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118화 (118/385)

야안 118화

38. 숲의 괴물 푸란

그로부터 열흘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야안은 파란토를 척살하기 위한 정비를 끝낼 수 있었다. 야안이 생각한 것보다 빠른 준비였다.

로뎅의 조사 이후 그 악마의 힘을 구체적으로 예측한 만큼 전력을 수정해야 했기에 못해도 보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이번 악마를 척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척살단의 인원들은 그 상대가 악마 파란토인 만큼 그 하나하나가 대단한 존재들이었다.

상위 익스퍼트에 달한 대전사 한 명에 중위 대전사가 두 명이었고, 상위 정령사 비기너 한 명과 중급 정령 마스터가 두 명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중급 현자 마스터에 달한 큰 스승 두 명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상급 현자 익스퍼트에 달한 로뎅이 그 자리를 같이하였다.

야안은 이 같은 강자들이 함께한다는 것에 마음이 든든했다.

더구나 이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본 자들이었다. 중급 정령 마스터나 중위 대전사들은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상위 대전사나 상위 정령사 비기너가 기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게 그들을 보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 두 명의 강자들도 오랜 시간을 로뎅의 곁에서 보아 왔던지라 중급 현자 큰 스승과 더불어 로뎅이 가장 최적화 형태로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시일이 흐를수록 악마가 강해지리라 생각하여, 숲 밖으로 가는 길 중 가장 빠른 형태인 숲을 가로지르기로 했다.

돌아간다면 두 달이 걸리는 시간이겠지만, 가로질러 간다면 20일이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이 방법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그만큼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중에는 특급 몬스터의 영역에도 지나쳐야 했다.

물론 지금 구성된 병력의 힘이라면 이 몬스터들을 뚫고 지나갈 수 있을 테지만, 문제는 이들과 전투를 하면서 가는 도중 허비될 시간과 다른 몬스터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들까지 처리한다면 물리적인 피해는 둘째 치더라도, 잘못되면 돌아서 가는 것만도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 길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바탕에는 야안이 자리했다. 로뎅을 비롯해 그곳에 자리한 수많은 강자는 야안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전이 가장 중요하다 여겼다.

특히 상위 대전사이자 왕의 친위대의 수장인 알레한드로는 야안이 중요한 시점에 왔음을 파악했다.

그야말로 단 반 발자국만을 남겨둔 상태임을 깨달은 것인데, 그는 그에게 검은 뱀 이외 붉은 실이라는 진보된 발검술을 가르쳐 주었다.

이것은 170년 전 탄생한 검의 절대자인 롱테리온이 만들어낸 발검술로 수련이 아닌 오직 실전에서만 깨달을 수 있는 검법이었다.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검법이었지만 또한 그만큼 빠른 발전을 할 수 있기도 했다.

붉은 실은 야안이 만들어낸 육대검식처럼 검기를 중첩하는 형태와 비슷하나 실과 같은 형태로 검기를 압축한다는 점에서 달랐다.

이 발검술을 완성한다면 능히 상위 익스퍼트의 마지막에 들어선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실제로 알레한드로는 이 발검술의 완성을 앞두고 있었고 그는 그것만으로 상위 대전사의 끝에 다다랐음을 느끼고 있었다.

붉은 실은 검은 뱀의 검법보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좀 더 자유로운 형태로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더구나 붉은 실은 검집이 없는 형태에서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반응 속도 면에서도 월등히 뛰어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발검술의 장점인 검의 행로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 붉은 실의 검법의 장점이다. 다른 검법의 행로에서 갑자기 펼칠 수 있었기에 오히려 여타의 발검술보다 더 까다로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면에서 발검술 형태를 띠고 있었고, 얼핏 보면 검은 뱀의 검로에서 마나 행로가 좀 더 복잡함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 검법을 창시한 롱테리온은 검은 뱀을 뼈대로 잡은 것이라 하였다.

야안이 이 검법을 익힌 지 이틀째 날이 되어서야 몸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이 붉은 실 검법에 대한 정보 창이 생겼다.

[붉은 실(발검술)

등급 : B-

저주받은 숲의 세 번째로 탄생된 검의 절대자가 만들어낸 검법이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검의 구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습득률 : 0.5%

*실전에서만 그 습득률을 올릴 수 있다.

*완성한다면 미숙한 심연의 검과 함께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

야안은 이 정보 창을 통해 자신이 귀중한 검법을 선사 받았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등급이 B-라면 육대검식과 그 등급이 같았기 때문이다.

