비틀었다.

이내 내 몸은 완전히 섬의 중앙을 향해 조준되어 있었다.

이른바 처음부터 골인 지점으로 가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응……? 저건 또 뭐야.’

멀리서는 분간이 안 됐던 섬 아래의 작은 점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점들이 전부 마물들임을 식별해 냈다.

‘저게 다 마물이라고……?’

섬에 빼곡히 밀집된 엄청난 수의 마물들.

게다가 섬의 중앙에 위치한 포탈 근처로 가까워질수록 더더욱 강력해 보이는 마물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나는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한낱 마물이지. 나는 군주급 마물 피닉스도 잡았었다고.”

나는 더욱더 거세게 팔을 휘저으며 섬의 중앙 부근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어느덧 지면에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 나는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거의 5m는 되어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고블린.

녀석은 마치 먹잇감을 보는 하찮은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봤자, 고블린이지!”

그리고 곧바로 주문을 외웠다.

「마지아 미실레(magía míssĭle)」

「마지아 미실레(magía míssĭle)」

……

순식간에 불어나는 하얀 구체들.

이제 더블 캐스팅의 효과로 한 번 시전할 때마다 네 개의 매직 미사일을 생성할 수 있었기에, 단지 몇 초 사이에 수십 개의 매직 미사일이 내 주위를 감쌌다.

충분한 수의 매직 미사일을 확인한 나는, 아직도 나를 올려다보는 건방진 녀석에게 손끝을 조준한 뒤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탁!

그러자 순식간에 일제히 날아가는 매직 미사일들.

퍼퍼펑!!

퍼퍼퍼퍼펑!!

대략 50개는 넘는 매직 미사일이 거대한 고블린의 얼굴에 정확히 내리꽂혔다.

그런데,

“으응……?”

녀석은 그 수많은 매직 미사일을 맞고도 멀쩡했다.

오히려 매직 미사일이 녀석의 화만 돋운 모양이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매직 미사일 한두 방도 아니고 일개 마물이 수십 방을 맞고도 멀쩡하다고?

아무리 상대가 보스급이라 해도 대미지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이상했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 드는 의문도 잠시.

녀석은 곧바로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려는 자세를 취했다.

아직 지면에 닿지도 못한 나는, 서둘러 그에 대응하기 위하여 골드버그의 회중시계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런데,

퍼어어억!!

녀석의 몽둥이질이 훨씬 빨랐다.

녀석의 몽둥이질을 맞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진동음이 들리고 있었다.

우우웅!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학생들이 다소 모여 있는 공터.

그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나 죽은 건가?”

아무래도 학생들이 꽤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리스폰 장소인 듯싶었다.

결국 나는, 녀석의 몽둥이질 한 방에 죽어 버린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녀석이 강력하다 해도 고작 고블린의 몽둥이질 한 방에 가 버린다고……?

그런데 그때,

내 귓가에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호호호호!”

마치 늙은 마녀의 소리 같은 기분 나쁜 웃음.

그 웃음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의자에 앉아 있는 실라이 샌드윅스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손에 들려 있는 모니터를 각자 확인하고 있는 교수님들도 몇몇 앉아 있었다.

나는 실실 웃음을 흘리는 실라이 샌드윅스를 째려보며,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모니터를 흘끔 확인했다.

그리고 그 모니터 속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나잖아?”

실라이는 명백히 조금 전의 내 모습을 보고 비웃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어이가 없었다.

“왜죠? 저는 제 학생들을 채점하고 있습니다만?”

내 언짢은 표정을 읽고는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실라이 샌드윅스.

그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쩐지 저번 일 이후에 잠잠하다 싶더니.’

분명 실라이는 그녀의 부친 쪽이 평민이라는 것을 나에게 들킨 이후, 한동안 시비를 걸지 않았었다.

속칭, 버로우 상태.

그런데 또다시 기회가 찾아오자, 어김없이 슬슬 긁어 대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중간고사란 것은 채점하는 교수가 갑, 시험을 받는 학생이 을.

실라이가 저런 태도로 나온다 해도 딱히 뭐라 항의할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실라이 교감을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래. 맘껏 비웃어 보라지.’

어차피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꿀릴 것이 없었다.

매직 미사일과 감지 마법의 무속성 마법.

매기와 파르를 소환할 수 있는 골드버그의 회중시계.

그리고 압도적인 무력의 언노운까지.

