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95화
30. 악마
제2전장.
제국 1황자의 세력이 이끄는 곳이었고, 현재 스키티 왕국과 체만 왕국 두 곳의 70%에 달하는 군사력이 배치된 곳이었다.
이곳 전장의 책임자는 지니 후작으로 그는 상급 현자 비기너에 오른 이였는데, 구존 아래 가장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13강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는 유연하고 강력한 불의 마법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그 이름만큼이나 그가 이끄는 마법 전단은 대륙에서도 유명했다.
마법 전단은 현자 중에서도 전투 마법에 특화된 이들로, 그들이 지나간 곳은 붉은 피만이 흐르고 있다 하여 붉은 현자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지니 후작가가 키우는 제자들로 실전 마법으로 유명한 불의 탑의 제자였고, 지니 후작은 그 탑의 수장이었다.
1황자 세력의 40%만 자리하였음에도 현재 왕국 두 곳의 병력을 압도하고 있었다. 병력의 규모는 오히려 왕국 연합 측이 30%가 더 컸으나 오랫동안 전장을 누빈 마법 전단을 막지 못해 밀리고 있었다.
스키티 왕국은 지니 후작을 상대하기 위해 상급 현자 비기너에 오른 토니 공작을 내보냈으나, 대륙의 13강의 하나인 지니 후작을 상대할 실력은 갖추지 않았다.
오랜 세월을 전장에서 싸우던 그였다. 야루스 산맥의 오크 왕을 모시는 여덟 명의 장군 중 하나인 도칸과 30년이 넘는 세월을 싸워 결국 승리를 이룬 자이기도 했다.
같은 상급 현자 비기너라 해도 그 차이는 컸다. 마나를 다루는 능력도 월등하거니와 공격 마법을 펼치는 속도도 공격의 범위도 넓어 상당한 차이가 있다.
토니 공작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의 시선을 빼앗는 정도였다. 그것도 중급 현자 마스터 세 명과 함께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것이라도 가능했기에 지금 전장이 유지되고 있었다.
체만 왕국에서는 상급 익스퍼트 경지에 오른 고론 공작을 내보냈지만, 1황자 세력하에 있는 곤도 자작이 그를 상대하여 별다른 이득을 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루에도 최소 5,000명의 목숨이 사살되는 이곳 5전장은 전투가 끝이 나는 저녁이면, 저 멀리 보이는 붉은 노을처럼 피가 강을 이루었고, 검은 까마귀가 하늘을 메웠다.
까악. 까아악.
시체 썩는 냄새와 까마귀의 스산한 울음이 들리는 벌판은 어느새 어둠에 잠겨 그 고약한 모습을 감추었다.
스륵, 스르륵.
짙은 어둠 속에 무언가 끌려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의 정체는 한 인영이 자루를 이끄는 소리였다. 자루의 크기는 겨우 밀 반 포대도 되지 않았으나 엄청난 무게인 듯 자루가 지나가는 곳은 깊은 웅덩이가 생겼다.
재질을 알 수 없는 노란 빛을 내는 자루는 땅을 부수는 요란함 속에서도 흠 하나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질겼다.
그 괴이한 자루를 이끄는 자의 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마치 어린아이가 산책을 나서는 듯 그는 흥얼거리며 시체 사이를 오갔다.
“참 많기도 하지. 룰루룰루…….”
기쁜 듯 피 웅덩이에 발을 첨벙첨벙하던 그는 구름이 물러나며 드러난 달빛 사이로 그 모습을 보였는데, 그 괴이한 짓을 하는 자답게 그 모습도 특이했다.
그의 머리 위에는 20센티미터 정도의 높이를 지닌 톱 햇이 자리했고, 검은색의 실크 망토를 걸치고, 뱀의 형태를 띤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복장은 고대 문헌에서나 보던 귀족 특유의 신사 복장을 보는 듯했다. 외관은 아주 점잖은 외모를 지닌 중년으로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해 그의 콧수염과 잘 어울려 보였다.
다만 핏기없는 흰 피부에 도드라지는 붉은 입술은 마치 여인들이나 하는 화장을 한 것 같아 괴기스러웠다.
