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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8화 (8/385)

야안 8화

다만 지혜는 2년 전 스탯 2를 올린 이후 아버지가 사다 주신 책들과 아버지의 약초 지식이나 촌장으로서의 리더십 등과 같은 여러 경험과 가르침으로 다시 스탯 1을 올린 이후 변화가 없었다.

이는 귀한 지식을 찾기 힘든 그의 척박한 주위 환경 때문이었다. 이런 시골에서 구할 수 있는 서적은 제한되게 마련이다.

그나마 야안이 읽은 책들 중 귀한 지식이 담긴 책들 대부분은 5대 전 집사를 지낸 조상이 아니었다면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때 주변이 소란해졌다.

“헉! 흉악범 할아버지다.”

“도, 도망쳐!”

“우와…… 살려줘!”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흉악범 할아버지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형들에게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밤에 시체를 파 가져간다, 어린아이의 골을 뜯어 먹는다, 밤에 오줌 쌀 것 같은 무서운 이야기의 주인공을 실제로 보니 아이들은 뒷머리가 곤두서는 듯했다.

주변에서 놀던 많은 아이들이 모두 황급히 자리를 비웠다.

나무 위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던 야안은 처음으로 소문의 괴팍한 사냥꾼을 접할 수 있었다.

과연 평범한 노인이라기엔 웬만한 어른보다 얼굴 하나 더 큰 장대한 기골이나, 얼굴의 반을 가로지르는 흉터는 아이들이 흉악범이라 여길 만했다.

마을 사람들이 괴팍한 사냥꾼이라 부르는 그 노인의 이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는 10여 년 전 영지전이 있을 당시에 흘러든 유민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여름에 짧은 소매를 입은 사냥꾼 복장을 한 그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숨을 죽여야 했다. 마치 지옥의 전장을 떠돌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팔뚝에 보이는 난자된 흉터는 단순히 칼에 찔린 것만이 아니라 불에 탄 자국과 온갖 암기에 당한 자국이 섞여 있었다. 또한 두 손 다 손가락이 하나씩 없었으며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휑하니 흉터만이 자리할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사납건만 그의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마치 천둥 치는 듯해 웬만한 간 큰 이도 저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하지만 그 사나운 모습과 달리 마을에 해를 끼친 적은 없었고 또한 그를 보기도 매우 드물었다. 그는 마을과 뒷산 중간 지점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는데 가끔 사냥물을 생필품으로 바꿀 때 말고는 마을에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안은 마을 아이들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는데 만약 야안이 버그로 인해 최초의 이방인이라는 칭호를 얻지 못했다면 그 또한 여타의 아이들처럼 흉악범 할아버지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 머리가 범인을 벗어나면서 허실을 어느 정도 꿰뚫는 눈을 가진 야안은 그의 행동에 일관성이 있음을 알았다.

예를 들어 영지에서 위험한 지역이라 하는 금역이란 곳은 모두 들어갔다 나왔으며, 어딘가로 사라진 듯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다 다시 나타나면 마을에서 생필품을 잔뜩 사 들고 가 오랫동안 집 밖을 나서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야안은 이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볼 때 그는 무언가를 이곳에서 찾으려 하며 그를 연구하는 이라 생각했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저렇게 절실히 찾는 것일까?’

야안은 이 같은 시골 영지에서 무언가를 절실하게 찾는 그에게 호기심이 생겨났다.

평소였다면 수련에 모든 것을 투자할 시간이었지만 정체기를 맞아 기본적인 수련에만 힘을 쓸 뿐이었다. 그는 주신 아리스가 자신에게 축복해 준 상태 창에서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 충고는 주신 아리스가 자신에게 해주는 말씀이라 생각하는지라 그는 그 조언을 마음 깊게 되새기고 있었다.

그로 인해 평소 반복된 일상에 따라 좁은 시야로 살던 야안이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 이외의 세상에 관심이 없는 그가 다른 이에게 이처럼 호기심을 품은 것이다. 뒤늦게 빠진 호기심은 무섭게 깊어졌다.

