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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22화 (122/385)

야안 122화

야안은 예전 스승님의 서재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기에 대륙에서 몇 되지 않는 정령사들의 성지에 자신이 있는 것을 신기해하였다.

“자네 정도라면 정령의 호흡을 들이켤 때 자세히 살펴본다면 그 기운의 농도가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이야.”

아직 정령과 계약도 하지 않았지만, 중급 정령 비기너에 달하는 정령의 호흡을 지닌 야안이기에 하는 말이었다.

야안은 베르뎅의 충고를 따라, 눈을 반개하며 정령의 호흡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의 초감각 때문인지 야안은 정령의 기운의 농도가 미묘하게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고결하게 느껴질 정도로 순수한 기운이었다.

잠시 말없이 그 기운을 받아들이던 그는 어느 순간 누군가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느낌을 받아 그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는 잠시 붕 뜬 기분을 가라앉히며 자신을 지켜보던 베르뎅과 라콘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무어라 하셨는지요?”

야안의 말에 그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빛을 보이며 야안에게 되물었다.

“왜 그러는가? 우리는 그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네만. 혹시 우리끼리 한 이야기 때문이던가?”

“대전사라 그런가? 귀가 대단히 밝군. 작게 이야기를 한다 했는데.”

그들의 말에 야안은 기이하다는 듯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야안은 잠시 고민에 빠지다 요란스럽게 투덕거리며 내려서는 타린과 오스를 보고 걱정을 떨쳤다.

타린과 오스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베르뎅과 라콘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큰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는 숲의 부족에 대한 편견에 귀찮은 일을 방지하고 싶어 행하는 일이었다.

“벌써 내려오셨군. 음식은 아직 주문하지 않았는가?”

“네, 미리 주문하면 아무래도 음식이 식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야안의 대답에 타린은 배가 고프다는 듯 배를 매만졌다.

“이런, 거참 아쉽군. 스승님들은 따로 하실 이야기가 있으시다 하니, 방으로 음식을 가져달라 하더군.”

그의 뒤에는 이미 오스가 지나가는 하인을 붙잡고 음식을 올려보내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야안 또한 손을 들어 준비된 음식을 가져와 달라 부탁했다.

배가 고프다는 말이 맞는 듯 타린은 안줏거리를 입에 털어 넣었는데, 그 와중에도 라콘은 어느새 안줏거리 한 줌을 챙겨냈다.

우적우적 씹어 먹는 타린의 어깨를 세차게 치던 오스가 불만을 토해 냈다.

“이봐, 술을 시켰는데 안주가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

타린은 오스가 친 어깨 부위가 간지럽다는 듯 긁어대며 말했다.

“다시 시키면 되는 거지. 뭘 그런 거 가지고 예민하게 구는가? 신경질 부리지 말고 우리가 왜 얼굴을 가리고 있는지 인식 좀 하게.”

오스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라고 중얼거리며 다시금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사락, 사락.

방에 자리한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차를 가져온 하인에게 부탁하여 탁자를 두 개를 더 가져와 붙여 만들어진 거대한 탁자 위에는 여러 권의 책과 도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도면 위에 무언가를 그리고 수식을 적으며 연구하는 현기 어린 눈을 가진 세 노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로뎅은 눈이 침침한 듯 눈에 힐을 펼쳐 피로를 물리쳤다.

잠시 눈가를 짓누르던 그는 자신의 옆에서 자신의 연구를 돕는 두 노인을 보며 미소를 흘렸다.

한때는 안광이 빛나던 젊은 제자들이었던 이들이 어느새 훌륭한 큰 스승이 되어 자신처럼 백발이 되어버린 것을 보면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내가 확실히 오래 살긴 살았군.’

늙어 마나로 돌아갈 몸을 억지로 붙들고 있었더니, 이 같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일에 나서게 된 것만으로도 억지로나마 육체의 붕괴를 막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카는 모든 큰 스승의 스승이신 로뎅이 눈을 짓누르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

“많이 피곤하십니까?”

