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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18화 (118/175)

118화

“하아압… 하악…….”

바닥에 쓰러진 채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턱 아래로는 각혈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곧 아무렇지 않게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아 냈다.

이러한 내 모습을 숨죽이며 바라만 보고 있던 데이몬.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에게로 달려왔다.

“괘, 괜찮아, 용사님?!”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응, 괜찮아. 그보다…….”

한시가 급했다.

빨리 이곳의 마력을 해제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나는 거칠게 지면을 밀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후우우…….”

그리고 다시금 몰아쉰 호흡.

레온 선생에게서 배운 호흡법은 정말이지 평정심을 유지하기에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레온 선생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그럼 이 빌어먹을 마나 억제를 해제해 보실까.”

나는 데이몬과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동굴 안은 그다지 깊지 않았고, 안으로 들어서자 허리춤까지 오는 석탑이 푸른 빛을 내며 우뚝 솟아 있었다.

“딱 봐도 저게 마나 봉인석인 것 같네. 그렇지?”

“으응.”

마나 봉인석이 뿜어내는 푸른 빛은 동굴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석탑 머리 부분에 달린 파란 부적이 내 시선을 끌었다.

“이건…….”

나는 틀림없이 그 부적이 바로 세이피어 가문의 아티팩트라고 확신했다.

지금껏 이 마을에서 아티팩트일 만한 수상한 것들은 다 뒤져 보았던 나였다.

그리하여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내가 가지 않았던 장소, 바로 이곳의 마나 봉인석에 걸려 있는 부적이 ‘세이피어의 아티팩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봉인석에서 부적을 떼어 내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부적을 제거해도 마나 봉인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결국 이걸 부숴야 하는 건가.”

그래도 석탑은 생각보다 그리 단단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허리춤에 있는 언노운을 빼 들었다.

물론 언노운은 검으로서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단순히 둔기 같은 느낌으로 사용하기에는 제격이었으니까.

‘어째 언노운 님에게 미안한데…….’

그러나 어차피 지금은 마나가 차단된 상태.

이렇게 거칠게 다룬다 해서 언노운이 알아챌 방법은 없을 것이다.

나는 곧 언노운의 손잡이를 힘차게 쥐고 석탑을 향해 내리쳤다.

퍼어어어억―!

쉽게 부서지는 석탑.

그와 동시에 석탑에서는 푸른빛이 발산하더니, 이윽고 그 빛은 세오린 산 전역을 뒤덮었다.

“됐다……!”

아까까지만 해도 억눌려 있던 마나가 해방되자, 온몸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유가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숨이 턱턱 막히는 방독면을 쓰고 있다가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그런 느낌이었다.

“푸하―!”

나는 크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와 동시에 몸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던 마나가 도로 입과 코를 통해 흡수되었다.

꽉 막힌 체증이 내려간 느낌.

온몸이 상쾌한 듯한 가뿐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껏 마나의 해방을 느낀 나는, 이내 달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달시 쪽은 괜찮으려나…….”

애초에 세이피어 가문의 고유 마법은 단순한 신체 강화.

그리하여 여타 가문의 사람들과 달리 신체 강화 마법에 상시 강화 마법까지 적용되어 있는 달시가 우위에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럼 서둘러 도우러 가 볼까…….”

그리하여 다시금 포비를 등에 업고 동굴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였다.

콰아아앙!!

무언가가 동굴 입구에 거대한 파열음을 내며 착지했다.

그리고 그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도대체 어떻게 마나 봉인을 해제한 거지?!”

노엘이었다.

아무래도 마나 봉인이 풀리자마자 이곳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모양이었다.

그런 그의 몸 주변에는 강화계의 푸른 마나가 감돌고 있었다.

다만, 노엘은 섣불리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

무너진 동굴 입구의 잔해들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무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외지인이 마나 봉인 동굴의 입구를 어떻게 파괴했냐 이 말이다!!”

“글쎄다.”

나는 녀석을 노려보면서 동시에 데이몬에게 뒤로 숨으라며 슬쩍 신호를 주었다.

데이몬은 이내 포비를 안고 동굴 깊숙한 곳에 몸을 숨겼다.

“근성으로 되던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노엘은 크게 호령했다.

그러나 나는 당장 눈앞에 있는 녀석보다는 달시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달시는 괜찮겠지?’

아무래도 세오린 산의 마나 억제가 해제된 이상, 달시 녀석은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마음을 다잡고 언노운을 쓰다듬었다.

“…레온 스승님의 복수.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감히 너 따위가!!”

부들부들 몸을 떨어 대는 노엘.

아무래도 그만큼 마나 봉인을 해제한 상황이 상대방으로서는 최악인 듯싶었다.

그야 이들은 거의 일평생을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한 무인들.

결국 무인 대 무인의 전투가 아닌, 마법사 대 마법사의 전투로 흘러갈수록 저들에게 좋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물론 그런 것치고는 노엘은 능숙하게 강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들에게 신체 강화 마법이란 배우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본능과도 같은 영역인 것으로 보였다.

나는 살짝 긴장하며 언노운을 쓰다듬고는 머릿속으로 그녀를 불렀다.

‘언노운 님. 언노운 님!’

그러나 이번에는 쉬이 대답하지 않는 언노운.

그리하여 나는 초콜릿케이크며, 누블랑이며, 그녀가 좋아할 만한 조건들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언노운은 답이 없었다.

‘뭐지……? 왜 대답이 없는 거지?’

지금껏 이 정도로 묵묵부답인 경우는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언노운을 도로 허리춤에 집어넣었다.

언제까지고 대답도 없는 언노운에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그때,

“죽어라아아아!!”

노엘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세이피어 가문의 장로이자, 현재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그의 속도는 눈으로도 좇기 힘들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나는 그 모습에 씨익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팟!

