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83화
25. 신력
지도를 표시하며 대로와 들어설 마을들의 터를 살피며 며칠간 시간을 보내던 야안은 테리와 챈들러에게 맡긴 일들이 끝이 나자 군을 정비하였다.
야안은 그중 일부 이곳 영역을 지킬 병력을 두고 그 책임자로 챈들러에게 이 일을 맡긴 뒤 영지로 복귀하였다.
많은 사상자가 있었으나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덕분인지 대지를 진동하는 그들의 걸음에는 굳건함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영지 복구를 위해 몬스터 토벌을 나선 지 한 달하고도 17일이 되던 날 이들은 수많은 영지민들의 환영과 함께 복귀하였다.
* * *
영지 복구를 위한 토벌을 마친 지 한 달이 지날 무렵에서야 목책 공사가 끝이 났다. 야안은 그동안의 보고를 통해 목책만으로는 방어가 미흡하다 판단한 곳부터 성벽을 만들기로 했다.
상당량의 자재를 이번 영지 복구를 통해 얻을 수 있었기에 자재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한편으로 그간 얻은 몬스터 부산물들을 겨울이라 일을 하기 힘든 노약자들에게 맡겨 다듬게 했다.
몬스터 부산물의 양은 상당했는데, 야안은 이 중 값이 싸고 많은 상처로 질이 낮은 코볼트나 오크 가죽은 영지민들에게 임금 대신 나누어주어 이곳의 추위를 버틸 수 있게 했다.
이후 질이 좋은 가죽들과 코볼트의 발톱과 이빨 따위를 가격으로 합산한 결과 이번 전쟁에 쓰인 비용의 20% 정도 달함을 깨닫고 크게 반겼다.
야안은 이것 또한 이번에 상인들과 거래를 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거래 품목이 다양할수록 시장 건설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야안은 그렇게 얻어진 비용의 30%를 이번 전쟁에 희생된 병사들과 친지들에게 보상을 하기로 했다.
그 조치에 보상을 받게 된 친지들이나 크게 다쳐 일하기 힘들어 앞날이 막막했던 병사들도 슬픔을 잊어버릴 만큼 크게 놀라워하였는데, 그 얻은 보상의 액수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복지가 좋지 않은 곳에는 아예 그런 보상조차 없었고, 복지가 괜찮은 곳도 일반적 성인 남성이 1년간 벌어들이는 수입 정도였는데 영지에서 나온 보상 금액은 그보다 많은 5년 치에 달했다.
그 정도의 보상이라면 작은 땅을 사 일가족이 먹을 것을 해결할 수도 있었으니 더 이상 앞날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처음 너무나 큰 금액이 들어오자 탈이 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겁이 난 영지민들은 촌장에게 물어보았으나, 이미 관리들로부터 확신이 찬 대답을 들은 터라 걱정하지 말고 받으라는 말에 그들은 꿈인가 싶었다.
그 덕분에 한동안 피난민들을 받아들이거나 세금의 증가 등으로 불만을 가지던 영지민들은 다시 우호적인 지지를 야안에게 보였다.
또한 전쟁을 나선 병사들도 그 후한 조치에 더 이상 뒷일을 걱정하지 않고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예전 야안이 마크 남작에게 전쟁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지 정책이라 말한 것은 작게나마 지킨 것인데, 복지 개념이 낮은 시골 영지란 점 덕분인지 병사들은 아직 위험 지역이라 할 수 있는 확장 영지 영역에 차출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지런하게 주위 영지에서 곡물 등을 사 모아 후덕하게 임금으로 내주었기에, 최소 영지 내에서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이들은 없었다.
피난민들은 자신의 집도 생기고, 일자리가 생겨 배를 곯지 않아도 되며 천과 솜, 털 등으로 추위에 떨지 않는 상황이 생기자 점차 불투명한 미래가 밝아지는 듯했다.
더구나 복지 정책으로 사상자들이 여러 가지로 보상을 받는 것을 보자 반년 전 막연하게 희망을 바라보던 것이 점차 구체적으로 변해갔다.
후드득…… 후드득.
야안은 따뜻하게 데운 차를 마시며 오랜만에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보름 전 눈이 내린 이후 날씨가 풀리면서 내리는 비였는데, 오랜만에 내리는 비라 그런지 강수량이 많아 진행 중인 일부 공사들은 접어야 했다.
