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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26화 (126/385)

야안 126화

41. 2전장으로 I

과연 마스터의 경지는 익스퍼트의 경우와는 차원이 달랐다.

마법을 펼칠 때 생기는 마나 손실이 50% 이하로 줄어들었고, 그 시전 속도는 아직 완전히 다지지 않은 지금에도 배는 빨라졌다.

응용 능력도 크게 늘어나 예전과 달리 마법의 변형이 가능해졌다. 이는 마법이 펼쳐졌을 때 벌어지는 힘의 확산을 임의로 바꿀 수 있음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불의 구를 펼칠 때 그 형태는 둥근 모습에 불과하지만 임의로 길게 늘어나게도 할 수도, 그가 펼치는 파이어 핑거처럼 작게 압축을 할 수 있게도 되었다.

또한, 마법이 통하는 거리가 30%나 늘어나게 되었고, 그 위력도 지금의 50%가량이 늘어났다.

자연히 그의 무기인 파이어 핑거와 파이어 피스트 또한 거리나 위력이 그만큼이 늘어난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다섯 손가락 모두 한 번에 파이어 핑거를 펼칠 수 있게 되었고, 파이어 피스트는 연속으로 10여 번을 펼쳐도 무리가 없게 되었다.

야안은 이 같은 마법 변형이 가능한 점을 미루어 새로운 공격 형태를 창안했는데, 바로 중급 현자 익스퍼트일 때 쓸 수 있는 어스퀘이크를 변형한 마법이었다.

어스퀘이크는 고대어로 지진을 말하는데, 거창하게 지진이라 하지만 특정한 범위 부위에 마나를 진동시켜 땅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에 불과했다.

익스퍼트였던 당시에는 마나의 양이나 시전 속도가 너무 비효율적이라 그저 숙지하였을 뿐 별달리 펼치지 않았다. 그러나 마스터에 오르면서 비효율적인 면이 개선되고 변형할 수 있게 되자 이를 보는 야안의 시선이 새롭게 바뀌었다.

야안은 이 어스퀘이크를 변형해 예전 황금 주먹이 했던 것처럼 순간적으로 크게 땅을 솟아오르게 하여 상대의 시선을 가리거나 그를 향해 땅으로 뒤덮는 형태로 바꾸었다. 또는 일시적으로 방어를 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는 등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은 마법이었다.

덕분에 범위는 좁혀졌지만 어스퀘이크 때보다 훨씬 효율적인 면이 많았다.

야안은 이 마법을 좀 더 개량하여 쉽게 쓸 수 있게 로뎅을 비롯해 두 큰 스승과 의논하였고, 덕분에 어스퀘이크의 변형 마법인 어스를 만들게 되었다.

좁은 지형의 땅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마법인데 어스퀘이크 마법과 달리 수식도 간결하고 마나 사용도 적어 중급 현자 비기너의 경지에서도 무리 없이 펼치는 게 가능해졌다.

이 마법의 장점은 마나의 양에 따라 그 움직이는 흙과 땅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인데, 현재 야안의 경우 한 번에 1톤에 달하는 무게를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이는 무리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였고, 최선을 다한다면 5톤의 흙도 문제없었다.

어제가 되어서야 야안은 ‘파’의 위 단계 마법인 ‘파토’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본래라면 고위 현자에 들어서야 가능한 마법이었으나, 중급 현자 마스터에 오르게 되면서 이 마법을 시전하게 되었다.

물론 마법 시전 시 뇌전의 정화의 도움이 있어야 했고 긴 시간이 허비되어야 했지만, 그것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어디인가?

야안은 이 ‘파토’를 스스로 걸면서 그제야 이 마법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었다.

시각과 촉각이 사라지자, 세상이 달라졌다.

시각과 촉각에 의지했던 세상이 사라지고 청각과 미각, 후각이 예민해졌다. 더불어 평소 인식하지 못한 그의 초감각 또한 미세하게나마 인식하게 되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자 마치 족쇄가 풀린 자처럼 오히려 그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어졌다.

물론 시각과 촉각이 사라진 만큼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초감각이 그를 대신하게 되어 자기 보호 본능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걸어두었던 망설임이 사라진 것이다.

그 덕분에 검을 수련하니 수련 성과는 배가 되었고, 덕분에 몸의 적응 기간도 줄어들었다.

이 마법을 펼쳐 몸에 적응시키는 수련을 계속한다면 애초 생각한 시간보다 보름에서 7일의 기간을 더 줄일 수 있을 듯했다.

곧 야안은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끝냈고, 스스로 ‘파토’ 마법을 펼친 뒤 육체 적응 수련을 시작했다.

이틀이 지나, 약속된 날이 되었다.

