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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70화 (170/175)

170화

“이게 대체 무슨…….”

[!경고!]

[&%$#^]

[오류#$%^^&]

[#$%정지#@^&$]

[#$%@#%%불가능#[email protected]$]

계속해서 나타나는 알 수 없는 메시지.

수많은 시스템 창이 시야를 가렸기에 나는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여전히 감지 마법을 사용하며 눈앞의 여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저 녀석의 글리치 마법인가? 시스템에 간섭하는 종류인 건가?’

그러나 애초에 저 녀석이 ‘시스템’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현상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곧 끊임없이 나타나 시야를 가리는 시스템 창이 정지했고, 마지막 메시지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시스템을 종료합니다.]

“뭐? 시스템을 종료한다고……?”

도대체 이 시스템이란 것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제멋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세계에 온 시점에 잘만 등장하던 선택지 창은 어느 순간 모습을 감추고, 어느 시점부터는 이벤트 창도 잘 나타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시스템 창을 본 것도 모든 영웅의 아티팩트를 모았을 때가 끝이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시스템 창을 본 기억이 없었다.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하며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런 나를 보며 여자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의 튜토리얼은 어땠니. 이도형.”

이도형?

이도형, 이도형, 이도형.

이도형, 이도형, 이도형, 이도형, 이도형.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세글자의 단어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순간 깨달아 버렸다.

“이도형……. 그거 내 이름이잖아……”

지금껏 ‘제로’로 살아왔기에 잊고 있던 본래의 이름.

그런데 눈앞의 여자가 내 원래 세계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튜토리얼이라니.

지금까지 튜토리얼은 어땠니라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지크 버밀리온을 밟고 있던 발을 살며시 치웠다.

그러고는 서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한 발짝, 한 발짝 여자에게서 멀어지고자 할 뿐이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튜토리얼이라니…….”

다만 여자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먼저 지크 버밀리온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지크의 한쪽 팔이 잘린 환부는 미친 듯이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곧 여자는 그곳에 손을 가져다 대어 마나를 방출했다.

아무래도 치료 행위로 보였다.

그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여자를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여자가 내 쪽을 향해 손바닥을 보였다.

“다가오지 마.”

“당신, 당신 정체가 뭐야!”

“안심해. 적어도 나는 적은 아니니깐.”

“적이 아니라니. 그것보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아냐니깐?!”

“나는…….”

어느덧 응급조치가 끝난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네 시스템의 창조주야.”

“시스템의… 창조주……?”

“네가 지금껏 게임인 줄 알고 플레이했던 시스템은, 내 글리치 마법 ‘시뮬레이션’이었던 거야.”

“지금껏 나를 돕던 시스템의 정체가 당신이라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이 세계에서 알게 된 그 어떤 사실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어찌 됐든 간에 저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방금 전 여자의 주문과 동시에 나타났던 시스템 오류 창이 방증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이 세계에 오고, 그 뒤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은 저 여자와 관련 있을 게 분명했다.

“내 소개를 먼저 할게. 내 이름은 다프네 브륀힐드야.”

“당신, 블랙잭 아니야? 저주받은 학생 아니냐고.”

“맞아. 저주받은 학생. 블랙잭인 것도 맞고.”

“그럼 어째서, 어째서 나를 도왔던 거지? 아니 애초에 나를 이 세계에 데려온 이유가 뭐고, 왜 당신은 블랙잭인 거야?!”

머릿속의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입 밖으로 나왔다.

다프네는 내 뒤죽박죽 섞인 문맥을 알아서 이해한 모양이었다.

“많이 혼란스럽겠지.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전부 말해 주도록 할게.”

다프네는 지크 버밀리온을 조심스레 옆에 있던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준비됐어? 진실을 들을 준비.”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말했다시피 너를 이곳 세계로 불러온 것은 바로 우리, 나와 지크 버밀리온이야.”

“어째서?”

“우린 ‘적합자’가 필요했어. 그리고 너의 세계, ‘지구’의 사람들은 우리의 기준에 알맞았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닉스 엘가시아, 마족의 피에 대응할 강대한 마력. 우리가 찾던 게 바로 그런 거였어. 그리고 너희 지구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거든.”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럴 리가.”

“물론 마력만 가지고 있을 뿐, 고유 마법은 사용할 수 없지. 지금의 너처럼 말이야.”

“뭐?”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애초에 내가 고유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게, 게임 속 캐릭터 ‘제로’라서가 아니라 지구에서 온 사람이라서였다니.

“잠시만, 그렇다는 말은 ‘제로’는? 제로는 어떻게 된 거야?”

“제로가 바로 너야.”

“그게 무슨…….”

“네가 바로 제로라고. 나는 방대한 마력을 가진 너희 지구의 사람들 중에서도 좀 더 ‘적합’한 사람을 테스트했어. 그것이 네가 알던 게임 ‘아카데미의 마법사’야. 어차피 우리가 보기에 너희 세계 사람들의 마력은 전부 똑같았거든. 그래서 일부러 ‘게임’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유능한 판단 능력의 사람을 선별한 거야. 그게 최종적으로 너였던 거고.”

