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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66화 (166/175)

166화

촤아아아악!

또다시 안드로이드 한 대를 베어 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대뿐이었다.

“하아… 하아아…….”

이미 다섯 대를 상대하고 난 뒤였다.

몸은 한계에 도달했고 근육은 비명을 질러 댔다.

그러나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라는 생각에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여졌다.

“다행… 이야…….”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만큼 학생들과 교수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도 있었다.

애초에 광선 공격은 일반적인 마법사가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따라서 녀석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오로지 회피뿐.

녀석들이 광선을 충전하기 시작하면 루비 버밀리온이 중력 감소 마법으로 모두의 속도를 높여 주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달시 같은 체술 부류의 마법사들이 안아서 도망친다.

다들 한 몸이 되어서 눈앞의 상대와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눈앞의 안드로이드 한 대.

저 녀석만 처리하면 이로써 모든 것이 끝난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언노운을 고쳐 잡고는 다시금 녀석의 빈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치이이이이익―

안드로이드의 몸에서 김이 새어 나오더니 녀석의 눈이 빨간빛을 띠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다들 조심해! 자폭한다!!”

술렁이기 시작한 학생들.

이미 타이머의 숫자는 8을 지나고 있었다.

“젠장.”

나는 필사적으로 아까 사용했었던 보호의 결계를 다시금 시전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마나가 부족한 탓인지 보호의 결계는 사용되지 않았다.

5.

4.

3.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골드버그 남매의 사역마들이 로봇을 감싸기 시작했다.

사역마들을 방패 삼아 폭발의 위력을 감소시키겠다는 셈.

그러나,

‘틀려, 저런 걸로는 무리야.’

물론 단 한 대의 자폭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미 저것의 위력을 알고 있는 나는, 녀석의 파괴력을 인지하고 있었다.

저 한 대만으로도 이곳의 모두는 폭발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2.

1.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는 계속해서 필사적으로 방어막을 외쳤다.

그런데,

쉬이이이익―

시간이 전부 소모되자, 안드로이드의 몸체에서 맥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눈의 빛이 꺼졌다.

“정지…한 건가?”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어리둥절하고 있는 그때, 학생 무리들 중 누군가가 피를 토하며 털썩 쓰러졌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오스카 큐리어스였다.

“쿨럭.”

바닥에 쓰러진 오스카 큐리어스의 입가에 선혈이 흘러내렸다.

내가 그를 빤히 바라보자, 오스카는 씨익 미소 지었다.

“안심해. 확실히 끝냈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조금 무리했을 뿐.”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결국 오스카의 정신계 마법으로 마지막 안드로이드까지 마무리된 것이다.

아카데미에 침입한 마법 안드로이드들은 이로써 전부 처리되었다.

나는 정지해 있는 마법 안드로이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랑켄 슈타이너가 떠올라 그를 향해 달려갔다.

“랑켄 교수님!”

랑켄 교수님의 곁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이올렛 테오니르가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살짝 눈물 자국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아요?”

나는 다급히 랑켄의 상태를 살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까까지만 해도 뚫려 있던 가슴 부근이 메꿔져 있었다.

대답한 것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 내는 이올렛 테오니르였다.

“아아, 급한 대로 응급조치는 취해 놨어. 의식도 되찾았고.”

- 면목이 없군.

“그래도 다행이네요.”

역시 방출계 마법사의 의료술은 대단했다.

가슴이 뚫릴 정도의 공격을 상처 하나 없이 복구하다니.

게다가 그 시전자가 2학년 수석 이올렛 테오니르였으니 더더욱 효과가 뛰어난 것이다.

- 북쪽은… 정리한 건가.

“예. 전부 정리하고 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안드로이드는 없어요. 저희가 승리한 거예요.”

- 대단하군. 그래도 아직… 끝은 아니다. 바깥쪽은 싸우고 있을 테니. 그래도 뭐, 일단은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거 같긴 하네.

“우리 쪽은 사상자 0명이야. 이 바보 같은 인간이 아무도 죽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지가 대신 맞았거든.”

그렇구나.

나는 묵묵히 누워 있는 랑켄 슈타이너 교수를 내려다보았다.

방출계 권좌인 그가 이렇게 속절없이 당해 누워 있는 이유는 그만큼 등 뒤에 지켜야 할 사람이 많아서였겠지.

덕분에 칼루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전원 생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마법 안드로이드도 막아 냈고.

- 그나저나 대단하군. 저 안드로이드들을 여섯 대나 혼자 해치우다니, 아니 사실상 열 대나 다름없는 건가. 이미 네 녀석은 권좌를 뛰어넘었군.

“감사합니다.”

나는 딱히 겸손을 떨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겸손보다는 오히려 내 힘을 신뢰받는 것이 더 도움 될 테니까.

“그럼, 저는 이만 바깥쪽 상황을 지원하러 가겠습니다.”

