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107화 (107/385)

야안 107화

이내 그들이 있는 수풀 속에서 나무가 우지끈거리며 부서져 내리는 등 다급한 움직임이 보이며 여기저기서 자신의 흔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포를란은 로오통 분말이 퍼지는 형태를 살피며 말했다.

“저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쪽은 저와 딸이 맡겠습니다. 야안 님과 라진 왕자님께서는 그쪽을 맡아 주십시오.”

로오통 분말로 단번에 맡아야 할 범위를 40% 정도 줄인 포를란은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카카들을 유인했다.

야안은 초감각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이들의 사냥술이 상당한 것을 깨닫고는 라진에게 말했다.

“너도 저쪽을 도와줘. 여기는 나 혼자서도 충분해.”

야안이 절정에 도달한 자라는 것을 잘 아는 라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나 포를란 부녀와 합류했다.

포를란은 라진이 망설임 없이 자신들을 도와주러 오자,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알았다.

‘대전사급의 검객인가 보군.’

숲 밖의 세상에서는 기사라 불리는 존재라면, 그보다 자신들을 더 걱정해야 할 것이다. 대전사는 지형지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야안은 바람에 어질러져 분말이 수풀 속을 옮겨가며 확대해 가자,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수풀에서 벗어나는 카카들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멀리서 나무창을 던지며 야안을 노렸는데, 그때마다 야안은 검 끝으로 툭툭 끊어치며 나무창을 막았다.

이들은 준비한 나무창이 떨어지자 가죽으로 간단히 만든 슬랭으로 돌을 던졌다. 비록 나무창보다 파괴력은 약했지만, 작아서 막기는 어려워 보였다.

결국 야쿤 한 마리가 요란한 울음소리를 울리며 머리가 찢어져 죽음을 맞이했고, 야안은 섣불리 다가오지 않고 멀리서 공격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철저한 사냥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점차 범위를 적절히 유지해 가며 공격을 가하는 그들에 생각한 것보다 더 노련한 사냥꾼이라 생각한 야안은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다른 한쪽이 힘겨울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아가야겠군.’

판단이 일어나자마자, 야안의 몸이 활에 실린 화살처럼 쏟아져 나갔다. 일순간 그의 움직임은 말의 돌격을 보는 듯해 카카들은 깜짝 놀라, 슬랭에 돌을 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쥐자마자 내던졌지만, 번번이 야안이 내민 검을 뚫지 못했다.

키이이익.

요란한 울음이 퍼졌고, 이내 혈향이 뒤를 따랐다.

거리를 좁혀 검기로 한 마리의 목을 베어버린 야안은 거리를 벌리려는 카카 한 마리를 쫓아 이내 심장을 갈랐다. 그들은 유난히 큰 상체에서 나오는 거대한 힘으로 야안을 공격했지만, 이들은 그 공격한 모습 그대로 형체가 갈라져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야안은 거침없이 카카들을 베어나갔다.

벌써 일곱 마리를 더 베어낸 그는 뒤에서 카카들을 지시하고 있는 우두머리 카카를 목표로 그와의 거리를 줄여갔다.

그는 야안이 혼자서도 압도적으로 자신들을 밀어붙이자, 뒤로 물러서기를 종용하며 그 또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야안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이 수풀 속으로 숨는다면 자신이라 해도 상대하는 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읽은 듯 우두머리를 위해 카카들이 목숨을 걸고 그를 공격하는지라 그 와중에 벌써 저만치 움직이는 우두머리 카카를 잡기란 어려움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야안이 그의 블랙 오우거 갑주에 ‘토네’를 시전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야안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날개를 단 것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고, 그는 불가능한 형태의 움직임을 보이며 자신의 진로를 방해하는 카카들을 간단히 지나칠 수 있었다.

이내 몇 초 걸리지 않아 우두머리 카카의 코앞까지 다가간 그는 검을 한 번 흘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카카들을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제 베어냈는지, 우두머리 카카는 어느새 머리를 떨구었고, 머리를 잃은 몸은 20미터를 더 나아가다 크게 주저앉았다.

우두머리가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자 카카들은 혼란에 빠졌다. 야안은 아직 ‘토네’의 영향을 받고 있었기에, 혼란에 빠져 움직임이 조금 전만 못한 그들을 하나둘씩 베어내기 시작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야안의 손에 죽어나간 카카는 스무 마리를 넘어갔다. 도망치는 카카들을 쫓아가 다섯을 더 베어내어 자신이 맡은 전장을 정리한 야안은 이내 고개를 돌려 고전하고 있는 일행들에게 다가갔다.

