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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65화 (65/385)

야안 65화

그 묵직한 느낌에 챈들러는 감격에 젖어 들다, 이내 주인이 그에게 다가와 손바닥을 펴 그의 손에 부딪히자 잠시 의문을 보이다 이내 주인의 지시에 서둘러 가부좌를 취했다.

“기운의 운기를 도울 것이다. 운기 방법을 잘 기억하라.”

야안은 오랫동안 쓰지 못한 마나 홀의 마나가 그의 의지에 쉽게 따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가 정신이 들자 다가와 운기를 도왔다.

챈들러는 주인의 기운이 들어오자 순간 혼이 나갈 듯했다.

그처럼 강렬한 기운이라니, 고대의 용사를 보는 듯 성큼성큼 들어선 야안의 기운은 오랫동안 마나를 움직이지 못해 막힌 그의 기혈들을 뚫기 시작했다.

챈들러의 머릿속에는 폭죽 터지는 소리가 요란히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내 온몸이 뜯기는 것 같은 고통이 뇌리를 울렸고,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눈가에는 핏대가 터져 나갔다. 결국, 참지 못해 소리치려는데 야안이 엄중히 경고했다.

“생각보다 좋지 않다. 절대 입을 벌려서는 안 된다.”

수하들의 운기를 도와주면서 인간의 인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달랐다. 경험이 적은 야안의 실수였다.

그의 판단대로 마나 홀이 고쳐진 직후 기운과 그의 몸에 적응을 도와주는 기간을 줄인 것은 아주 좋았지만, 기혈을 뚫는 일은 차근차근 적응 기간을 주어야 했다. 못해도 반년 간 천천히 길을 들여야 했는데 욕심이 동한 것이 실수였다.

챈들러가 느끼고 있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마치 핏줄에 뜨겁게 달구어진 바늘이 들어가 온몸을 누비고 다니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도 이번 일을 챈들러가 잘 참아낼 수 있다면, 그는 예전의 경지를 찾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그 이전에 야안은 운기를 멈출 수 없었다. 이 상태에서 운기를 멈추다가는 그는 물론이고, 자신도 크게 기혈을 상할 것임을 알았던 탓이다. 어떻게든 전신의 대혈 부분까지만이라도 타통해야 했다.

그 과정은 상급 익스퍼트가 직접 해주지 않고는 힘겨운 일이었지만, 다행히 야안에게는 뇌전의 구슬로 정제된 기운이 있다는 게 그것을 어렵게나마 가능하게 해주었다.

치열한 전쟁이 챈들러의 몸속에서 벌어졌다. 거대한 성벽을 향해 뇌전이 수십 번이나 내리쳤고, 결국 뇌전의 힘을 이기지 못해 성벽이 무너졌다. 무너진 성벽을 뒤로하며 나아가다 보면 그보다 더 거대한 성벽이 그의 길을 막아서곤 했다.

전쟁은 네 시간이 지난 뒤에야 끝을 보였고, 챈들러의 거친 숨소리 또한 그때를 기점으로 안정되어 갔다.

코, 눈, 입,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챈들러의 모습은 위험해 보였지만, 사실 죽은 피가 터져 나온 것이라 깨어나면 놀랍게 호전된 몸 상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야안은 천천히 붙은 손바닥을 떨어뜨렸다. 그의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20일 동안 복수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환자들을 돌보아야 했고, 이제는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해내야 했다.

뇌전의 정화가 끝없이 그의 정신을 붙잡지 못했다면, 손바닥을 떼어낸 순간 혼절하였을지 모른다.

그는 지친 육체를 크게 심호흡하며 조절하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신의 몸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눈을 반개하며, 그 어떤 때보다 질긴 정신을 유지하며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뇌전의 정화 또한 그가 모은 기운을 정제하며 그의 육체를 다스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어느새 야안은 운기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육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였던 탓에 의식 너머 무의식이 그의 기운을 모으는 것을 원했다. 무의식이 확장되며 의식과 부딪치기 시작했고, 야안은 그 과정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그동안 남긴 검리를 모두 다시 떠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열 살의 어린 나이로 처음 유렌에게 휘두른 검부터 시작하여 열두 살에 초급 익스퍼트에 올라 검기를 발하는 과정이나 시험을 치기 위해 여행을 떠나 몬스터들에게 휘두르던 검을 바라보았다.

또한 이후 영지에 들어와 행정을 하는 중간 중간 영지 주위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검이나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의 이미지와 싸우던 검까지 떠올렸고, 그렇게 한참을 흘러가다 이내 처음 그가 기이하다 생각했던 오크를 베어낸 검을 살피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무의식과 의식이 부딪친 그 절대적인 영역에서 본 그 한 번의 검은 놀라웠다. 아니, 그 검이 놀라웠다기보다는 그것을 펼친 자신이 놀라웠다.

그가 행하였지만,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의 몸은 당시 검과 하나였다. 흔히 절정의 고수의 반열에 든 자가 말하는 기운으로 몸과 검이 합일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동한 상태를 말함이다.

그것을 일러 그 상태를 무엇인가 굳이 말하자면 야안은 자연체라 생각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힘이 조금의 분산되는 과정도 없이 그 목적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형태였다. 몸속의 모든 불필요한 힘들을 제외하고 오직 그 자신이 필요한 힘만을 모아 펼치는 일검인 것이다.

그 상태로 검기를 일으킨다면 그의 육대검식을 모두 합친 것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고, 만약 검기를 날릴 만큼 기운을 모을 수 있다면 집채만 한 바위도 일순간에 쪼개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없으므로 그 있음이 지극히 다해지는 고차원의 경지였고, 야안이 그것을 우연히 행하고 알아차린 것은 그의 경지로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운 때문이었다.

