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125화
6층 건물의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방의 한 면은 유리로 되어 있어 안에서 밖을 보기가 용이했다. 귀해 보이는 벽지가 방을 덮었고, 방 아래에는 이름 모를 동물들의 가죽이 깔려 있었다.
그 중앙에는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의자들과 긴 탁자가 자리하였는데, 그 방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거친 외모의 세 사내가 그곳에 있었다.
그들 중 가장 덩치가 크고 험한 인상을 지닌 사내는 벌써 세 번째 내온 다과들을 끝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몸이 왜소한 사내가 그의 어깨를 쳤다.
“이 인간아, 그만 좀 처먹어. 우리가 여기 밥 먹으러 왔냐.”
그의 핀잔에도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는 손을 저어대며 말했다.
“하~ 먹으라고 내준 것을 먹겠다는데 왜 이리 난리야.”
그러며 마저 다과들을 털어먹던 그는 한쪽에서 대기 중이던 하인에게 눈짓을 주었고, 그 하인은 이내 말없이 새로운 다과를 준비해 왔다.
그들 사이에 자리한 야안은 이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웃음을 흘리다, 곧 누군가 다급히 오는 소리를 들었다.
곧 문이 열리며 풍채가 좋은 이가 모습을 보였다.
여타 상인들처럼 싱글거리는 웃음을 흘리던 그는 이미 자신의 신분을 들었던지 야안에게 귀족의 예를 보이며 인사했다.
“이번 상행의 책임자인 케온 대상단의 밀리라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정중히 인사하는 그에 야안 또한 귀족으로서 예를 받아들였다.
“마일드 왕국의 준귀족인 베론 야안이라 하네. 그대 상단이 제2 전장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이렇게 오게 되었네.”
밀리는 이들 또한 제2 전장에 가려고 함을 알자 놀라며 그 연유를 물었다.
“무슨 일 때문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의 말에 야안은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다 답했다.
“제국과의 전쟁에 도움이 될 일이네.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기 어렵군.”
야안의 말에 밀리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받아들였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이는 자신이었다.
항해가 끝난 뒤에도 몬스터나, 제국의 전략적 기습이 있다면 꼼짝없이 당해야 할지 모른다. 이 같은 강자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물자 피해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괜찮습니다. 그럼 제2 전장까지 같이 동행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세.”
야안은 짧게 대답을 하더니, 그에게 옆에 자리한 타린과 오스를 소개했다.
“그대도 짐작하였겠지만, 숲의 부족에서 오신 분들이시네. 왕국의 직위로 따지자면 자작에 달하신 분들이니 인사하시게.”
저주받은 숲의 부족민들이라 하나 그 직위가 자작에 달하는 신분이라 하자, 밀리는 서둘러 그들에게 예를 보였다.
“이런, 눈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했군요. 밀리라 합니다.”
그의 말에 거한의 사내 타린이 큰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보였다.
“붉은 눈 부족의 중위 대전사직을 맡고 있는 타린이라 하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곧 오스 또한 자신을 소개했다.
“붉은 눈 부족의 중위 대전사직에 있네. 오스라 부르시게.”
중위 대전사직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혼란해하는 그에게 야안이 답해 주었다.
“중급 익스퍼트에 오른 기사분들이라 생각하시면 편할 걸세.”
“……!”
야안의 그 말에 밀리는 크게 놀라워하였다.
그들이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거물인 탓이다. 확실히 중급 익스퍼트에 오른 분들이라면 자신의 왕국에서도 최하가 자작에 달하는 신분이었으니 야안의 말이 아니어도 그에 타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밀리였지만, 그 같은 고위직분들과 같이한 적이 없어 잠시 혼란스러워하다, 이내 감정 조절을 하며 다시금 예를 보였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직위의 분들이시군요. 실례했습니다.”
그러며 그는 지금 시간이 막 정오가 다 되어가고 있음을 보고 그들에게 식사를 권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우리 주방장의 솜씨가 제법 좋습니다.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그 말에 타린이 화색을 보였다. 야안은 조금 전 상당한 양의 다과를 먹어 치웠음에도 부족하다는 듯한 그에 웃음을 흘리며 밀리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신경 써주어 고맙네.”
밀리는 그 모습에서 결정권자가 야안임을 눈치챘다. 아무래도 숲의 부족이라는 점 때문에 그에게 결정권을 넘겨준 것이 아닐까 예상한 그는 서둘러 자신의 뒤에서 대기하던 수하에게 신호를 주어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
그사이에 식욕을 돋워줄 가벼운 와인이 나왔는데, 확실히 술을 마시고 나니 분위기가 밝아졌다.
야안은 그 모습을 보며 이 밀리라는 상인이 참으로 노련한 자임을 깨달았다.
