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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53화 (153/175)

153화

우리는 협회에서 인솔 인원이 오기 전까지 교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당연히 전시 상황이므로 교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그나저나 왜 너도 같이 간다는 거냐? 그걸 또 허락하는 교장님은 뭐고.”

“아, 그거요?”

사실 아까 전, 히로빈 교장에게 외출을 허가받았었다.

노아가 의문을 품은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애초에 전시 상황인데 일개 아카데미 학생에게 외출을 허락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겠지.

물론 나조차도 이렇게 쉽게 승낙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히로빈 그린월드가 내 외출을 흔쾌히 허락한 이유는 바로 내가 ‘예언의 아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7년 동안 실종된 ‘인류 최강’을 데려온 것도 있겠고.

“아무리 당신이 강하다 하더라도 지금 일어나는 건 전쟁이잖아요. 좀 더 확실한 전력이 필요할 거 같아서요.”

“아니 그러니까 그 전력을 왜 네가 찾는 건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노아.

다만 그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설명하기엔 시간이 모자라니 대충 설명하기로 했다.

“아카데미의 수석이잖아요.”

“…언제부터 아카데미의 수석이 세계의 멸망을 막는 데 앞장섰었지.”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어쩌면 이번 전쟁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게 누군데?”

“아시는 사람이에요. 히터. 히터 데이즈나요.”

“히터 데이즈나……? 그러고 보니.”

처음 마법 안드로이드의 구조를 들었을 때부터 떠오르던 사람이 있었다.

애초에 마법 안드로이드를 죽은 자의 마력으로 조종하는 것 또한 정신계 마법의 일종이고, 어쩌면 정신계의 권좌, 히터 데이즈나라면 마법 안드로이드를 파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확실히 그 녀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그러고 보니 너, 결국 그 녀석을 찾은 거냐?”

“예. 뿐만 아니라 조금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아마 찾아가면 웬만하면 도와줄 거예요.”

“그 자식이 부탁을 쉽게 들어줄 녀석은 아닌데. 워낙 옛날부터 음침한 녀석이어서 말이지.”

“음침한 녀석이라…….”

사실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노아와 히터 데이즈나의 관계.

애초에 히터 데이즈나와는 일종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거절당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다만, 히터는 노아를 끔찍이 싫어했기에, 과연 노아와 함께 이번 전쟁에 합류해 달라고 부탁하면 들어줄지가 문제였다.

“혹시 아카데미 시절에 히터 데이즈나를 괴롭히셨어요?”

“내가? 글쎄.”

전혀 모르겠다는 투의 노아.

애초에 노아는 딱히 히터에게 유감이 없어 보였다.

그저 조금 이상한 녀석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해자는 기억 못 한다는 건가.’

물론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히터가 노아를 싫어하는 것은 맞으니까.

“기억 안 나도 만약에 가게 되면 사과하세요.”

“내가? 왜? 무슨 잘못을 했다고.”

“원래 가해자는 잊고 피해자만 기억하는 법이에요. 저번에 찾아갔을 때 히터가 그쪽을 끔찍이도 싫어하던데요. 학창시절 때 괴롭혔다고.”

“으음. 딱히 그런 기억은 없었는데. 그저 장난만 조금 쳤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어쨌든 간 전쟁이 달린 일이잖아요. 옛 감정에 사로잡혀서야 안 되죠. 정신계 권좌는 이번 전쟁에서 상당히 중요한 전력이니까요.”

“알았다. 뭐 사과해 봤자 손해 볼 것도 없으니까.”

의외로 노아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문제는 히터 데이즈나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인데.’

아무리 노아가 사과한다 한들, 그 정신 나간 사람이 쉽게 도와준다고 할 리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문제였으니까.

그런데 그때, 교무실 문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노아.”

차갑게 깔리는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케이든 교수님이었다.

“응?”

노아는 교무실 안으로 들어온 케이든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손을 흔들었다.

“뭐야, 케이든이잖아.”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냐, 너.”

“글쎄. 사정이 좀 있었어. 그런데 뭐야, 너 아카데미 교수가 된 거야?”

노아는 의외라는 듯 싱글싱글 웃어 댔다.

갑작스런 둘의 대화에 나는 영문을 몰라 눈치만 봤다.

“둘이 친구였던 건가요.”

“글쎄. 그렇게까지 친했던 것 같지는 않은데.”

“확실히 친구는 아니었지.”

다소 딱딱한 말과는 다르게 케이든은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봤을 때 적어도 서먹한 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때,

“노아 교수님!!”

큰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교무실을 향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아텔라 교수님이었다.

“노아 교수님 그동안 어디로 사라지셨던 거예요!”

“어라, 안녕 아텔라.”

“못 알아보실 줄 알았는데, 그래도 알아보시네요.”

“그럼, 당연하지.”

갑작스런 노아와 아텔라의 재회.

그 사이에서 나는 멀뚱멀뚱 둘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텔라 교수님이 예전에 검술 교수에 대해서 말했었지……. 그게 노아였던 건가?!’

의외의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물론, 노아가 검술 교수인 것은 원래 알았었다.

그러나 아텔라 교수가 말했던 검술 교수일 줄은 몰랐다.

그야 아텔라 교수가 설명했던 검술 교수는 ‘매우 잘생긴’ 사람.

애초에 내가 처음 만났던 노아는 수염과 머리털이 덥수룩한 거지꼴이었으니 매칭이 안 됐을 수밖에.

“교수님 지금까지 어디 계셨던 거예요?”

“그래.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던 거냐.”

“그건 비밀.”

케이든과 아텔라의 집요한 추궁에도 노아는 딱히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저 인간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동안 숲에 처박혀 있었겠지.