라진은 야안의 충고에 따라 만들어낸 불의 구슬을 이용해 초반에 슬랭으로 돌을 던지던 카카 넷을 잡아낼 수 있었다.

화살보다 더 빠르고 그들이 던지는 나무창보다 더 위력적인, 처음 보는 형태의 정령의 수법에 놀라던 포를란이었지만 이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야쿤의 등에 멘 방패를 꺼내 앞세우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슬랭을 돌리며 카카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는데, 카카들이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와 정확성을 보였다.

방패로 거리를 좁히며 슬랭으로 하나둘씩 줄여나가며 다가서던 그의 뒤에서 공격을 피하던 로즈는 살상 거리까지 좁혀지자, 이내 단검을 날려 그들을 상처 입히며 움직임을 제한하더니 이내 검을 빼내어 카카들을 상대하였다.

경험이 많은 노련한 중급 유저였기에, 단번에 두 마리의 카카들이 달라붙어 그녀의 시선을 어지럽혀도 침착하게 막아서며 한 마리씩 목숨을 앗아 갔다.

척척 맞는 그들 부녀의 모습에 감탄을 보이던 라진은 자신 또한, 불의 구슬로 두 마리를 더 죽이며 나아가 거리를 좁혔다.

이후 바로 다시 정령의 불꽃 화살들 따위를 일으켜 주위의 카카들에게 피해를 주다 이내 검을 뽑아 상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진이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던 카카들은 일곱 마리가 한 번에 달라붙었기에 라진은 쉽사리 그들 공격을 흘리기가 어려웠다.

그는 예전 마키 경에게 배울 당시 이럴 때일수록 당황하면 바로 죽음과 연결되는 것을 알았기에, 침착하게 그들의 공격을 하나씩 흘리며 조금씩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그의 검은 준명검이라 할 만큼 뛰어난 것이었고, 상대 카카들은 흑요석을 갈아 만든 창대나 도끼들로 덤볐기에 무기가 우위를 점한 것이었다.

곧, 하나의 카카를 베어 죽일 수 있었던 그는 잠시 숨 쉴 틈이 나자, 예전 야안과 연습한 정령과 검의 연계를 펼쳤다.

다만 중형 몬스터라는 것을 상기해, 불의 구슬의 위력을 줄였던지라 전처럼 손발이 어지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카카를 하나하나 죽여나갔다. 셋을 더 죽인 그는 이제 셋밖에 남지 않은 카카들을 다시 검에 집중하여 상대하기 시작했고, 10분도 채 되지 않아 흥분한 카카들의 목을 베어낼 수 있었다.

“후~ 죽겠군. 아직도 반이 더 남았는데.”

실전이 익숙하지 않았던 탓인지 긴장한 근육에 빠르게 지친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체력을 회복하고 남은 카카들을 향해 다가서려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끼기익 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카카들은 혼란스러움에 빠졌는데, 덕분에 조금 전과 달리 움직임이 난잡해져 조금 전보다 상대하기는 편해 보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아직 그 수가 30마리가 더 남은 탓에 지친 몸으로 상대하기란 버거운 존재들이었다.

그때였다.

흥분한 카카들의 포위가 느슨해진 것은.

무언가 달라진 분위기에 라진이 자신의 앞을 막아선 카카 한 마리를 베어낸 뒤 물러서 전장을 살폈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소름 끼치는 속도로 카카들 사이를 활보하던 야안이 그들의 숫자를 줄이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뒤늦게 우두머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아내어 우왕좌왕하던 카카들은 야안이 합류한 시점부터 2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베어낼 수 있었다.

“후~ 역시 대전사로군.”

포를란은 그 끔찍한 존재들인 카카들을 이처럼 쉽게 척살할 수 있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은 야안이 대전사급의 실력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러하여 그는 그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다 생각했을 뿐이다.

그가 그처럼 생각한 것은 야안이 숲의 대전사가 아닌 숲 밖의 존재이기에 대전사만큼의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는 우두머리까지 있는 반대쪽을 홀로 정리하였을 뿐 아니라, 어려운 전투를 하는 자신들의 진형에 와 반 이상을 홀로 베어버렸다.