약간의 여흥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곧 식사가 준비되어 나왔다. 음식들은 이곳 특산물인 해물 요리와 거대한 생선을 뼈와 비늘을 제거하여 잘게 썰어 양념에 묻힌 날것이 대표적으로 나왔다.
야안의 일과 더불어 그간의 여정에서 이곳 사람들이 부족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던지라, 제대로 된 이곳 특산물 요리를 보지 못하다 휘황찬란하게 차려진 음식을 본 타린은 물론 오스 또한 감탄사를 터뜨렸다.
“신기한 음식들이로군. 이것들은 바다에서 난 것들인가?”
“크군. 강에서 잡은 물고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덩치야.”
맛이 궁금한 듯 타린은 큼직한 집게 다리를 뜯어 엄지손가락으로 단단한 껍질을 부수어 안의 속살을 맛보았는데, 담백하면서도 그 특유의 짭짭할 맛이 나 그는 감탄을 흘렸다.
“아주 좋군. 고기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데.”
쩝쩝거리며 먹는 그의 모습에 밀리는 감탄하였다.
이 로브스터의 껍질은 상당히 단단한 편이라 보통은 망치로 부수어 먹는 것이 정석인데, 그는 마치 마른 나뭇가지 부수듯이 손을 대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과연 대단하다 싶던 그는 음식 덕분에 분위기가 좋아지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야안에게 물었다.
“일행분들은 몇 분이나 되시는지요.”
그의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 물음에 야안이 선선히 대답해 주었다.
“나를 제외하면 모두 아홉 분이시네. 다들 숲의 부족분들이시지. 그분들의 경지도 이분들보다 떨어지는 분들이 없으니 그대는 나중에 이분들을 뵈면 부디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네.”
“아…… 네, 알겠습니다.”
그 믿어지지 않는 말에 밀리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쉽사리 믿기 어려웠지만, 이들이 자신에게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정말로 이들 같은 강자들이 왜 제2 전장으로 가는지 궁금증이 들었으나, 조금 전 야안의 태도로 보아 쉽사리 말해 주지 않을 듯해 참고 넘겼다.
야안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진실의 눈을 펼쳐 그를 살펴보았다.
이 밀리라는 사내는 이곳 케온 대상단의 제2 지부장으로 품성이 뛰어나 수하들에게 인망이 좋았고, 능력도 뛰어나 상사에게도 인정받은 자였다.
또한, 젊은 시절부터 무역 일을 해온 터라 해상에 경험이 많았다. 더구나 그가 이끄는 배는 중량이 750톤에 달하는 거선으로 돛이 세 개나 달려 속도도 매우 빨랐다.
이 배의 속도로 해적들을 몇 번이나 따돌리기도 했으니 그 향해 실력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이미 제2 전장에 일곱 번이나 물품을 납품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길잡이로서 아주 믿음직했다.
음식이 입에 맞은 것은 타린뿐만이 아니라 입이 짧은 오스도 같았다. 그는 오랜만에 과식을 했다며 미소를 보이며 배를 두들겼다.
음식이 치워지고 가벼운 허브차로 입가심을 한 그들은 본격적으로 이번 상행에 대한 계약을 하기 시작했다.
계약 진행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다.
이는 상인인 밀리 측에서는 지금까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뛰어난 호위를 둔 셈이라 아주 파격적인 조건이라도 들어주려 했고, 야안 측 또한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제2 전장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서로 간의 의견이 상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안은 처음 배를 타는 몇몇 부족분들을 위한 조건들을 내놓았는데, 밀리 측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오히려 야안의 조건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해 주었다.
밀리로서는 그들을 믿고 이번 상행을 가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마법적으로 흔들림이 없게 고정된 방들을 내주거나 그 외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여러 가지 조건들을 내주었고, 야안은 하나하나 읽어보며 만족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계약을 체결한 그들은 서로 만족한 계약이라 좋은 마음으로 계약서를 품에 넣었다.
상행은 이틀 뒤로 하기로 결정을 내렸는데, 야안도 적당하다 생각하였다. 마지막으로 밀리는 수하에게 부탁한 케온이라는 이름이 적힌 작은 신분패 열 개를 가져와 야안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무래도 당일 날에 바빠 실수할까 싶어 드립니다. 그 패를 보이면 어려움 없이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꼼꼼함에 야안이 웃음을 흘렸다.
“하하, 고맙네. 그럼 그날 보도록 하세.”
야안 일행이 떠날 때까지 배웅하던 그는 이내 수하들을 불러 잠시 미뤄두었던 상행 준비를 시작했다.
계약을 잘 마친 터라 그 시작이 좋다 생각한 야안은 자신의 방에서 열흘 전 이루게 된, 아직 수습되지 않은 경지를 다듬었다.
