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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37화 (137/175)

137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자마자 ‘아메드의 반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어김없이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띠링―

[영웅의 아티팩트 ‘아메드의 반지’를 수집하였습니다.]

〈히든 이벤트 : ‘영웅의 아티팩트’ 진행 상황〉

(버밀리온의 로브, ???, 골드버그의 회중시계, ???, 세이피어의 부적, ???, 아메드의 반지

“이제 세 개 남은 건가.”

남은 아티팩트는 만다린, 그린월드, 엘가시아.

그린월드야 교장에게 직접 여쭤보면 되는 문제였지만, 나머지 둘은 아직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긴 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것보다 이걸 다 모은다면 이제 정말 끝인 건가.”

왠지 점점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웅의 아티팩트를 전부 모은다면 아무래도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 * *

월요일.

실라이 샌드윅스의 역사 강의가 시작되는 1교시.

나는 여느 때처럼 강의실의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곧 제이드가 들어오더니 옆자리에 앉았다.

“좋은 아침.”

제이드는 언제나처럼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그런 그에게 나는 조금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잘됐네. 마침 할 말이 있었는데. 주말 동안 좀 들은 게 있거든.”

“뭔데?”

“역시나 블랙잭이 노리는 건 네가 맞았나 봐. 아니, 이제 보니까 역시 히로빈 교장님은 전부 알고 계셨던 건가.”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강의 시작까지는 꽤 시간이 널널하게 남았기에 강의실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나는 누가 들을까 싶어 목소리를 낮춰 제이드에게 말했다.

“혹시 마계의 문이라는 ‘큐브’에 대해서 알고 있어?”

“어느 정도는. 히로빈 교장님께 들었어.”

“그래. ‘큐브’가 문이라면, 열쇠는 바로 너야.”

“열쇠가… 나라고?”

“나도 자세한 조건이나 그런 건 잘 모르겠어. 아무튼 열쇠가 ‘엘가시아의 핏줄’ 그 자체인 것은 확실해.”

자신이 열쇠라는 사실을 들었음에도 제이드는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어쩌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도 예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믿을 만한 사람한테 들었어. 200년 전의 영웅한테 직접.”

“히로빈 교장님한테?”

“아니.”

말을 마친 나는 빙긋 웃어 보였다.

설명하자면 길기에 굳이 윈터 아메드를 만난 것까지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중요한 건 네가 마계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거야. 블랙잭에게 납치라도 당한다면, 그 순간 이 세계는 멸망하는 거라고.”

“…알겠어. 조심할게.”

“뭐, 그전에 내가 지켜 주긴 하겠지만.”

말을 뱉어 놓고 조금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 주겠다’니. 어감이 영 아니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사실상 제이드가 당하기라도 하는 순간, 지금까지 지켜 왔던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될 테니까.

나와 제이드가 심각한 얘기를 하는 사이, 어느덧 학생들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강의를 듣는 캐서린 골드버그도 앞문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를 건네려 했다.

“캐서…….”

그러나 중간에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캐서린이 내가 있는 뒷자리로 오지 않고 앞자리에 혼자 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역시 뭔가 오해한 걸까.”

“뭐, 잘못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캐서린과의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당장 눈앞에 닥쳐온 이 세계의 멸망이 훨씬 중요한 거니까.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곧 실라이 샌드윅스가 헛기침을 하며 강의실로 들어왔다.

고작 한 달 동안의 휴교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능구렁이 교감은 살이 더 뒤룩뒤룩 찐 듯한 느낌이었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교감이 내게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실라이 샌드윅스와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게 블랙잭 습격 날이었었나.’

그때 당시 나에게 벌점을 주겠다고 바락바락 악을 지르던 실라이 샌드윅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젠 벌점의 벌 자도 내 앞에서 꺼내지 못하겠지.

결국 그때 일로 인해 나는 이 아카데미의 영웅격인 인물이 되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강의 중간중간 나와 눈이 마주친 실라이 샌드윅스는 애써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강의 내내 일부로 실라이 샌드윅스를 뚫어져라 바라보고는 당황하는 실라이 샌드윅스의 모습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 * *

“그럼,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뭔가 강의를 더 이어 나가기 불편했는지 실라이의 역사 강의는 비교적 일찍 종료됐다. 그리하여 다음 강의까지 꽤나 시간이 텅 비어 버렸다.

“그럼, 나는 먼저 갈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심심해 보이는 제이드가 나를 붙잡았다.

“어디가? 다음 강의 때까지 시간도 비는데 탁구라도 치자.”

“미안, 교무실에 가야 해서.”

“교무실은 왜?”

“이것저것 좀 알아보려고. 그럼 이만 간다.”

나는 붙잡는 제이드를 뒤로한 채 교무실로 향했다.

멸망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태평하게 탁구나 치자는 제이드의 말이 뇌리에 맴돌아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아니 생각해 보니 억울하네. 어차피 여긴 내 세계가 아니잖아. 정작 저 녀석은 본인 세계가 멸망한다는데 태평하고 나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다니.’

조금 억울한 감이 들긴 하지만 어쩌겠어.

결국 이 세계를 벗어나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선, 이곳의 멸망을 성공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건 맞겠지?’

사실 지금까지는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건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

애초에 돈도 쉽게 벌 수 있고, 마법도 쓸 수 있으며, 심지어 내가 최고인 세계.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뭐, 그건 나중 가서 생각하자.’