육대검식만으로도 그에 견줄 만한 검법이 한 나라에 몇 되지 않음을 생각한다면, 야안은 이들 부족에서도 상당히 귀한 검법을 선사 받았다 할 수 있다.

비록 이곳이 대륙과 달리 제자를 길러내며 후인을 이끄는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 하지만, 외지의 인물에게 이 같은 검법을 선사하는 것은 큰 은혜를 베풀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야안은 이 검법을 완성한다면 미숙한 심연의 검을 함께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감탄했다.

미숙한 심연의 검의 힘은 최소 그에게 있어서 절대적 파괴력을 보인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야안이 펼치는 심연의 검을 미숙하다 하는 이유는 따로 있지 않다.

바로 그 검이 펼치는 힘의 영향이 좁다는 것에 있다. 검기가 아닌 그 검 자체에 부딪혀야 그 힘이 발휘되는 것이다.

하지만 붉은 실은 발검술. 그 검의 특성상 검기의 영향은 절대적이니 미숙한 심연의 검이라 할지라도 그 공격의 범위가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는 것은 이 미숙한 심연의 검의 약점 중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된다. 여전히 한계 이상으로 펼치는 검이기에 몸이 붕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최소한 그 검으로 하고자 한 바는 이루게 된다.

지난 열흘간 그가 이룬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익힌 붉은 실 때문에 잠시 주춤거렸지만, 현재 주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정령술에 큰 성과를 보고 있었다.

현재 야안이 두 번째로 모시는 스승이신 위론은 그가 하얀 정령석에 마나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에 크게 놀라워하였다.

하얀 정령석에서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정령의 기운을 느낀 것이다.

그것은 기이한 힘이었다. 4대 정령이라 말하는 물, 불, 바람, 대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정령의 힘 중 가장 강력하다는 불조차 그 정령의 기운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고, 가장 순수하다는 물도 그 앞에서는 오물에 불과했으며, 가장 난폭하다는 바람도 그 앞에서는 얌전한 새색시와 다름없었다. 가장 무거우며 가장 은밀하다는 대지도 이 힘 앞에서는 팔랑이는 낙엽이나 다름없었고, 은밀함마저 이 앞에선 허공을 찢는 천둥소리와 같았다.

위론은 생각했다. 아니, 처음 그 기운을 느끼는 순간 직감하였다.

‘정령의 왕이 있다면 그에게서 나오는 기운이 이와 같지 않을까?’

정령의 왕.

불쑥 떠오른 그 생각에 그는 스스로 말이 안 된다고 그저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인간과 달리 정령은 공평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니, 공평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정령계에서 씨앗을 내어주고 인간은 키운다. 하지만 그 힘이 부족한 것은 그 정령과 계약한 자의 잘못이지 정령의 잘못은 아니다.

이후 정령과 계약한 자가 죽어 정령이 정령계로 돌아가게 되면 정령은 그곳에서 다 하지 못한 성장을 이룬다.

그러하니 하급이니 중급이니 상급이니 하는 것은 인간의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지 그 정령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러하니 정령의 왕이라는 생각의 전환은 그로 하여금 헛웃음만 흘리게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위론은 다른 정령과 차원이 다른 이 정령의 기운에서 탄생될 정령이 과연 어떤 것일지 가슴이 설렜다.

‘필경 상상도 못 할 정령이 나오겠지. 마치 나의 제자 같은 존재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래, 전에도 후에도 없을 그런 정령이 모습을 보일 것이다.’

위론이 계약을 맺은 바람의 정령 피엔도 동일한 의견을 밝혔다.

그의 정령은 아직 계약도 맺기 전인 하얀 정령석에서 보이는 정령의 기운만으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 정령이 모습을 보이는 순간 역대 가장 무서운 힘을 지닌 정령이 될 것이라 단언했다.

정령석에서 그 같은 기운이 흘러나오면서 야안의 정령술 또한 크게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정령석에서 나오는 기운이 짙어질수록 그 얻는 정령의 기운 또한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파른 길이 점차 완만한 길로 바뀌는 느낌이었는데, 그럼에도 정령의 터가 완성되는 시기는 늘어나 최소 두 달은 더 지나야 정령이 들어설 터가 완성할 듯했다.

이는 그가 만드는 정령의 터가 다른 정령사와 다른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여타의 정령이 들어선 터와는 차원이 다른 아주 잘 짜인 형태의 터였다.