배를 타는 것이 걱정되는 듯한 베르뎅의 모습에 라콘이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불의 정령사인만큼 그와 상극인 물이 가득한 바다는 그와 성정이 맞지 않았다.

한숨을 쏟는 그였지만, 곧 야안이 말한 아주 이색적인 바다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그는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다.

“음~ 그 뛰어나다는 요리사에게 이 바다 요리를 배워 부족의 강에서 얻는 물고기 요리도 개선해 보자. 아무래도 부족의 물고기 요리는 단순한 형태뿐이라.”

저주받은 숲의 특색 때문인지 물고기 요리보다는 육고기 요리가 많이 발전된 탓에 베르뎅은 좀 아쉬워한 면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로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했다.

그런 사제의 말에 라콘은 반색했는데, 이는 그만큼 그가 얻어먹을 수 있는 안주가 개량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붉은 부족의 술을 좋아하는 대장장이에게서 술을 배울 때 라콘은 술과 안주를 잘 어울려 먹어야 진정한 의미로 술을 즐길 수 있음을 배웠다.

대장장이의 지론은 이랬다.

술은 그 종류가 많으나, 결국에는 두 가지의 기운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바로 뜨거운 성질이냐, 아니면 차가운 성질이냐는 것인데, 술이 어느 성질이냐에 맞추어 안주를 먹으면 몸이 상하지 않고 오랫동안 술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재료에 화기가 있거나 증류한 형태의 정제된 술은 뜨거운 성질이라 할 수 있고, 그 성질이 찬 보리 같은 재료로 담근 맥주나 와인은 찬 성질이었다.

대부분 물고기나 해물류 요리는 찬 성질이고 육고기는 대부분 뜨거운 성질인데 그동안 그 같은 안주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뜨거운 성질을 지닌 술을 이제야 즐길 수 있게 되니 그의 입장에서는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는 사제의 뒤에서 이번 여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며 매우 만족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뒤에서 그런 제자들을 바라보던 로지는 무뚝뚝한 평소와 달리 작게 입가를 일그러뜨린다.

이제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 중년에 들어섰건만 그 행동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제자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난날 밀리가 준 야안에게 준 신분패를 받았다.

어두운 두건을 쓴 탓에 오해를 부를까 싶어, 보기 좋게 목걸이 형태로 만들어놓은 터라 한눈에도 케온 대상단의 사람인 걸 알 수 있었다.

바다 쪽이라서 그런지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날씨는 포근했다. 다른 곳보다 한 달 일찍 봄이 온 듯했는데, 이맘때의 마크 영지의 날씨를 보는 듯했다.

준비는 딱히 할 것도 없었다.

대다수의 여정에 필요한 것들은 케온 대상단에서 준비를 해준다 하였기에, 그들은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한 비상식량과 더불어 그동안 만나지 못한 것을 푸는 듯 재롱을 부리는 블랙 야쿤들을 달래는 것 외에는 준비할 것은 없었다.

“원 이 녀석, 얼굴은 무섭게 생긴 게 왜 이렇게 안 어울리게 귀여움을 떨어.”

투덜거리는 오스의 말에 일행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들 블랙 야쿤들 중에서도 이미지 마법 때문에 울음을 흘리며 툭 튀어나온 이마로 몸을 비비는 블랙 야쿤을 달래던 야안은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갈기를 긁어주었다.

올 때만 하더라도 눈이 쌓여 제대로 주위를 살피지 못했는데, 눈은 온데간데없고, 이처럼 산뜻한 날씨를 보이자 그들은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

부족에서는 볼 수 없는 각 나라의 기이한 물건들을 비롯해 쉽사리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들, 홍보를 위해 거리에 나온 재주꾼들이 보이는 갖가지 재주는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타린이 배가 고픈 듯, 중간에 길거리 음식들 여러 가지를 사 우적우적 씹어 먹자 오스 또한 그 음식을 뺏어 먹으며 거리를 즐겼다.

곧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였는데,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대부분의 짐을 옮긴 뒤였고, 지금은 선창에 자리한 거선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족히 50명이 넘는 선원들이 하나의 배에 달라붙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워낙 배가 커 그 정도의 선원들이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 같은 거선은 주위에 널린 배들보다 최소 두 배는 더 컸는데, 평생을 배와는 인연이 없었던 부족민들은 절로 혀를 내둘렀다.

“마치 작은 산을 보는 듯하군.”

베르뎅의 말에 어느새 음식을 다 먹어치운 타린이 옆에 다가와 맞장구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 같은 물건이 바다에 뜨다니. 숲의 멜린의 눈물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군요.”

멜린의 눈물은 저주받은 숲의 가장 큰 호수였으나 타린은 이 같은 거선이 들어섰다가는 호숫물이 넘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다.

