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119화 (119/385)

야안 119화

알레한드로는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러 온 야안에게 부족한 점들을 지적해 주었다.

“아직 붉은 실을 펼치는 데 마나의 소비가 많네. 내가 보기에는 그대의 마나 길의 형태는 이쪽에서 이런 형식으로 마나를 흘리는 것 같네만, 사실상 그것이 아니라 이쪽의 마나혈을 스쳐 가는 것이 중요하네.

이 마나혈을 스치는 것으로 검집을 빠져나오는 검이 검집에 걸리는 지렛대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지. 능숙해진다면 이 마나혈뿐만 아니라 그 옆에 자리한 스물한 개의 마나혈도 같이 운영함으로써 마나의 손실을 줄여 가늘게 압축된 검기의 형태를 보일 수 있을 것이네.”

야안은 알레한드로가 천천히 검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기운을 숨기지 않고 크게 일으켜 마나의 유동을 느끼게 하는 가르침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잠시 머릿속으로 그가 펼친 검을 그리던 야안은 곧 검을 잡아 그가 말한 충고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으나, 열이 넘고 백이 넘어 오우거들의 잔재들이 다 정리되었을 때쯤에는 야안의 검은 알레한드로가 충고해 준 점이 어느 정도 보완되어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상승의 검의 경지에 오른 자일수록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란 어려움이 크다. 이는 이미 일가를 이룰 정도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가에 오를 정도의 검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검은 의지를 잃게 되고 의지를 잃은 검은 마나를 제대로 담기 어려우며 종국에는 퇴보하게 된다.

이것은 상승의 검을 닦는 자만의 역설적인 문제점이었다.

한데, 야안은 그런 문제점이 없었다. 그는 검사이기도 하지만 진리를 좇는 현자이기도 하기에 무언가를 새로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야안이 짧은 시간에 강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하였기에 알레한드로는 그의 성장 속도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다 후에 로뎅이 그 같은 상승작용이 있음을 알고 말해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기야 세상의 그 누가 현자와 검사의 재능을 한 몸에 지녀 저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이방인이 아니라면 그는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 고작일 터였다.

알레한드로는 야안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적응이 되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검을 든 지 50년이 넘은 그였으나 야안의 성장의 반도 따라오지 못할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것참, 눈으로 직접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으니.’

그 무서운 일을 벌인 자라고 믿기지 않게 인성도 훌륭하였다. 듣기로 아리스 님의 종이신 신관님이라 하시니 질투가 생기다가도 그 하는 말투나 행동거지를 보면 이내 사그라져 그저 감탄만이 남을 뿐이다.

인품이 훌륭한 자 앞에는 왕이 내린 법도 무용지물이니. 한 사람의 투기가 영향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야안은 자신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신 알레한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직접 오우거의 잔재를 처리한 두 명의 중위 대전사에게도 묵례를 했다.

이들 두 명의 중위 대전사는 걷는 길이 달랐다.

타린이라 불리는 이는 도를 사용하는데, 부족에서 사용하는 얇은 도가 아니라 검신이 어른 허벅지만큼 두꺼운 도를 사용했다.

다행히 키나 덩치가 일반 성인 사내 둘을 합친 것만큼이나 컸는데, 그는 그 신체적인 이점을 잘 살린 패도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오스라는 자는 검을 사용했다. 체격이 일반 사내보다 머리 하나 작았지만, 타고난 운동신경은 체격을 상회할 만큼 움직임이 상당히 날렵했다.

그는 야안이 현재 수련 중인 붉은 실과 같은 발검술 형태의 쾌검을 구사하였는데, 쾌검에 있어서 이미 일가를 넘어 새롭게 정립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이들은 동기이자 라이벌이며 친구였는데, 그 체격이나 성격, 추구하는 무위가 워낙 달라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투덕거리며 시비를 걸곤 했다.

“이것 봐라. 그렇게 힘이 없으니 가죽 하나 벗기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내가 열세 개, 네가 여덟 개. 딱 봐도 모르겠냐?”

타린의 그 말에 오스가 손가락으로 그가 남긴 가죽을 가리키며 말했다.

“뇌에 근육이 차더니 눈까지 그러냐. 잘 봐. 네 가죽의 절단면과 내 가죽의 절단면의 차이를 말이야. 이 얼마나 반듯하냐. 너는 무슨 도끼로 갈라낸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그래, 이렇게 된 거 도끼를 드는 게 어때?”

