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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6화 (6/385)

야안 6화

이는 최초의 이방인이라는 칭호로 인해 생긴 이득이었다. 원래 이 마나 심법은 하급 마나 심법으로 시작했다가 마나와 지혜 스탯이 각 10을 넘어가면서 초급 심법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려면 변수가 없다면 최소 20레벨이 넘어야만 가능한 것인데 야안은 1레벨에서 이미 초급 심법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야안의 근면성은 농노 시절부터 남아 있는 버릇과 배움에 대한 즐거움이 합쳐져 혀를 내두를 만한 것이었다.

벌써 반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과 노을이 지는 시간에 심법을 운기하던 그는 며칠 전부터 단전이라 불리는 곳이 간질간질한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조만간 마나 스탯을 1 올릴 수 있을 듯 보였다.

하지만 사실 집중하는 것이 어려운 어린 나이에 제법 뛰어난 효용을 지닌 이 마나 심법을 운용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잘못 마나의 운기 순서가 바뀌기라도 하면 기혈이 엉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혜 스탯이 13에 달하는 야안은 그 나이답지 않은 집중력을 보여주었고, 또한 그것이 아니라도 험한 세상에 치이느라 일찍 철이 든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마나 심법을 마치고 눈을 떴을 무렵에야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차를 몰고 나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신 모양이었다. 그는 서둘러 책자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방문을 나섰다.

거실로 나온 그는 아버지가 낯선 중년의 사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베론 가한은 마침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짓을 하며 야안을 불렀다.

“마침 내려왔구나. 인사드려라. 너에게 검을 가르칠 유렌 스승님이시다.”

그 말에 야안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크게 뜨며 사내를 살폈다.

유렌이라는 사내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인으로 그 체격은 아버지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왜소했다.

하지만 걷은 소매 아래 보이는 그의 촘촘한 잔 근육들이나 옷으로 덮어도 윤곽이 보이는 바위 같은 단단한 육체는 그가 오랜 세월 단련을 한 자임을 짐작게 했다. 또한 그의 허리에 걸린 가느다란 검의 형태를 볼 때 그가 쾌를 중시하는 검수임을 알 수 있었다.

유렌은 잠시 그를 살펴보다 이내 자신의 실수를 알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야안이라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야안의 인사에도 유렌은 별다른 대꾸는 없었다. 그저 말없이 야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었는데, 잠시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혹시 따로 수련하는 것이 있느냐?”

유렌의 말에 야안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야안의 말에 유렌은 기이하다는 듯 다시 바라보다 자리에 일어나 야안의 몸을 만졌다. 야안은 유렌이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자 처음에는 잠시 놀랐으나, 그의 아버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

한참을 야안의 몸을 살피던 유렌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것참. 뭐 이런 지랄 같은.”

베론 가한과 마리는 유렌이 욕지거리를 내뱉자 놀라 물었다.

“제 아들이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그 말에 유렌은 자신의 실수를 알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아이의 신체가 너무 놀랍군요. 아무리 타고난 것이 있다고 해도 저 나이에 저런 신체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라. 타고난 근골을 지닌 이가 몇 년은 단련해야 얻을 수 있는 신체 능력을 지닌 듯하니. 그저 신체 단련과 힘쓰는 법을 가르치려 했는데, 지금 보니 그 단계는 간단히 넘기고 바로 검을 잡아도 될 것 같군요. 하, 세월이 지나면 어떤 괴물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극찬에 가까운 유렌의 말에 베론 가한과 마리는 크게 놀라움을 보였다.

이 유렌이라는 자는 이곳 영지에 5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오는 대상단의 장기 고용 용병으로 몇 년 전부터는 용병단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검사이다.

오래전 자신의 큰아들이 끈기 있게 매달린 끝에 그에게서 검을 배우게 되었고, 그것을 인연으로 그를 이번에도 초빙한 것이다.

예전 제자의 비극을 크게 아쉬워하던 차라 그는 오랜만에 가지는 휴식을 뒤로한 채 선뜻 베론 가한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비록 이번에는 사흘이라는 시간만을 얻은 것에 불과하지만, 그의 말에서 다음에 올 때는 더 많은 가르침을 줄 것임을 짐작한바, 베론 가한과 마리의 마음이 절로 즐거운 것은 당연하다.

유렌은 날카로운 눈매를 흩뜨리며 미소를 보이며 호감 섞인 말투로 야안에게 말했다.

“일단 식사부터 하자. 그러고 난 뒤에 오늘은 신체 단련 방법과 힘쓰는 법을 가르쳐 주마.”

그의 말에 야안은 감사하다는 듯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바뀐 훈련 일정에 대해 생각하던 유렌은 정리가 끝났는지 자신을 바라보던 야안에게 말했다.

“일단 너의 신체 능력을 알아보아야겠다. 정확히 알아야 그 강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

그렇게 말한 그는 마구간 옆의 공터로 야안을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공터 여기저기에 횃불을 피우며 주위를 밝힌 뒤 미리 준비한 두 자루의 나무 검 중 하나를 야안에게 건네주었다.

야안은 처음 잡아본 나무 검이 주는 서늘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접하고 있는 기사 위인전의 영향으로 여타의 어린아이들처럼 마음이 들떠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유렌은 그런 야안의 마음을 아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럼 그 검으로 나를 공격해 보아라. 만약 네가 나의 발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면 보상으로 나의 검을 너에게 주마.”

그 말에 야안은 잠시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그에게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러운 검은 매혹적이었으나 그런 것에 흔들릴 정도로 심력이 약하지 않았다.

더구나 스승이 원하시는 것은 자신의 신체 능력을 이 대련을 통해 아는 것임을 알고 그는 검을 힘차게 움켜잡았다.

탁. 탁. 파악.