위론은 야안이 만들고 있는 정령이 들어설 곳을 살피며 감탄했는데, 그 이유는 분명 형태는 하급 정령을 준비하는 정령사의 크기임에도 그 짜인 밀도 등을 보자면, 중급 정령 익스퍼트에 달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완성된 정령의 터는 중급 정령 마스터가 들어설 만한 밀도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위론은 겨우 하급 정령과 계약하는 형태임에도 야안의 터가 그처럼 견고하게 만들어지는 이유는 야안의 몸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그의 친우이기도 한 바람의 정령 피엔이 말한 것처럼 역대 가장 무서운 힘을 지닌 정령이 무리 없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만한 형태가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안은 위론으로부터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기에 점차 터가 만들어지는 것이 느려져도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위론은 야안에게 하나의 푸른 구슬을 내주었는데, 그것은 그의 스승이 그에게 물려준 유품이기도 했다.

이 푸른 구슬은 정령의 구슬이라고도 불리는데, 정령과의 교감을 높이는 데 쓰인다. 정령에게 좀 더 복잡한 형태의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것은 정령사에게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제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야안에게 이것을 물려주었고, 야안 또한 스승에게 그간 시간을 내어 만들어낸 마케의 조각을 건네었다.

어쩌면 다시 보기 힘들 스승에게 드릴 것이라는 생각에 중급 마정석까지 사용한 마케의 조각은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낸 마케의 조각과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영구적인 기간은 물론이며, 하루에 현자가 직접 열 번 정도 마케를 펼치는 효과가 있었다.

위론은 야안이 명예 스승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현자임을 알고 있었으나, 이처럼 대단한 물품을 만들 수준일 줄은 몰라 감탄했다.

그는 이제 내일 이른 시간에 떠나게 되는 제자를 불러 담소를 나누었다. 첫 스승이신 마론 현자가 그에게 세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불굴의 의지를 주었다면, 이 짧은 만남을 함께한 두 번째 스승은 그에게 처음으로 스승이란 이런 것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보였다.

마치 또 다른 아버지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정을 제자들이 자신에게서 느끼는 것일까 싶어 저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옆에 자리한 라진이 핀잔을 주었다.

“이런, 헤어지면 언제 볼지 모르는데 그렇게 기분 좋은 미소는 무엇인가? 섭섭하지도 않은가?”

“하하, 그럴 리가. 다만, 스승님이 보이신 은혜가 커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니 저절로 감사하게 되어 그러했네.”

그 말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라 라진은 더 이상 농을 하지 못하고 그저 볼을 긁적여댔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에 위론이 웃음을 흘리다 야안을 보며 말했다.

“부디 다음에 보았을 때는 지금도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정령과 계약하여 그를 성장시켜 오기를 바란다. 그래도 명색이 너의 두 번째 스승인데, 다른 공부에 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구나.”

위론의 농 섞인 말이었지만 야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스승님의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비록 그 경지가 뛰어나다 하나, 초인이 아닌 이상 일흔을 넘어 여든을 앞둔 그를 다음에 보기란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점을 알고 있음에도 야안은 물론 위론도 다음에 만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애써 생각하지 않으며 그러기를 간절히 바랐다.

야안은 이른 새벽부터 왕과 왕족들 그 외에 이번 일의 진실을 아는 고위 인물들의 배웅을 맞으며 붉은 부족을 나섰다.

이번 여정에 나가는 인원은 열 명에 불과했기에 많은 짐은 필요 없었다. 아니, 고위 현자인 로뎅이 만들어준 공간 주머니 덕분에 먼 길을 떠나는 자들치고 짐이 조촐했다.

먼 길을 떠나는 그들을 배려하여 야쿤들 중에서도 힘이 남다른 품종인 검은 야쿤들을 내주었는데, 과연 빠르기는 말보다 뛰어났고 지구력은 노새를 상회했다.

다만 뛰어난 종자인 만큼 자존심이 강해 웬만한 자들은 함부로 등에 태우지를 않았고, 사육사도 수준이 낮은 이는 우습게 알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이번 여정에 떠나는 자들 하나하나가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자들이었기에 열에 달하는 검은 야쿤 중 누구 하나도 반항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눈에 그들의 수준을 안다는 듯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도 보였는데, 야안의 경우 이미지 마법을 걸었던 터라 충성심이 남달랐다.

쿠룩, 쿠루룩.

나름대로 애교를 부리는 듯 머리를 자신의 몸에 비비는 검은 야쿤에 야안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공간의 주머니에 준비해 둔 야쿤이 좋아하는 감자를 꺼내어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아삭아삭하며 콧바람을 흘리는 야쿤의 얼굴은 검은색인 만큼 상당히 험상스러웠으나, 그것이 기분이 좋은 뜻임을 아는 야안은 다시 감자 하나를 더 물려준 뒤에 그의 등에 올라탔다.