그는 담배 파이프에서 길게 연기를 뿜어내며 자루 안에 재를 털어냈다.
재가 자루 안에 떨어질 때마다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는 요란한 충격이 자루 안에서 울렸고, 그가 뿜어낸 연기에는 사악한 기운이 담겨 주위에서 시체를 뜯어 먹던 까마귀들이 죽어나갔다.
그것은 마법도 아니었고 주술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숨 쉬는 것과 같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담뱃대의 재들을 다 털어내더니, 길게 휘파람을 불며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시체에서 회색 빛깔의 무언가가 일어나며 그의 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 이 어둠. 죽음의 향기. 거친 피의 살육. 인간들이란 정말 재미난 존재들이야. 이토록 유쾌한 존재들이라니.”
그는 오래전 순수했던 첫사랑을 기억하는 이처럼 아련한 눈빛으로 주위를 바라보다 어느새 새끼손가락 마디 정도로 모인 회색 구슬을 담배 파이프에 넣었다.
이내 담배 파이프는 뜨겁게 달구어졌고, 그는 그것을 붉은 입술로 빨아들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렇게 밤새 전장을 돌아다니며 오늘 죽은 시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이한 기운들을 훔쳐 가다 저 멀리서 새벽이 오는 것을 보고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 벌써 날이 밝아오는가? 이자가 깨어나기 전에 어서 돌아가야겠군.”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가 이끌던 자루가 모습을 감추었고,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놀랍게도 벌판에서 사라진 그는 2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제국의 마법 전단이 있는 곳에서 모습을 보인다.
과연 제국이라 할까?
그가 나타난 곳이 비록 간부 쪽의 거처라 하지만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비명이 끊이지 않는 전장에서도 왕국 측과 달리 가져온 자재로 집을 짓고, 화려한 음식과 고급 와인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와인 한 병을 따 병째 들이마시며 혀를 축였다.
“음~ 역시 보르곤 지방의 와인이군. 힘든 일과를 마친 뒤에 참 잘 어울린단 말이지.”
흘러나오지도 않는 땀을 능청스럽게 닦으며 와인을 병째 마시던 그는 아쉽다는 모습을 보이다 병을 아무 데나 내던졌다. 요란히 깨질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갑자기 검은 공간이 일어나 병을 집어삼키며 자취를 감춘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흔적을 마저 지워내더니, 흐트러짐 없이 곱게 펼친 이불 속에 누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전체적인 모습이 일렁이더니 50대의 중년으로 그 모습이 바뀌어갔다. 이내 완전히 50대의 중년으로 둔갑한 그는 깊은 잠에 빠진 듯 호흡이 길어졌다.
그 어느 모습에서도 조금 전 그 괴기한 사내의 모습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곧 닭의 울음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고, 그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매우 무뚝뚝한 성격인 듯, 일어나자마자 시종이 가져온 물에 간단히 세안하고 어제 미처 하지 못한 전과를 보고받기 시작했다. 보고를 하러 온 부하들에게도 단답형으로 대답할 뿐 말을 지극히 아꼈다.
오후가 되어, 그가 데려온 요리사가 내온 송아지 구이와 와인 한 잔으로 식사를 마치고, 차로 입가심을 하였다.
식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투 준비가 끝나고 있다는 말에 한쪽 벽에 걸린 붉은 망토를 걸치고 마법 지팡이를 쥔 그는 자신의 거처를 나섰다.
그는 전투 대열을 맞추고 있는 곳으로 가던 중 상관인 지니 후작을 만나 경례를 표했다.
언제나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경례를 표하는 수하에 지니 후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괴테 자작, 오늘은 날이 좋군.”
그 말에 괴테 자작은 잠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대답했다.
“확실히 날씨가 건조해 불 계열의 마법이 잘 통할 것 같습니다.”
불의 탑 제자다운 답변이었다. 지니 후작은 3장로이자, 현 마법 전단의 부단장인 그의 그런 모습이 믿음직했다.
열흘 전 자신을 크게 귀찮게 하던 현자 중 중급 마스터를 태워버렸을 만큼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인 그는 자신만큼이나 적들이 가장 만나기 싫어하는 붉은 현자였다.
