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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7화 (7/385)

야안 7화

3. 마법 서적

“대단하다. 나는 그만한 자세를 마스터하는 데 반년을 소비해야 했건만. 이 괴물 같은 녀석.”

유렌은 짓궂은 삼촌인 양 거친 숨을 토해 내는 야안의 볼을 잡아 흔들었다. 그에 야안은 부끄러운 듯 이마를 긁적이다 다시금 삼단검식과 팔방검식을 하기 시작했다.

유렌은 어느 순간부터 딱딱하여 재미나 흥미가 없다 할 수 있는 이 두 기본 검식에 흠뻑 빠져든 야안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조용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야안은 정신없이 삼단검식과 팔방검식에 빠져들었는데 이는 자신의 머릿속 어딘가를 간질거리는 이 두 검식에 숨겨진 이능을 본능적으로 느껴서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둠이 물러가고 새벽의 기운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 두 검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더니 어느새 하나의 검식인 양 펼쳐진다.

그 순간 희뿌연 무언가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십사수검법(삼단검식과 팔방검식이 어우러지면서 그 숨겨진 이능에 눈을 뜬 이가 만든 검법. 대륙의 명가의 검법과 어깨를 나눌 만하다.)

등급 : C+급(운에 10스탯을 올린 이만이 찾아낼 수 있는 숨겨진 검법이다.)

습득률 : 0.02%

이제 막 검을 잡은 초보자인 그대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검법이다. 초보자를 벗어난 그대조차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검법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검을 자유롭게 휘두를 수 있다. 마스터하면 일순간 모든 방위에 오는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

*이 검법을 펼치면 적은 양이지만 운기의 효과 또한 볼 수 있다.(하루 5로 : 1한의 10분의 1이 1로이다.)//

야안은 정신없이 빠져들다 운 좋게 만들어낸 이십사수검법에 말문이 막혔다. 희뿌연 창에서 나타난 이 이십사수검법의 효능은 상상을 초월한 탓이다.

“명가의 검법과 어깨를 나눌 만한 것이라니. 더구나 운기의 효과라?”

비록 그 운기 효과가 심법의 반 정도라 하지만 그것이 어디인가? 검에 기운을 흘리기 시작할 때부터 새로운 검의 경지에 들어선다 생각할 때 마나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운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어쩌면 자연스럽게 검기를 터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 들뜬 마음이 가라앉아서야 야안은 피로함을 느꼈다.

하기야 신체 능력이 탁월하다 해도 아직 한창 성장기인 야안에게서 잠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더구나 처음 검을 잡은 채 밤새도록 휘둘렀으니 피로가 온몸에 젖어 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곧 야안은 점차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비비며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야안은 이틀 동안 수십 번의 지도 대련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지도 대련의 과정은 정말이지 무식하기 그지없었다. 건강한 성인 남자라도 10여 번은 나뒹굴 만큼 몰아치는 유렌은 인간이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유렌은 야안의 흡수력을 잘 알기에 그의 지도 대련은 더욱더 거세어져 갔다. 떠나야 하는 약속 날짜가 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야안이라 할지라도 결국 나뒹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약속이 자리한지라 야안은 그의 마음을 알아차렸기에 조금이라도 정신을 집중하여 그의 지도를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유렌의 검은 정통파라 하지만 역시 격식을 차리지 않는 용병이라 수많은 변칙적 방법을 알고 있어 매번 대련이 끝날 때마다 성장하는 야안을 가르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야안은 거의 마흔 번에 달하는 대련을 통해서 이화접목 외에 새로운 기술을 깨우칠 수 있었다.

//사량발천근의 원리를 깨달았습니다.

습득률 : 1%

*아주 적은 힘으로 상대의 힘을 흘려버릴 수 있다. 습득률이 올라갈수록 사량발천근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것은 이화접목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화접목이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사량발천근은 강한 공격을 적은 힘으로 막아내는 것이었다. 일검에 끝이 날 승부가 아니라면 힘의 배분을 잘해야 하는 대결에서 이 사량발천근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었다.

그렇게 지옥 같은 훈련을 야안에게 남긴 유렌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야안에게 자신의 검을 주었다.

“약속대로 이 검을 주마.”

그에 야안은 깜짝 놀라 손을 허리 뒤로 숨겼다.

“아, 아닙니다. 유렌 님께서 그때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저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저는 그것을 받을 이유도 자격도 없습니다.”

그 말에 유렌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네 말대로 그런 의미도 있었지만, 이미 약속했지 않았느냐. 또한 아주 잠깐이나마 스승이었던 자가 제자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이 검은 나와 함께 20년을 같이한 친구이다. 너는 앞으로 이 친구를 통해 검을 정진하는 데 게을리하지 말도록 하여라.”

그렇게까지 말하는지라 야안은 더 이상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

애써 손에 쥐여주는 검을 받고 야안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슴이 찡해 흘러넘치는 눈물을 가리느라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과연 유렌이 야안에게 쥐여준 검은 예사롭지 않았다.

//준(准)명검(명검까지는 아니나 그에 버금가는 검이다.)

등급 : D+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검이다. 철과 청동으로 강도를 높인 청강검으로 순철을 쓰여서인지 강한 충격도 잘 버텨낼 수 있을 듯하다. 날이 얇고 가벼워 쾌검을 쓰는 자에게 유리하다.//

용병대장이라 하지만 이런 검을 다시 마련하려면 그에게 큰 부담이 될 만했다. 하지만 검을 건네는 그에게는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다.

