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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7화 (17/385)

야안 17화

그의 이번 각성은 4년 전에 있었던, 검기에 들어서던 각성과 다른 차원의 종류였다. 드디어 검기상인이라고도 하는 익스퍼트 중급에 들어선 것이다. 그 경지는 어떻게 보면 진정한 절정의 경지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초급과 중급의 사이에는 소드 상급 유저와 익스퍼트 초급보다 더 높은 벽이 자리했다. 운 좋게 익스퍼트에 올라선 자라 해도 중급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올라선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기사들이라도 대부분은 중년이 지날 때쯤에 이 경지에 올라선다.

이 둘의 차이는 검기상인이라는 이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검의 기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한다는 이 경지는 단순히 검에 검기를 맺어 사람을 상하게 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검기만으로, 매개체 없이 검기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한다는 말이었다. 이 경지에 올라선 검사는 그야말로 검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검기를 화살처럼 날릴 수도 있었고, 마상의 전투에서 마상 무기의 무거움을 검에 실어낼 수도 있으며, 창과 같은 긴 무기의 이점을 순간적으로 발휘할 수도 있었다.

이 점을 다시 생각한다면 검의 새로운 세계를 연다고도 할 수 있다. 더 이상 육안으로는 검의 흐름을 알 수 없게 되며, 변초와 실초가 모호해지면서 감히 막아서기 어려워진다.

실제 익스퍼트 중급에 들어선 검사는 그 대우도 나라마다 다르지만 최소 남작에서 자작의 직위를 얻게 된다. 이후 상급에 올라서면 백작의 직위를 주게 되며, 소드 마스터에 들어서면 왕국에서는 후작에, 제국에서는 백작에 봉한다.

소드 마스터를 나라의 실권에 큰 영향을 주는 고위 귀족에 봉하는 이유는 그 존재가 일인 군단과 같기 때문이다. 또한 이 소드 마스터가 있음으로 전쟁 억제의 효과가 생긴다.

검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자라 생각할 때 검을 든 자라 한다면 그를 따르지 않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연히 사기는 하늘을 찌를 만큼 충만하고 그 돌파력은 가히 신화시대에 존재한 거대한 괴물의 그것처럼 전장을 휩쓸 것이다.

그야말로 전장의 핵이라 해도 무방한 존재가 소드 마스터였다.

야안은 그런 소드 마스터가 될 수도 있는 재능의 한계가 없는 이방인의 능력을 지닌 이였다. 그렇기에 전무후무한 나이에 이 경지에 올라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야안의 깨달음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반나절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야안이 눈을 떴을 때 노을이 지는지라 그는 황급히 집으로 발걸음을 놀렸다.

야안은 익스퍼트 중급에 들어서인지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한 번의 발걸음에 3미터를 쉽사리 찍었고, 마치 새가 나는 것 같은 몸놀림으로 어느새 산을 내려와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리는 야안이 마을 밖에서 오는 듯해 혹시나 하여 물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니?”

“네, 어머니.”

“오, 맙소사. 아들아, 이곳이 비록 몬스터가 잘 출현하지 않는다지만, 그곳은 매우 위험한 곳이란다.”

어머니의 걱정에 야안은 곤란하다는 듯 이마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론 가한은 짐작하는 바 있어 물었다.

“아까 보니 산에 연기가 일어나던데 혹시 그 사냥꾼이 돌아가신 것이더냐.”

“네, 아버지.”

그 말에 베론 가한은 알겠다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는 무슨 말이냐고 재촉했다.

야안은 음식이 차려진 자리에 앉으며 그분이 돌아가셨고, 유언이 자신과 자신이 가진 것을 지워달라는 것이기에 이를 이루어주었다 했다. 그 보상으로 자신은 한 권의 책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러했듯 약한 자가 보물을 가지는 것은 큰 죄악이다.

아들의 그 말에 마리는 오랫동안 마을의 사냥꾼 활동을 한 그를 애도하며 식사를 했다. 한동안 부모님과 함께 이름 모를 현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면서 미처 다 보지 못한 창들을 불렀다.

먼저 그는 자신의 상태와 변화된 마나 심법을 확인했다.