뇌에 근육이 찼다는 말과 차라리 도끼를 들라는 말에 타린이 얼굴을 붉혔다.

“이 디다 같은 놈이 어디서 야쿤 감기 걸리는 소리를 지껄여.”

“디다? 이 오우거 가래침 같은 녀석이 지난번처럼 걷지도 못하게 해줘?”

“허허, 그때 돌아간 턱주가리가 이제 욱신거리지 않는가 보지. 왜, 다시 보름째 죽만 입에 넘기고 싶어?”

예전 전사들 간의 친선 대련에서 붙었다가 열이 올라 규칙이고 뭐고 대판 싸움을 하였을 때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인데 수고스럽게 하여 죄송합니다.”

그들은 한참을 열을 올리다, 야안이 다가와 목례를 하자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저어댔다.

“하하, 아니네. 자네 덕분에 편했으니 이 정도 일은 해 줘야지. 할 줄 아는 게 이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그래, 앞으로도 맡겨 주시게. 흠, 그나저나 정말 자네의 성장 속도는 무시무시하군. 스승님에게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면 머리가 지끈거렸을 것이야.”

“이 친구 머리로는 터져 나갔을 것이 분명하네, 하하하.”

“아놔, 이 새끼가?”

다시 얼굴을 붉히는 타린에 오스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보이며 야안의 손을 잡고 자리를 피했다.

“자자, 어서 움직이자고. 정령사분들이 길을 찾으신 거 같으니.”

“아? 네.”

야안은 눈을 먹고 있는 검은 야쿤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앞서 움직이기 시작한 정령사들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날 늦은 저녁, 카카들의 습격을 끝으로 더 이상의 몬스터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정령사들이 정령을 이용하여 정찰을 한 끝에 가장 안전한 길로 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루에 세 번 이상의 전투를 벌이며 나아가고 있지만, 숲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주 양호한 결과였다.

야안은 밤낮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로뎅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가 말하는 가르침 하나하나가 주옥과도 같았다.

과연 상급 현자 익스퍼트에 달한 자라 할까?

야안이 평소 궁금해하던, 또는 그 기준이 모호한 것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간결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야안은 그의 해석을 들으면서 매번 감탄을 흘렸다.

그 같은 설명은 그에 대한 지식에 통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야안은 자신도 몰랐던, 공격 마법 위주로 펼친 탓에 불균형적인 마법 체계에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막연하기만 한 익스퍼트 너머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로뎅은 야안의 상태를 살피며 그가 조만간 중급 현자 마스터로 가는 문을 열 수 있음을 확신했다.

‘그것참, 많은 제자를 가르쳐 보았지만, 이처럼 가르치기 수월한 제자는 처음이군. 이것도 이방인의 재능 때문인가?’

그가 감탄하는 것은 바로 야안이 핵심을 보는 눈이었다.

알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의 가르침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평범하게 말하면 직관력이 뛰어나다고 하겠지만, 사실 그저 직관력이 뛰어나다, 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야안의 그 모습은 상급 현자에 들어선 뒤에야 중히 여기는 무의식을 자신 이상으로 개척한 듯했다.

로뎅의 그 생각은 사실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예측대로 야안은 주술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무의식만큼은 초인들도 넘어서는 영역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야안 그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이제 핵심적인 것을 보는 일이 자연스러웠는데, 이것은 마법을 공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뛰어난 스승이 옆에서 잘 풀어 가르치는 지금은 특히 그러했다. 야안이 묻는 것은 가끔 뛰어난 현자도 주춤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것이 많았기에, 로뎅같이 진리의 끝자락을 보는 이가 아니면 섣부르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로뎅은 그런 야안의 질문에 기꺼워하였는데, 이는 가끔 야안이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뜨겁게 열의를 토해 내던 그의 수업도 달도 보이지 않는 깊은 밤이 되자 끝이 났다.

로뎅이 자리한 곳에서 물러선 야안은 운기행공을 한 뒤, 다시 정령의 호흡으로 정령의 터를 닦아냈다.

이후 복수면으로 부족한 수면을 대신한 야안은 불 당번을 하는 오스에게서 발검술에 대한 가르침을 들으며 자신의 붉은 실의 개선해야 할 점들을 고찰했다.

이른 새벽.

복수면으로 잠시 눈을 붙이던 야안은 자신의 몸을 덮은 외투를 접으며 일어섰다. 정령의 호흡 덕분에 정적인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긴 여정과 수련의 반복 속에도 몸은 고되지 않았다.