예전 친우인 라진이 불의 정령과 계약함으로써 중급 유저의 벽을 깬 것처럼 야안 또한 그 덕을 보게 되었다.
정령의 왕인 뇌전의 정령과 계약을 하면서 그가 본 이득은 단순히 육체적인 강화가 아닌 정신적인 성장과 더불어 그의 기운의 진화였다.
지금의 그라 해도 2~3년을 폐관 수련해야 얻을 육체적인 진화는 놀라웠다. 단순히 스탯만을 따져도 힘에서는 8스탯이 올라갔고, 민첩에서는 7스탯을 올라간 것이다.
마치 스탯을 찍은 것같이 올라섰기에 지난 열흘간 바뀐 육체에 적응하기 위해 그는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초감각을 지닌 그라 해도 상당한 변화를 겪은 터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못해도 보름의 시간은 더 필요할 듯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그는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하여 지혜 또한 변화를 보이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로뎅과 다른 큰 스승들의 도움을 받아 중급 현자 익스퍼트와 마스터의 경지 사이를 오가던 야안은 마침내 중급 현자 마스터의 벽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로써 야안이 바뀐 변화는 이러했다.
[이름 : 야안
레벨 : 92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생명력 : 1,420
마나량 : 2,240
명성 : 500
힘 : 56(+15)
민첩 : 53(+15)
행운 : 55(+15)
지혜 : 75(+15)
신력 : 5(+5)
마나 : 109(+15)
정령력 : 10(+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10]
지난 여정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레벨이 2가 더 올라 지금의 여유 스탯은 10에 달했다.
또한 지혜는 10이 올랐고 마나는 5가 올랐으며 행운 또한 2가 더 올라가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그 외에도 정령력이라는 것이 정보 창에 생성되었다. 야안은 이 정령력조차 스탯으로 올릴 수 있음을 알고 크게 반겼다.
하지만 그가 처음 정신이 들면서 보게 된 정보 창 중 하나가 바로 뇌전의 정령 호흡법이라는 것이었다. 정령의 왕답게 여타의 정령의 호흡법으로는 그의 성장을 감당할 수 없기에 예전 드래곤과 초대 전설의 현자인 라블랑카스가 만들어낸 정령의 호흡법이기도 했다.
[뇌전의 정령 호흡법
등급 : A
전설의 현자 라블랑카스와 드래곤들이 합심하여 만든 정령 호흡법이다. 다만, 오직 정령의 왕인 뇌전의 정령을 위해 만든 호흡법이기 때문에 여타의 정령사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1년간 운기 직후 호흡을 하면 정령력 12를 얻을 수 있다.
*호흡 시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정보 창이 보여준 만큼 그가 얻을 수 있는 정령력은 대단히 많았다. 능히 고위 정령사 익스퍼트에 버금갈 정도의 정령력을 얻을 수 있다.
그 같은 정령의 호흡법이라면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마나의 양을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른다.
계약을 맺은 뇌전의 정령은 편법으로 계약을 한 만큼 그 스스로 힘을 소비한 터라 야안의 정령의 터에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뇌전의 정령과 계약을 맺은 야안은 가장 강한 힘을 자랑하는 불의 정령력과도 비교되지 않는 강력한 뇌전을 일으킬 수 있게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정령력이 10밖에 되지 않아 단 한 번의 미약한 뇌전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으나 시일이 지난다면 제대로 된 뇌전을 일으킬 수 있어 보인다.
뇌전이 사마를 물리치는 특색을 가진 만큼, 그때가 된다면 이 일격이 그 악마를 척살하는 데 작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야안의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뇌전의 정령과 계약을 하게 되면서 그의 기운이 변화, 아니, 진화하게 된 것이다. 본래 그의 기운에는 뇌기가 은은히 담겨 있었다.
한데, 이번에 뇌전의 정령과 계약하게 되며 그 기운의 성질이 뇌전으로 바뀌게 되었다. 일이 그렇게 되자 지난 시간 오랫동안 그의 마나를 책임졌던 상급 마나 심법이 진화하였다.
[뇌전신공(상급 마나 심법에서 성장하였다.)
등급 : B+
아리스가 이방인들에게 주는 축복의 선물이다. 앞으로의 성장이나 선택한 직업에 따라 변화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은 누구에게 양도할 수 없다. 뇌전신공보다 낮은 급의 심법을 타인에게 인도할 수 있다.
뇌전이라는 강력한 특정 기운을 담게 됨으로써 단순히 심법의 효능을 뛰어넘어 신공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수련도 : 0%(수련도를 마스터하면 책을 펼치지 않아도 운기 할 수 있다.)
마속 : 200라우(1라우 10초에 1씩 채워지는 마나량.)