공사 시일이 급하기는 하지만 빗물에 사고가 날 수도 있었고, 또한 날씨가 많이 풀렸다지만 여전히 찬 날씨라 비에 젖어 중병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야안은 오랜만에 시간이 남아 집에서 이제 걷기 시작하는 아들의 재롱을 보며 가족들과의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멜리나와 그의 부모님은 물론 멜리나의 부모님마저 야안을 크게 반기던 터라 왠지 부끄러우면서도 좋은 기분에 야안은 볼을 긁적여댔다.
멜리나의 아버지 한스는 사위가 고생한다면서 작은 돼지 새끼를 통구이로 내와 만찬을 즐겼는데, 술이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화목해지자 둘째는 손녀로 부탁한다며 농을 꺼내곤 했다.
그 말에 멜리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고, 야안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아론은 그 화목한 분위기에 취해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야안은 아들의 그 모습에 웃음을 흘리더니 아이가 깨지 않게 야안 부부의 거처에 있는 요람에 내려놓았다.
아론은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듯 몸을 뒤척거리며 미소를 짓고는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짧게 볼에 입을 맞추었다.
잠시 그렇게 일상의 행복에 취해 있던 야안은 갑자기 정보 창이 자신의 눈앞을 어지럽히며 무언가 자신의 뇌리를 통해 기운이 흡수되어 깜짝 놀랐다.
자신의 뇌리를 통해 흡수된 기운은 그도 아는 것으로 다름 아닌 신성력이라 판단되던 마나의 기운이었다.
야안은 크게 궁금증이 일었던 터라 이내 정보 창을 열었다.
[주신 아리스의 시험(성공)
등급 : B
피난민들을 구제하라. 그대의 인자한 마음이 이 퀘스트를 불러들였다.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그대에게 내려질 것이다. 부디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내려주길 바란다.
*그대 덕분에 피난민들의 행복 지수가 평균 30% 이상을 만족할 수 있었다. 명성 500을 그대에게 내린다.
*이 퀘스트를 훌륭하게 해낸 그대의 인자한 마음에 그대는 초급 신관이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신성 마법 이카스티스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명성은 신성력의 척도이다. 오직 인간을 자애롭게 보는 인자한 마음에서 나오는 고행 속에서 얻을 수 있다.]
[이카스티스
신화시대의 언어로 심판자라는 뜻을 지닌다. 초급 신관의 공격 마법으로 물질이 아닌 정신적으로 공격한다.
*죄의 척도에 따라 느끼는 고통과 시전되는 시간이 다르다.
*양심을 일으켜 죄책감을 크게 느끼는 마법이기에 이 마법에 적중된 이는 회개가 되기도 한다.
*그대가 얻은 명성으로 하루에 두 번 이 신성 마법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하~ 이건.”
그들에게 해준 것도 없다 생각했는데, 벌써 이 아리스의 시험을 통과하게 되자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해준 것이라고는 그저 최소한의 살 수 있는 거처와 일자리를 만들어준 것이 전부이건만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만족하게 했던 것인가?
야안은 다시금 순박한 주민들의 마음을 확인한 터라 말문을 잃었다. 그것은 고마운 마음에서 나온 것보다는 슬픈 마음에서 나오는 게 컸다.
그들은 결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예전 자신이 그런 것처럼 그들은 큰 명예나, 큰 사치 따위를 가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원할 뿐이다.
주거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일자리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그런 사소한 부분을 이루게 해주기만 하면 될 것인데 기득권층들이 쉽사리 그것을 양보하지 않음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는다.
잠시 감정에 젖어 있던 야안은 자신이 얻게 된 리젠과 더불어 신관의 대표적 신성 마법 중 하나인 이카스티스에 대한 설명에 감탄을 흘렸다.
정신 공격 마법이라 하나, 그 본질은 설명에서 보았듯이 회개에 있었다.
죄를 지으면 형벌을 내려 다른 이들에게는 경각심을 주고 죄인에게는 두려움을 주어 법을 지키게 하나 근본적인 문제는 고쳐지지 않는다.