곁에서 지켜본 결과 노아는 그러고도 남았을 사람이다.

“마경에 있던 내가 이 아카데미에 오게 된 것도 네놈이 갑자기 사라져서 빈자리를 메운 거다, 노아.”

“그랬어? 미안.”

노아 대신 들어왔다고?

둘의 대화에 의문이 생긴 나는 불쑥 끼어들었다.

“근데 노아 교수님은 검술 담당 교수였잖아요. 근데 왜 케이든 교수님이 대신 들어와요?”

그에 대한 답변은 아텔라가 대신해 주었다.

“아카데미에는 권좌급 전력이 한 명 이상 있는 게 원칙이거든. 지금은 랑켄 슈타이너 교수님도 계시지만 그때 당시에는 칼루스 아카데미에 권좌급이 없었으니까.”

“히로빈 교장님도 계시잖아요.”

“히로빈 교장님은 교장의 직책이시니깐. 교장님이 외출했을 때 아카데미를 지킬 전력이 필요하다는 거지.”

아텔라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하게도 케이든 교수님이 권좌급 전력이라는 거네.’

역시나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케이든 교수님 위에 있는 노아는 더욱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니 애초에 인류 최강이니 가능한 건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들 본인 위에 인류 최강이 있으면 어쩔 도리가 없겠지.

어쨌든 간 케이든과 노아는 딱히 서먹한 사이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케이든 교수님 쪽에서 일방적으로 노아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셋은 한참 동안 대화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대화를 곁에서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누군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을 언뜻 내다보자 그곳에는 거대한 백호가 보였다.

“저건…….”

“왔나 보네. 내려가자.”

아무렇지 않게 내 등을 툭툭 치는 노아.

케이든도 창문 밖에 보이는 백호를 흘끔 보더니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자벨인 건가.”

“가면 또 한 소리 들을 거 같네.”

“아무리 그래도 7년 잠적은 심한 거다.”

케이든과 노아의 대화로 저 백호의 주인이 ‘이자벨’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협회 쪽 사람인 건가 이자벨은.’

애초에 내가 이자벨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라곤 ‘골드버그’ 가문 사람이라는 거와 ‘소환계의 권좌’라는 것뿐.

단지 그뿐이었다.

아래로 내려가자, 곧 그 이자벨을 볼 수 있었다.

“노아… 너 이 새끼!”

이자벨은 노아를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더니,

짝―!

노아의 뺨을 냅다 후려갈겼다.

“도대체 어디 있다 지금 나타난 거야!”

반쯤 화난 얼굴, 또 반쯤은 울먹이는 얼굴.

나는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여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미안. 그래도 방금 걸로 봐줘라. 막을 수 있는데 일부로 맞아 준 거니까.”

“그걸 말이라고 해?!”

“일단은 출발하자. 지금은 전시 상황이니까.”

“애초에 오늘 상황은 이미 종료됐거든! 말 돌리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

이자벨의 말에도 그저 씁쓸한 미소만 짓는 노아.

나는 살며시 다가와 둘의 관계를 물어보았다.

“둘은 무슨 관곈데요?”

“넌 또 뭐야. 끼어들지 말아 줄래?”

“이 녀석은 잠시 동행할 녀석이야.”

“동행? 아카데미 학생을 데리고 가겠다고?”

“이 녀석, 그냥 아카데미 학생은 아닌 거 같긴 해. 이미 히로빈 님이 승인한 거래.”

노아의 말에 이자벨은 잠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노아는 이자벨의 관심이 나에게 쏠려서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넌 뭔데.”

“히터 데이즈나를 설득하기 위해 동행하는 겁니다.”

“히터 데이즈나? 그 정신 나간 녀석 말하는 거야?”

정신 나갔다는 평이라니.

역시 히터 데이즈나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마법 안드로이드를 앞장세운 전쟁에 ‘정신계의 권좌’가 큰 전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 근데 그 이상한 녀석은 연합을 도울 녀석이 아닌데.”

“그러니 제가 동행하는 겁니다. 저는 히터를 설득할 수 있거든요.”

“그래?”

“그렇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는 노아.

그러다 아뿔싸 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금 이자벨의 표적이 나에서 노아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너 이 자식…….”

“진정해. 일단은 가면서 얘기하자고.”

“…알았어.”

뭔가 사연이 있는 거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하는 듯했다.

이자벨은 주문을 외우더니 곧 커다란 불새를 소환했다.

마치 내 피닉스 사역마와도 같은 모습.

그러나 그것보다도 훨씬 커다랗고 외형이 조금 달랐다.

‘주작인가? 그럼 설마 사신수를 소환할 수 있는 건가.’

타고 온 백호도 그렇고 지금의 주작도 그렇고.

이자벨의 고유 마법은 ‘사신수’의 소환인 것으로 보였다.

“…일단 타.”

그렇게 우리는 주작의 등 위에 올라탔다.

“그나저나 이분은 누구시고 무슨 관계인 건가요?”

“나는 협회 부회장, 이자벨이다.”

“뭐야, 너 못 본 사이에 부회장이 된 거야?”

“…그 입 닥치시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의 이자벨.

그녀는 곧 손가락을 한번 튕겼고 동시에 주작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거기 있는 꼬마 좀 잡아 줘.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아, 저는 괜찮아요. 보통 꼬마는 아니라서.”

주작은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예전에 탔던 페가수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빠른 속도.

다만, 그동안 성장했기에 이 정도 흔들림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게다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여차하면 점멸을 사용하면 됐으니까.

“그래서, 둘은 무슨 관계인 건데요?”

이제는 말해 주겠지 싶었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노아였다.

“전 여자친구.”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노아.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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