//이름 : 야안

레벨 : 17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생명력 : 700

마나양 : 800

힘 : 20(+15)

민첩성 : 20(+15)

행운 : 3(+15)

지혜 : 18(+15)

마나 : 25(+1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16//

//아이템 C+급(중급 마나 심법에서 성장했다.)

상급 마나 심법(아리스가 이방인들에게 주는 축복의 선물이다. 앞으로의 성장이나 선택한 직업에 따라 변화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은 누구에게 양도할 수 없다. 이하 등급의 심법을 타인에게 인도할 수 있다.)

수련도 : 0%(수련도를 마스터하면 책을 펼치지 않아도 운기할 수 있다.)

마속 : 50라우(1라우는 10초에 1씩 채워지는 마나양.)

운기 : 3한(마나를 운기하여 신체의 혈을 타고 돌며 그 응용력을 높인다. 또한 마나를 모을 수 있어 1년을 수련하면 마나 스탯 3을 올릴 수 있다.)

*성장한 상급 마나 심법에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운기행공을 하면 생명력 회복 속도가 최고 열 배까지 빨라진다. 또한 타인에게 운기 행공을 유도할 수 있다.

TIP : 해가 뜨는 시간과 노을이 지는 시간 각각 두 시간씩 운기하면 두 배 이상의 효율을 볼 수 있다.//

익스퍼트 중급에 들어서면서 그의 스탯은 전설의 추종자로 인해 추가된 스탯을 제외해도 확연히 달라졌다.

너무 달라진 자신의 몸에 적응하는 데 한 달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앞으로 새롭게 바뀐 몸에 적응하기 위해 고생을 해야 했지만 역시나 이처럼 경지를 넘어서니 그는 희열에 절로 몸이 떨려왔다.

잠시 변화된 자신의 몸을 살피던 야안은 순간 정보 창에서 행운이 1스탯이 올라선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행운 스탯은 올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중급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르자 1스탯이 늘어난 것을 보고 그는 기이하다 생각했다. 이때부터였다. 평소 눈여겨보던 행운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은.

잠시 이 생각에 빠져들다 아직 눈앞을 아른거리는 아직 남겨진 정보 창을 확인하자 이내 마음을 잡고 정보 창을 불렀다.

//현자의 지팡이(성장하는 아이템)

등급 : B―(봉인된 지팡이)

세계수의 가지를 재료로 전설의 시대에 존재하던 드래곤의 정기를 담아 만들어졌다. 전설의 시대에서 내려오는 현자에게 더할 수 없는 보물이다. 영성을 띤 것이라 수식의 절반만 풀어도 마법을 펼칠 수 있게 만든다. 시전자와 대우주 사이의 마나의 길을 활성하게 하여 그 위력을 높이기도 한다.

*아직 마법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 그대에게 너무도 과분한 아이템이다. 당신이 고민하는 마법의 발현은 이 지팡이로 인해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다.

*현자의 지팡이와 관련된 전설의 현자의 비밀을 알게 되는 날, 이 지팡이의 봉인을 풀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설의 반지

등급 : B+

전설의 추종자 그대에게 더할 수 없는 보물이다. 반지를 낄 시 앞으로 전설의 현자를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준다. 또한 마나를 운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반지의 주인의 능력이 되는 범위에서만 실마리를 준다.

*전설의 현자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그대는 반지가 내준 퀘스트를 일정 수준 이상까지 달성해야만 한다.

*반지를 낀 상태에서 운기할 시 운기에 걸리는 시간을 반으로 줄여준다.//

//전설의 검(성장하는 아이템)

등급 : B(봉인된 검)

현자의 지팡이 안에 이 검을 넣을 수 있다. 검기에 발현되는 마나 소모량을 반으로 줄여준다. 그 어떤 충격에도 절대 부서지지 않는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졌다.

*검에는 숨겨진 검법이 있다.

*그대의 능력이 이 검에 도달하면 숨겨진 검법은 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금의 그대로서는 불가능하다.//

“비범한 물품들이라 생각은 했지만.”

과연 전설의 현자와 관련된 물품들이라 할까? 평범하다 싶은 겉모습과 달리 그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두가 B급에 달하는 물건들이었다.