늙수그레한 목소리로 묻는 제자에게 로뎅은 손을 저었다.

“아니네, 이제 괜찮네. 그래, 좀 진전은 있는가?”

그의 물음에 타이카라 불리는 노인과 회색 하늘 부족의 큰 스승인 케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군요. 상위 정령사님의 말씀이 맞는다면, 수식이 120개는 넘을 듯합니다. 이것도 가장 기본 바탕에서만 만들어지는 마법진만 그런 것이니.”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로지 님이 정령의 기운을 잘 이끄신다는 가정하에 성공한다면 이방인인 야안 군에게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니.”

그들의 말에 로뎅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하네. 처음 로지 정령사가 말한 비술을 듣고 과연 그 이론이 실전에서도 가능할 것인가 고민했지만, 어렵긴 해도 정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넘어가는군.”

로뎅의 말에 케빈은 자신이 하는 연구가 흥미로운 듯 미소를 보였다.

“하~ 봉인된 고대 정령의 기운 일부를 임의로 가져오겠다니. 정말 기이한 비법입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기이한 비법이라 하겠다.

가능만 하다면 현재 이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야안의 정령이 나타날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지 모른다.

야안의 정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큰 스승들은 물론 상위 정령사인 로지조차 예측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이렇게 나타날 정령이 야안에게 큰 힘을 내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번 악마와의 전투에서 큰 역할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이번 로지의 제안은 솔깃한 것이었다.

다만, 그가 말한 비법은 이론으로서는 어느 정도 타당할지 모르나 숲에서는 그런 곳이 존재하지 않아 정립되지 않은 이론 탓에 비법을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아니, 대부분 처음부터 해야 했기에 지금 잠시 그 길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 비법을 제시한 로지 또한 이 일을 위해 자신의 정령과 의견을 나누며 방법을 찾고 있었다.

운기행공을 마친 야안은 검을 들어 빼내는 것과 동시에 사방에 수십 번의 검을 찔렀다.

이후 정적이었다가 다시 검을 허공에 가르기를 수백 번을 하였는데, 확실히 지금 그가 보인 일은 놀라웠다.

그처럼 격하게 검을 내질렀음에도, 주위에 조금의 영향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를 본다면 예전과 달리 완벽하게 그 기세를 지워 버린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일간의 여정에서 무던히 노력한 것도 있지만, 그때의 깨달음에서 얻은 바가 크지 않았다면 이처럼 기세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야안은 예전과 달리 전설의 검을 들고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이는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전설의 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였다. 물론 약간의 답답함도 있었으나 뇌전의 정화가 그 부분을 메워주었다.

상급 익스퍼트에 오르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이 뇌전의 정화에도 있었다. 야안이 지닌 힘이 강해지자, 뇌전의 정화에서도 야안이 감당할 수 있는 기운만큼 정화하여 그에게 주기 시작한 것이다.

야안의 기운 속에 자리한 뇌전의 기운은 은은히 더 강렬해졌고, 순수함은 배는 더 깊어졌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기운을 주입하던 하얀 정령석 또한 이전보다 정령의 기운이 한층 더 짙어졌다. 덕분에 하급 정령 마스터 수준이었던 정령의 기운 흡수 정도가 중급 정령 비기너로 넘어서게 되었다.

야안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정리하고는 운기행공으로 소모된 마나를 채운 이후 정령의 호흡을 시작했다.

곧 그의 호흡이 깊어지더니, 어느새 기척도 없을 정도로 가늘어지고 길어졌다.

정령의 기운을 모으기 시작한 지 다른 때의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날 때쯤, 조금 전 식당에서 느꼈던 것처럼 무언가가 자신을 불렀다.

뇌전의 정화 덕분에 마음을 동요하지 않을 수 있었던 야안은 자신을 부르는 그 무언가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무엇의 소리는 아주 작고 흔들리는지라 무슨 소리인지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았다.

덕분에 다른 때보다 두 배는 더 긴 시간 동안 정령의 호흡을 한 그는 마지막에 가서야 그 소리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정령의 언어였다.