그는 운기행공을 마친 뒤, 정령의 호흡으로 정령의 터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점차 촘촘한 형태로 정령의 터가 만들어질 뿐 쉽사리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질 않았다.

현재 야안에게 정령에 대한 조언을 주고 있는 그의 스승 위론의 사형인 로지는 다음 행선지를 위해 이른 시간부터 일어난 터라, 새벽 시간 때 야안을 가르치고 있었다.

자신의 제자들이기도 한 두 명의 중급 정령사 마스터들과 정령으로 길 탐색을 마친 뒤 야안에게 다가왔는데, 그때쯤이면 야안이 정령의 호흡에서 벗어날 때쯤이기도 했다.

그는 매번 야안의 정령의 터가 어느 정도로 진행 중인지 살폈는데, 그 또한 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 그 얼음장 같은 얼굴에도 균열이 생겼다.

‘점점 그 형태가 조밀해지는군. 어쩌면 사제의 예상을 벗어나 상급 정령 비기너의 터 정도까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군.’

야안이 흡수하는 정령의 기운은 상당했다. 사제가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정령의 구슬 때문인지 아니면 점차 구체화되어 가는 하얀 정령석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야안이 흡수하는 정령의 기운은 하급 정령 마스터에 달했다.

믿기지 않는 기사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기사이건만 야안이 흡수하는 정령의 기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로지는 정말 이대로만 간다면 야안이 중급 정령 마스터만큼이나 정령의 기운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 또한 4대 정령이 아닌 얼음의 정령이라는 특이 정령계 쪽이었지만, 자신의 경우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자신의 사제가 그런 것처럼, 이 말도 안 되는 기운이 어떤 정령의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했다. 그것은 그만이 아니라 그의 친우이기도 한 얼음의 정령 셀리포 또한 이 정령이 탄생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야안은 사숙인 로지의 충고를 받아들였는데, 로지의 충고는 사실 상급 정령의 터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한 것이었다.

아직 자신의 직계 제자인 두 정령 마스터에게도 하지 않은 충고를 이제 정령을 만들고 있는 야안에게 하고 있으니 그 상황이 기이하였으나, 그 말을 하는 이도 받아들이는 이도 기이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로지는 오히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의 스승이 남기신, 상급 정령 익스퍼트에 올라서기 위한 주의점들과 방법들에 대해서도 야안에게 설명했다.

그가 그처럼 하는 이유는 그의 정령이 예측 불허의 존재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지금은 그 자신이 있어 그의 지도를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정령이 탄생되고 난 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정령을 키울 수 없으리라 판단하였다.

다행히 정령사이지만 현자이기도 한 야안이었기에 그의 가르침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하급 정령에서 상급 정령까지의 포괄적인 지식을 야안에게 가르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런 그의 가르침은 아침 식사가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야안이 로지의 가르침에서 벗어날 때쯤 누군가 야안에게 다가와 그에게 부족 특유의 전투 음식인 파지를 내주었다. 파지는 간 고기와 야채를 건조 압축한 것이었다.

직접 불에 구워 먹기도 하고, 물에 불려 먹기도 하는데, 그가 가져다준 것은 물에 불린 것이었다.

“고생이 많군. 뜨거우니 조심해서 드시게.”

로지의 네 번째 제자이신 베르뎅이라 불리는 인상이 좋은 중년의 사내였다. 불의 정령을 다루는 분이셨는데, 평소의 사람 좋은 모습과 달리 전투에 나서면 악귀라 불릴 정도로 무섭게 정령을 다루는 자였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하하, 아니네. 나도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걸 즐기는 편이라 그러니 미안할 필요 없네. 그보다, 맛은 어떤지 한 번 보게나. 저번 그대가 말한 향초를 구해 넣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네.”

예전 마론 스승님의 책자에서 배운 허브를 말함이었다. 야안은 어쩐지 그 향기가 다른 때보다 다르다 싶어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음~ 과연. 맛이 상당히 좋군요. 허브 양이 과하지 않고 딱 적정 수준에 있어 정말 감칠맛이 돕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칭찬하자 베르뎅은 입가가 찢어지듯 미소를 보였다.

“그러하네. 사실 허브 향이 생각한 것보다 강해 물릴 것 같아 상당히 고민했지.”

언젠가 자신은 정령사가 되지 않았다면 음식을 만들고 연구하는 요리사가 되었을 것이라는 베르뎅답게 그는 자신의 음식을 먹고 평론을 듣는 것을 상당히 즐겼다.