‘분명 범상치 않은 분인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구일까?’

야안은 조심스럽게 아이들과 어른들로부터 그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그 할아버지에게 호의를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잡아 오는 가격이 비싼 몬스터 가죽은 상처 난 부위도 작은 상질의 상품인 데다 생필품 구매에서도 큰 손님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온 뒤부터는 세금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를 좋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한 달여를 마을을 돌아다니며 모은 정보에서 야안은 허실을 나누고 공통점을 찾아 분석했다. 그 과정 중에 그 할아버지가 검과 활에 능통하고, 가끔 엉뚱한 일을 벌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연관을 지으며 앞뒤를 맞춘 끝에 그가 찾은 여러 장소 중 가장 정착 기간이 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그곳은 의외로 가까웠으며 또한 특이한 곳이었다.

바로 마을 공동 식량 저장고가 그곳이었으니 말이다. 그에 왜 그곳인가에 대해 조사하던 중 그곳이 100년 전만 해도 아주 유명한 장소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천년 소나무가 있었던 곳인데, 벼락에 맞아 사라진 지금은 식량 저장고로 쓰고 있었다.

그는 3년 전 그곳 근처를 한 달여를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는데, 어느 순간 모습을 감춘 그는 그 뒤로는 그곳에 다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이곳에서 그는 무언가를 찾았어. 도대체 무엇을 찾았던 것일까?”

야안은 1,000년을 산 소나무가 있었다는 것 외에 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하자 직접 그곳을 탐색하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은 식량 저장고 근처를 뒤지는 야안의 모습을 보았지만 사냥꾼 할아버지와 달리 그에게 별다른 제재를 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야안이 마을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촌장의 양아들인 데다 부자라 할 수 있는 그 집에서 식량에 욕심을 부릴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또한 야안의 됨됨이가 그 또래와 달리 침착하고 사리에 밝음을 아는 것도 한몫을 했다.

덕분에 이곳을 조사하기가 쉬워진 야안은 탐색을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나던 노을이 지는 시간 때 기이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정한 체계를 지닌 그림 같은 복잡한 문양 열두 가지를 찾은 것이다. 그 문양은 누가 보았다 해도 그저 우연적인 산물이라 생각할 뿐 다른 특이함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을 수련하면서 안력이 좋아진 데다 그의 12스탯에 달하는 운은 이같이 빠른 시일에 문양을 찾게 해주었다.

야안은 찬찬히 이 문양들의 공통점을 찾으려 살펴보다 어느 순간 직감적으로 이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래, 그래. 이건 룬 문자다!’

풍문으로 들은 것이 확실하다면 이것은 룬 문자와 흡사한 점이 많았다. 만약 자신의 지혜 스탯에 의해 뇌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범인으로서는 이것이 룬 문자임을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룬 문자.

그것은 대륙에서 말하는 선택받은 자들, 바로 현자들의 소유물이기도 했다. 이런 시골 영지에서 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닌 것이다.

야안은 한동안 이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좀 더 자세하게 살피기 위해 먼지를 털려 손이 닿는 순간 그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룬 문자들이 은은한 진동을 하는가 싶더니 그의 단전에 자리한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300에 달하던 마나는 순식간에 반으로 줄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야안이 자신의 몸이 룬 문자처럼 진동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그의 몸이 룬 문자로 빨려지듯이 사라졌다.

쿠웅.

마치 누군가에게 던져지듯이 요란하게 땅바닥을 뒹굴던 야안은 주위 환경이 바뀌었음을 인지했다.

“으음, 이런 곳이!”

야안은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자신이 자리한 곳은 거대한 동굴 속이었다. 하지만 여타의 동굴과는 다른 점이 많았다. 까마득히 높은 천장은 물론이고, 동굴의 벽은 은은한 새벽의 빛으로 뒤덮여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가만히 바닥을 보니 누군가 거대한 힘으로 밀어버린 듯 바닥은 울퉁불퉁한 곳 없이 평평했다.