카카들이 흘리는 보라색 핏방울 하나 몸에 묻히지 않은 채, 검을 집어넣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스승이시자 하얀 까마귀 부족의 대전사였던 그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잠시 말문을 잃고 그의 압도적인 신위에 놀람을 표하다 라진의 감탄사에 회상에서 벗어났다.

“뭐야, 그 무서운 놈들을 이렇게 학살하다니. 진짜 괴물은 따로 있었어!”

라진은 야안이 자신에게 지도 대련을 해주며 그가 확실히 익스퍼트의 경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어린 나이 때문에 현실감이 들지 않았는데 이번 전투로 그의 압도적인 힘을 엿보게 되자 그제야 현실감이 일어났다.

투덜투덜하며 감탄하던 라진은 여기저기 다친 상처 부위를 지혈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놀란 포를란이 딸에게 그를 치료하게 했다. 응급치료만큼은 자신보다는 그녀의 솜씨가 나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전투로 얼굴을 가리던 두건이 반쯤 벗겨진 상태였는데, 라진은 자신을 도우러 온 그녀에게 괜찮다고 손을 저으려다, 이내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멈칫거렸다.

“아!”

그는 로즈의 얼굴을 보고 작게 감탄을 흘렸다.

하얀 까마귀 부족답게 검은색 눈동자에 짧게 친 회색 머릿결을 지닌 그녀의 모습은 예전 무도회에서나 보던 여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오랜 세월을 수련에 힘쓴 탓에 여인으로서 가꾸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자체만으로 고고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회색의 짧은 머리는 라진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일면이 담긴 그녀의 얼굴선은 숨 막히게 했다.

붉은 앵두 같은 입술은 그녀의 얼굴 피부와 너무 잘 어울렸고, 까맣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는 그를 정신없게 만든다.

충격 그 자체였다.

‘어떻게 사람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지.’

그는 화장기 하나 없는 그녀의 얼굴을 말없이 빤히 쳐다보며 그 하나의 의문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로즈는 라진이 진홍색 눈으로 멍하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자 궁금증을 보이다, 이내 자신의 얼굴을 가리던 두건이 풀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고된 일을 많이 겪었던 탓에 얼굴을 보이는 것을 꺼렸다.

“아, 죄송합니다.”

자신의 모습에 불쾌해졌으리라 생각한 그녀는 서둘러 풀어진 두건을 올리려 하는데 라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라진의 행동에 그녀는 놀라 라진을 바라보았고, 그 또한 자신이 한 짓에 놀라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이내 천천히 잡은 손을 놓았다.

로즈는 후끈거리는 라진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어디가 좋지 않으십니까? 열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 맑고 깊은 아름다운 눈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로즈에 라진은 심장이 부서질 듯한 충격을 받으며 겨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네. 크흠, 우리도 돕지.”

라진의 말에 로즈는 잠시 그를 살펴보다 그의 말을 따랐고, 라진은 멀어져가는 그녀를 바라보다 애써 눈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 전 카카들 앞에서도 흔들림 없었던 심장이 미친 망아지인 양 움직이는 것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야안은 포를란이 시체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따라 했는데 이방인의 호칭 이후 이런저런 손재주를 키운 덕분에 이내 포를란만큼이나 능숙하게 거죽을 찢고 발톱을 빼는 등의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그가 마치 부족의 전사만큼이나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자, 포를란은 잠시 놀라다 고개를 저었다.

‘이래저래 신비로운 점이 많은 자로군.’

나이에 맞지 않은 강함도 그렇지만, 그의 침착과 저 여유는 무엇이라 말인가? 이런 전투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강한 담력과 흘려 말한 사소한 것에서도 여러 가지를 추론할 수 있는 지혜는 그가 알고 있는 대전사들 중에서도 없었다.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저 나이에 그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가?

지도를 보지 않아도 이미 그가 가르쳐준 진형을 다 외운 그의 뛰어난 머리는 능히 천재라 불릴 만했다.

포를란은 이 점에서 그의 존재가 믿기지 않았다.

그는 예전 하얀 까마귀 부족의 큰 스승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

‘인간은 모두 똑같이 재능이라 불리는 일정한 양의 물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재능은 크게 아홉 가지로 논리적, 언어적, 대인 관계, 공간력, 음악적, 신체 능력, 자연 탐구 능력, 자기 이해 능력, 감각 지능, 봉사 지능으로 나누어지지.’