큰 스승들은 부족의 배와 달리 배 밑창이 제법 물 아래 깊이 들어선 것을 보면서 어떻게 이 배가 바다에 뜨는지 또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음~ 이 정도면 배가 크게 흔들리지 않겠군. 먼바다에서도 안심이겠어.”

케빈의 말에 야안도 동의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경계를 맡고 있던 상단의 경비병들이 그들에게 다가왔고, 이내 목걸이로 된 신분패를 확인하고는 이들이 대장이 말한 이번 상행의 안전을 맡을 분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 나이가 많은 경비원이 어린 경비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한 명은 상단에 알리게 하고 또 다른 한 명에게는 경비대장을 불러오게 하더니 이내 크게 예를 보였다.

“상단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대장께서 곧 오실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대장에게서 이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자들인지 들은 바가 있는 그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모셔야 할 상사들이니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야안은 긴장한 그에게 마케를 걸어주어 진정을 시키며 알겠다고 말했다. 그와 다른 이들에게 야쿤을 맡겼는데, 야쿤들이 배에 다 오를 때쯤, 지난번에 보았던 경비대장이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톰이라 인사한 그는 상급 유저의 경지를 겨우 수습하는 상황이라, 혹시나 타린과 오스에게서 한 수라도 얻을까 싶어 상당한 정성을 보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상단주님께서는 지금 물품 정리로 바쁜 터라 제가 모시겠습니다.”

톰은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그들을 배로 모셨는데, 확실히 바쁘다는 말이 맞은 듯 그 넓은 선박이 비좁다 싶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배 위에 오르니 밑에서 본 것보다 더 높아 보였다. 선창의 반대쪽에 자리한 바다는 끝이 없어 수평선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을 위해 준비한 방들을 배정받았다. 비록 방의 크기가 여관의 방보다 작은 편이 있었으나,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이 준비되어 있어 불편함은 없을 듯했다.

물건들도 하나같이 고급품이었는데, 욕조 같은 경우에는 마법 욕조로 항시 따뜻한 물을 쓸 수 있어 보였다.

그들은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다, 이곳의 선원으로부터 상단주인 밀리가 식사를 같이 하고 싶다는 말에 곧 그 안내를 받았다.

도착한 접객실은 배 안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넓고 화려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거래를 하는 일들이 많기에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밀리는 그동안 일이 힘들었던지 얼굴에 피로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야안 일행이 들어오자 언제 피곤하였냐는 듯 미소를 보이며 그들을 반겼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일찍 오셨군요. 뒤늦게 이렇게 인사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 말에 야안이 손을 저었다.

“아니네. 소개하지,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분들 또한 숲에서 오신 귀한 분들이시네.”

야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밀리는 처음 보는 일곱 명의 부족원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확실히 하나같이 예사로운 인물들이 아닌 듯했다.

긴 시간을 상인으로 살며 많은 이들을 만나 어느 정도 안목이 생긴 그는 그 무위를 제외하더라도 그들 하나하나가 평생 다시 만나기 어려울 귀한 분들임을 직감했다.

인사를 마치고 밀리는 수하에게 미리 주문한 음식들을 내오게 했고, 곧 스무 명이 먹고도 남을 음식들이 거하게 차려 나왔다.

야안은 저번에 먹은 해물 요리는 물론이고 그에 못지않은 기이한 요리를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눈과 입이 즐거운 음식들이었다.

베르뎅은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음식들을 이것저것 먹으며, 이것을 만든 요리사의 솜씨에 감탄하였다.

“정말, 하나같이 대단하군. 실례가 되지 않으면 이 요리를 만든 이와 만났으면 하는데 괜찮겠는가?”

밀리는 크게 음식을 즐기다 갑자기 부탁하는 베르뎅에 어렵지 않다는 듯 대답해 주었다.

“물론이지요. 말해 두겠습니다.”

“하하, 고맙네.”

야안은 베르뎅의 즐거워하는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다 밀리에게 물었다.

“이 배로 스키티까지 도착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는가?”

그 말에 밀리는 오랫동안 해상무역을 한 감각을 살려 답했다.

“요즘같이 바람이 많이 부는 때라면 20일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이후 내려서 2전장까지 가야 한다는 것까지 다 합친다면 넉넉하게 한 달 반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육지로 가는 시간보다 두 달이나 줄어든 터라 야안은 만족했다. 그 시간이라면 악마가 성장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식사를 마친 밀리는 이 배를 책임지는 선장과 그 외의 상단의 책임자들을 야안 일행에게 소개해 주었다.

실질적인 책임자들이라 야안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진실의 눈을 통해 그들에 대해 파악하였는데, 재밌게도 이들 중 두 명은 다른 상단에서 파견된 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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