내 몸이 사라졌다.

콰아아아앙!!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를 내려찍는 노엘의 주먹.

그런 그의 모습을 나는 어느새 동굴 입구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이, 이쪽인데?”

나는 노엘을 한껏 비웃었다.

그러자 노엘이 몹시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 그게 너의 마법인가! 그렇다면 설마 아까 달맞이 절벽에서도……. 아니 잠깐. 아까는 마나 봉인이 해제되기 전이었잖아.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이지……?”

“그야 이곳 세오린 산의 봉인으로도 내 마나량은 억제할 수 없으니까.”

“세오린 산의 마나 억제에 저항할 수 있는 마법사라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리는 노엘.

나는 그 모습에 씨익 웃으면서 회중시계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소환되는 매기와 파르.

- 끼룩!

- 파르.

세오린 산에 온 이후로 얼굴을 못 봐 섭섭했는지, 매기는 연신 얼굴을 비벼 대었다.

나는 그런 매기를 살며시 밀어내고는 명령을 내렸다.

“미안. 그동안 사정이 있어서. 그보다 일단 저 녀석을 처리해 줄래?”

- 끼루욱!

- 파르.

이내 녀석들은 전투 태세를 갖췄다.

슈슈슈슈!

각각 근육 폼과 사신 폼으로 변신한 매기와 파르.

그 모습에 노엘은 더더욱 당황한 듯 보였다.

“도대체가… 네 녀석은 어떤 계열의 마법사인 것이냐!”

하긴, 순간 이동 마법을 쓰질 않나, 소환을 하지 않나, 내가 생각해도 내 마법의 정체를 쉽사리 파악하지 못할 듯했다.

그야말로 나는 마법사들 중에서도 이레귤러.

나는 굳이 녀석의 말에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옆에 있던 매기와 파르에게 턱짓을 날릴 뿐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달려가는 매기와 파르.

“고오얀 놈! 이대로 당할 듯싶으냐!! 나는 이제 세이피어 가문의 당주가 될 몸이란 말이다!!”

노엘은 이내 매기와 파르의 접근을 막아설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조용히 매직 미사일을 충전하기 시작했다.

「마지아 미실레(magía míssĭle)」

위잉위잉―

귀에서 퍼져 나가는 충전음을 들으며 나는 매기와 파르의 전투를 느긋하게 감상했다.

노엘은 꽤나 당황한 듯 보였다.

매기의 단단한 맷집, 그리고 파르의 거센 무력.

방어하는 데만도 급급해 보였다.

‘뭐야, 생각보다 약하잖아?’

세이피어 가문의 2인자라길래 꽤나 강하리라 예상했지만, 현재 노엘은 매기와 파르만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아무래도 무술을 연마함으로써 인간의 수준은 뛰어넘었으나, 결국 마법의 힘에는 못 미치는 모양이었다.

‘역시 세이피어 가문의 힘은 당주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게 정설인가.’

게다가 애초에 이곳 사람들은 평생 동안 고유 마법을 사용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갑작스레 사용하게 된 신체 강화 마법은, 아무리 본능에 따라 사용했다 하더라도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매기의 주먹질과 파르에 속수무책인 노엘.

그는 있는 힘껏 매기와 파르를 밀치고는 상당히 거리를 벌렸다.

“크으으윽…….”

“세이피어 가문의 무술의 대가? 당주 자리를 노려? 어림도 없는 소리. 당신의 같잖은 계획은 여기서 끝이야.”

위잉 위잉 위잉.

어느새 충전의 끝을 알리는 신호가 귓가에 들렸다.

그런데 그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노엘이 동굴 안쪽에 숨어 있던 데이몬을 발견했다.

“헹! 내가 가만있으리라 생각했나?”

그러고는 데이몬을 단숨에 잡고는 인질로 삼았다.

“당장 저 녀석들을 소환 해제하거라! 그리고 무릎을 꿇고 빌어라!!”

“인질극을 하겠다는 건가.”

아까 전 녀석의 공격을 피하느라 위치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데이몬이 녀석의 시야에 노출되었던 것이다.

명백한 내 실책이었다.

다만 이미 내 머릿속에는 대책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살며시 손짓을 하며 파르와 매기를 소환 해제했다.

“푸하하하! 그럼 그렇지!!”

“비겁한 녀석. 레온 스승님도 죽이고 그 죄 없는 어린아이도 해하려는 것이냐!”

“그래서 어쩔 텐가? 결국 네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 이 꼬마가 죽길 원하지 않는다면 당장 그 마법을 취소하고 무릎을 꿇어라!”

나는 녀석의 요구에 살며시, 그리고 조금씩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노엘은 잔뜩 깔보고 있었다.

다만 나는 노엘의 표정을 살필 때가 아니었다.

머릿속에는 빠르게 계산이 돌고 있었다.

“…완충된 매직 미사일의 힘은 언노운과 비슷하니까…….”

“응? 뭐라는 게냐! 빨리 마법을 취소하지 않고!!”

녀석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녀석을 해치울지 말지가 아니었다.

그저, 데이몬이 다칠지의 여부를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팟!

순식간에 내 몸은 노엘의 등 뒤로 순간 이동하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완충된 매직 미사일이 그대로 녀석의 등에 작렬했다.

애초에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기에 녀석은 제대로 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당해 버린 것이다.

“…이것을 위함이었다. 멍청아.”

고출력 매직 미사일을 온몸으로 받아 낸 노엘.

그는 이내 정신을 잃고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행히도 녀석이 충격을 모조리 흡수했기에 데이몬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기절한 녀석의 손아귀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괜찮아?”

나는 살짝 울먹이고 있는 데이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데이몬이 콧물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응, 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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