야안이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잠시, 그의 검은 오우거의 뇌수를 뚫는 일검에서 큰 감동을 느꼈다.

앞서와 같은 자연체의 형태였고, 그로써 만들어진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고차원의 찌르기였다. 현재 자신의 경지로서는 감히 짐작조차 못 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찌르기였다.

그 뒤 몇 번의 검식이 더 있었고 이내 자신이 펼친 모든 검식을 복원한 순간 거대한 동굴이 무너지듯이 앞이 컴컴해지다가 이내 천천히 그 상태에서 벗어났다.

야안은 쓰게 미소를 지었다.

‘보검도 농부가 가지면 박도에 불과하다더니.’

그는 자조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아직 자신의 기운을 수습 중인 챈들러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가 생각하기에 챈들러는 10분 정도면 충분히 기운을 수습하고 깨어날 것인데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비록 검뿐이라지만 그의 인생의 반을 되돌아본 시간이 그토록 짧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더구나 그의 마나양뿐만 아니라 그의 육체 또한 오랫동안 깊은 잠을 자다 깨어난 것처럼 상쾌했다. 아니, 무언가 크게 변화된 느낌이었다.

지금의 상태가 믿기지 않고 무엇이 변화된 것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던 야안은 정보 창을 열었다.

[이름 : 야안

레벨 : 58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생명력 : 960

마나양 : 1,460

힘 : 33(+15)

민첩성 : 32(+15)

행운 : 29(+15)

지혜 : 50(+15)

마나 : 58(+1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4]

[아이템 B-급(제6감각을 가진 그대가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검식.)

육대검식(이십사수검법에서 얻어낸 여섯 개의 검식이다. 검기를 중첩하여 날릴 수 있는 검식으로 그 파괴력은 상급 익스퍼트도 어려워할 정도로 뛰어나다.)

습득률 : 22%

이십사수검법의 초식에서 뽑아낸 힘의 흐름을 찾아 겹칠 수 있게 되었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검기를 중첩할 수 있는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육대검식을 펼치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 육대검식에 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

*마스터하면 순간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다.

*이 검법을 펼치면 적은 양이지만 운기의 효과 또한 볼 수 있다.(1한 : 기초적 심법으로 1년간 운기하여 얻을 수 있는 양)]

[건곤대나이

습득률 : 12%

사량발천근과 이화접목을 마스터하면서 그 두 개의 구분이 모호해지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고 그 덕분에 얻게 된 고위 기술이다. 제6감각을 깨우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뛰어난 힘의 묘용이기도 하다. 아직 숙련된 자에 불과한 그대에게 너무도 과분한 것으로 진정한 힘의 묘용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련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적은 힘으로 상대의 힘의 방향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옮기며 자신을 보호하며 적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마스터하면 어떤 종류의 힘이든(마법이든, 물리적인 충격이든) 힘의 방향을 자유롭게 다스릴 수 있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한 번에 해결할 힘의 개수가 늘어난다.]

정보 창을 확인하면서 야안은 크게 놀라워하였다. 운과 지혜가 그 짧은 순간에 3이 늘어났고, 마나 또한 1스탯이 늘어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펼친 모든 검을 복원하면서 육대검식과 건곤대나이의 습득률도 많이 늘어났다.

특히나 건곤대나이의 습득률이 늘어나게 된 것에 야안은 크게 기뻐하였다. 건곤대나이는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점차 올리기 힘겨워져 갔는데 그것을 단번에 2% 이상을 올리게 되니 그의 기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것만으로도 못해도 그의 검의 경지를 1년 이상 단축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더구나 어려운 고대 거인 퀘스트를 앞둔 지금으로서 건곤대나이 같은 신묘한 기술은 더욱더 필요한 때였다.

“휴우~”

야안의 상념은 챈들러가 깨어나면서 끝이 났다. 그는 자신의 지금 상태가 믿기지 않는 듯했는데 야안의 미소를 바라보며 그는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 주인님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챈들러의 모습에 야안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

“하하, 울음이 많은 자라 생각되지 않는데 어떻게 내 앞에서 이리 울보가 된단 말인가?”

주인의 그 말에 챈들러는 서둘러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단호한 결심을 보였다.

“저같이 보잘것없는 녀석이 이렇게 뛰어나신 주인님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나, 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겠습니다. 부디 주인님의 앞날에 제 목숨이 단 한 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바랄 것이 없겠나이다. 부디 아리스 님께서는 이 작은 소망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며 말하는지라 야안은 서둘러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그대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안다. 다만,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자는 남을 살피지 못하는 법이니 그대가 진정 그 결심을 바란다면 자신을 잘 가꾸었으면 한다.”

챈들러는 주인님의 넓고 깊은 생각에 감동하여 나오는 눈물을 아랫입술을 깨물며 참더니 짧게 대답했다.

“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챈들러는 묵례를 한 뒤 천막을 나서더니 오기 전의 장소로 돌아가 그가 하던 의료 일들을 돕기 시작했다.

20일 전 야안은 테리를 비롯해 다섯 명의 검사를 자신의 영지로 보냈다.

현재 계약 중인 케이 용병단의 수는 120에 달했고, 백작으로부터 무구를 받아 간단한 훈련들을 시키고 있는 자경단이 500명이었다. 그리고 야안과 나머지 인원을 합해 총 635명이 2만 명을 보호하고 가야 했다.

비교적 안전한 길을 통해 갈 것이지만, 통제하는 것이 어렵고 사람이 많은 만큼 그 기간도 길 것으로 예상해 위스 자작이 자리한 북쪽 성문까지 18일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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