벌을 받은 이후 회개하려 하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다른 이들의 편견 어린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끝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애초에 같은 죄를 반복하면 인간은 처음과 같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전쟁터에서 처음 살인에 크게 힘들어하던 이도 그 횟수가 늘어나면 무감각해지는 것처럼 범죄도 그러하다.
한데 이카스티스는 양심이라는 것을 일으켜 그 스스로 범한 죄를 회개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이제 무감각해진 그 부분을 처음처럼 새롭게 살려 마치 창과 칼에 심장이 찢어지는 듯 정신적으로 크게 괴로워하는 것이다.
덕분에 대부분의 이들은 새롭게 일어선 양심에 스스로 바라본 죄악에 크게 반성하여 회개의 길을 걷는다.
다만 이 이카스티스를 통해서도 회개 되지 않는 이들도 있다. 큰 범죄들을 지은 이들 중 스스로 무너지지 않게 자기 보호의 과정에서 양심을 끝내 무시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다시 일어선 양심에 의해 예전같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 크게 망설이게 되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진정 문제가 되는 것은 이카스티스가 통하지 않는 몬스터인 경우이다. 그들은 인간의 껍질을 하고 있으나 애초 양심이라는 것이 없는 일종의 돌연변이다.
이들은 타인의 괴로움을 모르며, 스스로 한없이 자비롭다. 작은 이익 앞에서도 웃음을 흘리며 살인을 저지를 수 있으며,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유희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인간이나 인간이지 않은 존재.
외형은 인간이나, 그 내면은 몬스터와 다를 바 없는 존재.
그들을 고대에서는 사이코패스라 불렀다.
당시 현자들은 그들을 일러 사람의 껍질을 쓴 몬스터라 했는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 중에 있음을 뜻한다.
태초에 태어나기를 감정적인 부분이 결핍되어 있으나 일반적으로 머리가 뛰어나, 인간의 감정을 겉으로나마 완벽히 학습하기에 그 본성을 보이기 전에는 그들임을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이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니 이카스티스의 신성 마법의 효력은 대부분 인간에게 통한다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마법은 야안과 같이 인재가 부족한 이들에게 대단히 큰 가치를 지닌다.
권력을 가진 이치고 부패하지 않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크게 부패하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 여러 번의 경고를 하며 작은 죄악을 눈감아주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이 부패되면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형벌을 내릴 수밖에 없다.
능력이 뛰어나도 정도 이상의 부패된 자에게 권력을 주면, 치안이 어지러워지니 오히려 아니, 등용한 것보다 못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한데 그런 자에게 이 이카스티스를 형벌로 내려 자숙의 시간을 준다면 그는 예전과 다른 청렴한 관리가 될 것이니 영지를 운영하는 자에게 있어 그 같은 기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앞서 이카스티스를 보았듯 신관이 펼치는 신성 마법의 목적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게부라와 헤세드로 나누는데, 이 언어는 신화시대 이전부터 내려오는 것이다.
게부라는 정의와 심판을 의미하는데, 야안이 이번에 얻게 된 신성 마법인 이카스티스가 이것에 속한다.
신성 마법의 의의는 앞서 이카스티스처럼 죄를 심판하여 정의를 수호하는 데 있다. 물론 꼭 이카스티스 같은 신성 마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의를 수호하는 데는 강력한 물리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헤세드는 사랑과 자비를 뜻한다. 그가 이 퀘스트를 수락하면서 얻게 된 리젠의 마법의 형태처럼, 치료 마법이 주이나 그 외에도 물리적 힘을 발휘하는 마법도 존재한다.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 마법 형태를 지니는데 그 유명한 성자의 아이기스가 그렇다.
그렇게 야안은 게부라와 헤세드의 두 가지 형태의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초급 신관의 자격을 가지게 되었다.
바뀐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상태를 기록하는 정보 창의 변화였다.
[이름 : 야안
레벨 : 76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생명력 : 1,020
마나량 : 1,940
명성 : 500
힘 : 37(+15)
민첩 : 35(+15)
행운 : 36(+15)
지혜 : 55(+15)
신력 : 5
마나 : 86(+1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3
신력
신에 의해 얻은 신성력을 말한다. 다른 스탯과 달리 하나의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섯 개의 스탯이 필요하다. 이방인들에게 내리는 아리스의 또 다른 축복이다.]