정령의 언어는 인간의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오직 상상으로만 해야 하는 것으로 선뜻 그 정령의 언어라고 생각하지 못하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이 정령의 언어임을 짐작한 것이다.

여전히 소리가 불분명하게 흔들리면서도 작아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뜻을 짐작해 본다면 중간 중간 왕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가 지나가곤 했다.

야안은 물 위에 떠오르듯이 정령의 호흡에서 벗어났다.

조금 전 그 정령의 언어가 아직도 그의 뇌리에서 윙윙거리는지라 야안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듯이 잠시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빠지다 혹시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이 그 봉인된 고대의 정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아니라면 그 외의 정령이 자신에게 말을 걸 이유가 없었다.

“그 존재가 왜 나에게.”

야안은 기이한 일이라 생각하다, 내일 이에 대해서 큰 스승들과 로지 님에게 의논해 보아야겠다 생각했다.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어떤 판단도 섣불리 할 수 없었다.

정령에 대한 생각을 접은 그는 인벤토리에 두었던 푸란의 가죽을 꺼냈다.

푸란의 가죽은 처음 보았던 모습과 달리 정제되어 있었는데, 이는 로뎅이 가르쳐준 마법을 통해 정제한 것이었다.

푸란과 같은 도칸급의 몬스터는 대부분이 그 가죽이 질겨 아무리 뛰어난 대장장이라 해도 정제할 수 없었다.

이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쿠돈이라는 정제 마법이었는데, 이 정제 마법이면 도칸급 몬스터의 가죽도 어렵지 않게 정제할 수 있었다.

솜씨 좋은 이를 만나면 뛰어난 상질의 가죽을 얻을 수 있게 되는데, 다만 그 마법의 효율이 낮은 것이 단점이었다.

야안 정도의 마나로도 20일이 걸려서야 겨우 일행들이 걸칠 정도의 가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도 가공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야안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일반적인 망치나 다른 가공 물품을 이용한다면 1년이 걸려도 몇 개 만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야안은 상급 익스퍼트에 달한 이였고, 그의 손재주는 장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그쪽 종사자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뛰어난 편이었다.

그는 검기를 이용해 압축하고, 자르며 가르고 엮었는데, 어제 반쯤 완성시킨 경갑주를 오늘 완성할 수 있을 듯했다.

가장 연장자이시자, 지금 일행들을 이끄시는 로뎅의 체형에 맞게 경갑주를 만드는지라 그가 지금 만들어낸 경갑주는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눈대중으로 재어본 것이지만 이미지로 몬스터를 그려 전투를 할 정도인 야안이 실수할 리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경갑주에 검기나 마법 등으로 그 강도를 실험을 한 결과 자신이 예상한 정도에 달하자 만족했다.

완성된 경갑주를 공간의 주머니에 넣은 그는 푸란의 몸에서 나온 울퉁불퉁한 검은색의 구슬을 공간의 주머니에서 꺼냈는데, 그것은 상위 현자들조차 접하기 힘들다는 마력석이라는 것이었다.

도칸급 몬스터를 잡은 경우에나 볼 수 있는 것인데, 확률적으로 나오는 것보다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도칸급의 몬스터는 인간으로 치면 초인과도 같았다.

몬스터의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들을 일반적으로 도칸급이라 불렀는데, 이렇게 몬스터의 한계를 뛰어넘은 몬스터의 몸에서는 마정석과 같은 형태를 띤 마력석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마력석은 상급 마정석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난 순수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고, 그 양만으로도 최소 다섯 배는 더 많았는데 보통 고대의 뛰어난 마법 물품을 본다면 이 마력석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자의 나라라고 불리는 융 제국에서 만든 국보급 마법 물품들을 본다면 반드시 이 마력석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니, 현자들이라면 꿈에서도 그리워하는 것이 이 마력석이었다.

지난, 푸란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그 기운을 느낀 로뎅 덕분에 이 마력석을 챙길 수 있었던 야안은 자신에게는 과하다 여기어 그것을 로뎅에게 주었으나 그는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

오히려 그는 야안이 틈틈이 완성하고 있던 마나 집약진에 이 마력석이 활용할 방법들을 제시해 주었다.

