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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42화 (142/385)

야안 142화

하나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 그 검은 둘이 되고 넷이 되더니 이내 현란하게 주위를 휘감는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검의 잔영이 주위를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넓은 동굴 속의 주위를 휘몰아치던 검이었지만, 주위에 어떤 파동도 없었다. 대기의 한 점의 파동도 보이지 않는 검은 마치 신기루와 같아 현실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 믿어지지 않는 검을 펼치는 주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야안이었다. 그는 자신이 펼친 검에 조금은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가져온 천으로 땀을 닦아내던 야안이 중얼거렸다.

“아직 완전히는 통제하지는 못했군.”

그의 말은 지난 정령에게 이름을 부여하면서 늘어난 힘과 민첩의 인한 육체의 적응을 말함이다. 각각 12스탯이나 늘어난 덕분에 그는 완전히 자신의 육체에 적응하느라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특히 이십일 전 뇌전의 전화의 봉인 일부분을 풀게 되면서 마나가 늘어나고, 지혜가 올랐다. 그에 다시 힘과 민첩이 각 3씩 오르게 되면서 그는 육체 수련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야안은 땀을 닦은 뒤 가부좌를 틀어 앉아 뇌전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뇌전신공은 더욱 순수하면서 강력해져 있었다. 뇌전의 정화의 영향을 받은 덕분인데 야안은 그 봉인을 풀게 되면서 자신이 유피테르와 계약을 맺기를 다행이라 여기었다.

뇌전의 정화의 봉인이 더 풀리게 되면서 나오는 그 기운은 만약 뇌전의 속성이 아니었다면 현재의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힘이었다.

자칫 잡아먹힐 수도 있는 힘이었다.

뇌전신공을 마친 야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가상 이미지 대련이었다.

그 수련 상대는 현재 50%의 승률을 올리고 있는 숲의 괴물 푸란이었다.

웬만한 검기가 통하지 않는 가죽에 명검이라도 기운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단번에 잘리는 날카로운 열 개의 손톱, 그리고 상급 익스퍼트를 상회하는 빠른 몸놀림을 지닌 푸란은 야안의 좋은 맞수라 할 수 있었다.

가상이었기에 뇌전이 사마에 강력하다는 점이 통하지 않는다는 감안한다면 실제는 그보다 승률이 높을 것이다.

더구나 그의 패배는 아직 완전히 자신의 신체를 다스리지 않았던 탓이 컸다. 최근 들어 그 승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그 이유는 크다 할 수 있다.

속도는 비슷했다.

‘토네’를 펼친 야안의 몸놀림은 물러서는 푸란을 잡았고, 거대한 성벽도 순식간에 붕괴시킬 듯한 그의 열 개의 손톱은 야안의 하나의 검을 넘지 못했다.

치고받는 현란한 공방전이 보였다. 파이어 피스트, 파이어 핑거, 어스 등의 마법이 펼쳐지고 검기가 허공을 휘 갈랐다.

지난 악마와의 결전에서 더욱 그 습득률이 높아지게 된 건곤대나이는 거대한 신체를 지닌 푸란의 몸을 휘감아 날려 버리곤 했다.

하지만, 워낙 단단한 육체를 지니었던 터라 별다른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또한, 그의 상상을 불허하는 움직임은 그 손해를 충분히 메꾸고도 남을 정도였다.

마치 열 명의 절정에 이른 검객들과 전투를 벌이는 듯한지라 야안의 무쇠 같은 육체도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육체 능력이 성장하게 되면서 그 충격이 예전보다 많이 낮아진 터였다. 또한, 아무리 푸란이라하지만 그 존재도 전력을 다해 야안과 일전을 벌이는지라 그 또한 조금씩 지쳐가는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나절이 넘는 치열한 공방 끝에 야안의 검이 푸란의 팔을 잘라낼 수 있었다. 이후, 그 기세를 놓치지 않은 야안은 그의 왼발에 상처를 내었는데, 그때 야안의 옆구리에 푸란의 손톱이 흟어 지나갔다.