노력을 한다면 그 물의 양을 임의로 다른 곳에 늘릴 수 있지만, 그만큼 다른 재능에 있는 물도 줄어든다.

‘그 어느 존재도 이 법칙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면 고대 시절 결국 나타나지 못한 그들이라 생각해야겠지.’

그는 그 이후 큰 스승의 말처럼 모든 인간이 그와 같은 법칙 안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 큰 성취를 보여도 질투하지 않았고, 자신이 다른 이에 비해 뛰어난 점이 있어도 과시하지 않았다.

모두가 공평한 재능을 지녔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족은 뛰어난 능력과 깊은 지혜를 지닌 이를 존경할지언정, 그 존재를 경계하지 않았다. 또한, 없다고 무시하지 않으며, 약하다고 괴롭히지 않았다.

이 법칙은 그렇기에 가장 공평한 형태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데 그간 보아온 야안은 그 법칙을 벗어난 존재인 듯했다.

이제 스물을 갓 넘은 사내임이 분명한데 그 무위는 대전사에 달했고, 지혜는 현자에 달했으며, 손재주나 마음 씀씀이 또한 일반인을 넘어섰다.

사실 이른 나이에 그 무위가 대전사에 달했다는 시점에서부터 다른 쪽 재능의 물은 바닥을 보여야 하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남들보다 많은 재능의 물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포를란은 그런 야안을 잠시 바라보다 번득 무언가 그의 머리를 지나쳐갔다. 그에 그는 가슴이 크게 뛰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이것은 그저 놀란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혹시 저자가 큰 스승께서 말씀하신 고대의 나타나지 않은 자들이 아닐까?’

이방인이라 불리는 자. 세 번의 숨을 지니며 그 지닌 재능에 한계가 없다는 자.

만약 그자들 중 한 명이라도 나타났다면 고대의 수많은 종족은 그 맥을 이었을 것이며, 찬란했던 고대의 유산은 그처럼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평하는 자.

고대 당시 그 희망 고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겨워하였던가?

잠시 야안이 다른 세상에서 온 자라 하는 그 이방인이 아닐지 포를란은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야 했다.

“그럴 리가 없지.”

스스로 너무 앞서 갔다고 포를란은 생각했다. 세상은 넓었다. 숲 속의 사람만 하더라도 자신이 예상할 수 없는 뛰어난 존재들이 있는데, 숲 밖의 넓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자가 있겠는가?

자신의 작은 머리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도 안 되는 전설을 믿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는 확실히 자신이 오랫동안 병환에 들면서 감상적인 존재가 되었다 생각했다.

치료를 마친 듯 곧 그의 딸과 라진이 일을 돕기 시작했다.

이후 그들은 카카의 피 냄새에 모여든 오우거 셋을 상대한 뒤에야 분쟁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틀을 서북쪽으로 내려가던 포를란은 분쟁 지역의 영향이 없는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그로부터 보름이 더 지난 뒤에야 눈의 꽃 영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 눈의 꽃은 그 눈의 꽃이 얼마나 피었는가에 따라 안전한 곳일 수도 있고 또는 몬스터 분쟁 지역만큼 위험한 곳이기도 한다.

눈의 꽃은 아주 추운 겨울 폭설이 내리는 곳에서만 피는 꽃으로 그 이름과 달리 칙칙한 흑빛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 칙칙한 색과는 달리, 뛰어난 효능을 지닌 약초라 이곳 저주받은 숲의 부족에서는 이 약초를 귀하게 여기고 있었다.

매해 많은 눈이 내리는 이곳에서도 눈의 꽃을 구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바로 눈의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한 몬스터들 때문이다.

디다라는 어린아이만 한 크기의 몬스터들인데, 이들은 바위처럼 몸이 단단하고 바위처럼 무거웠는데 겨우 아홉 살 정도의 크기임에도 성인 어른 다섯 명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몸이 매우 날렵한지라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몬스터가 아니었다.

약점이라 할 만한 것도 넘어지면 쉽게 일어서기 어렵다는 것과 불을 싫어한다는 것 정도인데, 몸이 단단하다 보니 그때를 노려 공격해도 자칫 검의 날이 상하기 쉬웠다.

그나마 목 부위는 약한 편이긴 했지만, 몸에 비해서 약한 것이지 그 또한 강도가 대단해 일정 경지 이상의 자가 아니면 약점도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