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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60화 (60/385)

야안 60화

부여한 마나가 더 적어졌음에도 뛰어난 마나 운용 능력에 더 파괴적으로 변했고, 그 덕분에 가능해진 어깨를 비틀어내는 방법을 적용하자 파이어 핑거 또한 회전력이 생겨 관통력이 상승했다.

그 결과 코볼트들의 상태를 보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알지 못한 채 죽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파이어 핑거, 생각보다 더 쓸모가 생겼어. 시간이 날 때마다 이것을 발전시킬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는데.”

잠시 파이어 핑거에 감탄하던 야안은 이내 코볼트의 죽음을 뒤로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에 오면 무언가 새로운 정보를 얻어낼 줄 알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스스로 알아내어야 하는 것 같았기에, 야안은 빛의 구를 더 크고 환하게 밝혀 동굴 구석구석을 살폈다.

야안은 그 과정에서 여섯 차례 코볼트들의 습격을 받았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 수가 늘어났다. 중간 중간 샛길에도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그들의 공격은 치명적이었지만, 제6감각 덕분에 어렵지 않게 기습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에 걸쳐 그가 베어낸 코볼트의 수는 200을 넘어갔고, 마지막에 그가 베어야 했던 코볼트는 100마리에 달했다.

그중에 코볼트 족장도 있었기에 야안은 지금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상대해야 했다. 오래된 인공 동굴이었기에 검기를 날리는 형식의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의 움직임을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과 같은 움직임으로 상대를 유린했다.

또한 건곤대나이의 수법을 펼쳐 한꺼번에 포위해 찔러 들어가던 코볼트의 공격을 어지럽혔는데, 족장의 도끼에 맞아 죽은 이만 다섯이 넘었고, 서로의 공격에 부상을 당한 이가 스물이 넘었다.

전력을 다한 야안의 움직임은 마치 귀신과 같았다. 베고 찌르고 올려치는가 싶더니 이내 몸을 띄워 회전한 힘 그대로 코볼트들의 목 셋을 따버렸다.

그러며 왼손으로 파이어 핑거로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가니 20분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이 동굴에서 쌓은 경험치로 남은 경험치를 채워 레벨 1을 올릴 수 있었는데, 지난 영지에서 올린 레벨 3과 합쳐 여유 스탯이 4 정도가 남았다.

이 스탯으로 이번 퀘스트에 한 번의 위험을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야안은 일일이 그들의 주검을 확인한 뒤에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아 운기행공을 했다. 워낙 교활한 종족이라 그간 몬스터 사냥을 통해서 그들이 죽은 척도 하는 것을 알기에 행한 행동이었다.

이번에도 셋이나 되었기에 만약 확인하지 않고 운기행공을 했다면 적지 않은 위험을 겪어야 했을지 모른다.

오래 있을 수가 없기에 간략하게 30여 분간 운기행공을 끝마친 그는 다시 이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제6감각에 의지해 걸음을 움직이던 그는 한 시간이 더 흘러 동굴의 끝에 도달하게 되었다. 확실히 많은 구리를 캐내었던 만큼 동굴은 상상키 어려울 만큼 깊었다.

동굴의 마지막까지 도착한 야안이었지만 그 어떤 정보도 얻어내지 못하였다.

‘정말 그곳을 들어서는 입구를 찾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구나.’

잠시 말없이 주위를 살피던 그는 무의식적으로 전설의 반지를 낀 오른손을 한쪽 벽에 올렸는데, 그때 하늘의 태양이 떨어진 듯 환한 빛이 동굴을 감쌌다.

그 강렬한 빛에 야안은 차마 눈을 뜨지 못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감을 올렸다. 시야를 지우는 수련이 이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점차 환한 빛이 약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시점에서는 희미한 빛만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처음 그 강렬한 빛에 충격을 받은 야안이었기에 쉽게 눈을 뜨지 못했다.

다만 기감을 통해 느낀 것은 막혀 있던 벽 앞에 무언가 작은 통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힐을 연사하여 눈을 회복한 야안은 천천히 눈을 떴고, 자신의 눈앞에 벌어진 그 기이한 현상에 크게 의문을 표했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이지.”

마치 공간이 유리잔처럼 깨어진 듯했다. 아니, 시간의 흐름이 멈춰진 것 같은 기이한 공간이었다. 종이와 금속을 이어붙인 것 같은 이질감이 감도는,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공간이 그의 눈앞에 자리했다.

손이라도 대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 공간을 앞에 둔 야안은 이내 자신의 눈을 어지럽히는 정보 창에 눈을 돌렸다.

[록의 공간

고대 대현자 테무드의 두 번째 숨겨진 제자 톰이 만들어낸 공간이다. 록은 고대의 고위 현자의 대마법 중 하나로 어떤 특정 조건이 부여되어야만 풀린다. 설사 대마법을 펼친 이라 해도 그 조건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이 록을 풀지 못한다.

*거인족 왕의 부탁으로 만들어낸 공간이다.

*그대는 퀘스트를 할 수 있는 입구를 찾아내었다. 이는 그대의 경지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운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드디어 고대 거인족의 퀘스트를 할 수 있는 입구를 찾아낸 그는 마치 동상이 되어버린 듯 우뚝 멈춰 선 채 고민에 빠졌다.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다음의 기회를 노릴 것인가?

들어간다면 언제 나오게 될지 모른다. 또한, 그곳에 어떤 위협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은 물러나야…….”