어쨌든 아직 멸망의 위험이 남아 있었기에 이 세계라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결국은 그 ‘블랙잭’ 녀석들을 뿌리 뽑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느덧 교무실에 도착한 나는 조심스레 노크를 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테이블에 발을 올리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던 케이든 교수가 나를 발견하더니 스르르 발을 내렸다.

‘아무도 없네.’

교무실에는 케이든 교수 외에 다른 교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케이든 교수의 자리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혹시 교장님은 어디 가셨는지 아시나요?”

“교장님? 글쎄다. 볼일이 조금 있으셔서 협회에 계신 걸로 안다. 이번 주 안에는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데.”

협회에 볼일이라.

어떤 이유일지 자세히는 추측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이유가 ‘블랙잭’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할 따름이었다.

“저, 그리고 혹시 동급생에 관련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학생 기록부? 이유가 뭐지.”

“그, 찾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요. 혹시 저희 아카데미에 ‘만다린’ 가문이 있는지의 여부가 궁금해서요.”

내가 교무실을 찾아온 첫 번째 이유는 히로빈 교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두 번째가 바로 이것.

‘만다린’ 가문을 찾기 위함이었다.

다행히도 케이든 교수는 별 관심 없다는 듯 학생 기록부를 툭 던져 주었다.

“글쎄다. 난 모르겠으니 한번 찾아봐라.”

그리하여 나는 교무실의 빈자리에 앉아 학생 기록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만다린’ 가문의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서관에서 봤던 ‘메이브’였다.

‘역시, 아우레인 소속 동급생은 맞는데.’

사실 그녀가 ‘메이브 만다린’일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다만, 학생 기록부에 적혀 있는 그녀의 이름은 역시나 ‘메이브’ 석 자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학생 기록부 사진 속 그녀의 주황 머리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하긴 주황 머리라고 만다린 가문이라는 건 너무 억측이긴 하지.’

루비만 해도 분홍 머리. 달시는 은색 머리. 샬롯은 백금발.

전혀 가문과는 상관없는 머리색이었다.

‘결국 만다린 가문은 가문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건가.’

모든 영웅의 가문 자제들이 칼루스 아카데미의 동급생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비약인 듯싶다.

결국 모든 학생 기록부를 확인한 나는 포기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확인한 건가.”

“예. 감사합니다.”

그대로 뒤를 돌아 교무실을 나가려던 나는 케이든 교수에게 문득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케이든 교수님 혹시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케이든 교수는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노아’라고 아십니까? 칼루스 아카데미의 전 교수였다는데.”

이제는 그를 그다지 의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원을 확인하고자 여쭤본 것이다.

그런데 케이든 교수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평소 감정의 동요가 없는 케이든 교수였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혀 예상 못한 이름을 들었다는 느낌이었다.

“그… 어쩌다 보니 듣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부로 숲속에 숨어 지내는 은둔자인데, 굳이 숲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싶어 에둘러 대답했다.

그러자 케이든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마치 무언가를 회상하는 것 같은 느낌.

“최강의 마법사. 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어쩌면 인류 최강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사람일지도.”

최강의 마법사?

인류 최강?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케이든 교수였기에 나는 더더욱 놀라게 되었다.

적어도 케이든 교수는 농담으로라도 과장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 술주정뱅이 아저씨가 인류 최강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다만, 케이든 교수의 말이니 어느 정도 사실일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케이든 교수가 생각에 잠긴 듯 보여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황급히 교무실을 나왔다.

“인류 최강이라니…….”

사실 인류 최강 자체도 반쯤 믿어지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그만한 사람이 고작 죄책감에 숲에 처박혀 살고 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본인 잘못도 아니잖아.”

‘저주받은 학생들’은 애초부터 마계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거기에 노아의 잘못은 없었다.

‘보기보다 여린 아저씨네.’

고작 죄책감으로 7년 동안 숲에 처박혀 있다는 것.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잠기며 걷던 나는 어느새 아카데미의 도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기다리던 아텔라 교수님이 나를 반겨 주었다.

“안녕, 제자.”

사실 아텔라 교수와는 아카데미에 복귀하고 나서 한 차례 인사를 나눴었기에 그리 오랜만은 아니긴 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아텔라 교수는 바로 강의의 진행을 원하는 눈치였다.

“자, 그럼 오늘도 즐거운 검술 훈련을 시작해 볼까?”

“칼 같으시네요.”

“그럼, 검술 훈련은 하루도 거르면 안 되지.”

이런 스승 밑에서 검술을 배웠으니 이만큼 성장한 것도 있겠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아텔라 교수가 건네는 목검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상당히 중요한 걸 잊고 있던 것 같은 느낌.

게다가 이러한 느낌이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에 나타났다는 것은, 지금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잠깐, 그러고 보니…….’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기억.

그것은 바로 언노운에 대한 노아의 발언이었다.

‘분명 언노운을 알고 있었지.’

그때 당시에는 언노운에 대한 얘기보다는 ‘저주받은 학생들’ 관련 내용으로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에 와서야 언노운에 대한 언급이 떠오른 것이다.

‘다시 한번 찾아가 봐야겠네.’

노아를 찾아간다면 잠들어 버린 언노운을 깨울 해결책을 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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