바로 신력이라는 능력이 새로 생성된 것이다. 이번에 얻게 된 명성 500으로 추론하면 명성 100에 1이 올라감을 알 수 있다.
신력은 그야말로 신관의 길을 가는 이방인들에게 주는 능력이다. 비록 다른 능력에 비해 다섯 개의 스탯을 올려야 1을 올릴 수 있지만 야안의 경우를 보았듯이 이 힘은 얻기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그 같은 조건도 가벼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희생과 자비를 보여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신력이니 말이다.
아리스는 현실성이 짙은 또 다른 세계이나 이방인들에게 있어서는 유희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 점을 알았기에 이 같은 신력이라는 능력을 만들어 놓았다.
야안이 예전 피난민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치와 이번 영지 복구를 위해 수많은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올린 레벨은 4레벨이었다. 이 중 예전 ‘카라’의 조각을 만들면서 1스탯이 소모되었다.
아직 2스탯이 부족하여 올릴 수 없지만, 야안은 5스탯을 포기하면서도 올릴 가치가 있다 판단했다.
아니, 차고 넘쳤다. 그로써 나타난 이 능력을 그가 보지 않았던가? 겨우 가장 하위 신성 마법인 리젠만으로 얼마나 많은 기적을 보았던가?
다른 스탯이라면 그저 스스로 노력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나 이 신력은 거대한 희생과 끝없는 자애로움이 필요하다. 하니 앞으로 그가 스탯을 모아 올려야 하는 능력은 정해진 거나 다름이 없다.
다만 앞으로의 퀘스트나 일은 모르기에 여유 스탯을 준비함은 그는 잊지는 않았다.
야안은 이번에 얻게 된 이 능력으로 리젠 또한 펼칠 수 있는 횟수가 늘어 이제 하루에 일곱 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이카스티스를 펼치지 않는다 가정한다면 그 두 배에 달하는 횟수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하루에 그가 치료할 수 있는 이도 많아졌으며, 또한 미숙한 심연의 일격을 펼친 뒤의 일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잠시 얻게 된 능력에 대해 고찰하던 야안은 벽 너머에서 울리는 제 가족의 웃음소리에 그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는 잠시 웅얼거리는 아들의 잠꼬대에 미소를 머금다 다시금 볼에 입을 맞추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족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틀간 내린 비에 공사 시일이 늦추어졌기에 한동안 작업량을 늘려야 했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추가로 주었기에 오히려 인부들은 반겼다.
예전 전쟁과 같은 천재지변을 겪은 뒤로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남는 것보다 앞날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현재 야안은 토벌로 넓힌 영토에 성벽을 지으며, 전에 보았던 대리석 산 쪽으로 길을 놓고 그곳에 마을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는 못해도 최소 300명이 사는 큰 규모의 마을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보다 몇 배는 더 들어설 수 있는 벌판이 그곳에 있기도 했고, 또한 성벽을 짓는 데 걸리는 시일 동안 운영되는 병사들에게 안식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 300명 이상의 마을이 형성되어야 했다.
다행히 현재 많은 병사가 그곳 근처를 오가고 있으니 마을의 형성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야안은 예전 생각대로 그곳의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이곳의 대리석을 캐어 내는 일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 일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성벽 건설 일을 맡긴다면 그곳으로 인구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야안은 이에 대한 공모를 걸고 각 마을의 촌장에게 지원자를 선출하게 했는데, 야안의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가 있었다.
그들 지원자 대부분은 이번에 편입된 피난민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기존의 영지민에 비해 오랫동안 터를 잡지 않았던 탓에 새로운 거처로 자리를 옮기는 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대부분 그들은 지금까지와 달리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지원하였다.
더구나 초기에 영지에서 여러 가지로 지원을 한다 했으니, 이번 기회에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이 지원에 한몫했다.
그렇게 지원한 자 중에는 상당수가 기존 영지의 여자들과 결혼을 한 이들이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본래 피난민들의 수는 3만 명에 달했지만, 여러 고난으로 1만 명이 죽어나가면서 노약자들이 대거 줄어들어 피난민들의 40% 이상이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그 때문에 마크 남작 탓에 문제가 되었던 남녀 비율이 안정을 되찾게 되었는데, 혼기가 꽉 찬 여식들은 이번을 계기로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영지에서 쉴 틈 없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있으니, 딸을 내보내는 가족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