잠시 고민하던 야안은 호기심을 참아내고 발을 뒤로 물렸다. 현재 자신에게는 이것 외에도 할 일이 많았다.

조금 전 자신이 손을 댄 곳을 다시 한번 기억한 그는 그렇게 돌아섰고, 이내 록을 푼 존재가 멀어지자 다시 록의 마법이 발동되어 본래의 어두운 동굴로 모습을 뒤바꿨다.

야안이 동굴 밖을 나설 때쯤에는 동이 터오고 있었다.

안개는 더 짙어 있어 뇌전의 정화가 일으키는 빛조차 삼킨 터라 야안은 다시 빛의 구를 소환해 앞을 나섰다.

초여름이라지만 아직 새벽이라 날씨가 쌀쌀했지만, 단련된 그의 육체는 그런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찬 공기를 가로지르며 산을 내려서던 그는 해가 중천에 다 다다라서야 윌 영지의 성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윌 영지의 주변 모습은 그가 올라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참혹한 모습이었다. 아니, 밤에 보지 못한 모습들을 더 멀리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어 더욱 참혹하였다.

여름이라 들끓는 파리들 사이에 자리한 피난민들의 모습은 살아 움직이는 시체를 보는 듯했다. 실제로 지난밤 죽어나간 이가 한둘이 아닌 듯 자경단의 일부가 시체를 모아 태우는 소리가 요란했고, 주위에 모인 사람들은 그 모습을 침을 흘리며 바라보았다.

어린아이 중 한 명이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가가려 했지만, 이내 자경단이 아이를 막았다.

“안 된다. 그래서는 안 돼. 죽어도 인간으로서 죽어야 한다. 미친 몬스터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배운 이의 밑에 있던 사람인 듯 그의 철학은 확고했기에 아이는 엉엉 울면서 시꺼멓게 타들어 가는 시체에 손을 몇 번이고 내밀다 이내 포기해 버렸다.

그 유혹을 이겨 내어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기운을 낼 여력이 없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야안은 이내 힘없이 걸음을 움직였다. 땅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는 걸음걸음이 괴로웠다.

이 지독한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크게 괴로워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그런 그의 시야에 한 여아가 들어왔다.

이제 7세가량 되어 보이는 여아는 작은 목판에 숯으로 글을 적은 것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 그 글의 문구가 그의 걸음을 잡았다.

[저를 사주세요. 5브론즈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그가 멈춰 서자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이가 다급히 말했다.

“아이가 눈치가 빠릅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요. 겨우 5브론즈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리께서 데려가시면 큰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어린 소녀보다 더 야윈 그녀의 어미는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힘겹게 말했다. 마치 소나 돼지를 팔듯이 흥정을 하는 그녀에게는 간절함이 보였다.

어린 소녀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듯 그저 커다랗고 푸른 눈으로 야안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초점이 없는 그녀의 눈에 야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호주머니에서 10브론즈를 꺼내어 그녀의 어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황급히 빵을 파는 성 외곽으로 걸음을 놀렸다.

현재 그녀의 체력으로는 있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야안은 그저 멀뚱히 사라진 어미를 바라보는 어린 소녀의 모습에서 무어라 위로해야 할지 몰라 말없이 바라보다 이내 힐과 마케를 걸어주었다.

어린 소녀는 야안이 걸어주는 마법 때문에 힘이 나는 듯 조금씩 생기가 돌았다. 조금이지만 힘이 나자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엄마가 곧 올 거예요, 엄마가.”

그녀의 말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저 멀리서 그녀의 어미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있는 그녀는 혹시나 딸이 떠났을까 싶어 쓰러질 듯한 걸음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서 넘어진 듯 구멍 난 치마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렇게 다가온 그녀는 마치 보물처럼 품고 온 빵 하나를 여아의 품속에 안겨주며 말했다.

“이, 이분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이건 빼앗기기 전에 어서 먹고. 알았지.”

야안은 그 모습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나중에 빼앗기면 어쩌려고 그러니. 지금 다 먹으려무나. 내일도 줄 터이니 아쉬워하지 말고. 어여.”

그 모녀의 모습 위로 10년 전 어머니가 자신에게 다가와 보여주셨던 그 절절했던 모정이 투영되었다.

‘이제야 내가……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야안은 왜 자신이 이곳에 왔는지, 왜 아리스가 자신에게 그런 축복을 내리셨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히 자신을 편애하여 그런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 힘으로 그분의 다른 자식들을 자신이 보살피고 안아주라는 의미였다.

그의 이 결심은 하나의 거대한 퀘스트를 불러들였다.

[주신 아리스의 시험

등급 : B

피난민들을 구제하라. 그대의 인자한 마음이 이 퀘스트를 불러들였다.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그대에게 내려질 것이다. 부디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내려주길 바란다.

*성공하면 명성 500을 얻어낸다.

*성공의 척도는 이들의 행복 지수가 평균적으로 50을 넘길 때이다.

*이 퀘스트를 받아들이면 신성 마법 리젠을 쓸 수 있게 된다.]

야안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눈앞을 어지럽히는 정보 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퀘스트를 받아들이겠다.”

그 소리와 함께 강력한 무언가가 야안의 몸속에 들어오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것은 마나가 아니었다. 아니, 마나와 유사한 힘이지만 그 본질은 더 고차원적이라 성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힘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나에 비하면 아주 미약할 정도의 힘이었지만 뇌전의 구슬이 보여주는 그 힘만큼이나 강렬하고 순수했다.

이것이 성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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