이 정도라면 어쩌면 수석 자리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두고 봅시다, 실라이 교감님.’

보란 듯이 이번 중간고사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실라이 샌드윅스의 저 콧대를 짓눌러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리스폰 구역이 여러 개인 건가?’

분명 리스폰 구역 한쪽에 마련된 교수 대기실에는 아텔라 교수님이나 루퍼스 그레이엄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대기실에 있는 교수님들의 수 자체도 적어 보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리스폰 구역이 여러 군데로 세 분화된 모양이었다.

‘리타이어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리스폰되는 건가?’

아무튼 내 리스폰 구역이 하필 실라이 샌드윅스 교감이 있는 곳이라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응?”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하늘 높이 상승하고 있었다.

빨간 로브를 펄럭이는 여자.

다름 아닌 루비 버밀리온이었다.

“공중으로 돌파할 생각인가?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텐데……?”

루비는 아무래도 골인 지점까지 상공으로 돌파할 심산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 시도가 그다지 성공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루비 버밀리온이 점점 접근하자, 갑자기 골인 지점 부근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기다란 무언가는, 골인 지점을 통과하려 하는 루비 버밀리온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저건… 자이언트 웜?”

그러나 일반적인 자이언트 웜이라고는 그 크기와 길이, 굵기가 상상 이상이었다.

멀리서 얼핏 봤을 때는 자이언트 웜이라기보다는 거의 20층이 넘는 아파트로 보일 정도였다.

“저만한 건… 그냥 일개 마물이 아니잖아……?”

저 정도라면 최소 군주급일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곧 자이언트 웜은 루비 버밀리온을 향해 입을 쫙 벌렸다.

그러자 그곳에서 튀어나온 초록색의 액체가 루비 버밀리온에게로 잔뜩 쏟아졌다.

- 꺄아아아!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졌음에도 들려오는 루비 버밀리온의 비명 소리.

그리고 그 비명 소리는,

“꺄아아아아!!”

곧 내 옆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비명을 지르고 있는 루비 버밀리온을 보며 피식 웃었다.

“잘 봤어.”

루비 버밀리온은 나를 보자마자 입을 다물고, 어떻게 된 건지 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그러고는 이내 자신이 리스폰 지역으로 전송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방금까지 비명을 지르던 루비는, 무척이나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다리를 배배 꼬았다.

“봐, 봤어……?”

“그럼, 당연하지. 비명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던걸?”

“…….”

“그래도 난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해. 물론 나는 처음부터 상공으로 진입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뭐, 누군가는 안 된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봐야 하지 않겠어? 옛말에 그런 말도 있잖아.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

“뭐어어어?!”

이내 내 놀림에 발끈하는 루비 버밀리온.

나는 그 모습에 짓궂은 미소를 씨익 지어 보였다.

“그래도 저 녀석, 지상은 공격할 수 없겠지……?”

자이언트 웜은 마치 서울 한복판의 롯데타워처럼, 멀리에서 봤을 때도 엄청난 크기로 솟아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하늘 높이 있는 만큼, 지상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 예상되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생각해 보면 아까 전 나에게 데스 카운트를 선사했던 그 고블린도 범상치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녀석의 외관을 다시 곱씹어 봤다.

5m가 넘는 거대한 신체.

그리고 녀석은 일반 고블린과는 다르게 벌거벗은 신체에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머리 위에 왕관을 쓰고 있었지. 설마 녀석은 고블린 로드인가?!”

“고블린 로드를 만났다고? 고블린 로드는 군주급 보스잖아?!”

고블린 로드.

판타지 세계에서 최약체로 불리는 몬스터, 고블린의 군주급 마물 형태.

아무래도 나를 한 방에 보낸 녀석은 군주급이 분명했다.

“그렇다는 말은 이곳 던전에는 자이언트 웜이나 고블린 로드 말고도 군주급이 여럿 있다는 소리 같은데……?”

지금껏 내가 처치해 온 군주급 마물이라고는 피닉스 하나.

물론 피닉스를 생각보다 손쉽게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파르의 상성이 좋았던 것이고.

사실상 군주급 마물이라는 게 존재 자체의 격이 다른 건 맞았다.

그러나 나는 상관없었다.

“오히려 환영이야.”

군주급이든, 그 이상급이든 어찌 됐건 전부 내 경험치일 뿐이었다.

“그럼, 가 볼까?”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목 근육을 까딱까딱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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