그런 그의 친우이자 사형인 또 다른 중급 정령 마스터인 라콘은 아침부터 가져온 술을 꺼내 마시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사제, 오늘 음식은 술과는 좀 어울리지는 않았어. 차라리 구이였다면 그런 향이라 해도 술과 잘 어울렸을 텐데 말이야.”

애주가인 사형의 말에 베르뎅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에는 어디 눈토끼라도 한 마리 잡아보도록 하죠.”

진정한 애주가는 술만이 아닌 그와 궁합 되는 안주를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특이한 발상을 가진 그답게 베르뎅의 말을 크게 기뻐했다.

“좋아, 내일부터 그놈의 영역에 지나쳐야 할 테니 오늘은 거하게 먹어보자고.”

야안은 그가 말한 그놈에 대한 것을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몰랐기에 라콘에게 물었다.

“그 푸란이라는 괴물이 그렇게 상대하기 어렵습니까?”

야안의 말에 라콘이 가져온 육포를 뜯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네. 능히 도칸급의 몬스터라 할 수 있지. 아마 스승님이라 해도 홀로 상대하시기는 어려우실 것이야. 이번에 로뎅 님이 참여하지 않으셨다면 솔직히 피해 가고 싶은 게 내 마음이네.”

그는 이제 반밖에 남지 않은 술병이 아쉬운 듯 술을 조금씩 아껴 먹으며 말을 이었다.

“크기는 초대형 몬스터치고는 작은 편인 오우거 정도의 크기이지만, 움직임은 알레한드로 대전사님 못지않을 것이네. 가죽은 검기라 해도 관통하기 어려울 정도로 질기며, 힘은 수백 년 묵은 거목도 한 번에 무너뜨릴 정도라 하더군. 벌써 300년을 살아온 만큼 눈치가 빠르고 전투 경험이 많아 실제 오크 도칸이라 해도 그의 상대가 안 될 것이라 말하네. 뭐~ 우리 쪽은 야루스 산맥과 멀어 오크 도칸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상급 익스퍼트에 달하는 검기 정도는 되어야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말에 야안은 혀를 내둘렀다.

그 정도면, 그 강도가 강철을 넘어 미스릴에 준할 정도가 아닌가? 돌연변이 형태의 초대형 몬스터의 무서움은 그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져 왔다.

식사를 마친 야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잡기 어려울 놈이군요.”

그 말에 술병에 마개를 꽂아 공간 주머니에 넣던 그는 대답했다.

“뭐~ 그렇지. 아마, 이번에 그놈을 척살한다면 숲의 세력이 상당히 어지러워질 거야. 초대형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에 오른 녀석이니.”

야안은 잠시 자신이라면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고민하다, 곧 떠날 준비를 마친 그들을 따라나섰다.

그날 저녁은 베르뎅의 말대로 눈토끼를 잡아 거하게 식사를 하였다. 회색 토끼만큼이나 큰 토끼라 두 마리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열 명이 식사를 해도 충분할 양이 나왔다.

푸란이라는 몬스터의 영역에 다가와서인지 그들은 그날 오전에 화이트 트롤들을 만난 이후에는 몬스터들을 만나지 않았다.

막 동이 틀 때쯤 일어난 로뎅은 주위를 살피다 이내 무언가를 느낀 듯 이제 행로를 찾을 준비를 하는 정령사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 우리를 발견했나 보구나.”

초대형 몬스터답지 않게 조심성이 많은지라 섣불리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로뎅은 로지에게 조심스럽게 그를 찾으라 명했다.

로지는 자신의 친우를 불러내어 그를 주위에 있는 눈에 스며들게 해 찾기 시작했는데, 과연 수백 미터 거리에 자리한 거대한 고목 위에서 그가 자신들을 보고 있는 걸 찾을 수 있었다.

야안은 멀리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터라, 숙면을 취하고 있는 동료들을 깨웠다. 다행히 푸란의 영역에 온 탓에 얕은 잠을 자고 있었는지라 그들은 이내 정비를 마쳤다.

알레한드로는 로지에게 들은 것을 기점으로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로뎅에게서 시선을 가리기 위해 자신의 기운을 그가 있을 만한 곳을 향해 풀어냈다.

곧 푸란은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듯한 알레한드로의 기운에 호기가 도는 듯 노려본 탓에 로뎅에 대한 경계가 무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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