살짝 건드리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 여파는 작지 않았다. 허리의 오분의 일이 찢어지며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다른 이었다면 크게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었지만, 신관의 능력을 지닌 야안은 이내 리젠으로 상처를 봉합하더니 이제 한 팔 밖에 남지 않아 그 위세가 반 이하 줄어든 푸란의 공격을 쉽사리 흘려넘기며 그의 몸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육대검식이 펼쳐지며, 그의 불편한 왼 다리에 스무 번이 넘는 상처를 입히고 심장을 가르더니, 이내 허공에 떠올라 그의 몸을 내쳤다.

‘쿠웅-’

야안은 설 힘도 없는 듯 요란하게 땅을 뒹굴며 거친 호흡을 흘렸다.

이번 전투에서 양날의 검인 심혼의 일격은 둘째라 쳐도 뇌전의 정화를 통해 만들어진 강력한 뇌전이나 정령력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야안이 지금보다 더 빠른 시간에 푸란을 멸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수련의 목표는 지금 검과 마법을 얼마나 실전에 교묘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누가 무어라 해도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검이었으며 또한 그 힘을 가장 증폭할 수 있는 것이 마법이었다.

정령을 쓰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단순히 뇌전의 힘을 하나의 무기로만 사용하는 버릇이 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는 최근 뇌전의 정령을 이용한 전투에 대해서 유피테르에게 배우고 있었다.

뇌전은 생각보다 그 힘의 활용도가 높았다. 단순히 일격만을 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력으로 그 힘을 바꾸어 회전하여 바람의 정령 못지않은 큰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었으며 하늘의 구름으로부터 뇌전의 힘을 빌릴 수도 있었다.

또한 그 경지가 높아지면 반경 내의 생물체의 신체의 전기 신호를 방해를 놓게 하여 망가뜨릴 수도 있었다.

물론 기운을 스스로 다스리는 중급 유저 이상의 강자에게는 통하지 않겠지만, 적은 힘으로 다수를 상대하는 데 대단히 뛰어난 묘용을 가진 것이다. 이 외에도 파이어 핑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뇌전의 힘이 압축된 구슬의 힘을 펼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유피테르가 말하기를 그 자신이 하급정령 마스터에만 올라서도 전설의 검에 깃들 수 있다 하였다.

다른 검이었다면 그 검이 아무리 보검이라 할지라도 결국 뇌전의 힘을 이기지 못해 폭사하게 마련이겠지만, 절대 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 이 전설의 검은 유일하게 뇌전의 힘을 감당할 수 있었다.

유피테르가 말하기를 하급 정령 경지의 뇌전의 힘이 깃든 전설의 검은 소드마스터가 펼치는 강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마에 한해서는 그 못지않은 힘을 보일 수 있다 하였다. 단순히 정령의 터를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을 완수한 힘만으로도 그런 위력을 보일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큰 힘을 발휘하기에 사용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위기 시 그 같은 묘용을 보여 적을 멸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차고 넘쳤다.

또한 중급 정령의 경지에 올라 야안과 일체화를 이루면 그 움직임은 설사 익스퍼트에 오른 자라 해도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 하였는데, 야안은 그 놀라운 말에 왜 초대 전설의 현자께서 뇌전의 정령과 계약을 한 뒤 죽음의 지배자를 물러서게 했는지 짐작이 갔다.

“후우우. 빨라진 것인가?”

확실히 푸란을 처리한 속도는 어제보다 빨랐지만, 자칫 잘못했으면 크게 당할 뻔했다. 만약 리젠이 아니었다면 그 상처 탓에 자신이 위기에 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야안은 확실히 아직은 자신의 신체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금 인지했다.

비록 환상이라 하지만, 워낙 실체적이라 믿은 터라 야안은 옆구리가 시큰하다 느꼈다. 이는 뇌의 착각에서 오는 가짜 통증이었지만, 만약 그를 자각하지 못했다면 그 피해가 실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는 사람의 뇌는 의외로 복잡한 가운데 단순한 구석이 있기에 벌어진 일이다.

야안은 스스로 마케를 펼쳐 기운을 차린 뒤, 곧 가부좌를 틀어 뇌전신공을 일으켰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고갈되었던 마나가 가득 차올랐고, 피곤에 젖은 육체는 피로를 물리며 힘을 되찾았다.