내가 플레이했던 게임이 사실은 저 녀석이 만든 일종의 테스트였다니.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게임에서 계속해서 푸시하는 각종 이벤트들을 뿌리치고 어떻게든 히로인을 선택하지 않은 채 결말에 도달해야 볼 수 있는 히든 엔딩.

그리고 나는 그 히든 엔딩을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고작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선별하다니…….”

“뭐, 결과적으로 우리의 선별 방식이 옳았잖아. 결국 너는 여기까지 도달했고.”

“…그래.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애초에 그 목적은 뭐였는데? 왜 ‘적합자’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데?”

“너도 알다시피, 닉스는 마계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어.”

“그걸 알면서도 당신은 닉스를 돕고 있는 거잖아.”

“틀려. 우린 닉스를 돕는 게 아니야.”

다프네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희미하게 번졌다.

“도울 수밖에 없는 거야. 이미 우리는 그의 마기를 받아들였고, 몸속에 닉스의 마기가 존재하는 이상, 그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꼭두각시일 뿐이니까.”

“그럼 당신네들 전부 어쩔 수 없이 블랙잭을 돕고 있다는 소린가?”

“아니, 이곳에서 닉스에게 반하는 사람은 나와 지크 버밀리온 뿐. 이 모든 계획도 우리 둘이 세운 계획이야. 나머지는 닉스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지.”

다프네는 계속해서 지난 과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닉스에게서 마기를 수여받았다.

마기를 품은 이후, 닉스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뒤늦게 안 사실이었다.

게다가 닉스가 마계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것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결국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닉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닉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다프네의 방출계 글리치 마법을 사용해 만들어 낸 ‘시뮬레이션 시스템’인 것이었다.

“따라서, 네가 지크 버밀리온을 빈사 상태로 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거야. 어쨌든 지크는 강하고. 너는 닉스의 지배를 받는 지크를 막을 수 없을 테니까.”

“…일부로 봐줬다는 건가.”

“당연하지. 지크는 엄청나게 강하거든. 물론 내 쪽은 안심해. 나는 비전투 요원이라서 딱히 지배를 받아도 상관없을 테니까. 게다가 이미 닉스는 마계의 부활에 한눈팔고 있어서 이쪽은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그 ‘적합자’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건데? 내가 왜 ‘적합자’인 거야.”

“우리는 연구 끝에 우리 세계의 사람의 마력을 담은 물건을 너희 세계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

“…그게 아티팩트라는 건가.”

“맞아.”

애초에 이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이었다니.

그저 놀랍고 황당할 따름이었다.

“애초에 지크의 마법은 단순히 ‘공간 조작’의 마법이 아니야. 그의 마법은 ‘차원 조작’의 마법. 그리하여 내 ‘시뮬레이션’ 마법과, 지크의 ‘차원 조작’ 마법으로 너희 세계를 발견하고 지금까지의 일들을 계획할 수 있었어.”

“설마 영웅들에게 예언을 했던 것도…….”

“물론 지크였지. 완벽한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텔라 버밀리온 님의 피에 새긴 좌표로 간신히 연락할 수 있었어. 그리고 너를 위해 아티팩트를 준비할 수도 있었던 거였고.”

“…….”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지금껏 ‘제로’의 얼굴을 내 얼굴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시스템의 영향인 듯했다.

시스템이 사라지고 나서 좀 더 명확한 인식 체계가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결국 이곳에서 죽으면 실제로 죽는 것이 맞았다는 건가.’

이곳은 현실이었다.

틀림없는 현실.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것도 본래의 ‘나’였다.

나는 그저 게임을 잘한다는 이유로, ‘지구’의 대표로 뽑혀 이곳 세계를 위해 싸우게 된 것이다.

“억울해?”

다프네가 담담하게 물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한참 동안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 시점이 이곳에 들어온 직후였으면 억울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서 만들어 낸 소중한 관계들이 많았다.

이곳의 사람들은 더 이상 게임, ‘아카마’의 사람들이 아닌, 내 진짜 친구 진짜 동료들인 것이다.

그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전혀 억울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은 어이가 없었다.

“그럼, 보상은. 보상은 없는 거야?”

“미안. 애초에 시스템의 구현에도 한계가 있어서. 없는 걸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거거든.”

“그럼 마법 주문서는? 마법 주문서는 잘만 줬었잖아.”

“그건 애초에 네 능력을 우리가 봉인하고 있던 거였어. 조금씩 풀어 줬던 거지.”

“…그건 좀 너무한데.”

“힘만 믿고 너무 폭주하면 안 되는 거잖아. 우리가 아무리 유능한 사람을 선별했어도, 어쨌든 정신적인 성장이 필요한 부분이었어.”

살짝 허탈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다만 어느 정도는 그녀의 말도 이해가 갔다.

그만큼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거겠지.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원래의 지구인들도 매직 미사일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지. 그들도 너와 마찬가지로 수천 개의 매직 미사일 정도는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단지 그 방법을 모를 뿐.”

“그건 좀 무섭네. 가만, 그럼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물론. 돌아갈 방법은 있어. 너와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 네 세계에 존재한다면, 그것을 좌표로 차원 이동 할 수 있을 거야.”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들은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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