이 중 전설의 반지가 주는 능력은 가장 놀라웠다. 설마 전설의 현자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물건이라니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비록 주인의 능력이 되는 만큼만 실마리를 준다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대단하다 느껴졌다.

그 외, 수련에서는 좋지 않겠지만 실제 전장에 나간다면 좋을 전설의 검의 효용은 놀라웠고, 또한 숨겨진 검법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현자의 지팡이는 현재 그가 가장 궁금해할 마법 발현을 위한 길을 안내해 준다 하니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물건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는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만약 그가 얻은 물건이 저번 던전에서 얻은 마법 서적 정도라면 실감이 날지 모르지만 이미 이 물건은 그의 능력을 넘어섰으니.

비유하자면 한낱 거지가 한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보다 더한 일이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감탄사를 하다 이내 아직 남은 하나의 창을 열었다.

//대현자의 서(성장하는 아이템)

등급 : C+(봉인된 서)

고대 마법과 전설의 마법 몇 가지가 쓰여 있다. 또한 전설의 현자에 대한 정보와 죽음의 지배자에 대한 정보가 자리하고 있다.

*아직 미숙한 그대 전설의 추종자에게만 열려 있는 정보이다.

*대현자 테무드의 놀라운 안배가 담겨 있다.//

야안은 고대 마법뿐만 아니라 전설의 마법까지 기술했다는 사실에 책자를 펼쳤다. 과연 대현자의 서 또한 마법의 서적과 같은 원리인 무한의 용량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이 중 전설의 마법을 생각하며 다음 장을 넘기자 그의 바람대로 전설의 마법이 서술된 부분이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 마법 중 지난번 이 이름 모를 현자가 자신에게 펼친 마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 놀라운 능력에 비해 너무도 간단한 연산이라 과연 진리는 오히려 단순한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잠시 이 진실의 눈이라는 마법을 살피던 그는 이 마법의 위용을 알고 감탄을 하다, 이내 책자를 덮었다.

야안은 창에 뜨지 않은 두 권의 책. 아니, 책이라고도 부르기 민망할 종이 묶음 중 얇은 것을 하나를 들어보았다.

첫 번째 책에는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자신이 이 전설의 현자의 던전을 찾으러 다니게 된 계기와 그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또한 던전을 탐험하는 데 필요한 지식들이 쓰여 있었으며,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적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과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방법들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그 책은 모험가들이나 용병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죽은 지식이 아닌 살아 있는 지식이었다. 두루뭉술한 것들이 아닌 직접 겪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간단명료한 설명들이 자리했다.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만 해도 유사시에 필요한 것이며, 몬스터들의 약점이 세세하게 적혀 있어 적은 힘으로 이 몬스터를 막는 것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또한 던전을 탐험하는 방법에는 던전을 구분하는 방법과 심리를 이용한 함정의 원리, 그리고 던전에서 유사시 생존법 등이 자리했다.

야안은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야안은 이 책에 저술된 이 필요 지식보다 이제야 이름을 알게 된 마론 현자에 대해 가슴이 뭉클했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은 자신의 부모님이지만, 이제 또 다른 존재가 그의 마음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마론은 그야말로 불굴의 의지를 지닌 현자였다. 자신이라면 몇십 번이고 포기했을 것이건만 그는 결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그는 신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그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는 마음에 한 점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났다.

이 미천한 자신을 믿고 말이다.

뚝, 뚝.

어린 시절 이후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는 그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당연하다시피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위대한 존재가 너무도 초라하게 세상을 떠남에 대한 애도의 눈물이었으며, 또한 그의 삶에 대한 감동의 눈물이었다.

야안은 그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앞에 두고 아홉 번의 절을 올렸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스승에게 바치는 최고의 경의이기도 했으며, 스승의 의지를 이어 제자로 살겠다는 하늘에 대한 맹세이기도 했다.

‘스승님의 유지를 잇겠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삶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의 대부분의 능력은 이대로 살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그가 공부하는 검과 마법 학문 등은 취미이며 부모님을 잘 모시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예전과 다른 것이 생겼다.

바로 마론의 불굴의 의지가 그에게 이어진 것이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무엇보다 더 열정적이며 적극적인 삶을 산 마론은 그렇게 이 어린 소년의 가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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