곧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펼쳐 정신을 맑게 한 야안은 숨을 토해내며 수련을 끝내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남은 지라, 남은 시간 동안 완성하지 못한 마나 집약진의 수식을 풀었다. 3배에서 4배로 넘어가는 것이지만 그 과정은 수십 배나 복잡한 형태를 띠는 것이다. 또한, 상급 마정석을 이용하여 그 마나 집약진의 범위를 극대화하려 하였기에, 지난 기간에도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이제 완성도가 90%를 넘어선지라 조금만 더 공을 들인다면 여름이 가기 전 그 완성을 보일 수 있을 듯했다. 오랫동안 고민하며 만드는 물건인 만큼 완성한다면 지혜가 상승할지 모른다고 야안은 예상했다.

은은한 새벽빛이 감도는 동굴 속에서 그렇게 야안은 아무 말 없이 범인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식을 풀어대었다.

여름이 꺾일 때쯤 나프롬 자작 가의 병력의 반을 깎아버리는 데 성공하면서 마크 영지는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전투가 벌어진 뒤에 얻는 전리품이 전쟁 준비 물품을 넘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잡아온 포로들을 농노로 만들어 일을 시켰기에, 성벽 보수에 대한 부분도 이제 거의 완성을 이루고 있었다.

밀정을 보내어 살피고 있는 카람 백작 측에서는 지난 전투를 복수하기 위해 용병단과 계약을 준비하고 한편으로는 병력의 일부를 돌려 훈련을 시작했다. 대신 비워진 병력은 신병으로 대신하게 했는데, 이 때문에 카람 백작 측은 지금까지와 달리 공성에서 수성으로 바꾸어야 했다.

티온 백작 가와의 전투가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었으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크 자작 가의 병력 상황이 좋아짐을 눈치챘기에 그 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마크 자작은 이에 대한 정보를 티온 백작 가에 풀었고 티온 백작 측에서는 그때를 노리어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카람 백작 측에서 생각한 시일보다 늦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지난 마크 자작 가의 충돌에서 소모된 병력을 다시 채우기 위해 더 이상의 전투는 없을 듯 보였다.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 내년 봄이 된다면 이곳으로 다시 출정을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구와 재원이 많은 대 영지였으니 다음 전투에 쓰일 병력은 지난번과는 그 질이나 숫자가 확연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마크 자작은 그때를 맞추어 2,000의 기마병을 자신이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나프롬 자작 가에 큰 피해를 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금 몬스터 토벌을 시작한 것이다.

올해는 제코가 부족한 물을 대어 준 덕분에 지난해보다 더 큰 풍작을 보였다. 새로 개간된 밀농사 또한 여타 영지의 밀농사만큼의 수확을 이루었기에, 이제 몬스터 토벌을 한다 하여 영지가 휘청거릴 시기는 벗어났다.

마지막 늦여름이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이 되어서야 상행을 나간 론이 돌아왔다. 이제 예전의 위세를 어느 정도 찾은 윌 백작 가와의 거래량도 매우 늘어났는데, 지난 부족에서 가져온 물건이 효과를 보았던지 관개수로의 공사를 맡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를 윌 백작 가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론과 함께 온 폴톤이라는 자는 육십 대에 들어선 노인으로 그 나이만큼 상당히 노련한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론에게서 마크 영지가 거대한 공사를 원한다는 말에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여겼는지 자신이 데리고 있는 모든 군식구와 함께 마크 영지에 왔다.

군식구라 표현했지만, 그가 데려온 이들 하나하나가 이 일에 종사한 지 최소 10년이 넘은 인재들이었다.

야안은 전쟁이 끝나기 전 최대한 영지를 확장하고 키워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많은 공사를 해야 하는 영지로써는 광산을 발견한 것과 같은 이득이라 할 수 있다.

폴톤을 비롯해 모두 23명의 노련한 인재를 반기던 야안은 그들에게 미리 준비한 집과 하인 그리고 작업장을 내 주었다.

또한 건설부를 만들어 관료 직을 내려주었는데, 폴톤과 23명의 제자는 야안의 그 배포에 크게 마음이 움직였다.

비록 론이 좋은 대우를 해 줄 것임을 약속했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한 것 이상의 대우를 해 주니 그 실력에 비해 거친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로서는 진정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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