한 번 노린 상대는 최소 중상을 입히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는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인데, 이미 수많은 이들이 그에게 당해 전투 불능의 상태에 빠져야 했다.
평소의 성격은 마치 얼음과 같이 냉정하였지만, 전투에 들어선 그는 마치 불의 화신처럼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십 개의 불의 구로 견제하고, 사방에서 뻗어 나가는 변형된 그의 불의 벽을 비롯한 대단위 마법들은 예측하지 못한 형태로 적절한 시기에 펼쳐지기에 병사들로는 상대하기가 지극히 어려웠다.
오직 마법 면역 방호구가 있는 기사나 현자들만이 그를 상대할 수 있었다.
현재 그의 경지는 중급 현자 마스터였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중급 현자 익스퍼트였다가 전쟁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날 무렵 갑자기 경지에 올라섰는데, 전혀 그런 조짐이 없었기 때문에 불의 탑의 탑주인 지니 후작도 그의 그 같은 모습에 우려를 보였다.
이 또한 잘못된 심마가 꼬인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서인데, 그런 우려와 달리 괴테 자작은 놀라울 속도로 안정적으로 중급 현자 마스터 경지를 수습했다.
중급 현자 마스터의 경지는 익스퍼트와 달리 그 문턱이 대단히 높다.
이 경지의 가치는 중급 현자 익스퍼트 일곱 명과 비교할 정도였는데, 이는 이때부터 고위 현자급의 마법을 제대로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라쿤 백작이 황금 갈기 오크에게 펼친 불의 정화 같은 절대적 파괴력을 지닌 마법을 펼쳤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중급 현자 마스터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익스퍼트에 비해 그 시전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고, 마나 응용 능력이 크게 상승하여 마법 사용 시 부여 마나를 40%가량 줄일 수 있다.
괴테 자작은 마치 불의 마법을 위해 태어난 자처럼, 다른 속성 마법에는 발전이 없음에도 불의 마법만큼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여타의 중급 현자 마스터만큼의 기량을 보였다.
이해되지 않는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괴테 자작의 모습에 지니 후작으로서도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불의 탑의 제자라 하고 붉은 현자라 할 만큼 전투에 치중된 마법을 보이나, 이들 또한 진리를 걷는 자.
파괴력이 강한 불의 마법을 즐긴다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속성의 마법이 펼쳐지는 원리는 모르는 바가 아니다. 오히려 공격 마법이면 다른 속성의 마법 또한 여타의 현자들보다 그 원리를 잘 파악했다.
하니 괴테 자작의 이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무언가 이물의 힘을 얻은 것인가 생각하여 몇 번이고 그를 탐색하였으나, 번번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불의 탑의 제자로서의 바른 몸가짐과 자신에게 보이는 충성심을 재확인하게 되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믿을 만한 자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고, 1년 전 전장에서 이룬 공과 그 뛰어난 불의 마법을 인정하여 그를 3장로에 임명했다.
그 이후 점차 불의 마법에 대해 발전해 나가던 그는 수많은 전공을 세우며 또 다른 전장의 핵이 되었다.
* * *
추수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마크 자작은 출정에 나섰다.
나프롬 영지에서 생산하는 밀을 운반하는 상단을 습격하기 위해서인데, 현재 나프롬 영지에서 운영하는 상단은 다른 때보다 수출하는 곳을 줄여 다섯 곳만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마크 영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던 탓이다.
새롭게 전투마를 구매하여 기병 200을 더 늘려 총 400의 기병과 병력 1,000을 상단의 호위병으로 썼다.
나프롬 자작, 그가 그처럼 조심하는 건 밀정을 통해 마크 자작이 몬스터 토벌을 하는 등의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탓이다.
처음 그 정보를 입수하였을 때 그는 그것이 허장성세라 생각하였다.
카람 백작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마크 자작은 몸을 잘 보존하여도 5년을 버티지 못하며, 무리할 경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 하였던 탓이다.