마치 참새가 뛰는 듯 가벼운 발놀림으로 순식간에 둘 사이의 간격을 좁히던 야안은 검을 유렌에게 내찔러 들어갔다.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사납게 들리며 자신에게 다가왔지만 유렌은 눈 한 번 깜짝이지 않고 검 끝으로 날아오는 검 옆면을 치며 끌어 올렸다.

그에 야안의 검은 공중에서 엉뚱한 곳을 찌르게 되었고, 유렌의 검은 살며시 야안의 가슴을 툭 치고 지나쳤다. 그에 놀란 야안은 황급히 다시 발을 놀려 거리를 벌렸다.

‘신체 능력뿐 아니라 신력마저 있군. 대단한데.’

사실 방금 전 유렌의 검이 야안의 검과 부딪쳤을 때 그는 훈련된 검객의 검을 접하는 충격을 받아 깜짝 놀랐다. 만약 다른 아이나 일반 성인이었다면 자신이 되받아친 공격에 그는 바닥을 나뒹굴어야 했을 것이다.

하여튼 덕분에 유렌은 야안에게 향하는 검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적지 않은 심력을 소모해야 했다.

곧 야안은 다시금 유렌에게 검을 휘둘렀고, 유렌은 야안의 검을 쉽사리 막아냈는데 야안으로서는 별다른 힘도 쓰지 않은 채 반격하는 그의 모습이 신기했다. 가볍게 툭, 툭 치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그의 검이 자신의 몸을 스쳐 가는 충격이라니.

순식간에 수십 합을 나눈 야안은 잠시 유렌의 모습을 되새기다 그의 검식 속에 녹아든 오묘한 원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로 무언가 나타났다.

//이화접목의 원리를 깨달았습니다.

습득률 : 1.5%

*상대의 힘을 이용해 공격을 하는 수법. 습득률이 올라갈수록 이화접목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야안은 이화접목의 원리를 깨닫자 개안을 한 기분이었다. 그저 검을 치고받는 것만이 검의 길이라 생각한 것과 달리 한낱 검 하나에 이런 뛰어난 원리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던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숨겨진 놀라운 법칙들이 많구나. 나는 오늘 처음 검을 겪었음에도 이 같은 놀라운 것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이 검의 세계에는 얼마나 놀라운 것들이 존재할 것인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야안은 조금 전과 달리 마치 걷는 듯이 다가가 검을 사선으로 올려쳤다. 그러자 유렌의 검은 막지 않고 오히려 위로 검을 끌어당기며 방향을 바꾸었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은 야안은 손목을 비틀어 검으로 원을 그린 뒤 그의 허리를 베었다.

유렌의 힘마저 합쳐지자 그 베어지는 속도는 야안이 깜짝 놀라워할 정도였다.

유렌은 갑자기 야안이 이화접목이 담긴 검의 원리를 깨우치며 반격하자 황급히 발을 놀려 검의 간격에서 벗어났다.

다시금 검을 들어 공격을 하려던 야안에게 유렌은 손을 저으며 검을 접었다. 그에 야안 또한 나서는 발에 힘을 주어 자세를 바로 하고는 검을 접었다.

자세를 바로 한 야안이 다른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유렌은 마치 괴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맙소사! 오늘 처음 검을 잡은 녀석이 이 같은 고등 원리를 깨우치다니. 오! 아리스 님이시여, 이 같은 괴물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화접목은 말로써 가르친다고 하여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검을 휘두르고 상대와의 간격을 정확히 재며 수많은 실전을 통해서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한데 오늘 처음 검을 든 이 어린아이가 해냈으니.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할 것이다.

“눈이 좋구나. 베론 로일도 그 정도의 눈썰미는 아니었는데. 흠, 그래, 대충 너에 대해 짐작하겠다. 그래서 결정했다. 나는 너와 사승 관계를 거부하기로 말이다.”

사제 간의 관계를 그만두겠다는 말에 야안은 깜짝 놀라 고개를 조아리며 물었다.

“혹시 제가 잘못했는지요. 말씀해 주시면 고치겠습니다.”

그 말에 유렌은 이 괴물과도 같은 재능을 지닌 야안을 쓴웃음을 지으며 보더니 말문을 열었다.

“그렇지 않다. 내가 사승 관계를 거부한 것은 너를 채우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너의 그 밑바탕을 채울 수는 있을 듯하다.”

“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하하, 아니다. 다만 지금 너에게는 나같이 어설픈 실력을 지닌 이가 스승이 되면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라. 너는 이를 잘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 어설픈 자가 스승이 되려 하면 그를 멀리해야 할 것이다.”

“…….”

야안은 유렌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자신을 위해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유렌의 말대로 야안은 아주 질 좋은 도화지와 같았다. 실력 없는 화공이 멋모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다면 후에 뛰어난 화공이 아무리 좋은 솜씨를 부려도 좋은 작품을 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유렌은 탐나는 재목임에도 야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애초 생각한 수정된 계획도 다 던져버린 채 힘쓰는 방법과 몸 훈련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가 가르쳐 준 몸 훈련 방법은 1,000년 전부터 내려오는 대현자 테무드의 동료 중 하나인 용병왕 탈론의 수련법이었다.

수련법은 무식하게 몸을 굴리는 것이 아닌 아주 체계적인 형태를 지닌 것인데 듣기로는 대현자 테무드가 이 수련법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한다.

다만 1,0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 원류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아류의 가지가 많았는데, 유렌이 지닌 탈론의 수련법은 그중에서 그나마 가장 원류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중 하나의 수련을 말하자면 힘을 기르는 방법이 달랐다. 처음 가벼운 것에서 점차 무거운 것을 들고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자신이 들 수 있는 가장 무거운 것을 들고 점차 그 무게를 줄여나가며 힘을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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