이번 원정의 책임을 맡은 이는 로뎅이었다. 단순히 그의 힘이 가장 강하다 하여 맡긴 것은 아니었다.

젊어서는 숲 밖 세상으로 몇 번이나 여행을 떠났고, 경지에 오른 뒤에는 대륙에 좋지 않은 감운이 돌 때 그 일을 해결하고자 나서기도 했다.

또한 각 나라에 전령을 파견하여 대륙의 정세를 살피고 있었다. 굳이 그것이 아니어도 가장 뛰어난 지혜가 있는 이가 그였으니 그가 책임자를 맡는 것은 당연했다.

처음에는 야안에게 이 일을 맡기려 했으나, 지금 그가 중요한 시기임을 상기하여 그 일에서 제외했다.

로뎅을 필두로 아홉으로 나뉜 그들은 자신들을 배웅해 준 왕에게 예를 보이고 환상 마법진을 넘어섰다.

이후 고르게 난 길이 아닌 애초 계획한 저주받은 숲을 가로지르기 위해 날이 어두워 그저 검은색만이 자리한 숲에 빛의 구를 앞세우며 들어서기 시작했다.

수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잠시, 그들이 비춘 빛의 구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다시 숲은 어둠만이 자리한 채 고요해졌다.

그들의 여정은 예상하였던 것처럼 험난했다.

카카 무리들을 만나기도 했으며, 변종 오우거 무리들을 만나기도 했다. 특히 이들 변종 오우거 무리들은 예전 야안이 만났던 블랙 오우거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하나하나의 존재는 능히 정예병 100으로도 상대하기 어려울 듯했다.

아니, 그 수가 둘이면 초급 익스퍼트조차 경험이 많지 않고는 그들을 상대하여 고점에 서기란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단순히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지능도 뛰어난 탓에 교묘한 합격술을 펼치기 때문이다.

또한 지능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욕심을 절제하게 되어 무리를 이루는지라, 보통 스무 마리에 달하는 오우거를 맞이해야 했다.

대형 몬스터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은 오우거들이 그런 형태로 변하기까지 하니, 다른 무리였다면 도주를 선택하였을 것이지만 그들 오우거 입장에서는 불행하게도 상대가 나빴다.

그들 중 하나만 나서도 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런 이들이 열이나 되었고, 그중의 셋은 이들의 다섯 배에 달하는 병력이 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존재였다.

또한 이들의 수장인 로뎅의 경우는 그 전력의 스무 배에 달하는 병력도 상대할 수 있는 초인이니 오우거들이 그들을 먹잇감으로 선택한 것은 일생의 가장 최악의 선택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주로 전투에 나서는 이는 야안이었고, 그 외 보조를 위해 몇몇이 움직였다.

야안은 다른 오우거들에 비해 항마력이 두 배에 달하고 그 가죽의 두께도 하얀 오우거만큼 두꺼운 오우거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상급 익스퍼트 수준에 달하는 검기를 다루는 자신이니 이들을 상대하였지, 만약 일반 병사들과 이들이 붙는다면 그 수가 천이 넘는다 해도 그중 반 이상의 병력을 잃는다 해도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자신들이 원하는 먹이를 확보한 오우거들이 물러서기만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확실히 그런 야안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전사 중에서도 상급 유저들이 아니고서는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 변종 오우거였으니 말이다. 단창과 같은 중대형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대형 무기들이 준비되어야 전투를 나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쿠구궁.

마지막 남은 오우거의 머리를 쳐 날린 그는 요란하게 땅을 뒤집으며 쓰러지는 오우거를 뒤로한 채 자신이 펼친 붉은 실을 살펴보는 알레한드로에게 다가갔다.

그는 야안의 붉은 실이 지난 8일 만에 상당한 성장을 이룬 것에 대해 감탄하였다. 비록 지난 8일 동안 스물세 번의 전투가 있었고 그중 반 이상의 몬스터를 야안이 베어냈지만, 그 자신도 1년의 세월이 걸려서야 이루어낸 성과를 야안이 보이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에는 중급 익스퍼트에 달하는 그의 천재적인 머리와 예전 태초의 공간을 통해 크게 늘어난 마나 덕분에 실제 경지보다 많은 마나가 있어 원하는 형태로 검기를 표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초감각으로 자신의 잘못된 점들을 빠르게 알아보고 고칠 수 있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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