그러니, 전장에 나가 병사들을 이끄는 등의 거친 일을 하는 것은 그저 자신이 밀정을 풀었음을 알고 벌이는 일종의 허세를 부리는 행동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겨우 1년 사이에 몬스터 토벌을 통해 영지가 자작가 규모로 커지는 것만으로도 마크 자작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크 자작 특유의 전략 속에서 펼쳐지는 전술은 전쟁터에서 지난 3년 반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더욱 노련해졌기에 가능한 형태의 영지 확장이었다.
예전 마크 영지를 노렸을 때, 마크 영지를 감싸는 산에 사는 몬스터들이 세력이 크며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사납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칫 병력을 크게 잃을 수 있는 일을 그처럼 오랫동안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전술에 대단히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마크 자작이 나서지 않고는 그 같은 일은 오히려 손해만을 볼 뿐이다.
덕분에 그는 상당수의 병력을 상단에 붙였음에도 불안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아들과 아버지를 빼앗아 간 자신에게 반드시 복수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습격의 실패로 포로로 잡은 그들에게서 얻은 증거와 증인들이라면 나라가 전쟁 중인 현 상황에서도 노골적인 형태로 공격한다 해도 제재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치졸한 수가 드러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전쟁 중임에도 왕성의 중재 아래 영지전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그는 처하게 된 것이다.
그의 불안은 맞아들었다.
한 달 전에 나간 두 곳 상단이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춘 것이다. 상행을 마치고 돌아왔어도 열흘 전에 돌아왔어야 했는데, 같이 간 500의 병력도 자취를 감추었다.
놀라 많은 자금을 풀어 여러 면에서 밀정들을 통해 알아본 결과, 마크 자작이 1,000에 달하는 기병을 이끌고 영지 밖을 나선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자신의 밀정에게서 들키지 않기 위해 새롭게 편입된 영지의 우위로 돌아 나간 것인데, 그 때문에 나프롬 자작은 꼼짝없이 30%에 달하는 상단 물품과 500의 병력을 잃어야 했다.
하지만 나프롬 자작은 상단 물품이나 500의 병력을 잃은 것보다, 마크 자작이 1,000에 달하는 기병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 놀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제 세 배가 넘는 기병을 이끌고 있는 마크 자작을 상대로 수성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 것이다.
이후 열흘 전에 보낸 상행 한 곳도 모습을 감추었는지라, 나프롬 자작은 더 이상 물류 교환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나프롬 자작은 절망에 허덕였다.
여러 곳에 줄을 대기 위해 쓰인 뇌물과 체계적이지 않은 무리한 병력 운용으로 자금이 부족한 지금, 다시 군을 늘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군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결국 부족한 부분에 대해 영지민에게 20%의 세금을 더 걷었고, 강제 징병을 통해 이번에 잃은 병력을 메우기 시작했다.
현재 60%가 넘는 세금을 걷고 있는 실정에서 20%의 세금을 더 걷자, 주민들은 큰 불만을 토해 냈지만 나프롬 자작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따르지 않는 이들은 형량을 내려 성 보수 일을 시키거나, 공개적인 매질을 하여 공포정치의 극치에 다다른 모습을 보여 그 불만들을 내리눌렀다.
나프롬 자작은 이것이 나중에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 알고는 있으나, 지금 그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최대한 카람 백작에게서 병력을 지원받을 때까지 수성에 성공해야 했다.
이 이상의 피해를 받게 된다면 카람 백작의 병력을 도와 마크 자작을 치는 것은 둘째 치고, 크게 불만을 품은 영지민들을 통제하기도 버거워질지 모른다.
사락, 사락.
정찰병이 가져온 보고서를 읽던 마크 자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흠, 나프롬 자작답지 않게 그가 최악의 수를 선택했군.”
교활한 존재이기는 하나 시세를 보는 눈은 타고난 이였다. 그런 그가 현재 자신의 상황이 급하다 하여, 폭정을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도 알고, 자신도 안다.
나라에서 전쟁이 끝났음이 발표되는 순간 영지전이 벌어질 것을.
이런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영지민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이 전쟁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전쟁 양상이 달라진다.
단순히 군인들만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나, 영지 자체를 상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