운기 : 5한(마나를 운기하여 신체의 혈을 타동하며 그 응용력을 높인다. 또한, 마나를 모을 수 있어 1년을 수련하면 마나 스탯 5를 올릴 수 있다.)
*성장한 뇌전신공에서 일어나는 기운은 사마의 기운을 가진 자를 상대로 두 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운기행공 시 생명력 회복 속도가 최고 스무 배까지 빨라진다. 또한, 손을 대지 않아도 타인의 기운을 인도하여 치료할 수 있다.(경지에 달하면 여러 명을 한 번에 인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TIP : 해가 뜨는 시간과 노을이 지는 시간 각각 두 시간씩 운기하면 두 배 이상의 효율을 볼 수 있다.]
야안은 근 5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심법이 이번 일을 계기로 심법이 아닌 신공이라는 이름으로 진화함을 확인하였을 때, 격정에 몸을 떨었다.
신공은 고대 언어로 불가사의한 공력을 뜻한다.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말하는데, 현 대륙의 구존들의 반 이상이 이런 신공을 익히고 있다. 넓은 대륙에서도 신공이라 이름이 붙은 마나 심법은 열을 넘기지 않는 귀한 것이다.
과연 신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능력은 대단한 바가 있다. 본래 3한이었던 것이 배에 가까운 5한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 그의 뇌기는 몬스터들과 같은 사이한 기운을 지닌 존재들에게 배는 더 피해를 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예전 뱀파이어들에게서 그 기운의 효과를 보았을 때보다 더 놀라운 효과를 보임을 말했다.
마속 또한 네 배로 늘어나 짧은 시간에 많은 마나를 모을 수 있을 듯했고, 육체의 회복 또한 빨라져 지나친 수련에 지친 몸 또한 복수면을 유지함에도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뇌전신공으로 진화하게 되면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동안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기운의 성질이 바뀌면서 그의 육체가 그 기운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본래 뇌전의 정화로 그의 육체가 단련되지 않았다면 그 기운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을 것이다.
이전의 기운과 달리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뇌전의 기운이 강맹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 번에 쓸 수 있는 기운이 많이 늘어나면서 생긴 부가적인 문제인데, 그 강력한 기운을 쓸 수 있게 하려면 기운이 움직이는 혈도 늘어나야 했다.
혈이 타동 되는 것만으로 모자라 확장되어야 했고, 그 기운의 통로 또한 지금의 몇 배는 늘어나야 했다.
그래야 했기에, 현재 야안은 육체의 적응 수련보다 이 같은 뇌전의 기운으로 새롭게 기운이 움직이는 길을 뚫는 데 전력을 다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뇌전의 정화가 있어 그 지루하면서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고통을 견디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상급 익스퍼트에 들어서게 되면서 진화된 육체와 기운에 대한 통제력이 크게 상승하고 그 통제 과정이 단축되었다.
또한 그에게는 ‘리젠’이라는 신성 마법이 있어, 중간 중간 기운을 이기지 못해 혈맥이 크게 상한 경우에도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마나석과 디다들의 작은 구슬들로 만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마나 집결진으로 새로운 기운으로 온전히 빠르게 물갈이를 할 수 있었다.
길게 잡으면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마나 집결진으로 인해 단 열흘 만에 이 일을 해결하였다.
푹, 콜록.
몇 시간에 걸쳐 뇌전신공을 운기하던 야안의 코와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무리해서 혈을 확장하다 잘못해 혈맥에 상처를 입혔던 탓이었다.
이번에는 중요 혈맥을 건드린 탓인지 그 피해가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몸의 기운이 뒤틀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야안은 즉시 뇌전신공을 멈추고 스스로 ‘리젠’을 펼쳤다.
다행히 초기에 진압한 탓에 네 번의 리젠만으로도 그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다. 한 시간에 걸쳐 몸을 회복한 야안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리젠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성과를 얻는 데 족히 석 달은 걸렸을 것이야.”
겨우 열흘 만에 기운을 몸에 20% 정도 적응시켰다. 이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지금과 같이 상당히 무리하게 일을 진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말대로 리젠이 아니었다면 그같이 과감하게 일을 벌일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할 것이다.
야안은 잠시 숨을 가다듬다, 이내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시작했다.
현재 상당한 기운을 소비하여 잠들어 있던 뇌전의 정령에게 기운을 부여하는 과정이었는데 뇌전의 정령 호흡법과도 같은 뛰어난 호흡법조차 최소 한 달은 지나야 잠들어 있는 뇌전의 정령을 일깨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뇌전의 정령 호흡법으로 지친 심력을 새롭게 다진 야안은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며, 이번에 오른 현자 중급 마스터의 경지를 다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