과연 상위 현자 익스퍼트의 끝자리에 자리한 초인답게 그의 도움을 받은 마나 집약진은 놀라운 형태로 진화해 갔다.

그 같은 변화가 가능한 것은 이 마력석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로뎅이 길을 제시해 주고 그에 맞는 수식을 정리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야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중간 중간 마나 감응도를 확인하면서 만든 결과 잘하면 네 배 정도의 마나 농도를 만들 수 있을 듯했다.

다만 그 범위가 예상한 것보다 좁은 것을 개선해야 했지만, 그 또한 조금씩 고쳐나가다 보면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야안은 알리가 저술한 책을 다시 살피며 마나 집약진을 완성해 나갔다.

다음 날 이른 시간, 야안은 어제 있었던 그 정령의 목소리에 대해 로지에게 의견을 듣고자 그의 방을 방문했다.

로지는 부지런한 이답게 이른 시간에도 이미 정령의 호흡을 끝낸 뒤였다. 늦게까지 어제 자신이 제시한 비법에 대해 고민하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만으로도 그의 성실성을 알 수 있다.

이른 시간에 야안이 방문했지만, 그는 별다른 궁금함도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인가?”

로지의 물음에 야안은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였고, 그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로지조차 놀람을 보였다.

“정령이 그대에게 말을 걸었다는 말인가?”

되묻는 그에게 야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비록 그 음성이 불확실하였지만 분명 그것은 정령의 언어가 맞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곳에 봉인된 고대 정령이 아닐까 추측합니다만 로지 님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야안의 그 의견에 로지는 섣불리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비록 자아가 있지만, 봉인된 상급 정령이 그 의지를 표출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봉인되었다는 것은 그러함을 말한다. 불멸의 시간을 이곳 인간계에서 보낼 수 있으나, 이곳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그 선을 넘는 순간 봉인된 정령은 소멸의 길을 걸어야 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야안에게 말했다.

“다시 한번 해보시게. 그 정령이 그대에게 의지를 보였다면 나 또한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네. 어쩌면 내가 하고자 하는 비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군.”

야안은 아직 그 비법에 대한 것을 모르는 터라 로지의 그 말에 의문을 보였지만, 선선히 그의 앞에 가부좌를 틀고 정령의 호흡을 시작하였다.

어제의 일을 겪은 뒤부터는 기운을 흡수하는 게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야안은 이내 호흡이 느려지며 반개한 눈에서 기이한 빛이 일렁이다 사라졌다.

순식간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든 야안에 감탄하던 로지는 그의 호흡이 하루 만에 달라진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야안의 말대로 봉인된 고대 정령이 개입을 하였다는 것에 대해 신빙성이 짙어졌다.

그는 쉽사리 믿기지 않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 의문도 곧 밝혀질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정령을 불러 정령의 기운에 대한 감응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었다.

30분의 시간이 지날 때쯤.

로지는 지금껏 겪어본 적이 없는 강렬하고 순수한 정령의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희미한 형태라 자신조차 야안의 말을 믿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기운이었다.

‘믿기지 않는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그 기운은 야안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야안의 정령의 숨결 근처에 머물러 돌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야안의 정령의 숨결은 눈에 띄게 향상되어 갔다.

로지는 그 변화에 잠시 말문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곧 야안의 그 기이한 정령의 기운에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짐작하였다.

야안에게 그 정령이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는 것을 상기한 그는 자신의 정령의 기운을 그 고대 정령에게 북돋아 주었다.

다행히 봉인된 고대 정령은 물의 정령이라, 자신의 얼음의 정령과 파장이 맞아 그 불안정한 기운을 안정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위 정령사인 로지도 자신의 정령의 기운을 대부분 소비해야 했다.

그의 희생 덕분에 야안의 정령의 호흡은 쉴 새 없이 변화고 발전하더니 어느새 중급 정령 비기너를 넘어 익스퍼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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