그렇게 동굴 이곳저곳을 보며 감탄을 하는데 그의 시야에 희끗희끗한 무언가가 자리했다. 정보 창이라 적혀 있어 야안이 작게 그 언어를 입 밖으로 내뱉자 정보 창은 두 손바닥만 한 크기로 늘어났다.

//폐쇄된 고대 던전

난이도 : E급

대현자 테무드에게는 열두 명의 제자가 있다고 세상에 알려졌으나, 사실 다섯 명의 제자가 더 있다. 이곳은 그 숨겨진 다섯 제자 중 하나인 라몬의 던전 중 하나이다. 그는 스승의 유지를 이어 후대에게 전설의 현자의 대를 잇기 위해 죽음의 지배자로부터 숨겨진 존재 중 하나이다. 아쉽게도 누군가 그가 남긴 전설의 현자의 유물을 얻은 뒤다.

*충전된 마력이 끝이 나면 이 던전에서 강제로 퇴장된다.

*그대는 전설의 현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비록 전설의 유물은 얻지 못했으나 그자는 미처 라몬의 유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곳에 숨겨진 라몬의 유물을 찾아라.

*그의 유물은 그대가 지닌 지식을 향한 갈증을 풀어줄 것이고 그대의 정체기를 벗어날 해결책을 줄 것이다.//

야안은 그 사냥꾼이 찾고 연구하는 것이 자신의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자 순간 사고가 잠시 멈췄다.

오랜만에 멍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된 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설의 현자에 대해 알지 못하니 그에 대해서는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현자가 집필한 책이나 유물이 얼마나 큰 유산인지를 알고 있었다.

한데 자그마치 대현자 테무드의 직속 제자가 남긴 유물이 이곳에 있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만약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콩닥콩닥.

야안의 작은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움직임을 보였다. 그것은 너무도 큰 보물을 앞둔 이의 두려움이기도 했고, 지식에 모든 것을 바치는 학자의 탐욕이기도 했다.

조금씩 마음을 추스른 그는 알려준 대로 유산을 찾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동굴이 넓은 탓에 그는 그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마력이 다해 던전에서 퇴장되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야안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다음에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이곳에 온 야안은 찬찬히 주위를 살피다 드디어 라몬이 남긴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입구에서 본 것과 똑같은 문양들이었는데, 입구에서처럼 야안이 손을 가져다 대자 남은 마나의 대부분이 빨려가기 시작했다.

마나가 바닥까지 치는지라 만약 그가 수련을 게을리했다면 아무런 결과를 보기 힘들 법했다.

잠시 후 문양이 자리한 곳에서 화려한 빛이 강하게 일렁이더니 이내 한 권의 책이 모습을 보였다. 허공에 뜬 책을 얼떨결에 손에 쥐자 다시금 눈에 희뿌연 것이 나타났다.

//마법의 서적

등급 : C+

고대 마론의 지식이 담긴 마법 서적이다. 고대 마법이 담긴 이 서적은 그 용량이 끝이 없으며 또한 내용을 추가할 수도 있다.

1,000년 전 지금의 시대보다 뛰어난 마법 체계를 이루었던 고대 대륙의 지식이 담겨 있다. 이 서적에는 여러 유용한 지식들과 그 마법 체계를 이루는 데 필요한 모든 기초 지식이 담겨 있다.

*마법은 대우주와의 소통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이제 사라진 고대 마법에 대해 아쉬워하지 말라. 숨을 쉬듯 대우주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면 자연히 고대 마법에 능통하게 되리라.//

“마, 마법서.”

그것도 지금 현자의 탑에 자리한 마법 지식이 아닌 숨겨진 고대 마법의 지식이었다.

야안이 비록 나름대로 많은 공부를 했다지만 이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다만 선택받은 자들만이 배울 수 있다는 마법 지식을 자신이 얻었다는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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