- 지원하러 간다고……? 딱 봐도 마나가 간당간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그런 랑켄 슈타이너 교수에게 씨익 미소를 보였다.

“그래도 이대로 지켜만 볼 수 없잖아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아니겠습니까.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 발악은 해야죠.”

- 그래. 대단하군.

랑켄 슈타이너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를 묵묵히 내려보다가 곧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때,

우우우우웅―

엄청난 진동음이 귓가를 때렸다.

나는 황급히 몸을 돌려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했다.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루비 버밀리온이었다.

“오빠……?!”

오빠라 불린 사람은 어느새 나타나 제이드의 뒷목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제이드는 잡힌 채로 방출계 마법을 사용하려고 아등바등했지만 소용없는 듯 보였다.

‘오빠라니. 그럼 저 사람이 지크 버밀리온……?’

헝클어진 빨간 머리.

뒤집어쓴 검은 로브.

지크 버밀리온은 히죽 미소를 보였다.

“미안하지만 이 녀석은 내가 데려갈게, 친구들.”

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점멸을 사용해서 녀석의 뒤로 이동했다.

그런데,

우우웅―

방금까지 지크 버밀리온과 제이드가 있던 공간이 검은색으로 일그러지더니, 순식간에 지크 버밀리온의 몸이 사라졌다.

“뭐…야.”

나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입에서는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뭐냐고 이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매우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해 볼 참도 없었다.

그저 녀석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을 뿐이었다.

아마도 지크 버밀리온의 마법은 ‘공간 조작’ 계열.

애초에 맘먹고 도망치고자 한다면 아무리 점멸을 사용하는 나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미 사라진 제이드와 지크 버밀리온이 있던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제이드만 지키면 되는 거였는데…….”

나에게 주어진 것은 그저 그것뿐인 미션.

딱히 어려울 것도 없었다.

나는 그 손쉬운 미션을 실패한 것이다.

“아니,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순식간에 나타나 순식간에 사라진 지크 버밀리온.

녀석의 마법은 도저히 내 능력으로 대처할 수 없는 종류였다.

나의 머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아니, 포기하지 말자.”

애초에 포기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 여기서 멍하니 있는 것은 너무나도 꼴사나운 행동이었다.

나는 곧 눈을 감았다.

그리고,

「프레시스코(præscísco)」

감지 마법의 주문을 조용히 되뇌었다.

눈을 감으면 감지 마법의 위력은 더욱 증폭된다.

따라서 내 머릿속에는 주변의 마나 정보가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아가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할 수 있어. 아니, 해내야 돼.’

어느덧 내 감지 마법의 범위는 아카데미 전역에 도달했고, 나는 필사적으로 그 범위를 넓히려 노력했다.

그리고,

“쿨럭.”

입에서 피가 흘렀다.

아무래도 고갈된 마나로 인해 소모되는 마나가 생명의 마나로 전환된 모양이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지 마법에만 오롯이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감지 마법의 범위는 아카데미를 벗어났다.

곧 전투하고 있는 케이든 교수님, 아텔라 교수님, 히로빈 교장님의 마나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검은색의 마나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중요한 것은 제이드, 제이드에게만 집중하자.’

이미 제이드의 마나 정보는 수없이 확인했기에 익숙했다.

나는 반대로 머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에 들어오던 마나 정보들이 하나둘씩 지워져 갔다.

나와 가까이 있는 루비 버밀리온, 캐서린 골드버그, 샬롯 아메드 등등의 사람들.

조금 떨어진 랑켄 슈타이너 교수님, 이올렛 테오니르 선배님.

그들의 마나 정보가 점차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다.

그런데 반대로 머릿속에 정보가 지워질수록 감지 마법의 영역은 배로 넓어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는 감지 마법.

그것의 목표는 오로지 ‘제이드’였다.

‘어디 있는 거야.’

내 입가에는 피가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쉴 새 없이 달려 마나를 소모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제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장소가 어디인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점을 따라간다면 분명 제이드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푸하아.”

제이드의 위치를 찾자마자 나는 비로소 눈을 떴다.

이미 내 입은 미처 토해 내지 못한 피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때 캐서린 골드버그가 내게 달려왔다.

한눈에 봐도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미소를 보였다.

“괜찮아. 그것보다 할 일이 있어서.”

나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이 휘청거리자 캐서린이 내 한쪽 팔을 부축해 주었다.

“할 일이라면… 역시 제이드를 구하러 가시겠다는 건가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야. 말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혹여나 그녀가 걱정된다고 나를 붙잡을까 봐 미리 사전에 방지했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말리지 않아요. 자세히는 몰라도 지금 상황이 매우 중요한 건 알겠으니까. 다만, 당신 혼자는 못 보내겠어요.”

그녀의 눈동자에는 깊은 각오가 새겨져 있었다.

“같이 가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가려는 곳은 상대의 적진.

매우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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