여전히 자신의 검을 받은 채 말없이 고개를 숙인 야안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 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곧 베론 가한과 마리에게 인사를 한 유렌은 이 영민하면서도 심성이 고운 야안이 부디 세상을 해할 괴물이 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 * *

시간은 흘러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올해는 수확이 좋지 않았지만 작년이 풍작인지라 크게 식량 걱정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 다만 올해 초 마크 남작과 나프롬 자작 사이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자 영지의 주민들이 불안해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은 해였다.

다른 영지였다면 영지전까지 갈 수 있었던 일이지만, 평화조약의 기간이 남은 것도 있고, 또한 18년 전의 영지전으로 서로의 전력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는지라 좋지 않은 감정에도 웬만한 사건으로는 영지전까지 가지는 않을 듯했다.

마구간을 다른 곳에 옮기며 더 넓어진 공터에서는 갈색 머리에 그은 피부가 인상적인 사내아이가 진검을 들고 있었다.

아이의 체격이나 얼굴을 보아 고작 열서너 살 정도로 보이건만 나무칼이 아닌 예기가 자리한 진검을 들고 있는 그 모습은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물론이고 그를 지켜보는 그의 어머니의 표정은 익숙한 듯 편안해 보였다.

검을 천천히 들어 어깨까지 올린 아이는 검이 수평에서 수직으로 바뀌던 순간 강한 빛을 뿜으며 시선을 훔친다. 이를 시작으로 그의 어깨가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의 검은 사방을 휘젓고 있었다.

아니, 검만이 아니라 어느새 그의 다리는 정신없이 땅을 박차고 있었으며 그의 허리는 땅에서 치고 올라온 힘을 그대로 받아 전달했다.

찌르는 기세는 창과 같았고, 위에서 내려찍는 힘은 인마를 한 번에 베어버리는 마상검을 보는 듯했다. 그의 발은 화살과 같았으며 그의 몸은 채찍과 같아 유연하기 그지없었다.

누가 그 검을 보고 아이가 펼치는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그것도 이제 검을 잡은 지 2년이 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 수련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고 아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리가 건넨 천으로 땀을 닦았다.

올해로 열두 살이 된 야안은 요즘 정체된 검에 마음이 공허해졌다. 하지만 그동안 그의 발전 속도를 본다면 오히려 이런 정체기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방인이었다면 야안같이 시간의 투자에 비해 너무도 비효율적인 수련에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아리스의 시스템이 초기에 레벨을 올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수련에 비할 것인가?

상황이 일반적이었다면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거나 파티를 이루어 퀘스트를 해결해 능력치를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야안의 나이는 열두 살밖에 되지 않았고, 또한 그는 레벨을 올린다는 개념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야안의 수련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짧게 보자면 사냥을 통한 레벨 업이나 퀘스트를 해결하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길게 보자면 오히려 야안같이 수련하는 것이 더 이득인 것이다.

이 같은 수련은 후에 수련을 통해 얻는 스탯의 양이 늘어나기 쉬워지면, 레벨을 쉽사리 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방인으로서는 야안 같은 수련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야안이야 유저가 아닌 NPC라 이럴 수 있지만 누가 게임에 그 같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겠는가? 모든 삶을 포기하고 아리스에 집중하여 새벽과 저녁에 운기하고 뼈가 깎이고 살이 타오르는 것 같은 고통을 참는 수련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이방인들에게 있어 아무리 신비로운 게임인 아리스라 하지만 결국은 한낱 게임일 따름이다.

하여튼 덕분에 야안은 1레벨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능력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름 : 야안

레벨 : 1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생명력 : 220

마나양 : 300

힘 : 6(+10)

민첩성 : 7(+10)

행운 : 2(+10)

지혜 : 4(+10)

마나 : 5(+10)//

//이십사수검법(삼단검식과 팔방검식이 어우러지면서 그 숨겨진 이능에 눈을 뜬 이가 만든 검법. 대륙의 이름난 명가의 검법과 어깨를 나눌 만하다.)

등급 : C+급(운에 일정 스탯을 올린 이만이 찾아낼 수 있는 검법.)

습득률 : 22.5%

이제 막 검을 잡은 초보자인 그대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검법이다. 초보자를 벗어난 그대조차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검법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팔방에 검을 자유롭게 휘두를 수 있다. 마스터하면 팔방에서 오는 적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이 검법을 펼치면 적은 양이지만 운기의 효과 또한 볼 수 있다.(하루 5로 : 1한의 10분의 1이 1로이다.)

*수련으로 정체기를 맞았다. 무언가 다른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이화접목

습득률 : 31.5%

*상대의 힘을 이용해 공격을 하는 수법. 습득률이 올라갈수록 이화접목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수련으로 정체기를 맞았다. 무언가 다른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사량발천근

습득률 : 30%

*아주 적은 힘으로 상대의 힘을 흘려버릴 수 있다. 습득률이 올라갈수록 사량발천근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수련으로 정체기를 맞았다. 무언가 다른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의 상태가 유지된 것이 벌써 넉 달째.

습득률은 미세하게나마 꾸준히 올라가는 듯했으나 넉 달 전부터 변화가 없었다. 그나마 성실과 근면으로 꾸준히 올릴 수 있는 마나와 힘, 민첩성의 기본적인 스탯에서는 계속 변화가 있어 그것이 그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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